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에는 시후가 배신자만큼이나 증오스러웠다. 이때 성도민이 모두의 앞으로 다가와 큰 소리로 소리쳤다. "내 말을 잘 들어!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은 선생님께서 결정한다. 그러니 당신들은 반드시 그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혹시라도 불복종하는 이들이 있다면 나는 세상 끝까지 그를 쫓아갈 것이다!!”성도민이 이 말을 하자마자 LCS 그룹 친척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거의 기절할 뻔했다..! 원래 그들은 시후가 블랙 드래곤에 항복하여 블랙 드래곤의 부하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성도민이 오히려 그를 따르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들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시후는 성도민 쪽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나의 친척이자 우리 그룹의 피가 흐르고 있는 당신들은 중요한 순간에 LCS 그룹과 묘에 묻힌 조상들의 안전을 무시했습니다! 당신들이 충분히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하늘에 계신 우리 선조들의 영혼들이 편히 쉴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여러분은 모두 삼보일배를 하며 구름산 정상까지 오르고, 산에 묻혀 계신 조상들에게 직접 죄를 회개하도록 하십시오!”시후가 이 말을 하자마자 700명 이상의 친척들이 한탄하며 울부짖었다..! 그들은 이미 손에 있던 현금을 거의 다 써버리고, 매매 계약이라 할 수 있는 할부 계약까지 맺었으니 재산의 대부분을 잃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 장애물을 모두 다 통과하지 못했다. 시후는 그들에게 삼보일배를 하며 산을 오를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구름산은 LCS 그룹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산기슭에서 산 정상까지 시멘트 도로가 있지만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여전히 2km 정도는 걸어야 했다. 그러니 삼보일배를 하면서 걸으면 거의 2미터 정도 되는 거리마다 한 번씩 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천 번 정도의 절을 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삼보일배를 하는 것도 이미 번거로운 일인데, 그래도 빠르게 움직이면 1분 안에 2~3번 밖에 절을 할 수 없다. 이렇게 계산하면 4~5
성도민은 무엇보다 우정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것은 바로 블랙 드래곤이 오늘날까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그는 부모님을 평화롭게 묻어 드리라는 시후의 배려에 감사하고 있었는데, LCS 그룹 친척들의 뻔뻔한 태도를 보고 이미 극도로 화가 났다. 그리고 그가 무심코 '은 선생님'이라는 말을 뱉어 낸 것은 바로 그의 분노 때문이었다.이로 인해 LCS 그룹 친척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LCS 그룹이 완전히 저항을 포기하고 블랙 드래곤에 항복했다면 성도민이 시후를 부하로 부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성도민이 갑자기 시후를 계속해서 ‘은 선생님’이라고 부르자, 그들은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놀라기도 전에 블랙 드래곤의 많은 병사들이 달려들어 뻔뻔하게 시후를 욕한 이들을 모두 끌어내기 시작했다..!그 직후, 사람들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은 모두 무술의 대가들이었다. 그러니 그들의 팔 힘은 호랑이와 맞먹을 정도 거나 그 이상이었다. 정말도 힘을 강하게 주다가는 상대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시후는 친척들의 태도가 매우 불만스러웠지만, 아직 그들의 목숨을 앗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성도민을 말리며 말했다. "됐어요. 때릴 필요는 없어." 시후가 가볍게 한 마디 내뱉자 블랙 드래곤의 군사들은 즉시 한 명씩 움직임을 멈췄다.이 장면은 LCS 그룹의 친척들을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방금 성도민이 정중하게 시후를 '은 선생님'이라고 불러서 혼란스러웠다면, 이번에는 블랙 드래곤 병사들이 시후의 한 마디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자 그들은 더욱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친척들은 속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체 성도민과 블랙 드래곤의 군인들이 왜 은시후를 이렇게 존경하는 거지..? LCS 그룹이 자산의 절반을 블랙 드래곤에 기부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건 너무 비현실적인 것 같은데..?’ 공격을 성공한 후 피해자에게
"성도민이 은시후에게 무릎을 꿇는다고?!""그리고 부하라고 하는 거야?! 무슨 뜻이야?! 블랙 드래곤이 은시후에게 복종한 거야?!"그러자 LCS 그룹 친척들은 갑자기 폭발했다..! 그들 중 누구도 상황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이었다.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마치 100미터 높이의 건물에서 벽돌을 떨어뜨렸을 때, 사람, 자동차, 작은 동물, 꽃에 부딪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벽돌이 떨어지지 않고 중력을 거슬러 대기권 밖으로 멀리 날아가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충격’이라는 단어로 이 감정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들은 지금 이 세상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흘러 가고 있다고 느꼈으며, 너무 터무니없어서 마치 마법 세계로 들어간 듯한 착각도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성도민이 두려워 서둘러 도망쳤는데.. 성도민이 은시후의 부하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때 시후는 성도민에게 손을 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알릴 생각이었는데. 아무튼 결국에는 다들 알게 될 것이었고..” 그렇게 말한 뒤 시후는 700명이 넘는 친척들을 바라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들은 LCS 그룹이 블랙 드래곤 앞에서 반드시 질 거라고 생각했겠지?”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감히 응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시후는 다시 물었다. "이번에 LCS 그룹이 파멸에 이르게 되었으니, 그룹과의 관계를 빨리 끊고 싶다고 생각했겠지?”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감히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시후가 다시 물었다. "당신들은 날개가 이미 강해졌고, 이번에 LCS 그룹이 완전히 파산하더라도 당신들의 미래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700명이 넘는 사람들 가운데 서둘러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이때 시후는 그들의 표정을 완전히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비웃으며 엄숙하게 말했다. "당
