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룡이 사람들을 모아 데려가자 안세진은 시후에게 “제가 따라가 볼까요?”라고 물었다.시후는 손을 저었다. "아뇨 갈 필요 없어요. 부장님은 저랑 여기서 축하주나 마시고 있죠?”옆에 있던 유나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사람들이 끌려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참지 못하고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 씨.. 우리는 오늘 나래와 흥진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거잖아요.. 흥진 씨의 아버지를 저렇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과한 것 아닐까요.?”시후는 웃으며 물었다. "그럼 유나 씨.. 어떻게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오늘 기영숙을 쫓아내지 않고, 백당 그룹을 봐줬다고 쳐요.. 그럼 나래 씨가 과연 흥진 씨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유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의 말이 맞았다. 만약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영숙 같은 사람의 행동 스타일로 나래는 앞으로 힘든 시간을 겪을 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자신이 나래를 다시 도울 수도 없으니, 차라리 시후가 이렇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도록 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걱정되는 듯 말했다. “그럼.. 손흥진 씨가 우리를 미워할지도 모르잖아요..”시후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제가 이렇게 큰 도움을 주었는데, 만약 그가 나를 미워한다면 그는 정말 도울 필요도 없는 존재인 거죠.. 구제불능이랄까..?” 그러자 시후는 손을 앞으로 흔들며 말했다. "자, 일단 들어가서 기다리죠.? 이제 결혼식도 거의 시작할 때가 다 되었으니까요.”팔달 구청 앞.7명은 더없이 난처한 표정으로 이화룡의 안내를 받아 구청에서 혼인 신고서를 작성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7명은 오늘 결혼을 앞둔 젊은 신랑 손흥진과 신부 나래, 그리고 또 다른 신랑 손기정, 그리고 현재 그의 아내 기영숙이다. 이들 4명 외에도 손기정이 곧 혼인신고를 할 신혼부부 설윤정과 그녀의 부모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 이화룡은 먼저 안세진이 알려준 이혼 전문 변호사에게 연락을 하여 기영숙
기영숙은 울먹이며 말했다. “흐윽.. 정말.. 정말 이혼해야 하는 거예요?”이화룡은 옆에서 그녀를 윽박질렀다. “그럼? 안 하면 어떻게 된다고 말했을 텐데?”손기정은 서둘러 주무관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직원분들 점심 먹기 전에는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서 저희 이 서류를 제출하겠습니다.”그러자 주무관 한 명이 말했다. “그런데.. 아내 분이 이혼 합의한 거 맞아요? 아직 남편 측에서 이혼을 결정하고 정확하게 합의된 것이 아니면 생각해보고 오후에 다시 오셔도 돼요!”그러자 이화룡은 "아닙니다. 이미 다 합의된 상황이에요.”라며 공무원에게 대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손기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양반은 빨리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어서 처리해주십시오. 그리고 결혼식장도 지금 다 준비되어 있어요. 서류 처리하고 바로 결혼식장으로 달려 가야 하거든요.”주무관은 의아한 표정으로 손기정을 바라보았다가 곧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말할 필요도 없이 저 남성은 분명 바람을 피운 더러운 놈일 것이다. 이렇게 급하게 아내와 이혼하려는 걸 보면.. 그리고 오늘 당장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린다고 하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막장 드라마와 같다. 그러자 직원은 이화룡을 보고 말했다. "네, 그럼 각자 한 장씩 서류 작성하도록 도와주세요. 싸인 하시고요.”이화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기정과 기영숙을 불렀다. "자 그럼 서류 작성하시죠.”두 사람은 거부하지 못하고 급히 종이와 펜을 들고 종이에 신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혼신고서에는 여러 정보들을 기재하게 되어 있었다. 신고서에는 깔끔하게 쓴 글자를 요했고 인구동향조사를 위한 내용도 기재하게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 성명에 서명하고 신고서를 직원에게 전달했다.주무관은 확인 후 고개를 끄덕이며 "네 그럼 가족관계증명서를 전달 받았고요, 필요 서류 및 신분증 모두 확인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두 사람의 이혼 신청 업무를 처리해주었다.
