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물음에 장모 윤우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화를 내며 자신의 할 말만 해댔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넌 WS 그룹의 피가 흐르고 있어! 그리고, 네 할머니가 나에게 이미 사과를 하시더라! 그냥 어머님께서는 잠시 혜준이의 이간질에 넘어가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그래서 지금은 혜준이에게 화가 엄청나게 났고, 지금 혜준이도 어머님께 모진 벌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넌 대체 뭐가 못마땅한데?" 유나는 "이미 다 지난 일에 대해 이제서야 사과를 하면 뭣하겠어요? 우리 할머니라는 그 사람은 제가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 분명 할머니께서는 사과를 하셨더라도 절대, 결코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라 그냥 엠그란드 그룹과의 협력을 하도록 수를 쓰고 계시는 것에 불과하다고요! 엄마는 어쩜 그렇게 몰라요?!!” 윤우선은 계속해서 유나를 설득하려 애썼다. "네 할머니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마! 어떻게 해도 모두 한 집안 식구인데, 어디서 그렇게 원한이 있겠어?" “하! 나는 이제 WS 그룹과는 한 식구가 아니에요! 그러니 전 절대 WS 그룹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요!!"라며 유나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할머니가 오해를 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게 나이 지긋하신 어른이 사과를 하는데도 그러니?"라며 윤우선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윤우선은 이제서야 이렇게 설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너희 할머니께서 성의의 표시로 이렇게 귀한 금목걸이 하나, 옥으로 된 팔찌 두 개를 주셨어!’"하아.. 엄마.. 그냥 할머니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한 이런 것들은 그냥 필요 없다고 말했으면 좀 좋아요?!!”유나는 화가 난 듯 말하고는 윤우선을 외면한 채 침실로 들어간 뒤 문을 ‘콰앙!’하고 닫아버렸다. 시후는 얼른 유나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윤우선은 거실에서 "저것도 딸이라고?!!"라고 화를 내며 방문에 대고 소리쳤다. 하지만 김상곤은 어찌된 일인지 자신의 아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아섰다. 유나는
저녁 무렵. 민정이 손수 차를 몰고 시후의 동네로 데리러 왔다.시후를 만나자, 그녀는 "은 선생님, 폐를 끼쳐 드렸어요..”라고 말했다.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에게 답했다. "괜찮습니다.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으십니다."말을 마치자,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반짝였다. 시후는 호기심에 "지난 번에 잃어버렸던 그 목걸이인가 봅니다?"라고 물었다.민정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로 이게 맞아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물려주신 거라... 저에겐 정말 목숨만큼이나 소중합니다! 은 선생님 덕분에 이걸 찾게 되었어요! 만약 선생님을 뵙지 못했다면 영영 돌아오지 못했을 물건이기도 하죠.."시후는 웃었다. "하하.. 아마 대표님과의 인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다시 손 안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돕지 않았어도 곧 선생님께 돌아올 것이었죠.."송민정은 시후가 겸손하게 이야기를 하는 줄 알고 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저는 선생님처럼 실력이 있는 분을 처음 뵈었어요.. 지난 번에 저를 여러 차례 도와주셨잖아요? 이런 실력을 갖추고 계신 분이 이처럼 겸손하고 절제력 있으시기까지 하니.. 저는 늘 놀랍기만 하답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아휴.. 오늘따라 왜 이러십니까.. 하하.. 이제 그만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하.."민정은 그러자 살짝 얼굴을 붉히며, "은 선생님, 그럼 타시죠!"라고 말했다.두 사람이 민정의 롤스로이스에 올라타자, 기사는 이룸 그룹의 대저택으로 빠르게 차를 몰았다.그들의 저택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타운하우스로, 한남 더힐이라는 곳이었다. 그곳은 30여개의 컨셉을 가진 정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고소득 자산가들의 프라이빗한 생활을 위해 최대한 적은 세대수를 구성한 곳이었다. 한 채당 85억 정도 되는 금액이니, 이룸 그룹의 재산이 어느 정도일지 대략 짐작이 가는 부분이었다.민정을 뒤따라 시후가 정원으로 들어서자, 고급 브랜드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은 한 청
시후는 조금 언짢아졌다.여기에 온 것은, 그저 민정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LCS 그룹의 도련님 신분으로, 이룸 그룹을 거느리고 있을 텐데.. 감히 무슨 자격으로 자신을 이렇게 왔다 갔다 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민정은 살짝 화를 내며 "오빠, 믿는 건 자유라고 쳐도.. 그냥 대놓고 무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죠?!”송영예는 콧방귀를 뀌었다. "뭐? 예의? 난 진짜 재능 있는 사람들만 존경하거든.. 허튼 수작 부리는 돌팔이 사기꾼들은 말이야! 나 송영예가! 무시할 수밖에 없지?!”말을 끝내자, 그는 옆에 있는 노인을 가리키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소개했다. “자, 여기 계신 분은 강남에서 유명한 의사 선생님으로 최제천 선생님과 선생님의 손녀다!!”시후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보았고, 살짝 당황했다.두 사람은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보였고, 그들의 옷차림은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보였다.