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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날 외간 남자로 만들고 싶은 거야?

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었다. 그녀의 말투는 평소와 똑같았다. “송지음 대신 말 전해주러 왔어?”

그것 말고는 서준혁이 이곳에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서준혁은 고개를 들더니 대답도 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왜 이제 와?”

신유리는 송지음의 도표를 고치는 것 때문에 평소보다 반 시간이나 늦게 퇴근했다.

그녀는 몸에 있는 차가운 기운을 떨쳐내기 위해 따뜻한 물을 한 잔 받았다.

서준혁은 여전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편하게 늘어놓으며 마치 이 집의 주인이라도 된 듯 나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신유리가 입을 열었다. “야근 좀 했어. 밖에 비도 오고 그래서 좀 늦어졌지 뭐.”

“너 송지음 마음에 안들지.” 서준혁은 눈썹을 들썩였다. 확신이 가득한 말투였다.

신유리는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순간 몸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녀는 송지음 얘기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네 마음에 들면 되는 거 아니야? 내 태도가 중요한가?”

그녀의 말투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다른 볼일 더 있어?”

그때, 탁자에 올려놓은 서준혁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서준혁은 평온한 눈동자로 신유리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바로 자신의 눈빛을 거두었다.

그는 탁자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에 답장을 하고는 다시 시선을 한 줌이 안 되는 신유리의 가녀린 허리에 멈추었다. 그는 풉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무슨 일 때문인 것 같은데?”

성인 사이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게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단지 신유리가 오늘 밤 집중을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서준혁은 그녀의 허리를 꼬집으며 입가에 입을 맞추었다. 낮은 목소리가 마치 그녀를 달래주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야, 협조 좀 해줘.”

서준혁은 오늘 밤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끝날 때, 그는 심지어 신유리를 데리고 깔끔하게 씻기까지 했다.

단지 신유리의 몸에 남긴 흔적이 너무 깊어, 다음날에도 사라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일부러 가리면 오히려 더 사람들의 주의를 사게 된다. 신유리를 긴팔 셔츠에 하이웨스트의 바지를 입었다. 노련한 느낌을 주는 옷차림이었다.

서준혁이 실수로 그런 것인지, 신유리의 목 옆쪽에도 자국이 남아있었다. 신유리는 그 자국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보게 되었다.

송지음은 하루 종일 좋지 않은 얼굴색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씩 신유리를 힐끔거리곤 했다.

점심시간, 신유리는 아직 사무실을 나서지 않았다. 그녀는 대표 사무실에서 울려 퍼지는 희미한 싸움 소리를 듣게 되었고, 곧이어 눈시울을 붉히며 문을 박차고 나오는 송지음을 보게 되었다.

신유리의 옆을 지나갈 때, 송지음은 잠시 발걸음을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신유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짐을 정리했다. 오후에 만나야 할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회사로 돌아왔을 때도 송지음의 눈시울은 여전히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아직 송지음 서준혁과 화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녀는 추측했다.

하지만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단지 서류를 들고 서준혁에게 찾아갈 뿐이었다.

그녀는 서류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네가 사인해야 할 서류야.”

서준혁의 그녀의 말에 대꾸고는 갑자기 신유리의 목을 쳐다보았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리에게 물었다. “왜 제대로 안 가렸어. 일부러 지음이한테 보여주려고?”

“몰랐어.”

그녀는 바로 눈치를 챘다. 송지음과 싸우게 됐으니, 마음이 불편하게 당연했다. 어찌 됐던 이유를 찾아야 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필요하다면 내가 송지음한테 설명할게.”

펜을 들고 있던 서준혁의 손이 멈칫하더니 곧이어 풉하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가 물었다. “뭐라고 설명할 건데?” 그의 말투에는 분노도 기쁨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남자랑 잤다고, 당신이랑은 상관없다고.”

“신유리.” 그녀의 말에 서준혁은 한참이나 침묵했다. 그는 아무 표정이 없는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마치 어젯밤 잠자리를 함께한 사람이 그 누구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준혁은 혀를 굴리더니 손에 들려있던 펜을 책상 위로 던져버렸다. 그는 조롱 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날 외간 남자로 만들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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