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한 헬레나는 급히 옆에 있던 어머니를 부축하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시후 씨, 어머니께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은시후 씨가 떠난다고 하셔서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 하셨어요.”이때 헬레나 옆에 있던 여성은 시후에게 정중한 표정으로 고개 숙여 인사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은시후 씨.. 헬레나와 저의 생명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헬레나가 왕위를 물려받게 해주셔서도 정말 감사하고요..."헬레나가 물려 받게 될 왕좌는 여왕이 준 것이기는 했지만 헬레나의 어머니와 헬레나의 눈에 이 왕좌는 시후가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후가 아니었다면 여왕이 죽음의 문턱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헬레나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았을 것이다.여왕은 이 말을 듣고 조금 불만스러웠지만, 이제부터 그녀의 삶의 목표는 왕권의 강화나 국왕의 위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건강하게 오랫동안 삶을 더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빨리 불만을 뒤로하고 시후의 마법의 약을 떠올렸다.시후도 이때만큼은 더 이상 겸손하지 않았다. 시후는 비록 말하지는 않았지만 헬레나가 왕좌를 자신의 도움으로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시후는 헬레나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리아드 부인, 예의를 갖추실 필요는 없습니다. 헬레나 공주가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그녀와 한 약속이었기 때문에 제가 최선을 다해 도운 것 뿐입니다.”이때 헬레나는 "은시후 씨, 3일 후에 열리는 대관식에 참석하실 시간이 있으신지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 여왕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더 이상 유명해지기 싫어서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시후는 회춘단의 4분의 1을 꺼내 왕비 앞에서 헬레나에게 건네며 웃으며 말했다. "이 회춘단은 제가 당신이 왕위 계승을 미리 축하하는 선물입니다.”시후가 회춘단을 건네는 것을 본 여왕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방금
이미 회춘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왕비는 시후의 말을 듣고 잠시 놀랐고, 마음 속으로 강한 상실감을 느꼈다. 그녀는 시후가 헬레나에게 회춘단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헬레나가 직접 회춘단을 어머니에게 주라고 요청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회춘단은 자신은 이 약과는 전혀 인연이 없을 것이다.시후는 자연스럽게 여왕의 기분이 변화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시후가 회춘단을 헬레나의 어머니에게 준 이유는 여왕이 회춘단을 탐내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또한 여왕에게 경고를 주고 싶어했다. 그는 헬레나를 위해서만 이 약을 꺼낼 것이라는 사실을 여왕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여왕이 계속해서 회춘단을 얻고 싶어 한다면, 정직하게 권력을 이양해야 하며 어떠한 이유로도 교활한 계략을 써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여왕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거나, 헬레나가 왕위에 오르고 나서도 자신의 권력을 넘기지 않고 헬레나를 완전히 허수아비로 만든다면, 헬레나가 여왕이 되어도 그녀는 여왕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시후는 헬레나가 왕족의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하고 나면 그녀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자신이 유럽에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었다. 만약 헬레나가 현 여왕의 자리에서 제외된다면 그녀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시후는 약의 일부를 사용하여 현재의 여왕에게 상기시키는 것 외에도 헬레나가 자신에게 더욱 감사함을 느끼기를 원했다. 시후는 그녀의 병을 고쳐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를 구해냈고, 심지어 그녀가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고, 또한 그녀의 어머니가 몸 상태가 더 호전되도록 귀한 약까지 꺼냈다. 이 과정에서 시후가 베푼 친절함이 여러가지였기 때문에, 헬레나는 앞으로도 자신의 친절함을 꼭 명심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시후는 헬레나의 마음을 잘못 추측하지 않았다. 이 순간 시후에 대한 헬레나의 마음은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사함으로 가득 찼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남아
여왕은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시후의 회춘단이 생명을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젊게 되돌릴 수도 있다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헬레나의 어머니가 열 살은 더 젊어 보이게 되자 여왕은 그녀를 몹시 부러워했다.사실, 회춘단의 4분의 1 정도의 양으로는 그렇게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러나 헬레나의 어머니는 최근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몸 전체에 급격한 노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므로 40대가 조금 넘고 아직 50이 채 되지 않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이미 60살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 4분의 1 정도 되는 양의 회춘단을 먹으면서 그녀는 원래 나이 대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이를 기준으로 하자면 겉으로 마치 10살 이상 더 젊어진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헬레나의 어머니는 거울이 없었지만, 즉시 자신의 몸에 큰 변화가 있음을 느꼈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이 약은 정말 놀랍구나... 내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고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좋아진 것이 느껴져..."헬레나 역시 어머니의 큰 변화를 눈으로 목격하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엄마... 