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이때 야마모토 가즈키를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훑어보았다. 사실 본인은 킥복싱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아마도 설아가 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이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보기에 이종격투기는 전통 무술을 배운 사람에게는 뭐랄까.. 일종의 이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근육과 뼈, 기교만 연마하는 종류의 사람들은 겉멋만 든 진정한 무술인이 아니다. 기를 잘 쓰고, 내력을 잘 사용하며 내력으로 온몸을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무술 고수가 되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에 무술을 단련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고, 태권도를 배우는 세 살짜리 아이도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기를 사용하여 진정한 무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만 명 중 한 명도 없다.시후의 눈에 야마모토 가즈키라는 사람은, 딱 봐도 진정한 무술인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의 장인과 나이가 비슷하다고 보이지만, 그의 체질은 매우 강하다. 근골격계 및 전체 신체 순발력은 모두 보통 사람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진정한 무술 고수 앞에서는 야마모토 가즈키가 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인간이 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무술 고수들은 이런 대회에 출전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보이스 오브 코리아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참가자들에 비유하자면, 진정한 무술 고수들은 세계 정상급 테너 파바로티 같은 존재다. 파바로티 정도의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은 경연에 나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그런 목소리로 멘토가 되는 것은 그의 신분과 지위를 오히려 깎아 내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회에 참가해서 외부에 알려져야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시후는 진정한 의미의 고수라면 이런 사소한 대회에 참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시후 같은 고수의 눈에는 거장처럼 보이려고
시후는 경악스러운 표정의 이토 나나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나코 씨, 당신의 근육과 골격은 확실히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일본인이니까, 일본의 혼합 격투술의 측면에서 알려드릴게요. 풍림화산류.. 알죠? 류와 켄 마스터즈가 속한 유파요. 그들이 말하는 파동은 음양을 바탕으로 하는데, 현재 당신의 연정화기가 절반 가까이 열려 있습니다. 만약 이 화기가 모두 열리게 된다면, 당신은 진정한 격투술의 대가가 될 기회를 갖게 될 겁니다."연정화기..?!" 이토 나나코는 "그런 건 무협 소설에서나 나오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풍림화산류라니요..? 그런 건 무협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단어인데..?”라고 놀라며 물었다.시후는 "일본 무술은 한국 전통 무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제가 풍림화산류를 언급한 것처럼 이 것은 소설이나 작가들이 제안한 것이 아니라 수천 년 전 한국의 선조들이 만들어 낸 전통 적인 무술에서 나온 것입니다.”라고 엄숙하게 말했다. "당신이 묻는 풍림화산류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해드리죠. 일단 지금 방식으로 연습하다가는 40~50년이 지나면 지금 코치님만큼 나이가 들겠죠.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무술의 경지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겁니다. 연정화기를 제대로 단련해야 제대로 격투술의 대가가 될 것입니다.”이토 나나코는 "그럼.. 대가가 된다면 그 실력이 대단해지는 건가요?"라고 물었다.야마모토 가즈키는 냉소했다. "나나코!! 이 자식이 함부로 지껄이는 것을 듣지 마라! 그런 건 한국 고대 무술의 일종이야! 저 녀석은 사람을 속일 뿐이다. 내가 예전에 너에게 태극의 고수라고 불리는 중국인들을 몇 명 보여줬던 거 기억나니?"“네..”야마모토는 "그래, 하얀 태극복을 입고 손으로 십여 명의 건장한 남자를 때리는 할머니도 있었다. 그건 그냥 엑스트라들을 배치한 사기에 불과해!”라며 시후를 믿지 말라고 했다."그건 중국 무술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대가가 되려고 사기를 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사기꾼
