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녀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꺼내자 다나카 코이치의 이름이 화면에 떴다. 그러자 나나코는 하던 생각을 접고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다나카 씨,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셨죠?”다나카 코이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가씨,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회장님께서 분노하시며 방금 집에서 도자기와 골동품들을 많이 던져 깨부시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이토 나나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버지께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요?”"오늘 회장님이 고바야시 제약 이사회와 주식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저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계약 체결 후 재무부서에서 1500만 달러를 고바야시 제약 계좌로 송금했지요..""아버지께서 고바야시 제약에 계속 투자하고 싶어하셨잖아요? 오늘 소원이 이루어졌는데 왜 화를 내고 진노하시죠?”"회장님께서 재무직원들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명령하기 전에는 고바야시 제약의 주인이 바뀐 줄 몰랐거든요.. 하아..”"주인이 바뀌었다고요?? 무슨 일이에요? 고바야시 지로가 실종되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다시 돌아왔단 말인가요?”"아니요.. 고바야시 지로가 돌아온 게 아니라 이미 죽었다던 형 고바야시 이치로가 갑자기 살아 돌아왔습니다..!”"에에? 나만 점점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다나카는 한숨을 쉬며 “사실 이치로가 살아 돌아온 건 큰 문제가 아닌데, 관건은 바로 그가 고바야시 제약의 유일한 상속인으로써, 고바야시 제약의 지분 90%를 한국의 구현 제약이라는 제약 회사에 넘겼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아버지께서 고바야시 제약 30주를 인수하셨잖아요. 그렇다면 고바야시 제약의 지분은 70%만 남는데.. 어떻게 지분 90%를 한국 회사에 넘길 수 있죠..?”"이것이 바로 회장님이 진노하신 이유죠. 고바야시 제약 회장 대리인 고바야시 마사요시와 주식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이 완료된 후 바로 돈을 지불했지
다나카 코이치는 시후가 일본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아가씨의 기쁨 섞인 목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자 그는 ‘제가 방금 알려드린 내용을 분명히 캐치하지 못하셨습니까? 회장님께 은시후 씨가 1500만 달러를 강탈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가 일본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한 것처럼 보이는 거죠 아가씨?’라고 곰곰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나카 코이치는 감히 입 밖으로 이 질문을 낼 수는 없었다.그러자 이토 나나코는 상대편이 대답이 없자 “다나카 코이치 씨!! 어서 대답해 주세요~~ 시후 군이 정말 일본에 온 거냐고요?"라고 물었다.다나카 코이치는 "네, 아가씨. 일본에 오셨는데, 지금은 도쿄에 계십니다. 오늘 만났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일본에 온 것이.. 고바야시 제약을 합병하러 온 건가요?”"그렇겠죠? 구체적인 상황은 저도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고바야시 제약을 흡수하기 위해 온 것 같습니다..” ‘시후 군이 고바야시 제약을 흡수하러 일본에 왔으면, 도쿄에 며칠밖에 머물지 않을 텐데.. 바쁜 일만 끝나면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겠지? 그럼 분명 교토에 오지 않을 것이고, 그럼 나도 그를 만날 기회가 없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자, 이토 나나코의 마음은 안타까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마음 속에서 한 가지 강렬한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쿄에 가고 싶었다. 그녀는 시후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급히 다나카 코이치에게 물었다. “다나카 씨.. 시후 군이 도쿄에 며칠 정도나 머물 것 같아요?”다나카 코이치는 어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가씨,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그럼, 제가 와타나베 씨에게 준비하라고 할 테니 내일 아침 일찍 도쿄로 갈래요!”"도쿄로 오신다고요? 아가씨, 그 전까지는 늘 교토에서 요양하고 싶으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갑자기 도쿄로..?? 설마.. 설마 은 선생님을 위해서..?""맞아요!” 이토 나나코는 아무 생각 없이
이토 나나코와 다나카 코이치는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지만, 나나코는 그의 말에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서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다나카 씨!! 당신은.. 오해하고 있어요!! 나는.. 나는.. 은 선생님을 사모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나카 코이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가씨, 제가 이토 그룹에서 여러 해 동안 일하고 있고, 오랫동안 아가씨의 곁을 따라다녔습니다. 아가씨는 제가 잘 알아요. 그러니 저에게 숨길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사생활을 캐내고 싶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제가 아가씨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면 회장님의 혜안으로는 아가씨의 마음을 더더욱 숨길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가씨는 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하고, 오히려 회장님 앞에서 그 마음을 들킬까 봐.. 걱정되어 그런 겁니다.”"그.. 그게.." 이토 나나코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다나카 코이치의 말이 순전히 호의에 의해, 그녀를 일깨워 주기 위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녀 역시도 자신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가 결코 외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일찍이 수없이 자신에게 분명히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나나코가 장차 일본인과 결혼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뿐이며, 그것도 순수한 일본 혈통의 일본인만 가능하다는 것을 매번 상기시켰다. 