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스티브 로스차일드가 연회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버지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스티브 로스차일드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워드 로스차일드가 거풍환을 간직한 채 기쁨과 아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돌아왔다.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아버지의 얼굴을 계속 유심히 살폈다. 혹시 헬레나와 단둘이 만난 뒤 젊어진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만약 정말 젊어졌다면 시후에게서 거풍환을 받았다는 뜻일 터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버지는 10분 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속으로 생각했다.‘아버지가 이번에 노르웨이까지 오셔서 이렇게 공을 들였는데도 거풍환 반 알조차 받지 못한 건가?’그렇게 생각하니 그는 오히려 마음이 조금 들떴다. 시후는 아버지에게는 거풍환을 주지 않았으면서 자신만 따로 불러 만났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자신에게 더 큰 비중을 두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물론 그는 아버지가 받은 반 알의 거풍환을 지금도 몸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하워드 로스차일드는 당장이라도 거풍환을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배려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간 뒤 스티브 로스차일드가 한국으로 떠나고 나서 적당한 기회를 골라 복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때까지도 헬레나는 아직 연회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자리에 앉자마자 낮은 목소리로 스티브 로스차일드에게 말했다.“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가는 걸로 하자. 집에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너도 빨리 준비를 마치고 한국으로 떠나고 싶지 않으냐?”스티브 로스차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것은 아버지 뜻에 따르겠습니다.”그러다 문득 시후가 부탁한 일이 떠올라 말했다.“아, 참. 아버지. 뉴욕으로 돌아가면 휴스턴에 한번 다녀오려고 합니다. 원격탐사 위성 회사를 하나 인수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잘 알고 있었다.시후가 원하는
헬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좋은 모습을 보여 주신다면 반 알은 물론이고, 한 알이든 두 알이든 충분히 가능합니다!”하워드 로스차일드는 헬레나가 그저 희망을 심어 주는 말이라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마치 가장 든든한 보장을 받은 사람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거풍환의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한 알 팔릴 때마다 한 알씩 줄어든다면, 훗날 자신이 다시 거풍환으로 수명을 연장해야 할 때 더 이상 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시후가 앞으로도 한두 알 더 팔아 줄 수만 있다면 자신이 백 살을 넘겨 사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한편 그 시각, 하워드 로스차일드의 아들 스티브 로스차일드는 놀란 표정으로 시후 앞에 서 있었다.몇 분 전 시후는 스티브 로스차일드에게 자신의 요구를 전했다. 미국 최대의 민간 원격탐사 위성 회사를 인수해 달라는 것이었다.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시후가 왜 그런 회사를 사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략 시후가 직접 활용하려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은 선생님, 회사를 인수한 뒤에는 바로 은 선생님께 넘기면 되는 겁니까?”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닙니다. 우선 스티브 씨가 경영권을 확보한 뒤 다른 주주들을 가능한 한 이사회에서 정리하세요. 모두 물러나면 전문 경영인 한 명을 대표로 임명하면 됩니다. 누가 그 자리를 맡을지는 제가 결정할 겁니다. 그때 필요한 자료는 제가 준비해 드릴 테니, 당신은 제가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 사람이 차기 CEO라고 공식 발표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 일은 성공적으로 끝난 겁니다.”시후는 원격탐사 위성 회사를 자신의 손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직접 회사를 인수한다면 FBI와 국토안보부의 반복적인 심사를 받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여왕 폐하... 잠깐만요, 여왕 폐하!”헬레나가 거풍환을 삼키는 모습을 본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순간 크게 당황한 나머지 본능적으로 소리쳤다.헬레나는 거풍환이 입안에서 녹아 따뜻한 기운이 되어 몸속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끼며 약효가 온몸에 스며드는 감각을 음미했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하워드 로스차일드에게 물었다.“왜 그러시죠, 로스차일드 씨? 그렇게까지 놀라실 일인가요?”하워드 로스차일드는 헬레나가 거풍환을 완전히 삼켜 버린 것을 보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여왕 폐하... 어째서... 어째서 그 반 알을 드셔 버리신 겁니까...”헬레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왜요? 로스차일드 씨가 사신 건 절반뿐이잖아요. 남은 절반은 제가 먹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제 거풍환을 제가 먹는 것도 잘못인가요?”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자신이 다소 무례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해명했다.“여왕 폐하, 제... 제 뜻은 그게 아닙니다... 다만 여왕 폐하께서는 아직 젊으시고 건강하시고 활력도 넘치시는데, 이런 거풍환을 드시는 건 정말... 