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진원호는 아침 일찍 은시후의 집으로 찾아왔다.은시후가 장을 보러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렸던 그는, 은시후를 마주치자 검은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진원호의 말에 따르면, 이 카드에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 들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가문을 구하기만 한다면, 은시후가 돈을 다 써도 무방하다고 말하는 그였다.그의 옆에는 진설아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지난 번 골동품 거리에서 보았던 그 오만한 모습이 아니었고, 그저 공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진동오가 옥을 사오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는데, 이번에도 또 불운을 만나게 되었다. 진원호는 아무런 이유 없이 건강이 계속 나빠지는 것을 느꼈고 숨도 턱턱 막히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진설아는 이제 자신의 가족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은시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원호는 은시후에게 카드를 건네 준 후, 은시후 앞에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었다. “은 선생님! 아무쪼록 저의 집안을 좀 구해 주십시오.. 저는 뭐 죽어도 상관없지만 저희 딸은 아직 어립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진설아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함께 울면서 “선생님.. 제발 저희 가족들을 좀 살려주세요. 정말 제 목숨까지 걸어서라도 제 아버지를 장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진원호는 “너 대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냐!”라며 그녀를 꾸짖었다.은시후는 마지못해 고개를 저으며, 손을 뻗어 두 사람을 차례로 부축하여 일으켰다. 먼저 진원호를 일으켜 세운 뒤 진설아를 일으켜 세우자, 그녀의 보드라운 작은 손의 촉감이 느껴졌다.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싱숭생숭했다.두 사람을 일으켜 세우자, 진설아는 두 뺨이 조금 붉어지며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 보였다.은시후는 “안심하십시오. 이렇게까지 하시니.. 저도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이 무사히 이 재앙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진원호와 진설아는 그의 말에 감동하여 또 다시 무릎을 꿇으려 하자, 은시후가 가로막았다. “됐습니다. 이제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은시후는 경매장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진원호의 일 때문에, 김상곤은 또 다시 거실에서 밤을 지새며 걱정을 해댔고, 그에게 연신 당부를 했다.은시후는 장인 어른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 몇 마디 얼버무린 뒤 물었다. “아버님! 이번 경매에서 정말 압권이라고 할 만한 보물이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아버님도 들어 보셨습니까?”“그래, 맞다.” 김상곤은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은 듯이, “나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꽤 가치 있는 보물이라고 들었다. 세상에 둘도 없다는 그런 보물이라고 하더군..”그는 말을 마치자, 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더니 순간 은시후를 잡아 끌며 “사위, 제발 그 보물을 살 생각은 하지도 마! 그런 보물이 경매장에 나온다고 치면 가격이 얼마나 되겠어?? 제발.. 우리는 그냥 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사위!”은시후는 자신의 장인어른이 진원호의 카드를 함부로 써서 이후에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아버님 말이 맞습니다. 그냥 보기만 하고, 함부로 구매하려 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그럼 다행이군.” 김상곤은 그가 단념하지 않을까 봐 마음 속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자네가 사고 싶다고 해도 자네의 몫은 없을 거야.”라고 덧붙였다.“왜요?”“어제 내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아봤는데 이번 경매장에 우현당의 우 대표도 참여한다고 하더군.. 그 보물을 가지고 오는 곳이지.”“우현당에서 이 경매에 참석한다는 말입니까?.”이 우현당이라는 곳은 전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바닥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었다.우현당의 대표는 우은찬으로, 전국에서 유명한 풍수의 대가였다!전국의 유명 연예인, 대기업 총수들은 비싼 돈을 주고 오랫동안 기다려 운세를 보러 왔다. 우은찬은 그 유명세로 인해 최근TV 강연까지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이 풍수 거장에게 관상을 한 번 봐 달라고 하기만 하면, 1회 방문 비용이 적게는 수 천만 원
