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회장이 시후를 데리러 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은호진은 꺼려졌다. 그러나 그가 원하지 않다고 해도 할아버지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그의 사촌 형 은지환도 타협했는데, 어떻게 감히 자신이 계속 저항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솔직하게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직원이 달려와서 말했다. "회장님, 도련님, 헬레나 공주님이 오셨습니다.”은지환은 헬레나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우울했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헬레나는 은지환의 약혼자이자, 노르웨이 왕실의 공주로 헬레나 일리아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LCS 그룹과 일리아드 왕실은 결혼에 대한 합의를 하기는 했지만, 아직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약혼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파파라치와 언론의 비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LCS 그룹은 헬레나가 그룹 별장에 묵도록 하지 않았다. 헬레나는 한국에 온 뒤 버킹엄 호텔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낮에는 LCS 그룹을 자주 방문했고 때로는 은지환과 함께 안성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은지환은 헬레나를 매우 좋아했다. 헬레나는 노르웨이 왕실 공주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에 그에게 많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기 때문이다. 헬레나는 뛰어난 외모, 분위기를 갖추고 있는 미인이었다.그 때, 품위 있는 드레스를 입고, 긴 금발 머리를 어깨 위로 늘어뜨린 키 큰 백인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의 피부는 눈보다 하얗고 수정 같은 광채를 띄고 있으며, 그녀의 큰 눈은 푸른 바다처럼 깊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오뚝한 코와 얇고 붉은 입술은 마치 정교한 조각품과 같았다. 이러한 뛰어난 미모의 여성은 전세계를 통틀어 손꼽을 것이었다. 그녀의 등장은 LCS 그룹 가족들이 모여 있던 거실 전체를 한순간에 훨씬 더 밝아지게 만들었다.헬레나는 은지환보다 5살 어리며, 올해 겨우 26살이었다. 북유럽 왕족의 장녀로 원래 왕위 계승자 중 첫 번째였지만, 어떤 이유로 그녀는 왕족의 자격을 박탈당해 은지환과 결혼하게 되었다. 만약 그녀가 여전히 왕위 계승자라면, 북유럽 왕실에서는 그
헬레나는 약간 놀라 재빠르게 말했습니다. "음... 왜죠? 이건 너무.. 원래 이유 없이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 아닌가요..? 저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은충환은 웃으며 말했다. "왜 이유 없이 보상은 없다는 말을 하는 거야..? 원래 숙소도 예약을 하고 날짜를 변경할 경우에는 비용을 내야 하지 않나? 그러니 앞으로 가족이 될 자네에게 나도 할아버지로서 비용을 지불할 뿐만 아니라 우리 집안에서도 그 비용을 지불할 거야. 우리가 조금 약혼을 서두르자고 했으니까..”헬레나는 살짝 놀라며 진지하게 말했다. "비록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이건 제가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헬레나는 서둘러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대학에 진학한 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기본적으로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아요. 저와 제 친구들 중 대부분은 모두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여 대학에 갑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저는 평소에 가족들에게 연락을 잘 안 하니 그 비용은 안 주셔도 됩니다.”옆에 있던 은지환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둘러 헬레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말했다. "자기, 우리가 어떻게 그 비용을 없던 일로 할 수 있겠어요?”헬레나의 아름다운 눈썹은 은지환이 그녀의 손을 만지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약간 주름이 잡혔다. 헬레나는 즉시 은지환에게서 손을 빼냈다. 그녀는 은지환에 대해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집안의 반대에 저항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혼을 받아들여야 했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속으로 자신만의 마지막 투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것은 바로 공식적으로 은지환과 결혼하지 않는 한, 결코 은지환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것이라는 것이다. 그녀가 한국에 온 이후로 은지환은 계속해서 그녀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했고, 심지어 여러 번 그녀를 호텔로 데려다 줄 때 그녀의 객실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녀는 매번 거절했다.은지환은 이러한 헬레나의 태도에 불안한 마음이 생겼지만 감히 그것을 너무 강하게 내비치지는