정말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말을 마친 그는 '아깝다'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급히 말을 바꿨다.“여왕 폐하... 아니, 그것도 제 뜻은 아닙니다... 저는... 저는 그 반 알도 함께 사고 싶었습니다... 같은 500억 달러는 물론이고, 더 많은 돈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왕 폐하께서는 방금 아무렇지도 않게 500억 달러짜리 거풍환을 드셔 버리셨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그렇습니다...”헬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먹을 때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로스차일드 씨가 산 건 반 알뿐이고, 남은 반 알은 다시 보관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먹어 버렸을 뿐이에요.”그러고는 거의 무너질 듯한 표정의 하워드 로스차일드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그리고 로스차일드 씨, 잊지 마세요. 제가
거풍환 한 알의 무게는 고작 몇 그램에 불과했다. 절반이라면 그 무게는 더욱 미미했고, 게다가 헬레나가 거의 정확히 한가운데를 잘랐기 때문에 두 조각의 무게 차이는 사실상 가늠하기 어려웠다.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 알려면 정밀 저울 같은 고정밀 장비를 써야 할 정도였다.하워드 로스차일드는 한참 동안 양손에 올려 무게를 재 보았지만 두 조각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그는 아쉬운 듯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소형 정밀 저울이라도 하나 가져올 걸 그랬습니다...”헬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로스차일드 씨, 두 조각의 차이가 있어 봐야 아주 미세할 거예요. 너무 그렇게 따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하워드 로스차일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여왕 폐하, 이 거풍환은 대략 10그램 정도이고 절반이면 약 5그램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500억 달러니 1그램당 가치가 무려 100억 달러인 셈입니다. 아마 세상에서 알려진 물질 가운데 가장 비싼 물건일 겁니다. 설령 차이가 0.1그램뿐이라 해도 그게 무려 10억 달러 아닙니까.”헬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계산만 하며 살 수는 없어요. 때로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하죠. 사실 얼마 전 제가 정말 존경하는 한 분께서 제게 결단력과 과감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여기서 계속 망설이고, 이랬다저랬다 하며, 얻을까 잃을까만 고민하는 것보다 차라리 과감하게 한 걸음을 내딛고, 한 번 내린 결정은 후회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요.”하워드 로스차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했다.“여왕 폐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너무 집착했군요.”그는 왼손에 들고 있던 반쪽을 내려놓고 오른손의 반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그럼 저는 이 반쪽으로 하겠습니다.”헬레나가 물었다.“확실하신가요? 결정하시면 다시 바꾸실 수는 없습니다.”“확실합니다. 아주 확실합니다.”하워드 로스차일드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더
헬레나가 자신의 속마음을 곧바로 꿰뚫어 말하자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잠시 망설였지만 더 이상 숨기지 않고 공손히 말했다.“여왕 폐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직접 북유럽까지 와서 AI 모델 납품을 끝까지 챙긴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 신비한 거풍환 반 알을 하루라도 빨리 손에 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잠시 말을 멈춘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AI 모델도 성공적으로 인도됐습니다. 게다가 이 모델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최고급 칩이 사용돼 실리콘밸리의 그 시스템보다도 성능이 훨씬 뛰어납니다. 그날 시연했던 영상 처리만 봐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AI 결과물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 보는 AI 영상도 얼핏 보면 매우 사실적이지만 영화 특수효과처럼 자세히 보면 허점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번 AI 모델이 처리한 영상은 진짜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처리하는 내용만 너무 황당하거나 부자연스럽지만 않다면 전문가에게 분석을 맡겨도 문제점을 찾아내기 어려울 겁니다.”헬레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워드 로스차일드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영상을 처리하는 AI 모델이 많지만 대부분은 오락용 수준이라 사실감이 부족하다는 것이 한눈에 드러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이 AI 모델이 렌더링한 영상은 차원이 달랐다. 진위를 완벽하게 속일 수 있을 정도로 극도로 좋은 퀄리티를 자랑한다.만약 이번 임무의 완성도를 평가한다면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충분히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 셈이었다. 그래서 헬레나는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았다. 곧바로 주머니에서 일회용 장갑 한 켤레를 꺼낸 뒤 시후에게 받은 거풍환 한 알을 꺼내 하워드 로스차일드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하워드 로스차일드 씨, 이것이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거풍환입니다. 우리의 약속대로 이제 500억 달러에 이 거풍환의 절반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거풍환을 본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더욱 흥분하며 연신 말했다.