의사는 예순이 넘어 보였고, 흰색 가운을 입고 있었으며 낡은 뿔테 돋보기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이미 실력 있는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졌다.그 곁에 선 여자는 갓 대학을 졸업한 것처럼 보이는 어린 여자였다. 딱 붙는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고, 칼 단발에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온몸에서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시후는 잠시 동안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자신의 아내 유나와 맞먹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였기 때문이다.유나와 비교하자면 이 소녀의 눈은 좀 더 예리하고, 눈빛에는 은근한 오만함이 배어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보였다.자신들을 바라보는 시후를 보며 최 선생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지만, 여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송영예는 다시 민정에게 말했다. "민정아, 네가 찾은 그 애송이.. 딱 봐도 스무 살 정도 밖에 안 되어 보여.. 뭐.. 요즘에 인터넷이 잘 되어 있으니까 음양오행, 풍수 같은 것들을 다 익히지도 못했으면서 자칭 실력자라
“눈치는 좀 있나 보구만?”이때 저택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와 "민정아, 영예야, 너희 할아버지가 지금 더 안 좋아지셨어!!!"라며 다급하게 말했다.최 선생이 급히 물었다. "송 회장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어서 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이곳입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송영예는 얼른 길을 안내하며 최 선생과 손녀를 데리고 뒤쪽 정원으로 향했다.송민정 역시 바삐 시후를 끌고 갔다.모두들 일본 유명 조경 전문가의 손길을 탄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 럭셔리 하고 클래식한 집 내부로 들어섰다. 집은 복층으로 되어있었고, 내부에서 밖의 정원이 훤히 보이는 아름다운 조망이었다. 2층에는 나무로 만든 큰 침대에 송 노인이 누워있었고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노인의 안색은 초췌하고 얼굴이 누렇게 떠 있었다. 마치 극심한 고통을 견디고 있는 것처럼 그의 눈썹은 찡그려진 채 온통 주름이 잡혀 있었다.최 선생은 송 노인의 상태를 보고 다급히 말했다."지금 할아버님께서는 굉장히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되니 저와 손녀가 당장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십시오!"송영예는 급히 “네, 알겠습니다. 최 선생님께서 바로 진료를 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지요!”최 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되 직접 치료를 하지 않고 침상 곁에 서서 손녀에게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침대 옆 탁자에는 한 쌍의 은 침이 놓여 있었다. 손녀는 은 침을 들고 송 노인의 몸에 꽂기 시작했다.그녀는 매우 어려 보였지만, 침술은 심지어 20~30년 동안 진찰을 한 한의사보다도 더 좋았다. 이에 이룸 그룹 가족들은 그녀가 송 노인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그녀의 외모는 확실히 청아하고 고급 진 분위기일 뿐만 아니라, 미간에는 영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외모를 떠나 실력까지 일품이었기에 굉장히 매력적이었다.하지만 시후의 눈에는 이 여자의 아름다운 외모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내면이 먼저 보였다.왜냐하면, 그는 이미 그녀가 송 노인에게 침을 놓
“두 분 선생님, 기다린다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룸 그룹의 중년 남성이 로비로 나오며 다급하게 말했다. 그가 곁눈질을 보내자, 그의 조카 송우빈은 기다리던 세 사람을 모시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잠시 뒤 세 사람은 송 회장이 있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 후 최 선생과 함께 온 손녀가 먼저 송 회장을 진찰한 뒤 침을 놓기 시작했다. 그녀는 1시간 정도 지난 후, 그녀는 호흡이 살짝 거칠어지고 이마에 땀방울도 맺혔다.비록 3분의 1을 찌르는 데 그치긴 했지만 송 대표의 얼굴은 핏기가 돌기 시작했고, 호흡도 고르게 되었다.주위에서 그녀의 진료 과정을 지켜보던 다른 가족들도 반가운 표정으로 그녀의 의술 실력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 역시 뿌듯해하며 사람들 뒤로 빠져나가 물을 한 잔 마셨고, 그 동안 시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내 실력 잘 봤지? 어때?’라고 묻는 듯했다.하지만 시후는 아무 말없이 송 회장의 상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사실 그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기(眞氣)를 잘 파악하고 있었더라면, 이 정도의 의술을 다룰 경우 이 정도의 기운을 쓰더라도 이렇게까지 힘들어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그러나, 시후는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할 수는 없었다.시후는 송 회장의 부상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녀가 침을 놓은 후 송 회장의 상태가 호전된 것은 사실이었으나, 이것은 그저 표면적인 것에 불과했다.송 노인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던 시후는 노인의 몸에 오래된 상처가 있고, 힘줄과 정맥이 오래 전에 망가진 것 같아 보였다. 게다가 혈액 결핍증에 시달리다 보니 이미 여러 장기들이 쇠약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이 상황에서 여자가 한 일은 단지 겉으로 보이는 문제를 해결했을 뿐.. 원인을 치료하지 못한 것이다.겉보기에는 얼굴이 붉어 보여 혈액 순환이 잘 된 것 같아 보였지만, 사실 이건 잠시 증상을 가라앉힌 것일 뿐 하루 이틀이 지나면 분명 재발하며 병세가