"쓰레기?" 이 말을 듣고 시후는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보아하니 이 가즈키는 아무래도 역시 굉장히 오만한 인간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시후의 실력에 대해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시후가 쓰레기라면, 아무리 기술을 익힌다고 해도, 상대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원래 처음 만났을 때는 기싸움을 한다고 쳐도 이 늙은이는 스포츠 정신이 없어 보인다. 그러자 시후는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야마모토 가즈키 씨가 좀 더 큰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하실 것 같으니, 내기를 한 번 해볼까요?”“그래 얼마든지 해봐라!” 가즈키는 냉소했다. 야마모토 가즈키에게는 시후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손바닥 하나로 자신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내기를 하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이길 것이기에 판이 커지는 것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시후는 웃으며 "하하하!! 저는 공평하고 원칙을 중시합니다. 그러니 한국인의 명예를 걸고 내기를 하시죠. 내기를 해서 이긴 쪽이 진 쪽의 이마에 라는 글자를 새기는 거죠~ 물론 가즈키 씨가 이기시면 일본어로 쓰시는 겁니다. 하하!!”라고 소리쳤다."그래, 이렇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모두 네가 내린 결정이다!”"그냥 다들 노는 거죠. 그리고 은시후 제가 말했으니 제 말은 지킬 겁니다!”야마모토 가즈키는 시후가 이렇게 강한 자신감을 보일 줄은 몰랐고, 냉소했다. "내가 너를 못 이길 이유가 뭐 있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두려워하는 놈이 바로 쓰레기인 거야!”이토 나나코는 "두 분,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왜 이렇게 불쾌하게 굴어요."라고 급히 두 사람을 말렸다. 그리고 그녀는 시후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제 사부님은 다혈질이세요. 그러니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선생님께 민감한 말을 해서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는데.. 죄송합니다. 개의치 않기를 바랍니다."그러나 야마모토는 "나나코! 너는 이토 가문의 딸이야! 하지만 내 일을 위해 개입할 필요도 없고 허락
하지만 가즈키는 시후의 손에 강한 내력과 영기가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 야마모토 가즈키는 시후의 손이 살상력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며 즉시 피식 웃었다. "그런 여자 같은 손이면 세 살짜리 아이보다 못하다! 나는 한 손으로도 이걸..” 가즈키는 한 손으로도 시후의 손을 부러뜨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지막 문장을 아직 완성하기도 전에 시후의 손바닥이 자신의 피부에 닿자마자, 마치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에 정면으로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그의 온 몸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가즈키는 외마디 비명을 지른 뒤 순식간에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이미 공중에서 그의 몸의 모든 정맥이 시후의 기에 의해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다시 말해, 공중에 떠 있는 시간 동안 그는 이제 일본 전역에서 인정받는 무도의 대가에서 아무런 힘 없는 폐인으로 전락했다. 곧이어 가즈키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내리꽂혔다. 야마모토 가즈키가 쓰러지는 순간, 그의 입에서는 이미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피가 하늘로 치솟자 그는 고통과 공포에 질린 얼굴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손발에 힘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그는 한국의 전통 무술을 무시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자신의 상태를 바로 판단했을 것이다. 이건 바로 경맥이 다 끊어져 버린 것이다..! 한국 전통 무술에서는 한 번 경맥이 끊어지면 다시는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하반신 마비와는 달리 사람의 신경을 복잡하게 얽힌 도로망에 비유하면, 뇌에서 몸 전체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는 사람의 경추이다. 하반신 마비는 목뼈에서 내려오는 간선도로가 완전히 파괴되어 뇌와 몸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없게 되는 것과 같다. 그런데 경맥이 끊어진다는 것은 온몸의 위아래로 연결된 모든 신경이 도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모든 도로망을 파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금 야마모토 가즈키는 바로 후자에 속해 있었다!이토 나나코는 바닥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하고, 얼굴에 고통이 가득 찬