그때 시후가 정색하며 말했다.“헬레나, 좀 더 결단력 있게 행동하세요. 항상 망설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일은 제가 말한 대로 하세요. 조금도 주저하지 말아요.”시후의 말에 헬레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시후가 의식을 잃었을 때, 자신이 모든 옷을 벗고 그의 곁에 누워 있었던 순간이 떠올랐다.그때의 자신은 결단력이 부족했다. 계속 망설였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문득 그녀는 그때를 후회하기 시작했다.‘그때도 은시후 씨 말씀처럼 조금만 더 과감했더라면... 조금만 더 결단력 있었더라면...’그 생각에 헬레나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녀는 손에 든 거풍환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단호한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은시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을게요. 끝까지 결단력 있게 행동하겠습니다.”시후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금 당신은 여왕입니다. 수백만 국민의 사랑을 받고 수천만 국민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죠. 결단력과 단호함은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분위기만 봐도 그런 모습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헬레나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은시후 씨, 알겠습니다!”그러고는 매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거풍환 반 알은 하워드에게 드리고, 나머지 반 알은 그 사람 앞에서 제가 바로 복용하겠습니다. 그리고 은시후 씨 말씀대로 지난번 250억 달러도 그대로 남겨 두겠습니다. 앞으로 은시후 씨께서 무엇을 시키시든 저는 절대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겠어요.”시후는 그녀의 변화가 다소 놀라웠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달라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기뻤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당신에게서 이렇게 큰 변화를 보게 되어 기쁜데요.”헬레나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윙크한 뒤 거풍
시후는 한때 암살자 547가 머물던 거처를 찾아내는 것은 아마도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 미스터리의 조직이 죽음의 전사들을 극도로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병사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감지하지 못하게 하고, 외부의 빛이나 온도, 소리, 사계절의 변화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죽음의 전사 소속 암살자 547은 자신이 생활하는 장소가 지구의 7대륙 중 어디에 속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열대기후인지 한대기후인지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 이렇게 유일한 생존자조차 실질적
무대 아래 두 무리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속내를 품고 있었지만, 모두가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건을 들고 있는 중앙대장의 이름은 메이슨으로, 그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한 동료들은, 손에 쥐고 있는 수건을 마치 부귀영화로 가는 열차의 티켓이라도 되는 양 무의식적으로 꽉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곁에 있는, 수건을 들지 않은 특수부대 대원들이 이미 곁눈질로 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언제든지 공격을 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단상 위의 시후는 미소를
시후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소이연은 가장 먼저 자신의 부모님과 외조부 하성호에게 알렸다.진주 하 씨 사람들은 몹시 흥분하여, 온 가족들을 정원에 불러내 시후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시후가 진주 하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진주 하씨 집안 사람들은 이미 양옆에 줄을 맞추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한층 더 생기 있는 모습의 소수도 역시 환영 대열에 있었다.시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성호의 지휘 아래 진주 하 씨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외쳤다. “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소수도 역시 진주 하씨 사람들이 모
“좋습니다.”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물었다. “타고 갈 쾌속정은 준비됐습니까?”“준비됐습니다.” 성도민이 대답했다. “선생님의 요청대로, 머큐리 선외기 여섯 대가 장착된 쾌속정을 준비했습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0킬로미터까지 낼 수 있습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데려다 주시죠!”성도민은 시후를 데리고 무인 해안으로 향했다. 그곳의 모래사장에는 개조된 대형 픽업트럭이 세워져 있었고, 트럭의 뒤에는 바다 방향으로 후진 주차된 채, 검은색 방수천으로 감싼 6~7미터 길이의 무언가가 트레일러에 실려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