이렇게 보자 그녀도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 뜻밖에도 자신이 조금 전 사용했던 침술이 아닌가?!그녀는 즉시 화를 냈다. "이런 뻔뻔한 인간을 보았나? 감히 내 침술을 훔쳐 배우다니?! 내가 조금 전 행한 삼양침 기법을 따라 해?”최 선생은 굳은 얼굴로 몇 초 후에 입을 열었다. “다시 잘 봐라! 그리고 저 친구의 손과 몸동작을 주의해서 잘 보라고!!”손녀는 잠시 자세히 보다가 깜짝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 사람... 도대체... 뭐죠?"그녀는 시후가 사용한 침술이 확실히 자신의 선조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삼양침법’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한 침술과 같은 방식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차이가 있었다.지금 그녀의 침술에 비하면, 시후가 침을 놓는 혈자리는 여러 면에서 달랐고, 그녀의 침술보다도 훨씬 더 복잡해 보였다.이건...?삼양침법을 업그레이드 한 것인가..?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 "외할아버지! 저 남자가 어떻게 할아버지만 알고 계시는 그 독특한 침술 기법을 알고 있는 거죠???"최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는 이때 이미 시후의 실력에 매료되어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친구가 의학과 무술의 전문가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 잘 보아라! 그의 호흡은 저토록 평온하고, 침을 내릴 때 은침이 안정되어 진기가 서서히 유입되고 있어.. 50년 이상 수련을 한 사람들 정도만 이렇게 안정된 내공을 가질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 저토록 어린 나이에 벌써 나를 능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외할아버지, 세월만 좀 흐르면, 저도 반드시 저 남자의 실력을 넘을 수 있을 거예요!"최 선생은 여전히 경이롭다는 눈빛을 보내며 손녀에게 말했다."얘야, 내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그의 이 모든 침술은 바로 우리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삼양침법"의 결여된 부분까지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살아 생전에 실전된 '삼양침법'을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행운
소희는 한바탕 꾸중과 잔소리를 듣자 잔뜩 억울한 듯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어쨌든,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그렇게 말씀하셔도 전 저 남자와 한 번 겨루어 볼 거예요!! 만약 정말 능력이 뛰어나다면, 전 당연히 사과할 것이고요!""저저저!! 아이고!! 언제까지 그렇게 난리를 부릴 셈이야!?" 최 선생은 화가 나서 눈을 부라렸다.옆에 있던 민정과 영예의 삼촌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은시후라는 청년의 실력이 최 선생보다 뛰어날 줄이야?송영예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말이야? 설마 이 자식이 정말 그 정도로 능력이 좋다고? 그럴 리가!이렇게 어린 애송이 자식이? 최 선생이 이렇게 예의를 차린다고?’이때 시후는 소희를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 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사과 마냥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자 그는 어이가 없었고 우습기도 하여 물었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데요?”"당연히 의술 실력 대결이죠!" 소희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갑자기 ‘후훗’하며 웃었다. “한의학의 기본에는 4가지 진찰법이 있죠! 환자들의 병세가 어떤 지 관찰하고(望診), 듣고(問診), 물어보고(聞診), 맥을 짚어 이해하는 것(切診)이죠! 그럼 우리는 환자들의 상태를 눈으로 관찰하여 판단하는 망진(望診)으로 겨뤄보죠!! 자, 그럼 이야기해보세요!!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어떤 병이 있는지 어디가 불편한 것인지요!”맥을 짚지 말고 얼굴로 환자의 병을 파악하는 것은 듣기에는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한의사에게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이 때문에 최 선생 조차도 망진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소희는 망진을 매우 잘하는 편이었다. 그녀가 5살 정도 되었을 때부터 외할아버지의 품에 안겨서 할아버지가 환자를 진찰할 때마다 옆에서 보았는데, 그녀가 본 환자만해도 거의 수만 명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질병에 대해 모두 기억하고 분류할 수 있었다.그렇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민정과 영예의 삼촌을 가리키며 말했다. "삼촌분께서는 아마 고혈압 외에도 당뇨와 갑작스러운 심장 두근거림을 앓고 계시지요? 특히 왼쪽 가슴 갈비뼈가 부러졌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10년 전.. 맞으시죠?"그는 온몸을 움찔하며 "아니, 은 선생님.. 어떻게 그걸..?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 당뇨병과 골절까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니, 저는 정말 13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갈비뼈가 부러졌었습니다."라고 말했다.시후는 또 영예를 보며 말했다. "송영예 님의 폐 감염은 음주 후 풍한(風寒)이 침입하여 신장의 기가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라며 “폐열 외에도 가장 큰 문제는 신장이 허약한 것입니다. 그러니 폐의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신장을 치료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송영예는 "무슨 소리야? 