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그는 후회를 금치 못했다. 설아가 8강에 오를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그녀와 틀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설아가 이번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자신은 무관하다.바로 그 때! 설아는 끊임없이 수비하고 후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향해 일련의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오른쪽 다리를 다쳐 설아에게 쫓기고 있었고, 한 발짝 물러설 때마다 오른쪽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녀의 오른 다리는 몸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며 장애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태국 선수는 수비도, 회피도, 반격도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설아의 일련의 공격이 상대방의 몸에 대부분 맞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세가 매서웠던 태국 선수는 이제 링 위에서 이리저리 도망치기만 했다. 설아는 시후의 조언을 기억하며 여전히 상대를 주시하며 또 한 번의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상대방이 후퇴하는 도중에 기회를 찾았다..! 그러자 정확히 상대의 부상당한 오른쪽 종아리를 그대로 걷어찬 것이다! 태국 선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설아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아마 전력을 다했다면 이미 상대의 종아리가 부러졌을 것이다.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둔 것은 상대에게 한 가닥의 희망과 기회를 남겨주기 위해서다. 이것은 시합일 뿐이지, 그녀는 상대를 완전히 전멸시키고 싶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킥복싱 선수에게 다리는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이기 때문에 만약 다리가 부러진다면 선수 생활도 끝날 것이고, 회복되더라도 결코 이전의 경기력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태국 선수도 설아가 자신에게 이미 자비를 베풀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설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녀는 수년간 무에타이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바로 자신의 오른쪽 다리였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 설아에 의해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면, 앞으로 어떤 대회에
설아는 우승으로 이번 국제 대학생 킥복싱 대회 8강에 정식으로 진출했다..! 이것은 설아가 국제 대학생 킥복싱 대회에서 얻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지난 해 캐나다에서 열린 대회에는 일부러 캐나다까지 갔지만 본선 진출에 실패해 최종 순위 30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에 없던 성적을 얻은 것이다..!심판이 승리를 선언한 뒤 설아는 태국 선수와 악수를 나눴고 두 소녀는 서로 껴안았다.그리고 나서 설아는 재빨리 시후에게 달려갔고, 시후의 앞에 왔을 때 바로 그의 가슴팍에 안기며 소리쳤다. "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 정말 행복해요!!" 설아는 그의 목을 껴안고 아기 코알라처럼 그의 몸에 안긴 채 기뻐했다..!설아의 포옹은 시후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설아의 마음속의 흥분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시후도 그녀를 안고 두 바퀴를 돌며 "이제 막 8강에 올랐는데 벌써 이렇게 기뻐하면 어떻게 해? 우승하면 흥분해서 미칠 걸?! 하하!!”라고 웃음 지었다.설아는 시후의 목을 껴안고 얼굴을 붉히며 “우승은 꿈도 꾸지 않았어요, 그래서 8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쁘다고요!”라고 말했다."하하! 전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난 번에 좋은 순위를 받을 자신이 있다고 했잖아요?”그러자 설아는 수줍게 말했다. "그건.. 은 선생님이 저를 싫어하실까 봐 일부러 허풍을 좀 떨었던 것 뿐이에요.. 사실 메달을 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오케이.. 하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건 그렇고.. 다들 보고 있는데 계속 안겨 있을 건가..?”설아는 그제서야 자신이 아직도 시후의 몸에 매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사실 시후도 설아에게 마음이 좀 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피부는 백옥처럼 하얗고 매끄러웠기 때문에.. 설아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얼른 그에게서 떨어졌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진원호는 웃는 얼굴로 자신의 소중한 딸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일찍이 딸이 시후와 실질적