은지환이 갑자기 그녀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싶다는 말을 듣자 헬레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은지환을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 "어디로 가나요?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은지환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 그게.. 해외에서 20년 동안 생활한 사촌이 있는데.. 오늘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서요. 호진이와 내가 그를 마중 나갈 예정이예요. 당신은 그의 미래의 형수가 될 테니, 별 일 없으면 나와 함께 사촌을 데리러 가면 좋을 것 같아서요.” 이 말을 들은 헬레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같이 가야죠.”은충환은 행복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셋이 함께 가도록 해라." 그렇게 말한 후 그는 박상철 집사에게 말했다. "박 집사, 서둘러 차량을 준비하게.""알겠습니다 회장님." 박상철 집사는 이에 동의하고 재빨리 별장을 떠나 출발 준비를 위해 차량을 모으기 시작했다.은지환은 은충환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그럼 저는 나가서 기다리겠습니다.”"그래 알겠다!" 은충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억해라. 꼭 시후를 다시 데려와야 한다!"은지환은 서둘러 말했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은호진에게 윙크를 하며 헬레나에게 말했다. "그럼 자기, 가요."헬레나가 갑자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공개석상에 가게 될 줄은 몰라서.. 화장이 좀 가벼웠어요.. 그런데 이렇게 가면 안 어울릴 것 같은데.. 화장을 좀 고쳐야겠어요. 잠시 화장실을 빌려야 할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은지환은 매우 신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문 앞에서 기다리죠. 시간은 많으니 걱정하지 마요."헬레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화장실로 향했다.헬레나가 보이지 않을 때, 은호진이 목소리를 낮추고 은지환에게 물었다. "형, 그런데 노르웨이 왕실이 그렇게 특별해? 외부에 갈 때 화장법에 대한 특별한 요구 사항이 있는 거야?"은지환은 가볍게
은지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은호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별장을 나와 마당 앞에 서서 차량이 모이기를 기다렸다. 시후를 마중 나갈 생각을 하자 은지환은 어금니를 악물며 말했다. "이 은시후는 정말 위엄이 넘치네! 하 참! 20년 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놈이 돌아온다고 하니 내가 직접 데리러 가야 해? 이런 쓰레기 같은 상황이 어딨어! 감히 내가 데리러 갈 자격이 있겠어?"은호진이 황급히 맞장구 쳤다. "맞아 형, 나도 정말 이해가 안 돼. 할아버지가 늙어서 이제 정신이 좀 혼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왜 은시후에게 그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시는 거지? 길거리에서 자란 놈을 말이야. 그런 인간이 재벌가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 할 텐데. 우리 LCS 그룹에서 해외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친척을 데려왔다는 걸 외부 세계가 안다면 아마도 엄청나게 비웃을 걸?” 그리고 은호진은 매우 화를 내며 말했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이전에 이미 은시후에게 엠그란드 그룹을 주셨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사실 생각이 있었다면 엠그란드를 받고 나서 꺼지던가! 아니면 최소한 문제는 일으키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은지환은 차갑게 말했다. "나에게 엠그란드 그룹에 대해 언급하지 마. 엠그란드 그룹을 생각하면 진짜 열 받아 죽을 것 같으니까!" 은지환은 이를 악물었다. "엠그란드 그룹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장 가치가 당시 적어도 2000억은 넘었어! LCS 그룹의 자산 규모로 보면 엠그란드 그룹은 엄청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고! 그런데 우리들은 그룹 내에서 중간관리직만 맡을 수 있어서 급여와 배당금은 많아도 1년에 각자 받을 수 있는 돈이 수억 원 밖에 안 돼. 그런데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그런 가치가 있는 많은 돈을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그런데 왜 은시후에게는 엠그란드 그룹을 통째로 주냐고!? 이건 너무 불공평해!"은호진은 이 일을 생각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설날에 그룹이 연말 배당금을 받았는데, 나는 1억도 못 받았어