시후가 하찮은 인정에 대해 말했을 때 LCS 그룹의 친척들은 시후가 매우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도민이 시후의 말을 따르자 모두 겁에 질려 쓰러질 뻔했다..! 성도민의 말은 그들에게 기본적인 진실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만약 시후가 자신들을 죽이기로 결심했다면, 성도민은 반드시 그의 말에 동의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해외에 뿌리를 둔 블랙 드래곤 같은 용병 조직은 법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고, 최악의 경우 전쟁으로 피폐해진 지역으로 가버리면 아무도 그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친척들은 누가 먼저 시작하는지도 모르고 모두 땅에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시후야... 우리는 동물들 보다 더 나쁜 인간들이다..! 그러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이제부터는 LCS 그룹에 충성을 다하겠다. 하늘이 무너져도 다시는 도망치지 않을 거야!!”"시후야... 우리를 어떻게 처리하든지, 우리는 모두 기꺼이 죄를 인정하고 처벌을 받을 의향이 있다.. 다만 우리가 모두 같은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우리 목숨만은 살려 주라.. 앞으로 LCS 그룹을 위해 속죄할 수 있도록 말이야!”"그래, 시후야...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집안이고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는데, 왜 서로 싸우려고 해! 실수를 많이 했지만, 우리는 소심해서 죽는 것이 두렵다.. 우리는 결코 너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어.. 그러니 이번만은 우리를 용서해 줘."시후는 그들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집안이기 때문에 목숨을 살려주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먼저 삼보일배 하면서 조상님들께 회개하는 마음으로 구름산에 오르십시오. 관대하게 대할지는 그 때 생각해 보죠!" 이에 시후는 이렇게 덧붙였다. "일단 가장 먼저 올라간 50%는 처벌하지 않겠지만, 뒤에 올라오는 50%의 인원들은 24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죄를 속죄해야 합니다!”이 말이 나오자마자 친척들 중 한 명이 불쑥 소리쳤다. "갈게! 지금 당장 절하러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말했다. "노르웨이 측의 문제는 잘 해결되었습니다. 헬레나 공주가 왕위에 오른 후 LCS 그룹은 공식적으로 노르웨이 왕실과 비즈니스 협력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때 헬레나 여왕과 미팅을 하기 위해 비즈니스 팀을 보낼 생각이고요."은충환은 감탄하며 말했다. "시후야, 이렇게 짧은 시간에 노르웨이 왕좌를 물려받을 계승자를 바꾸고 노르웨이 왕실 전체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니.. 유감스럽게도 이런 인물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너 하나뿐일 거다..!”시후는 할아버지의 아첨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노르웨이 왕실은 앞으로 LCS 그룹이 유럽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관련 협력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가능한 한 빨리 실행해야 하며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이번에 노르웨이에 가면 전문 매니저들로 구성된 팀을 확실히 만들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우리가 이 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LCS 그룹의 구성원이 포함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노르웨이의 갈 적합한 인원이 필요해요.”은충환은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시후야, 네가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니면 내가 널 대신하여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냐?"시후는 잠시 고민하다가 "헬레나 공주는 아무래도 어린 편이니, 할아버지께서 직접 그곳에 가신다면 소통하는 데 조금 세대차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라고 말했다.그러자 군중 속에 무릎을 꿇고 있던 은소리는 급히 소리쳤다. "시후야! 아니면 내가 갈게! 나는 헬레나랑 아는 사이야. 게다가 여기서 3일 동안 무릎을 꿇고 있으라고 하지 않았니? 이제 이틀이면 끝이 날 거야..!”시후는 아첨하는 은소리를 바라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은소리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 그녀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재빨리 자신에게 아첨하고, 자신이 주인이 된 LCS 그룹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사실 시후는 은소리에 대해 좋은 인
LCS 그룹에서 후회하고 있는 것은 은정공과 은지환 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에 무릎을 꿇은 LCS 그룹 친척들 모두가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몹시 안타까움을 느꼈다. 시후가 이토록 유능하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성도민에게 몰래 항복할 계획을 새우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목에 칼을 들이밀어도 시후를 환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마치 일본이 항복한 이후에 일본의 앞잡이들과 같았다. 그들은 조해와 더불어 수치심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때 LCS 그룹 구성원들 뒤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바로 엘에이치 그룹의 소성봉과 소수도였다.원래 블랙 드래곤은 이미 두 사람이 산을 내려가도록 했지만, 소성봉은 소수도를 붙잡아 두고 시후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 무릎을 꿇으라고 시켰다. 