송민정의 차는 빠르게 아트센터로 향했다.아트센터는 1, 2, 3 본 전시장과 1, 2, 3 특별관 그리고 4, 5, 6 전시장까지 굉장히 큰 대규모의 건물이었다. 이번 경매 행사는 6전시장에서 이루어지며, 전시는 1, 2, 3 전시장에서 진행되었다.작년에 새로 지어진 본 건물은 고급스럽고 매력적인 건축 양식으로 건축되었다.은시후는 송민정을 따라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눈앞에 현대적 미감이 물씬 풍기는 전시장이 보였다. 그리고 사방의 벽에는 여러 작품들이 걸려있었고, 복도 중간 중간에는 조각들이 서있었다. 그 중에서 고서화가 곳곳에 걸려있는 곳이 바로 경매장이었다.앞쪽 경매대에는 붉은 담요가 깔려 있었다. 테이블 아래는 관람객들과 VIP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좌석을 마련해 두었고, 테이블 위에는 고급스러운 케이터링이 준비되어 있었다.한 눈에 보아도 지난 번 경매장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인 것이 티가 났다. 대관장소 마련에만 해도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었다.송민정의 좌석은 맨 앞줄에 있었다. 은시후와 장인 어른은 송민정을 따라 앞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미처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사람들이 뒤에서 밀려와 은시후는 어쩔 수 없이 옆 통로의 빈 곳으로 비켜섰다.그는 미간을 약간 찌푸린 채 사람들이 밀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들어왔는데, 길을 터 준 사람은 경호원들이었다.“우 선생님 오셨어요??” 송민정은 가볍게 소리치며 고개를 들어 소리 난 쪽을 바라보았다.뒤에서 밀려온 사람들은 모두 경매장에 참가하는 VIP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모두 푸른 도포를 입은 한 중년 남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남성은 매우 거만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얼굴에 공손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은시후는 그를 보더니 말했다. “아.. 저 사람이 바로 그 우은찬 대표군요... 자세가.. 참.. 좋습니다..하하..”우은찬 대표는 몰려든 사람들 틈에서
시후의 옆에 있던 송민정은 “선생님, 마음에 두지 마세요. 우 선생님이 성격이 좀 있으셔서요.”라며 난처해했다.하지만 은시후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송민정에게 “들어가시죠.”라고 말했다.손님들은 순서대로 입장했는데, 사회자는 아트센터의 팀장이었다. 그는 연단에 올라가 인사말을 한 뒤 바로 경매에 들어갔다.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지난 번 경매가 잠정 취소된 탓에, 이번 경매는 지난 번보다 더 많은 물건들이 나왔고 참관객도 두 배로 늘었다.두 명의 의전 도우미가 작은 수레를 밀고 단상에 올랐다. 첫 번째 물건은, 고풍스러운 은상감 향로였다. 경매사는 “이 물품은 조선시대에 쓰이던 향로로, 앞에 보이시는 것과 같이 두 마리 사슴이 그려져 있습니다. 향로는 예전부터 해충을 쫓거나 실내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썼습니다. 그런데 향로라는 것이 불교적으로는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의미를 지닌 향을 피우는 데 사용된 기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잡귀나 잡념까지 제거한다는 의미로 절이나 각종 제사 의례에서도 사용되었지요. 이 향로는 정말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이고 무늬도 우아하여 꽤 값이 나가는 물품입니다.”말을 마치자, 그는 도우미에게 향을 피워보라고 했다.한복을 차려 입은 도우미들이 은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향을 한 줌 파서 불을 붙였다.새하얀 연기가 향로를 따라 서서히 흘러내렸다. 안개가 피어올라, 아래 쪽이 연기로 가득 차자 사슴이 살아 숨쉬는 듯 마치 안개 속을 뚫고 뛰는 듯했다.옅은 향이 경매장에서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그 향 때문에 속이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경매사는 탁자를 두 번 정도 두드리며, “경매 시작가 800만 원! 웃돈이 200만 원입니다!”이 향로는 정교하게 제작되어, 소장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경매가도 적당하여 사람들이 잇달아 손을 들었다.이윽고, 향로는 1500만 원의 가격으로 낙찰되었다.이어서 7, 8점의 물건들이 나왔는데, 모두 좋은 품질의 골동품들이었다.회