이 순간 가즈키는 놀라서 온몸을 떨었다. 그의 일생에서 처음으로 영혼의 깊은 곳에서 공포를 느낀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고수를 본 적이 없으며 심지어 이것은 이미 고수에 대한 그의 인식을 훨씬 뛰어넘었다. 어떤 고수가 이런 무서운 실력을 가졌는지.. 부드러운 손바닥이 자신을 이런 폐인으로 만들다니.. 문제는 그가 자신을 완전히 폐인으로 만들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마에 그 굴욕적인 글자를 새기겠다는 것이었다."선생님!! 제가 남보다 실력이 부족한 탓에 폐인이 된 것도 슬픈데 체면은 세워주세요! 그 글자는.. 제발!! 안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이토 나나코도 눈물을 글썽이며 시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다급하면서도 간곡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선생님!! 제발 제 스승님이 연세가 많으신 만큼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시후는 이토 나나코를 보며 물었다. "만약 진 사람이 나였다면, 그를 잘 아니까 답해보세요. 당신 사부님이 나에게 기회를 줬을까요?”이토 나나코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자신의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나쁜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두 말할 것 없는 모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승님의 성격으로 시후를 이겼다면, 절대 용서할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토 나나코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계속 사정하고 싶었지만, 사정을 해도 진정한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자신은 눈앞에 있는 이 한국 남자를 모르지만,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스승이 그에게 '쓰레기'라는 말을 하다니.. 이건 역린을 건드리는 격이 아닌가… 이토 나나코는 이렇게 생각하자 눈물이 흘렀다. "선생님.. 제 스승님은 연세가 많으세요.. 원래 편안하게 말년을 누리셔야 하는데 저를 위해 다시 이렇게 힘든 길을 나섰던 겁니다. 이미 행동 능력을 잃었고, 남은 생은 분명 힘들 것입니다. 이미 매우 엄한 벌을 받았으니 부디 더 이상 그를 모욕하지 말아주십시오..”시후는 이토 나나코를 노려보며 "왜 그가
"하하하!! 돈이요? 당신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내 돈이 많아질 수 있겠어요..?”그러자 가즈키는 "1000만 달러에 가까운 저축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봐주신다면 이 돈을 모두 드릴 수 있고, 원화로 환산해도 최소 100억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옆에 있던 이토 나나코도 "선생님, 만약 돈이 문제라면 저도 비교적 두둑하게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저도 달러를 보태 드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시후는 야마모토 가즈키, 이토 나나코를 쳐다보고는 깜짝 놀란 고바야시 지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난쟁이에게 내가 얼마 있는지 물어보세요.”고바야시 지로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말을 더듬었다. "저..... 은 선생님..께서는 돈이 얼마나 있으신지 저는 정말 모릅니다..""모르겠어? 그럼 이치로 제약만 나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줬는지 직접 말해요! 하하하!”고바야시 지로는 다급하게 "저기.. 야마모토 가즈키 씨, 나나코 씨, 우리 그룹에서는 100억 원을 선생님께 드렸습니다..”"왜요?”고바야시 지로는 겁에 질렸다. 사실 이치로 제약이 시후에게 100억 정도를 넘겼는데, 그중 100억은 아버지 마사오가 살아 있을 때 그에게 의약품을 사라고 명령하면서 준 것이다. 나머지 돈은 친형을 살해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넘긴 돈이다.. 그래서 그는 감히 자신이 준 돈은 빼고 100억 만을 말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긴장해서 머리가 멍해졌어요.. 사실 우리 이치로 제약은 은 선생님에게 100억이 넘는 돈을 입금했습니다..”야마모토 가즈키는 이 숫자에 아연실색했다. 이치로 제약만 해도 이 젊은이에게 100억 원을 줬다고? 대체 무엇 때문일까..? 그는 그냥 코치 아닌가? 그런데 그런 돈을 가졌는데 왜 진설아의 코치를 해?!이토 나나코도 놀랐다. 이토 가문은 비록 매우 부유하지만, 나나코는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어,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모은 돈을 합쳐도 100억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후가 이렇게 돈이 많