진원호 역시 웃으며 "그래, 이 아빠도 방금 손에 땀을 쥐었어!"라고 말했다.설아는 수줍어했다. "은 선생님이 알려주신 덕분이에요.. 선생님이 아니었음 졌을 거예요.." 그리고 설아는 다정하게 시후의 팔을 감싸쥐며 "앞으로 은 선생님이 내 코치님이 되어 주신대요!! 꺄아아!"라고 소리를 질렀다."에??" 진원호는 시후가 딸 설아의 코치를 맡았다는 말에 가슴이 설레면서도 긴장한 표정으로 "얘가 왜 이렇게 소란을 피워? 선생님은 매일 많은 일을 처리하는데, 너랑 어떻게 이걸 준비해? 만약 선생님의 일을 못하시면 어떡해?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냐?”라고 꾸짖었다.설아는 아버지로부터 몇 마디 말을 듣고, 즉시 억울하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동시에 그녀는 속으로 자신이 시후를 자신의 코치로 두면 정말 시후가 일을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러자 이때 시후가 웃으며 "요즘 사실 할 일이 별로 없고, 게다가 이건 장난은 아니잖아요?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영광을 쟁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저도 설아 씨가 우승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고, 우리 한국 학생들도 앞으로 이 분야에서 많은 결실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그러자 진원호는 한숨을 돌리며 웃었다. "설아야, 은 선생님이 널 이렇게 신뢰하시니 반드시 열심히 훈련하고, 시합을 적극적으로 준비해! 그리고 좋은 결과를 가지고 은 선생님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알겠니?”"네, 열심히 할게요~!” 설아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다음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겠어요!"라고 소리쳤다.그러자 시후는 "에이, 좀 더 빅 픽쳐를 그려야죠~ 내가 보기엔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해야 말이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은 선생님, 이번 대회에는 실력자들이 엄청나요.. 특히 일본의 이토 나나코는 일본 국보급 에이스인 야마모토 가즈키의 수제자로 야마모토 가즈키에게 불세출 천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국제대학생 킥복싱대회 2연패를 달성해 3연패를
설아의 눈에는 시후의 지위가 거의 아버지 진에 버금갈 정도였다.하지만 조 코치는 몰랐다. 그는 시후가 조금 전 그저 운에 불과해 이겼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후의 능력을 믿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콧방귀를 뀌며 "설아야, 이런 애송이한테 속지 마, 이런 사람은 탁상공론만 할 뿐이지 진짜 실력이 없어, 만약 네가 정말 저 놈을 네 코치로 삼으면 그냥 진다니까?”라고 말했다.설아는 다소 화가 난 듯했다. "그런 말씀하시면 안 돼요! 은 코치님의 실력이 어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줄 아세요?! 만약 오늘 은 코치님이 알려주지 않고, 코치님의 전술 계획을 듣고 시합에 나갔다면, 벌써 졌어요!"조 코치는 설아가 자신의 편을 들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건 그를 매우 화나게 했다..! 게다가 설아가 방금 자신의 전술이 이 은씨라는 젊은이보다 못하다고 말한 것은 그를 더욱 불쾌하게 했다. 왜냐하면 설아가 시후의 전술로 조금 전 태국 선수를 이겼다고 해도 조 코치는 시후가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설아가 자신이 방금 배치한 전술을 썼다면 똑같이 이겼을 것이고, 심지어 아까보다 훨씬 더 예쁘고 깔끔하게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아야, 내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었으니, 너는 내게 고맙다고 생각해야지~! 한국에서 내 이름 대면 킥복싱 배우고 싶다는 프로선수들이 줄지어 서 제자로 받아 달라고 부탁해~ 그런데 내가 널 선택한 건 네 행운이자 복이지! 나랑 만나지 않았다면 네 프로 경력은 이미 끝났을 거야?! 더 이상 진정한 발전은 없었을 거라고~ 그러니까 앞으로 진정한 국가대표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면, 내 조언 없이는 그냥 희망사항이 될 수밖에 없어~”진원호는 조 감독이 이렇게 무례하게 말할 줄 몰랐고, 옆에서 분노의 찬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조 코치님, 말투가 참.. 그렇네요.. 무슨 근거로 제 딸이 당신을 코치로 뽑은 것이 제 딸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까? 내 딸이 은 선생님의