내 신장은 완전 건강하다고!"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남자가 신장이 약하다고 하면,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설사, 신장이 허약하다고 해도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부분 아닌가?하지만 시후는 영예를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콩팥이 허하게 되면 기능이 쇠퇴하게 되고, 그런 증상이 생기면 요독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자만하지 말고 틈틈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너...!!" 송영예는 화가 치밀어올라 그를 공격하려 다가 옆에 있던 삼촌에게 가로막혔다.시후는 또 민정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송민정 대표님, 대표님이 지금 조금 피곤한 것은 월경 때문일 것입니다. 마침 어제 자정에 월경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지금 음기가 상당히 강하지만, 안심하세요. 이번 달이 지나면 지금 안 좋은 증상들은 자연히 없어질 것이고, 앞으로는 월경도 제 때 시작될 것입니다.”민정은 놀란 기색과 함께 부끄러움도 감추지 못했다.시후가 어떻게 자신이 월경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고, 어제 밤에 월경을 시작한 것인지 알고 있는 것도 매우 신기했다.소희는 이때 시후가 이들의 병세를 보충하는 것을 듣자 놀라면
배유현이 자신에게 1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주겠다는 말에, 제이크 한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채로 급히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것도 모자라 돈까지 주신다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안산 회장은 무릎을 치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배유현 회장의 이 방법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빈틈이 없어! 완벽해!” 그러고는 제이크 한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말했다. “자네,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배유현 회장이 자네에게 이 돈을 주는 이유는, 자네가 가족들 앞에서 이번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겠나. 그 덕분에 자네의 아내와 딸도 자네를 원망하기보다는, 자네가 얼마나 그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고!” 그는 말을 이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 배유현 회장이 자네 뿐만 아니라 우리 Samson 그룹까지 도와줬으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배유현 회장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니 이 돈은 내가 내도록 하겠네!”제이크 한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저는 회장님의 돈도 받을 수 없어요! 게다가, 제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가족 생계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제 아내와 딸도 돈을 크게 밝히지 않는 성격이라...”안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 아내랑 딸이 돈을 밝힌다고 했나? 이 돈은 그저 자네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징일 뿐이야. 그러니 수표를 들고 돌아가서, 아까 배유현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걸로 하게. 그러면 자네가 걱정하던 일은 단번에 해결될 거야. 그리고 이 1천만 달러는 아이의 미래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거다! 자네는 우리를 위해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러니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를 우리한테도 줘야지.”이때 옆에 있던 시후의 외할머니가 얼른 말했다. “여보, 당신이 전에 말했었죠? 제이크 한 저 친구의 사위에
제이크 한은 난처한 듯 말했다. “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에게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딸아이가 얼마 전에 임신 소식을 전했는데, 그 직후에 제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요...” 이 말을 하면서 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안충주에게 물었다. “충주, 내 아내가 자네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뭐라고 말했나?”안충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 말하겠어... 나도 그냥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지... 은인은 자네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고, 실종됐거나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고 하라고 했지만,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제이크 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든 잘 생각해 봐야네. 집에 가서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면, 아내와 딸은 날 계속 의심할 테니까...”안충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말해. 강제 퇴직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려서 기분 전환 겸 여행을 다녀왔다고?”그러자 제이크 한은 민망한 듯 말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딸아이가 임신했다고 연락한 시점인데, 그 기쁜 소식을 듣고도 내가 퇴직을 당해 기분이 나쁘다고 여행을 갔다? 