진동오는 요 며칠을 매우 비참하게 지냈다.엊그제 사고를 당하고 나서 작은 아버지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뒤 감금까지 당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골동품과 관련된 이렇게 큰 행사가 열린다는데 이 천하의 진동오가 놓칠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는 오늘 심기일전으로 가까스로 탈출해 나왔는데 여기서 은시후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그는 줄곧 은시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 그저 작은 아버지가 완전히 속아넘어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정면으로 은시후에게 도발은 할 수 없었기에, 은시후가 그 목걸이를 낙찰 받으려 하자 계속 값을 높여 불렀다. 별 소용이 없긴 하겠지만 은시후를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저 괜찮았기 때문이다.은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차갑게 고개를 돌리고는 계속 값을 불렀다.“7천만 원!”진동오는 계속 시후의 꽁무니를 바짝 따라오며 값을 높여 불렀다. “8천만 원!”김상곤은 더 이상 자리에 앉아만 있을 수 없었다. “시후야, 그만하자~ 됐어. 괜히 다투지 말고~!!”은시후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시지요.”그리고는 손을 들고 말했다. “1억 8천만 원!”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다른 사람은 8천만 원까지 불렀는데, 갑자기 1억을 더 하다니?진동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1억을 더 부른다고? 왜 일반적인 순서대로 값을 부르지 않는 거야? 내가 9천만원을 불렀으면 많게는 천만 원을 더해서 불러야지?! 이게 무슨..?너는 돈이 많아서 그런 가 보지? 아니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은시후는 진오동을 쳐다보며 눈썹을 들어올린 채 웃으며 말했다. “진동오 씨, 계속하시죠?!”진동오가 한 마디를 뱉었다. “아니.. 미쳤어? 이 너덜너덜한 목걸이를 1억 8천에 산다고?! 너나 가져~!”진동오는 쪽팔려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그 진주 목걸이 때문에 1억 8천을 주는 것이 정말 아까웠다.자기가 봤을 때 저 진주는 많아도 7천 정도면 최고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옥은 일정한 영기를 함유하고 있다. 이를 본 은시후는 이 물건이 진원호의 집안에 들어온 살기를 없애는 데 사용하기 알맞다고 생각해 즉시 숫자 패를 들었다.“1억 천만!”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자 익숙한 목소리가 또 울려퍼졌다.“1억 2천만!”은시후는 고개를 돌려 진동오가 도발적인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것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내색 않고 계속 숫자 패를 들었다.“1억 3천만!”“1억 4천만!”진동오와 은시후의 경쟁 때문에 옥의 가격은 짧은 시간 내 이미 많이 올라버렸다.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진동오가 다시 은시후를 겨냥하기 시작했음을 눈치챘다.모두들 한 번 더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은시후의 손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은시후는 천천히 패를 들며 “5억!”이라며 입을 뗐다.와 대박!!!정말 미쳤다!1억이 5억으로 뛰었어!진동오의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인가? 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 그 돈을 이렇게 막 부른다고?자신은 소문난 부잣집 아들이었지만.. 아무래도 저 돈을 주고 물건을 사기는 너무 아까웠다......그는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어떻게 하지?은시후를 따라 돈을 부르면, 5억을 헛되이 버리게 될 것이다.그렇다고 돈을 부르지 않는다면 분명 은시후가 자신을 비웃고 여기 있는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비웃게 될 것이 뻔했다.그리고 조금 전에 이미 체면을 깎았는데, 또 다시 은시후에게 비교당한다면 정말 면목없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이 생각을 하자 진동오는 이를 악물고 “내가 5억 천을 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현장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진동오가 천만 원을 더 불렀다!이제 진정한 싸움이 시작되는 건가?!은시후는 빙긋 웃으며 “그럼 전 5억 3천!”“와씨!!!”“미친 거 아냐?!!!”“이 행님들 돈이 장난 아닌가 보네?!!!”현장에 있는 모두가 은시후의 스케일에 놀라버렸다.진동오도 멘붕하기