진원호는 차갑게 말했다. “코치님 왜 그렇게 화를 내죠? 나 진원호는 비록 실력이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도 인맥이라면 많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감히 말 한마디로 나 진원호의 딸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진원호?!" 조해조는 깜짝 놀라며 긴장한 얼굴로 "당신이 천진 그룹의 대표 진원호..라고요??”라고 물었다."네 맞습니다. 왜 그러죠?”"아니요 아니요!!" 조해조는 황급히 웃으며 "진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설아의 아버지일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대표님의 명성을 듣고 있었습니다.. 저희 세연대 체육관과 체육학과가 진 대표님이 출자하여 지으셨다고..”라고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진원호는 그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당신은 더 이상 설아의 코치가 아닙니다, 저도 당신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라고 냉담하게 말했다.조해조는 매우 괴로워했는데, 자신이 방금 그렇게 유명한 진원호 앞에서 허풍을 떨었고, 이제 설아의 코치 자격도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손실은 정말 너무 컸다. 설아를 데리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면, 그녀는 당연히 자신을 푸대접하지 않을 텐데.. 그리고 진원호가 지은 세연대 체육관의 경우 국내 최고 수준의 훈련소로써 진원호는 자신의 딸을 생각하며 거액을 투자했다고 들었다. 전에는 설아가 분명 돈이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진원호의 딸이 설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진원호는 딸이 킥복싱을 잘 할 수 있도록 대학교에 기부했으니.. 딸을 데리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자신의 보너스가 얼마일까..? 그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황급히 다시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 “진 대표님, 솔직히 설아는 천재적인 킥복싱 선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를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전술 지도를 할 수 있는 진정한 전문 코치입니다..!” 그는 시후를 경멸하듯 노려보며 입을 뗐다. "대표님, 탁상공론만 하는 이런 젊은이들은 어떤 진정한 경험과 실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대표님이 설아를 그에게 맡긴다면,
조해조가 시후를 향해 일격을 가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시후에 대한 경멸이 가득했다. 그래서 그는 주먹에 엄청난 힘을 담았고, 그는 자신의 주먹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후를 직접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조해조는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쨌든 전국 킥복싱 챔피언도 했던 인물 이기에, 일반인들은 아직 그의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의 펀치는 빠르고 강했기에, 같은 해 동안 킥복싱을 연습한 설아 조차도 상대를 하지 못했으니, 진원호와 진동오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조해조가 자랑하는 주먹의 속도는 시후의 눈에는 마치 느린 동작처럼 보였고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주먹 한 방도 자신이 보기에는 별로 실력이 없는 것 같았다. 아마 가만히 서 있어도 단단히 한 방을 먹는다고 해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시후는 절대 이런 쓰레기에게 공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조해조가 자신의 얼굴을 치려고 할 때 갑자기 주먹을 치켜들고 상대방의 주먹을 맞받아치며 박살내 버렸다. 시후의 주먹은 마치 총알처럼 빨랐고, 조해조가 반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조해조가 시후를 한방 먹일 줄 알았을 때 갑자기 자신의 오른쪽 주먹이 철권에 맞은 듯 ‘빠악!’하는 소리와 함께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시후의 주먹 앞에서 그의 주먹은 진흙으로 빚은 것에도 미치지 못했고, 엄청난 고통이 느껴진 후 주먹 전체가 완전히 쓸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조해조는 깨진 오른손 주먹을 끌어안고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 젊은이가 어떻게 이렇게 공포스럽고 이런 실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방의 주먹에 이 정도 실력은 자신의 인지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시후는 이때 그를 바라보며 "당신 같은 수준으로 세계 챔피언을 지도하려면 아직 멀었어. 