마동선은 손을 뻗어 기영숙을 잡아 끌며 데려 가려고 했다. 그러자 기영숙은 통곡하며 "아니.. 흑흑!! 끄흐윽.. 집에 가서 짐 정리라도 해야죠!! 어떻게 이렇게 가라고 해요?!”라고 말했다.하지만 기영숙의 예상과는 달리 마동선과 이화룡은 냉담했다. "무슨 짐 정리야?! 개소리고 하고 있네!? 발가벗긴 채로 쫓겨나고 싶어?!”기영숙은 이런 협박을 듣자마자 더 이상 아무 말 못하고 마동선의 손에 의해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은 수원 구청으로 돌아갔다.구청으로 들어간 이화룡은 설윤정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어이, 아가씨 일로 오시죠.” 설윤정은 정말 죽고 싶었지만, 이화룡이 무서워 감히 그의 말을 거역하지는 못했다. "어.. 저기.. 아저씨.."이화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손기정을 가리키며 주무관에게 말했다. “여기! 두 사람 혼인 신고서 좀 써주시죠!”주무관은 어안이 벙벙해 "네.. 네? 두 사람의 혼인 신고서요?”"맞습니다. 두 사람이요. 못 알아들었습니까? 이 두 사람 혼인 신고서 써 달라 이 말입니다.”직원들은 모두 놀라서 조금 전에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이 50대 남자는 분명 쓰레기 같은 인간일 것이다. 자신의 전 부인과 새 애인을 데리고 이혼 신고서를 쓰고 곧이어 혼인 신고서를 쓰러 오다니..담당 공무원은 20대 여성으로 대학을 갓 졸업하여 바로 공무원 합격이 된 케이스이기 때문에, 쓰레기 같은 남자들에 대해 매우 못마땅 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젊은 꼰대들과 나이 먹어서 꼰대들인 남자들도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평소에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들이 쓰레기 같은 짓거리를 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외모라는 자본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손기정은 이미 50~60세이다. 다 늙어서 생긴 것도 별로인데 어떻게 이런 젊은 여자와 다시 재혼을 한다는 말이야..? 담당 공무원은 속으로 손기정에게 불만을 품었지만, 감히
“아하.. 잘 됐네요..” 손기정은 이 말을 듣자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서류는 완성되었고 이제 두 사람은 혼인 신고를 마쳤다. 설윤정은 올해 20대 중반, 손기정은 올해 50대 후반으로 거의 2배의 나이 차가 나는 상황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두 사람에게 서류가 통과되었음을 알리고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발급이 끝난 후 이화룡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두 부부의 혼인 신고서가 모두 마무리되었으니 서둘러 호텔로 돌아갑시다~ 은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부부가 된 네 사람은 이화룡을 따라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의 식장은 이미 손기정 일가 친척들로 가득 차 있었다.시후는 아내 유나를 데리고 식장 무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다.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안세진이다. 이화룡은 두 쌍의 신혼 부부를 데려온 후 시후에게 상황을 알려 주었다. 시후는 그들이 이미 혼인 신고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거의 다 된 것 같으니 결혼식은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합시다!""예, 선생님! 설종훈 씨는 이미 딸의 웨딩 드레스를 고르러 갔고요, 정각에 식을 시작할 예정입니다.”시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손기정 씨 계탔네요? 늙고 성질 더러운 아내와 헤어지고 새 신부를 맞이하니까요? 나이도 어리고.. 곧 애도 낳아 줄 텐데.. 하하..!”"맞습니다..! 역시 은 선생님의 안목은 대단하고 능력도 대단하십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깔보면 안 되는 거죠.. 손기정과 기영숙이 그들의 며느리가 될 사람을 무시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잘 새기면서 살기를 바랄 뿐이에요.”이화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은 선생님..!”시후의 옆에서 유나는 자신의 남편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오늘 한 일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조금 과한 처사가 아닌가 싶기도 했기
이화룡의 호통 소리를 들은 손기정의 친지들은 그제서야 마지못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은 이 결혼식이 매우 불쾌했다. 이 일이 알려지면 자신들이 하는 사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곧 웨딩 드레스를 입고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설윤정과 정장 차림의 손기정이 함께 버진 로드에 올랐다.사회자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 그럼 두 번째 신랑인 손흥진 씨와 신부 박나래 씨를 모셔볼까요?”사실 이들에게도 손기정의 친지들은 박수를 치고 싶지 않았다. 조금 전 기영숙과 손기정이 박나래를 멸시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 가난한 신부를 멸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전에 박수를 치지 않으면 이화룡이 욕을 해댔기에 그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손흥진은 박나래의 손을 잡고 함께 버진 로드에 올랐다. 두 사람은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고 그들은 어떤 일이든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로드에 오르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지금껏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이 한 무대에서 함께 결혼하는 이런 황당한 일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를 보는 사회자 조차 이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난감해했다. 오늘 사회자는 베테랑 아나운서였지만, 이런 진기한 결혼식은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 진행할 때는 부모님들을 놀려대며 분위기를 띄우곤 했는데, 오늘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분위기를 띄워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는 분위기를 띄우는 건 포기하고 바로 오프닝 멘트를 한 뒤, 바로 옆에 있는 두 커플을 향해 "오늘 두 쌍의 커플이 평생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 이제 이 두 쌍이 부부가 되어 함께 앞으로의 역경도 행복도 축하할 수 있도록 힘찬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따뜻한 박수를 보