"좋아!" 은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럽게 말했다. "앞으로는 나도 너에게 더 잘해 줄게!”은호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형.. 형은 이미 은시후를 데리러 간다고 해서 체면을 잃었는데, 왜 형수에게도 같이 가자고 하는 거야? 형수는 북유럽 왕실의 공주인데 은시후 그 사생아를 데리러 가는 건 너무 과하지 않아?”은지환은 비웃으며 말했다. "나는 은시후가 헬레나를 보고 그와 나와 사이의 격차를 이해하게 해주려고 한 거야! 물론 고은서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외모와 분위기로 보면 헬레나보다 훨씬 못하니까!”"그건 당연하지!" 은호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말할 것도 없어! 형수의 몸매는 고은서를 압도할 정도야. 솔직히 말해서 유럽 여성들은 아시아 여성들에 비하면 정말 우월하지. 키는 말할 것도 없고 다리가 길어. 형수는 정말 그냥 황금 비율을 가지셨어!” 은호진은 부러운 눈으로 은지환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형.. 앞으로는 행운만이 형을 따를 거야..."은지환은 은호진이 헬레나를 칭찬하자 매우 기뻤다.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은 허영심이 많았다. 사촌 동생 은호진이 자신의 약혼자를 칭찬하는 것을 보고, 은지환은 마음속으로 성취감을 느꼈다. 은지환의 마음 속에 헬레나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였다. 은지환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를 거느린 최고 재벌 2세라도 헬레나를 처음 보면 즉시 양손을 들고 항복하고 완전히 반하게 될 것이었다. 바로 이 때문에 은지환은 헬레나를 데리고 시후를 데리러 갈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야만 시후가 도착하자마자 자신과의 격차를 깨닫게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박상철 집사는 여러 대의 롤스로이스로 구성된 차량 행렬을 조직했다. 그 중에는 맞춤형 컨시어지 세단도 있었다. 이 신형 세단은 롤스로이스가 LCS 그룹을 위해 특별히 맞춤 제작한 것으로, 길이가 거의 10미터에 달했다. 그리고 내부 공간에는 아주 긴 소파와 클럽 못지않은 최고급 스피커, 그리고 와인 테이스팅을 위
은호진이 서둘러 말했다. "형, 안 그러면 술이 빨리 오를 텐데.. 조금 기다리는 게 어때?"은지환은 초조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제정신으로 그 빌어먹을 곳에 갈 수는 없어. 그냥 나에게 한 잔만 더 따라 줘.""알겠어, 형." 은호진은 감히 은지환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와인 한 잔을 따랐다.은지환은 와인 잔을 들고 먼저 한 모금을 마시고, 넥타이를 풀어 헤친 뒤 독수리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보통 사람들이 감지할 수 없는 차가움이 있었다. 그는 헬레나의 외모와 몸매에 집착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헬레나와 어떤 관계도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헬레나가 지금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결혼 후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결혼 후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무관심하게 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것을 생각하자 그는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다. 원래는 결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헬레나와 밤을 보내기를 원했지만, 이제는 약혼을 하자마자 그녀와 밤을 보낼 마음을 먹었다. 그는 이제 물불 가리지 않고 먼저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은호진은 입가에 비웃음을 지었고 잔에 담긴 와인을 모두 마셨다.…….시후가 타고 있는 차량은 이미 안성 톨게이트로 들어왔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이제 안성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안세진은 정중하게 말했다. "도련님, 이제 안성으로 들어왔습니다. 고선우 회장님께서 방금 연락을 해오셨습니다. 이미 기다리고 계신답니다."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안세진은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정말 그룹으로 가지 않으실 겁니까?”"안 갈 겁니다." 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저는 이미 고선우 삼촌 댁으로 가겠다고 약속도 했습니다. 게다가 난 LCS 그룹과 많이 연락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럼 이제 가셔도 됩니다. 나중에 내일 제가 그룹 별장으로 간다고 전해주세요.”안세진은 뭔가 한 마디 덧붙