진동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잠시 망설였지만, 이성은 충동을 이겨냈다.“포기할게요!”“쳇!”“아! 쓰레기 같은 놈..”“쪽팔린다~!”“와..씨 개쪽팔려!”사람들은 진동오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고, 사람들이 그를 비웃는 거침없이 비웃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다.그는 심지어 오늘 감금된 집에서 뛰쳐나온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극도로 창피함을 느끼자, 진동오는 한동안 기가 막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가 잠시 뒤 시후를 쳐다보았다. 은시후의 가소롭다는 눈빛에 진동오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참다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은시후에게 물었다.“어이, 당신. 왜 대체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야?”은시후는 천천히 테이블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아무도 나와 경쟁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맞서 싸운 건 당신이죠? 그런데 왜 저에게 와서 화를 내시는 겁니까?”옆에 있던 송민정도 “진동오 씨, 경매의 룰은 원래 이렇습니다. 이쯤에서 패배를 인정하십시오.”라고 말했다.진동오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지만 감히 송민정의 미움을 살 생각은 하지 못했다.“두고 보자!!!” 진동오는 은시후에게 삿대질하며 화를 내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은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런 놈이 가문에 있다니....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은시후는 또 다시 블랙카드로 한 번에 결제를 완료했다.어차피 진원호의 돈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쓴다고 해도 조금도 아깝지 않았기에..그나저나.. 진원호가 자신이 이렇게 많은 돈을 쓴 것이 죽일 놈의 진동오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아마 진동오를 반쯤 죽여 놓아야 한이 풀리지 않을까?정말 재미있는 일이다.한 시간이 지나자 경매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그동안 진동오는 한 번도 가격을 부르지 않았는데, 아마 은시후에게 당한 것 같아 겁을 먹은 것 같아 보였다.바로 그때, 도우미와 경비원들이 작은 수레를 힘겹게 끌고 단상위에 올
군중들이 잇달아 가격을 다투어 대왕 조개의 가격은 순식간에 20억 가까이 올랐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알고 물러났지만, 아직도 이 물건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은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다.바로 그때, 우은찬이 일어나 “내가 25억에 가져가지!”라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여러분, 제가 오늘 이 경매에 온 것은 바로 이 대왕조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저에게 양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따가 제가 모두에게 평안부적을 하나씩 드리겠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현장에 있던 참관객들은 대부분이 대표나 사장이었기 때문에, 우은찬의 명성을 알고 있어 함부로 반대를 하지도 못했다.만약 잘못해서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집안이 난장판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렇게 비싼 평안부를 공짜로 준다고 하니, 적잖은 사람들이 불쾌하긴 했지만 참고 욕심을 억눌렀다.센터 팀장은 우은찬의 태도를 보고 비록 얼굴에는 내색을 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었다.원래 경매는 가격을 높게 부르는 사람이 낙찰 받는 것인데, 지금 우은찬이 오히려 규정을 파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정말 25억으로 그에게 낙찰된다면, 자신이 돈을 좀 덜게 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렇게 불공평하게 경매가 진행되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아트센터의 명예는 실추될 것이 뻔했다.그러나 팀장도 우은찬이라는 사람이 매우 잘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수완이 있어서 미움을 사면 잘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우은찬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그는 속으로 흥분된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다.이 대왕조개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아침 일찍부터 서울까지 왔는데..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소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겨우 25억이라니..사실 이 물건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기만 하면, 25억은 고사하고 틀림없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 뻔하다!게다가, 확실히 조용한 것을 보니 아무도 자신과 감히 경쟁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