사회자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구, 신부가 이렇게 감동할 줄이야! 이 결혼을 분명 오래 기다렸겠죠?! 이건 정말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우리 모두 박수로 이 부부의 아름다움, 사랑, 찬란한 미래와 평온한 삶을 기원해주도록 하시죠!” 설윤정은 이 말을 듣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팔에 얼굴을 깊이 파묻고 엉엉 울었다. "우리 신부가 가슴이 벅차오르시나 봅니다! 신랑 손기정 씨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손기정은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음.. 매우.. 설렙니다..”"예, 그럼 손기정 씨. 이 기분을 한 마디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아.. 그건.. 좀 지금 안 맞는.. 아무튼 지금은 부끄럽습니다!”사회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오늘 우리 신부의 부모님도 계시는데, 신랑!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손기정은 머쓱한 표정으로 단상 아래를 바라보며 "장인 장모! 걱정 마십시오~ 제가 꼭 잘 해주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손기정은 묻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바로 묻지는 못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장인 설종훈이 주려고 했던 20억의 혼수가 유효한지였다. 하지만 그는 설종훈이 혹시라도 자신을 협박할까 두려워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때, 사회자는 설종훈 부부에게 말했다. "자, 그럼 신랑 신부!! 부모님과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손기정의 친지들은 그저 무표정하게 박수만 칠 수밖에 없었다.“자, 신랑 신부 신부측 부모님과 인사!!” 설종훈과 아내는 어색한 표정으로 손기정의 바로 앞에 섰다.사회자가 웃으며 "신랑,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십니까?"손기정은 다급하게 "장인 장모님입니다!"이라고 말했다.설종훈은 안색이 안 좋았다. 이 개자식..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데, 자신을 장인이라고 부르다니..사회자는 설종훈의 반응이 좋지 않자, "장인어른!! 너무 설레어서 사위에게 화답하는 것도 잊으신 거 아닙니까? 그리고 장
자신이 이렇게나 나이를 먹고 비슷한 나이의 또래에게 장인 장모라고 부르며 절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손기정은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이게 사실 얼마나 창피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사회자는 손기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그를 부추겼다. “신랑분! 오늘은 이렇게 기쁜 날이지 않습니까? 다들 이렇게 한 가족이 되는 자리인데,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아내를 얻었는데 신부의 부모님께 절은 하셔야죠~ 다들 신부를 얻으면 큰 절 올리는 거 당연한 일 아닌가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쵸? 이건 신부와 장인 장모에 대한 예의죠~”이 말을 들은 설정훈은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두 집안이 하나가 되는 것은 맞지만, 이런 나이 많은 놈에게 자신의 딸을 시집 보내야 한다니..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그저 딸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 밖에.. 손기정은 이때 사회자에게 말에 따라 단상에서 내려와 설종훈과 그의 아내의 앞으로 걸어 가더니 각자에게 한 번씩 큰절을 올렸다. 설종훈 부부는 겉으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심 우울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조금 뒤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대고 입을 뗐다. “원래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 맞지만, 신랑측 부모님께서 참석하지 않으셨기에 우리 양가 부모님이 한 번 더 안아 주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신부~ 이제 부모님을 한 번 안아주시고요! 마지막으로 인사 한 번 더 하겠습니다.”눈물을 흘려 눈이 빨간 설윤정은 부모님을 한 번 더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가온 부모님을 보자 그녀는 또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빠.. 잘 살게요..”설종훈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슬펐다. 그리고 그는 지금이라도 손기정을 단상에서 끌어내려 결혼을 무효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옆에 있던 설종훈의 아내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 얼마나 무식하고 어이 없는 일인가..? 지금이 첩을 두는 조선시대도 아닌데 말이다.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딸을
손흥진은 박나래의 손을 잡고 버진 로드를 지나 단상으로 올라왔다. 사회자는 순서에 따라 순조롭게 식을 진행시켰고, 두 사람이 잘 어울리고 아름답다는 칭찬과 함께 사람들에게 두 사람을 소개했다.손흥진과 박나래는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했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했기에 자연스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단상에 올랐을 때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신랑 손흥진의 마음은 사실 복잡했다. 왜냐하면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하고 새로운 여자와 결혼을 했기에 아무래도 마음이 가벼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신랑 신부가 서로 반지를 교환한 뒤 사회자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 신랑 손흥진 군의 부모님과 신부 박나래 양의 부모님과의 인사가 있겠습니다!”조금 전 버진 로드를 지나 밖으로 나갔던 손기정 설윤정 부부는 조금 뒤 바로 부모의 신분으로 흥진과 나래와의 인사를 하기 위해 부모님이 앉아야 하는 자리로 왔다. 객석에 있던 손기정의 친지들은 이 상황을 보고 다들 표정이 안 좋아졌고, 이화룡만 크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심지어 이화룡의 부하 중 한 명은 이렇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에에?! 저 신부랑 시어머니가 나이 차이가 거의 안 나는 것 같은데??!” 그러자 사회자가 물었다. “혹시 신부는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시어머니가 나이가 많아요? 아니면 신부가 나이가 많습니까?”이 말이 나오자 이화룡의 부하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설윤정은 올해 막 외국에서 돌아왔고 직업을 구하기도 전에 이렇게 결혼을 한 것이라 박나래와 나이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나래가 설윤정에 비해 나이가 조금 많았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당황한 듯했다. 사회자의 표정도 조금씩 우스워졌다. 왜냐하면 그 역시도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가 어린 시어머니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시어머니의 나이가 너무나도 어렸고 시아버지의 나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