그동안 고생하셨어요..."헬레나의 어머니는 "이제 그런 얘기는 그만하자.. 이제 고생은 다 끝난 것 아니니?"라며 가볍게 웃었다.헬레나는 돌아서서 100년 정도 되어 보이는 오래된 탁자에서 매우 아름답고 정교한 거울을 가져왔다. 그녀는 달려가서 어머니 앞에 거울을 들고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몸이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훨씬 더 젊어 보여요!"헬레나의 어머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녀는 남편이 죽은 후, 딸의 건강이 매일 걱정되었고 그와 함께 왕실에서 온갖 고초를 겪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큰 압박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늘 다른 귀부인처럼 자신을 치장하거나 피부를 관리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니 거의 매일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었다. 지난 2년
여왕이 이제 기본적인 완곡한 표현조차 잊은 것을 본 시후는 그녀가 자신의 회춘단에 완전히 넋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이전에 경험한 죽음에 가까워졌던 일로 인해 회춘단은 앞으로 그녀의 남은 생애 동안 유일한 추구의 대상이 될 것이었다. 따라서 시후는 더 이상 헬레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3일 뒤로 다가온 왕위 이양 기간 동안, 여왕은 자신이 말한 대로 헬레나가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여왕과 헬레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누군가를 구하러 찾아오거나 중재와 같이 협상하기 위해 온다면, 그들에게 윌리엄 가문의 행방을 함부로 알리지 말고 즉시 저에게 연락하십시오.”여왕은 즉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은시후 씨, 걱정하지 마세요. 로스차일드 가문이 오면 나는 여론을 이용해 그들을 진압할 겁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가족들이 나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던 증거는 결정적이니 일단 밝혀지면, 그것은 분명히 로스차일드 가문에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실 로스차일드의 핵심 가문은 가문의 명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들은 초창기에 금융 시장에서 많은 악행을 저질렀고, 여러 차례의 전쟁을 통해 돈을 모았어요. 유럽과 미국에서 그들의 평판은 상당히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고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로스차일드의 핵심 가문은 적극적으로 가문의 평판을 회복해 왔고, 윌리엄과 같은 3번째 단계에 있는 집안이 이와 같은 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면 핵심 가문들은 그들을 보호하지는 않을 겁니다.”"알겠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저는 그들이 절 찾으러 올까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요." 그렇게 말한 후 시후는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만약 그들이 기꺼이 나를 찾을 의향이 있다면, 다른 경로를 통해 그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윌리엄의 가족이 시리아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걸 알려주십시오. 그렇게 해서 그들이 시
그녀가 단지 한국에 가서 시후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여왕으로서 그녀가 나라를 떠나기로 결정하는 한, 노르웨이 정부는 반드시 목적지 국가에 통보할 것이고, 경호원, 보조원, 가사 도우미도 함께 동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때 시후가 그녀를 만나러 오지 않는다면 그녀는 평생 시후를 볼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공항까지 시후와 함께 하는 시간은 그와 함께 보내는 헬레나의 마지막 시간일 수도 있다.헬레나의 말을 들은 시후는 당연히 거절할 수 없었고, 웃으며 말했다. "별 말씀을요. 괜찮으면 저와 함께 가시죠.”헬레나는 즉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소녀처럼 신나게 말했다. "고마워요, 은시후 씨!"여왕은 헬레나의 태도를 보고 이미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헬레나는 이 은시후 씨에게 매력을 느꼈을 거야... 그러니 배웅하고 싶어도 이렇게 겸손하게 부탁하는 것이지... 아무래도 은시후 씨를 엄청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여왕은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시후를 향한 헬레나의 감정은 결국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회춘단에 대한 열망 때문에 헬레나와 시후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렇다면, 시후는 그의 손녀 사위가 될 것이다. 그러한 관계가 된다면 자신은 회춘단을 얻을 확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헬레나가 앞으로 맞게 될 삶의 궤적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헬레나가 왕위를 물려받은 후에 그녀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노르웨이의 전통과 국민들의 뜻에 따라 앞으로 헬레나의 파트너는 다른 유럽 국가의 왕실 구성원이거나 유럽 최고 가문의 구성원만이 될 것이다. 또한, 상대방의 혈통은 반드시 백인이어야 하며, 다른 인종이 아니어야 한다. 이것은 인종 차별이라기보다는, 각 나라가 고유한 민족주의가 있으며 나라의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왕위를 물려받은
노르웨이 왕실의 호송대가 늦은 밤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콩코드는 이륙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시후가 공항에 도착하면 곧바로 이륙할 수 있었다. 지금 시각은 노르웨이 시간으로는 오전 1시,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8시였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시후는 한국 시간으로 정오쯤 인천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착륙 후 시후는 가능한 한 빨리 구름산으로 가서 위험한 일이 있을 때 몰래 도망친 LCS 그룹의 구성원들을 처리할 예정이었다.차에서 헬레나는 시후 옆에 앉아 있었다. 이때 헬레나는 시후를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차창 밖으로 비치는 노르웨이의 밤을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붉은 입술을 오므리기도 하고, 하얀 이로 아랫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많은 망설임 끝에 그녀는 마침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은시후 씨, 사실 노르웨이는 너무 작아요.. 