가즈키는 시후가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 긴장한 채 "설마.. 설마 당신이 당신이 새기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무슨 소리예요? 내가 새기라고? 감히?” 말을 마치자 시후는 계속 웃었다. "내가 이번에 부른 것은 내 친구입니다. 그는 비록 많이 못 배웠지만, 그래도 ‘쓰레기’ 정도는 쓸 줄 아니까요. 가능한 한 이마에 크게 새겨 달라고 부탁하려고요.”가즈키는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치려는데 조직위 직원들이 달려와 이토 나나코와 설아에게 말했다. "두 선수, 이미 경기가 시작됐으니 각자 상대방이 링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서둘러 링으로 나가주십시오. 10분 안에 경기장에 도착하지 않으면 자동 기권으로 간주하겠습니다.”설아는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고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코치님, 제가 혼자 갈까요?”시후는 웃으며 "오늘 경기를 보러 왔으니, 당연히 같이 가야지?”라고 말했다.설아는 땅바닥에 누워 있는 가즈키를 보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 일은 어떻게 합니까?""그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여기 누워 있게 해. 아마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시후는 손을 뻗어 설아의 등을 토닥이며 "이따가 경기 잘 해야지! 파이팅이야!”라고 말했다.설아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 선생님, 걱정 마세요, 제가 꼭 노력할게요!"그리고 시후는 바닥에 누워있는 가즈키와 그의 옆에 있는 이토 나나코를 등지고 설아와 함께 라운지를 나와 링으로 향했다.이토 나나코는 가즈키에게 "스승님. 지금 구급차에 연락해서 병원으로 모셔다 드릴게요!”라고 말했다.가즈키는 "경기가 시작되니 빨리 경기에 나가라. 나 때문에 네 경기를 지체하지 마!"라고 소리쳤다.옆에 있던 고바야시 지로도 "나나코 씨,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기권으로 간주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우승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요!”라고 그녀를 설득했다.이토 나나코는 "하지만 사부님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어요. 지금 온몸을 움직일 수도 없잖아요!"라고 다급하게 말
그러자 가즈키는 기대와 애원 어린 눈빛으로 고바야시 지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로 씨.. 이번엔 부탁인데, 나를 좀 도와주시오.."고바야시 지로는 난처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었다. 만약 나나코가 자신에게 다른 일을 부탁한다면 당연히 자신이 최선을 다해 자신에 대한 호감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은시후의 코앞에서 야마모토 가즈키를 몰래 일본으로 돌려보내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이.. 이건 내 목숨을 걸고 행동하라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은시후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의 행동 스타일이 얼마나 악랄한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알고 있다! 처음에 자신의 형은 한국에서 시후의 손에 넘어졌다! 그때 고바야시 그룹의 개인 비행기가 한국 공항에 있었고, 비행기에 타면 형은 한국을 탈출해 도쿄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비행기는 도쿄로 돌아왔지만 형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고바야시 제약은 시후에게 거의 수백 억을 잃었다. 고바야시 제약은 일본에서도 몇 십 년을 종횡무진했는데, 언제 이런 조폭을 만났던가..! 그러니 지금은 자신을 때려죽여도 시후에게 미움을 살 수 없었다..!이토 나나코는 고바야시 지로가 난처한 얼굴로 계속 말을 하지 않자 "고바야시 지로 씨,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고바야시 지로는 한숨을 내쉬며 솔직하게 말했다. "나나코 씨, 솔직히 말해서, 방금 그 은 선생님의 본명은 은시후입니다. 저는..”이토 나나코는 "지로 씨, 자꾸 우물쭈물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봐요!"라고 따졌다.고바야시 지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저는.. 그를 건드릴 수 없어요..”"에?!" 이토 나나코와 야마모토 가즈키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두 사람은 이렇게 체면을 중시하는 고바야시 지로가 두 사람 앞에서 자신이 방금 그 은시후를 건드릴 수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래도 지로의 표정을 보니 은시후에 대해 매우 꺼림칙하고 두려워 하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