고은서를 본 시후는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 그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가며 웃으며 물었다.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어?" 고은서는 앞으로 나아와 팔을 잡고 가볍게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얼마 안 됐어. 다운 받은 영화는 절반만 봤지." 그녀는 재빨리 시후를 차 쪽으로 끌고 가며 중얼거렸다. "아빠 엄마는 집에 한 상을 차려 놓고 오빠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어! 얼른 가자~~”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부장님이 아직 안 가셨어. 인사는 하고 가야지.”그제서야 고은서는 방금 차에서 내린 안세진을 보고 조금 당황스러운 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제가 눈치를 못 챘어요!”안세진은 서둘러 말했다. "아닙니다 아가씨, 괜찮습니다. 어떻게 아가씨의 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겠습니까?"이 말을 들은 고은서의 예쁜 얼굴은 뜨거웠지만, 안세진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그를 칭찬했다. "역시 부장님께서는 말씀을 잘하셔요~” 그 말을 한 후 그녀는 다시 말했다. "부장님, 부모님께서 집에서 시후 오빠를 기다리고 계셔서.. 먼저 출발할게요!"안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예 아가씨, 조심해서 운전하십시오." 안세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검은색 롤스로이스 여러 대가 차례로 세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해왔다. 이 차량 행렬은 나란히 주차되었는데, 각 차량의 전면에는 롤스로이스의 클래식한 모양의 그릴과 순금으로 만든 여신이 있었다. 그 직후, 차량의 문이 차례차례 열렸고, 검은 옷을 입은 LCS 그룹 경호원들 외에도 박상철 집사, 은지환, 은호진, 헬레나도 차에서 내렸다.박상철 집사는 시후를 보다 앞으로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했다. "도련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박상철 집사가 말을 마치자 은지환이 나서서 그를 두 손으로 막고 미소를 지으며 시후를 바라보았다. “네가 20년 동안 밖에서 지내던 내 불쌍한 사촌 은시후겠지?"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고는 무표정하게 물었다. "누구지?”은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시후는 오늘 자신을 데리러 온 두 형제가 전혀 좋은 의도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중 한 사람은 자신이 20년 동안 방황했다고 비웃었고, 다른 한 사람은 가방 끈이 길지 않다고 비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시후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비록 그들의 아버지가 오늘 여기에 함께 서 있다고 해도 시후는 딱히 관심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는 이 두 명의 사촌들의 말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러나 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은지환과 은호진에게 소리쳤다. "은지환 은호진! 두 사람 뭐하는 거야? 시후 오빠가 이제서야 가족들을 보려고 안성에 돌아왔어. 그런데 두 사람은 광대처럼 뭐하는 거야?”그제서야 은지환과 은호진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시후 옆에 서 있던 여자가 사실은 전국적으로,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예인 ‘혜리’이자 Koreana 그룹의 외동딸 고은서라는 것을 깨달았다.헬레나도 고은서를 보고 조금 놀랐다. 그녀는 고은서의 팬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혜리의 노래를 듣고 그녀를 매우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치 팬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그녀를 여기에서 만나게 되자 헬레나는 조금 놀랐다.은호진은 시후를 보호하기 위해 고은서가 나타났고, 그녀가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자 극도의 질투심을 느꼈다. 원래 사촌 형인 은지환이 노르웨이 왕실의 공주와 결혼하게 된 것을 보고 은호진은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미 엄청난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은지환은 LCS 그룹의 장손이기 때문에 분명히 그룹에서 가장 귀중한 손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은서와 같은 슈퍼스타가 은시후를 직접 데리러 왔을 뿐만 아니라, 은시후를 옹호하는 것을 보자 은호진은 속으로 분개했고, 비록 자신은 은지환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시후와는 비교할 수 있다고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