이렇게 여기저기서 무리하게 싸움이나 할 시간이 있으면, 조금 더 연습해서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시후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길 수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보기엔 조안나..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하!”라며 웃었다."은 선생님, 제 실력은 제 자신이 잘 알고 있어요.. 조안나는 실력이 매우 뛰어나요. 브라질의 젊은 여성 킥복싱 선수 중에서 뛰어난 선수라서 실력은 확실히 좋습니다. 그러니 전.. 자신이 없어요..”시후는 그녀의 귀에 살짝 기대어 웃으며, "내가 지난 번에 준 환약 잊지 마~ 너의 지금 체력도 아주 좋지만, 진짜 고수와는 큰 차이가 있어, 하지만 만약 신약을 복용한다면, 힘, 반응 속도가 모두 크게 향상될 거야! 그러면, 브라질의 조안나를 이길 거야, 진짜야!”라고 말해주었다.설아는 그제서야 시후가 전에 자신에게 준 신약이 생각났다. 당시 자신은 아버지를 대신해 은 선생에게 약을 구하러 갔고, 원래는 약 한 알만 구하면 만족했지만, 은 선생님이 뜻밖에도 두 알을 주셨기 때문에 아버지는 다른 한 알을 자신에게 주셨다. 그러나 그 약을 줄곧 보관해 왔기 때문에 그것을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약이 신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며, 당시에는 부상 후 치료하는 약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설아는 시후를 보며 놀라 물었다. "은 선생님, 그럼 그 약이 제 힘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물론이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러 가지 면에서 설아 씨의 체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지금도 체력은 이미 강하지만 솔직히 브라질 선수와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있죠. 유전자의 차이는 때로는 타파하기 어렵고 단거리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흑인이라는 것과 비슷하죠. 흑인의 순발력이 다른 인종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준 약을 복용하면 근본적으로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심지어 그 이상의 신체 기능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은 선생님, 제가 도핑 테스트도 통과할 수 있어요? 스포츠 경기의 도핑 검사는 매우 엄격해서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지면
시후가 점심에 집에 손님으로 오겠다고 하자 설아는 기뻐하며 휴게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떠나기 전에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샤워 좀 해야겠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곧 나올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조급해하지 말고 먼저 일 봐."라고 말했다.옆에 있던 진원호는 "은 선생님, 꽤 복잡합니다, 차에서 좀 쉬시지요.”라고 제안했다."그래요, 그럼 차 안에서 기다리시죠?"그러자 진동오가 황급히 “그럼 선생님 여기로 모시겠습니다.”라며 길을 안내했다.시후가 진원호, 진동오과 함께 경기장 내부를 떠날 때, 조금 전 시후에게 오른쪽 주먹이 박살난 조해조가 어두운 얼굴로 선수 대기실로 들어왔다. 이 휴게실 입구에는 일장기가 붙어 있는데, '이토 나나코'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조해조는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휴게실 방문을 두드렸다. 곧 방문이 열리고 젊은 남자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구세요?"조해조는 "안녕하세요, 이토 나나코 선수와 코치인 야마모토 가즈키 씨를 만나보고 싶어서요."라며 다급하게 웃었다.젊은 남자가 휴게실에 있던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에게 돌아보며 "야마모토 씨, 이토 씨, 이 분이 두 분을 찾아오셨습니다." 그러자 야마모토는 미간을 찌푸리며 "누구세요? 우리가 아는 사이인가요?"라고 물었다.조해조는 헤헤 웃으며 겸손하게 "야마모토 씨, 제 이름은 조해조입니다. 10년 전 킥복싱 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했다가 당신 손에 졌는데.. 기억 안 나세요?"라고 말했다.야마모토는 "내 밑에서 진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은데 내가 어떻게 하나하나 다 기억할 수 있겠어?"라며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조해조는 머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저기, 야마모토 씨, 저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진설아의 코치.. 아니.. 조금 전에 사임했는데요..”라고 말했다.야마모토는 얼굴을 찡그리며 "진설아? 나는 왜 이 선수를 들어본 적이 없지? 이번 대회에서 톱5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