심지어 1,200년 전에 한국과 중국에서 온 이민자, 이미 일본에서 3, 4대째 살고 있는 사람들 조차도 그의 눈에는 순수한 일본인으로 보이지 않았다.알리바바에 투자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일본에서는 갑부로 통하지만, 이토 유키히코에게는 일본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손 회장의 할아버지는 대한민국의 대구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수년 전 대구에서 일본으로 이민을 가, 광부 일을 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손정의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자랐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이미 표준적인 일본인이었다. 그러나 이토 유키히코와 같은 민족주의
이토 나나코는 시후의 실력이 이미 자신의 인식보다 훨씬 뛰어날 것임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사부 야마모토 가즈키는 부상을 당한 후, 은시후가 그를 한 손으로 폐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결코 완력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어떠한 강한 힘으로 그의 온몸을 으스러뜨린 것이라고 말했다.왜냐하면 야마모토 가즈키도 한때 인술 고수들을 접한 적이 있었고, 비록 그의 실력은 인술 고수보다는 훨씬 떨어졌지만 적어도 몇 수 정도는 상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후에게도 전혀 대항할 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결국, 이 사실은 시후의 실력이 일본의 내로라하는 인술 고수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토 나나코는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도, 이토 그룹도 모두 시후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그러나 이토 유키히코는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시후의 실력이 야마모토 가즈키 보다 조금 더 낫고, 자신의 두 경호원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을 뿐, 인술 고수들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다나카 코이치는 이토 나나코의 말을 듣고 서둘러 답했다. "아가씨,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안심하세요.. 회장님과 은 선생님이 충돌한다면, 제가 반드시 방법을 강구해서 설득하겠습니다!”"네, 다나카 씨.. 그럼.. 이렇게 하시죠.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저에게 말씀해주시고요!”“네, 아가씨, 그럼 푹 쉬세요!”전화를 끊은 이토 나나코는 두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글퍼 했다. 그동안 그녀는 매일 밤마다 시후를 그리워하며 그와 다시 만나기를 바랐다. 그리고 다시 만날 기회가 매우 희박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시후가 이렇게 일본에 올 줄은 몰랐다! 예전에 시후는 그녀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지금 시후는 그녀와 같은 육지에서 불과 400여 킬로미터 떨어있기에, 차를 몰고 가면 4, 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신칸센으로는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이토 나나
당시 그녀는 시후 앞에서 작은 토끼처럼 긴장했었다. 시후를 만나 긴장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손에 들고 있던 커피 한 잔을 시후에게 건네 주고는 자신이 시후를 위해 산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버렸고 시후는 그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시후가 커피를 받아 마시기 바로 전, 나나코는 빨대를 사용했다는 걸 깨달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간접 키스를 하게 되었다. 이건 나나코가 이성과 했던 일 중 가장 가까운 스킨십이었다. 이건 나나코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추억이었다. 시후를 떠올린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들어 물 위에 시후의 이름을 써보았다.수면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지만, 그녀가 쓴 어떤 글씨도 남지 않았다. 이렇게 순식간에 흔적 없이 사라지기에 나나코는 안심하고 대담하게 시후의 이름을 계속 수면에 쓰고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그날 밤. 이토 나나코는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교토의 하늘은 점차 맑아졌고, 기상청이 예고한 폭설은 오지 않았다. 이른 아침 기상예보는 어제 밤에 내릴 것으로 예상됐던 폭설이 당초 예정보다 2~3일 늦춰질 것이라는 예보를 내보냈다. 첫눈이 늦어지자, 이토 나나코는 다소 아쉬워했다. 그녀는 하늘이 너무 무심하다고 생각했다. 불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도 만날 수 없었는 시후를 떠올리며 그녀는 갑자기 슬픈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자신은 시후 군과 인연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다음 날. 한국 천진 그룹.진원호는 아침 일찍 약재 보관 창고에 도착하여 직원들에게 시후가 필요한 한약재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현장 작업자들은 활기차게 상자를 포장하기 시작했고, 그는 옆에서 당부의 말을 했다. "자, 여러분! 모든 약재는 포장하기 전에 손으로 한 번 더 검사해주시고 잘못 담지 않고 변질되거나 훼손되지 않았는지, 약재 분량이 충분한지 확인해주십시오!”"알겠습니다. 사장님!" 많은 직원들이 급히 대답했다.진원호는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