노르웨이 인구는 한국의 10분의 1정도 밖에 안 되니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인구가 적기는 하지만 노르웨이는 곧 당신의 왕국이 될 겁니다. 당신은 지금 아직 젊고 적어도 50년 동안 통치하게 될 국가인데요.. 50년이라면 당신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니 아직 기대해볼 만하지 않나요?"헬레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은시후 씨, 솔직히 말해서... 저는 왕좌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시후를 바라보며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은시후 씨, 사실 저의 가장 큰 희망은 왕위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는 것이었어요.. 당신이 올리비아를 해외로 추방한다면 나의 안전은 이미 보장되었고, 내가 여왕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하지 않아요..."시후는 그녀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 "3일 안에 왕위를 물려받게 될 텐데 왜 갑자기 이 시점에 물러나려고 하는 거죠?"헬레나는 입술을 오므리고 한참 동안 어색하게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은시후 씨, 제 생각에는 제가 여왕의 역할을 맡을 자격이 없을 것 같아요. 여왕이 되기 위해서
헬레나는 약간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은지환 씨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들었어요. 그는 이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매우 화를 냈었죠...""네..." 시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매우 화가 났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그렇게까지 적대적이지는 않았겠죠.”헬레나는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은시후 씨, LCS 그룹으로부터 이런 큰 선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떻게 당신을 설득하셨나요?”시후는 자조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때 나는 무일푼이었고, 나를 구해준 사람이 병에 걸려 치료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나 때문에 집안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죠.. 가난한 청년은 아무리 야망이 있어도 현실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죠.. 꼭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날 구해준 사람과 내 아내를 위해서라도 나는 LCS 그룹의 선물을 받아야 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나는 그룹을 인수하고 현금으로 날 구해준 분의 의료비를 대주었고, 차근차근 노력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 선물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죠..”헬레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은시후 씨, LCS 그룹은 당신에게 그룹과 현금만을 주었지만 당신이 가지고 있는 힘은 이 자산을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요. 그래서 저는 당신이 LCS 그룹이 준 선물이 있든 없든 분명히 성공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헬레나, 운명은 때로 마법과 같고 미묘하기도 합니다. 운명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운명은 마치 실타래처럼 얽혀 있고, 뗄레야 뗄 수 없도록 연결되어 있다는 걸요..” 시후는 이렇게 이어 말했다. “당신이 내리는 사소한 결정이, 당신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삶을 미묘하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헬레나는 멍하니 말했다. "은시후 씨,
시후는 헬레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헬레나와 자신의 운명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던 중 헬레나가 왜 갑자기 이런 터무니없는 요청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그건... 우리가 말하던 주제와는 조금 다른 주제인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나요?"헬레나는 윙크를 하며 눈을 깜빡이고는 웃음 지었고,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여 자신의 붉은 입술을 시후의 입술 위로 겹쳤다. 그런 뒤 헬레나는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조금 수줍게 말했다. "그 BMW와 그 골동품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예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고, 나도 당신에게 구원받지 못했겠네요. 그렇다면 조금 전의 키스는커녕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당신과 사랑에 빠질 수도 없었을 것이며, 내 첫 키스도 당신에게 빼앗기지 않았을 테니 당신의 말이 맞아요. 운명은 정말 마법 같아요. 이제 이해되었어요..!”시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뜻밖에도 헬레나는 자신이 말한 운명의 논리를 이용하여 자신을 그녀의 운명에 개입시켰다. 그는 입가에 맴도는 달콤한 맛에 감히 참지 못하고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비록 당신의 행동은 적절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논리가 옳다는 것은 인정합니다.”헬레나는 시후의 눈을 피하며 수줍게 웃었다. "BMW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네요. 그렇지 않았다면 평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시후는 "나는 이미 결혼했어요.."라고 힘없이 말했다.헬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요?"시후가 말했다. "그러니 나에게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만난 지 2~3일 밖에 안 됐어요. 내가 당신을 도와줘서 고맙겠지만,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그건 옳지 않아요." 헬레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결코 감사함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예요.”시후는 침착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하루나 이틀 만에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