그건 너무 머저리 같잖아...”안충주는 혀를 찼다. “하아... 자네가 이런 중요한 시점에 실종된 후에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 게다가 딸이 임신한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변명할 방법이 거의 없을 거야...”Samson 그룹의 다른 가족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제이크 한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한은 아내와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딸이 임신 소식을 알린 그 시기, 제이크 한이 갑자기 사라졌고 제이크 한은 실상을 밝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처리하기에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따라서 제이크 한이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딸의 원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안산 회장 역시도 미스터리한 은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이상, 아무도 감히 그 뜻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이에 안충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꼭 명심하겠습니다. 절대 선을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저도 형님 말대로 절대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후와의 약속대로 시후의 정체를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Samson 그룹 식구들이 하루라도 빨리 시후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전 그는 안충주 앞에서 의도적으로 회춘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충주가 단서를 연결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하려 했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안충주가 그의 조카 시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힌트를 줄 수는 없었는데, 그건 시후와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고 옆에 배유현이 있어 명확하게 힌트를 준다면 배유현이 그것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이들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간절히 시후를 찾아 헤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고, 전 세계를 뒤집다시피 하며 시후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었다. Samson 그룹 일가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전 세계를 뒤졌지만, 정작 시후는 사건이 벌어졌던 한국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Samson 그룹은 한때 시후가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적처럼 어딘가에서 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후가 이미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가 식구들에게 일부 단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을 구한 건 본인의 선택이었고, 마침 멕시코에서 중소단의 핵심 약재를 얻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시후는 단서가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그리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외가 식구들은 자신의 적이 아닌 가족이고, 현재까지 드러난 단서는 퍼즐 조각 하나를 더 주는 수준일 뿐,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아직도 외가 식구들은 많은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안충주의 추측은 Samson 그룹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그러자 안태풍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형님, 이렇게 보니 그 은인은 우리와 인연이 꽤나 깊은 것 같은데! 그 때 형님이 한국에서 회춘단 경매에 참여했을 때 쫓겨났지만, 그분은 그 일을 알고도 우리를 도와주신 거니까. 뉴욕에서 우리를 구해준 걸 보면 말이야.”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경매장에서 한국의 송민정 회장은 누가 봐도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였어. 현장의 중요한 결정들은 누군가가 이어폰으로 지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난 은인이 바로 경매장 무대 뒤 어딘가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회춘단을 낙찰 받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내가 경매장에서 쫓겨났다는 건, 송민정 회장 같은 인물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 했어. 이룸 그룹의 자산 규모는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적을 테니까.”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어. 그날 그 은인이 옆방에 안 계셨다면, 우리 모두 큰 화를 당했을 거다...”안충주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어머니, 그 은인이... 혜리의 팬인 것 같은데요!”시후의 외할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서는 그래도 케이팝 분야의 톱스타잖니. 은인이 동양인이라면 혜리 정도의 톱스타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