엘에이치 그룹은 창원에서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그룹으로, 50년의 기간동안 한국의 TOP 3에 위치하게 된 대기업이었다. 그들은 박정희 시대,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해군과 관련된 군수 제품 등을 만들며 성장했고, 뒤이어 STX 조선과 합작하여 수주를 따내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그 후, 엘에이치 그룹은 축적된 노하우와 자산을 가지고 고향 창원에서 안성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그 이후로 계속해서 발전을 이룩하고 있었다.몇 십 년 전만 해도 엘에이치 그룹과 LCS 그룹은 이미 시후의 아버지 은서준의 뛰어난 활약상에 기를 못 펴고 있었지만, 은서준이 일찍 세상을 떠난 후, 기세를 몰아 LCS 그룹을 밟고 올해 한국 재벌가 사상 최고의 매출을 달성하게 되었다.엘에이치 그룹의 회장의 이름은 중국 송나라 유명 시인 소동파의 유명한 시 에서 따서 그의 아버지가 지어준 것이라고 알려졌다. 시 내용 중에는 가로로 보면 고개, 세로로 보면 봉우리.. 원근에 따라 높낮이가 제각각이네.. 여산의 진면목을 모르는 것은 이 몸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라네.. 소성봉은 이 시의 ‘봉우리(成峰)’라는 단어에서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소성봉은 올해 76세로 그리 늙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장년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의 일생은 이미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은퇴하기 전 한국에서는 그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기반을 다지고 세상을 떠나고 싶었다.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에는 수확 체증이 존재한다. 결국 수확체증이 존재하는 비즈니스, 산업, 시장에는 한마디로 승자독식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소 회장은 엘에이치 그룹이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구글, 이베이, 아마존 등과 같이 승자독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엘에이치 그룹과 LCS 그룹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적어도 수천 억의 자산 규모가 부족했다. 그래서 엘에이치 그룹은 지금 몸집을 불리기
어린 나이에 집에서 늘 사랑을 많이 받은 탓에, 소지원은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매우 강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부모님 앞에서만 재능을 보여서 할아버지 앞에서 보여줄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기회라고 생각하여 소 회장과 함께 논쟁을 해보고, 자신의 남다른 재능과 지혜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할아버지를 화나게 만들어 버렸다. 소지원은 변명하려고 했지만, 그의 아버지 소수신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서 양쪽 뺨을 세게 후려쳤고, 소지원의 입가는 피투성이가 되었다.소수신은 분노가 극에 달하여 소리쳤다. "이 멍청아! 공부만 하더니 정신이 나갔어? 감히 여기서 할아버지의 결정을 의심해?!""아니.. 저는.." 소지원은 얼굴을 가리고 억울한 마음에 죽어버리고 싶었다. 이렇게 자랄 동안 한 번도 매를 맞은 적이 없는데.. 한마디로 할아버지를 화나게 했다고 해서 자신을 끔찍이 아끼던 아버지가 뺨을 때릴 수 있는가?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온 집안 사람들 앞에서..?소수신은 지금 이 눈치 없는 아들놈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소 회장의 위엄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비록 자신의 큰형인 소수도라 할지라도 아버지께 대들지 못하는데, 자신의 못난 아들놈이 감히 자신의 아버지 소 회장에게 대들다니..? 그건 자신을 뽐내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자신의 아들이 한 이 한마디 때문에 소 회장에 의해 자신의 가족들은 평생 찬밥 신세로 전락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지원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회사로 돌아가 일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소 회장이 이렇게 독단적인 이유는 그의 성장 환경과 매우 관련이 깊었다. 그는 어렸을 때 형제가 많았는데, 그의 아버지는 돌아다니면서 여자들을 많이 만나 10여 명의 형제가 있었다. 소 회장은 이 10여 명의 형제 중 한 명일 뿐이었는데, 마치 고대 황제가 권력을 빼앗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인 것처럼, 소성봉 역시도 어릴 때부터 형제들과 암투를 벌이며 수십 년 동안 싸워
소 회장이 소지빈과 소민지 남매의 일본행을 발표하자 아버지 소수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가 보기에, 소 회장은 이렇게 중대한 일을 자신의 아들딸에게 맡겼는데, 이것이 바로 자신이 장남으로서 소 회장의 가장 신임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다른 자식들은 각자 첫째를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소 회장이 소지빈의 비즈니스 능력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다들 별 이견이 없었다. 어쨌든 소지빈은 장손이니, 하지만 소민지까지 챙기는 건 너무 편애가 아닌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장손이 앞장서서 주도권을 잡게 되면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아들의 유능한 아들 한두 명을 골라 장손과 함께 나가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소 회장은 장손만 애지중지하고, 거기에다 총애하는 그 맏손녀만 달랑 보내다니! 이건 다시 말해, 소 회장이 장손을 제외한 나머지가 소민지라는 일개 여자 아이에 비해 열등하다는 걸 표명한 것이다..!이 사실은 다른 가족들의 마음을 극도로 불편하게 만들었다. 엘에이치 그룹이 번창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소 회장에게는 10여 명의 형제가 있었는데, 소 회장 아래에만 이르러도 여전히 13명의 손자와 2명의 손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누가 소 회장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맏손녀일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그 이유는 사실 소 회장이 집안의 남자들에 대한 요구와 관리가 엄격했기 때문에, 아들, 손자에게는 늘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소 회장 역시도 인간이고 부드러운 면이 있었다. 그렇기에 아들, 손자들에게는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줄 수 없으니 손녀에게 부드러운 면을 다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소민지는 어려서부터 총명해서 소 회장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남들 앞에서 소 회장은 살벌하고 결단력 있고, 당당하며 오만한 회장이지만, 손녀 앞에서는 그저 상냥한 영감일 뿐이었다.사실 소 회장이 소민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그녀의 이름에서 알 수 있다. 그룹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