두 사람은 시후가 헬레나를 노르웨이 여왕의 자리에 올렸다는 사실을 직접 듣고 극도로 겁을 먹었다.시후도 두 사람을 바라보며 "소성봉, 소수도 씨, 왜 두 사람이 아직 여기에 있죠?"라고 물었다.소성봉은 서둘러 말했다. "은... 은시후 씨.. 당신이 오지 않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감히 아무렇지도 않게 떠날 수 있겠습니까...?"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됐습니다. 더 이상 여기서 연기하지 마시고 돌아가서 준비하고 각자 할 일을 하세요." 시후는 갑자기 올리비아가 떠올라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소성봉 씨, 마다가스카르에서 지낼 당신의 저택을 위해 장기로 일할 직원들을 찾아 두었습니다. 그들은 바로 노르웨이 왕실의 올리비아 공주와 그녀의 세 가족이죠. 우리는 그들에게 목화 재배, 사탕수수 자르기 등의 일을 하도록 할 겁니다.”소성봉은 떨지 않을 수 없었고 속으로 생각했다. ‘올리비아는 노르웨이 왕가의 공주일 뿐만 아니라 전 왕위 계승자이기도 한데..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또한 노르웨이 왕족의 왕자다.. 그런데 은시후는 그들을 내 저택에서 장기로 일하게 만들다니..? 이건 왕실의 존엄성을 극히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부모님의 영정사진을 바라보자 시후는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시후는 참지 못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버지, 이제 아버지의 아들이 그룹의 회장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회장직을 아버지께 물려주셨다면.. 제 생각에 두 분이 죽음을 맞이하지 않으셨을 것이고 원래 계시던 곳을 떠나 멀리 떠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 아들이 반드시 두 분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서 복수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나서 시후는 영정 속 아버지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께서 늘 LCS 그룹을 계승하고 그룹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 놓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제 이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 받아, 언젠가 LCS 그룹을 반드시 세계 최고의 그룹으로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시후는 어머니의 영정을 다시 바라보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 "어머니... 다들 외조부모님을 보러 가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아마 어머니께서 살아 계셨다면 분명히 제가 왜 조부모님들을 찾아 뵙기를 원하셨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고, 지금 어머니께서도 계시지 않으니 어떻게 두 분을 만나야 할 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러니 당장 두 분을 만나러 가는 건 조금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도 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이렇게 말한 뒤 시후는 부모님의 묘비 앞에서 몸을 굽혀 절을 했다. "아버지, 어머니, 이 아들이 오늘 두 분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서울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현재 저는 아직 제 자신의 신분을 밝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이곳에 오래 머무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시간을 내어 두 분을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그 후 시후는 다시 말했다. "이 아들이 정체를 공식적으로 세상에 밝히는 날이 오면 두 분의 며느리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아마 저의 반쪽을 두 분께서
시후가 10년에 한 번씩 있는 제사를 1년에 한 번으로 바꿀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제사를 거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만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기도 했다.그래서 군중 속 한 친척이 말했다. "시후야... 제사를 이 정도 기간마다 한 번씩 지내는 것은 앞서 조상들이 정한 규칙이다. 그런데 네가 갑자기 1년마다 지내는 것으로 바꾼다고 하면, 제사를 너무 자주 지내는 것이 아니냐? 나는 개인적으로 조상들의 평화를 자주 방해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상들이 힘들어 한다면 그것은 큰 무례야!"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예전에는 10년 정도에 한 번이었기에 당신들은 오랫동안 조상에 대해 잊고 살았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조상의 무덤을 파헤치겠다고 말했는데도, 밤에 몰래 한국에서 도망치는 것이 당신들의 조상을 존경하는 방법입니까?”그러자 앞서 말한 노인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그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시후는 "왜요? 왜 말씀을 안 하세요? 조금 전에는 꽤 잘하시던데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말한 후 시후는 뒤에 있는 조상들의 묘를 가리키며 차갑게 물었다. "자, 우리 조상들 앞에서 당신들이 어떻게 얼마나 조상님들을 존경했는지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까?"노인은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내가... 내가 잘못했다..."시후는 차갑게 말했다. "내게 잘못했다고 말하지 마세요! 앞으로 나와서 조상님들께 직접 말씀드리란 말입니다!"노인은 백 개가 넘는 조상의 무덤을 마주하며 군중 속에서 걸어 나갔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조상님들.. 이 후손 은재명이 틀렸습니다..! 조상님들께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시후는 차갑게 코웃음 치며 노인을 무시했다. 그는 계속해서 눈앞에 있는 700명이 넘는 친척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들이 우리 그룹의 친척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내가 당신들에게 뭔가를 요구한다면 그건 당신들이 협박하는 거니까 말입니다!” 이어 시후는 무릎을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