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지인의 뒤통수를 치는 수법은 여러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법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경우는 지인 사이임에도 함정을 파고 덫을 놓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기 행각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기꾼들은 더 가차 없이 행동하기도 하다.중고차 시장은 매우 복잡하고, 특히 친구를 쉽게 믿는 사람일수록 쉽게 속게 된다. 김대용이 마음에 들어 했던 포르쉐 718은 원래 남해 지역에서 렌터카로 사용되던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본래 여름 장마기간 침수되었던 차량이며, 복구 후 저렴한 가격으로 렌터카 업체에 매각되어 하루에 30만 원 정도에 대여되고 있었다. 1년 정도의 대여를 통해 중고차 회사는 원가를 회수할 수 있었다.6개월 전, 이 차량은 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명의 젊은이에게 대여되었다. 이들은 음주 운전으로 심각한 사고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한 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차량은 거의 폐차 상태가 되었다. 그 후, 이 차량은 김대용의 친구 최수빈과 함께 일하는 사장의 손에 매우 저렴한 가격에 넘어갔다. 사장은 차량을 마치 새것처럼 용접한 후, 서울로 옮겨 판매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 차량은 상태가 매우 나빴기 때문에 차에 대해서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그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아무리 포르쉐의 인기가 높다고 해도 이 차량은 계속 팔리지 않았다.그러던 중 김대용이 함정에 걸려 들었다. 그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단기 대출 계약서에 서명하고 대출받은 돈을 가지고 서둘러 차를 가지러 갔다.그의 친구 최수빈은 김대용을 위해 성대한 차 출고식을 준비했다. 침수된 데다 사고로 인해 운전자가 죽었던 이 포르쉐는 최수빈이 잘 꾸며 놓았기 때문에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으며, 심지어 크고 붉은 리본까지 달려 있어 더욱 멋져 보였다.그러나 김대용은 자신이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이 차를 감상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차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팔 때, 1천
"그래? 정말 잘 됐다!" 김대용은 감격스러운 마음에 연신 고개를 숙이며 흥분해서 말했다. "그럼 나는 먼저 차 타고 갈게, 이틀 후에 그 친구에게 연락해줘! 차가 팔리면 내가 너에게 한 턱 쏠게!!”수빈은 손을 흔들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에게 쏠 필요는 없어, 너도 지금 힘든 상황이니까."5분 후, 김대용은 친구에 대한 깊은 감사를 표하고, 그토록 꿈꾸던 포르쉐 718을 몰고 중고차 매장을 떠났다. 그 순간, 그는 이 차가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악몽을 안겨줄지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의 2천만 원을 모두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고금리 대출까지 떠안고 결국 부모가 집을 팔아야만 겨우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그는 알지 못했다.한편, 인터네셔널 호텔에 머물고 있는 배유현은 켈리 웨어슬러와 함께 유나를 배웅하고 있었다. 세 여성은 함께 점심을 먹고 나서 배유현의 객실에서 오후 내내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유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호텔을 떠났다.유나가 택시를 타고 떠난 후, 켈리 웨어슬러는 배유현에게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유현 양, 저는 당신 때문에 마스터 클래스에 김유나 씨를 초대했어요. 그녀도 눈치가 빠를 텐데, 왜 나에게만 선물을 준비하고 당신에게는 준비하지 않았을까요..?"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행히 그녀가 나에게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네요.. 만약 준비했다면, 내가 쏟은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을 거예요."켈리 웨어슬러는 이해하지 못한 듯 의아해하며 물었다. "유현 양, 그게 무슨 뜻인가요? 잘 이해가 안 되는데..."배유현은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번 일은 간단히 설명하기 어려워요. 아시아는 인간관계가 중요한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계 친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회적 관계는 거의 모두 인간관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죠. ‘누군가 나에게 뭔가를 베풀면 나도 베푼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서양의 인간관계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기도 해요." 잠시 말
배유현은 이 말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녀는 시후가 돈을 벌기 위해서 이토록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겨우 러닝 머신 한 대를 대여하는데, 아무리 최고급 브랜드라 해도 1억 정도 가격일 텐데 시후는 머신 한 대를 사용하는 데에 1천만 원을 청구했다. 이건 너무 비싼 금액이었다.이때, 배원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이 버킹엄 호텔은 그야말로 부자들을 도살하는 곳이야. 돈을 걷어가는 명목도 이렇게나 많아서 믿기 어려울 정도라니까..!!"배유현은 할아버지를 달래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래도 이 정도 돈은 사실 별로 큰 문제가 안 되실 거예요.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이미 온 이상 편하게 지내세요.""그래 네 말이 맞다.." 배원중은 씁쓸하게 말하며 동의했다. "나도 이미 왔다면 마음 편히 지내자는 주의지... 그런데 이렇게까지 도를 지나칠 줄은 몰랐다. 정말 상식을 뒤엎는 일이 아니냐.." 배원중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서 물었다. "유현아, 직접 겪어보니 이 배후에 있는 사장이라는 자는 그저 돈에 눈이 먼, 돈만 밝히는 장사꾼처럼 느껴지는구나.. 네가 이런 사람에게 인간적인 관계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가 있겠니?"배유현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관찰한 바로는 이 배후의 은 선생님은 돈만 밝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겠죠. 그는 아마 이번 기회를 이용해 부자들에게 큰 돈을 뜯어내려는 의도가 있을 뿐인 것 같아요.."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할아버지도 말씀하셨듯이, 박청운 선생님께서 과거에 운 좋게 그에게서 회춘단을 얻었지만, 은 선생님은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잖아요. 더불어 지금의 상황을 보면.. 회춘단의 경매 가격은 어마어마한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도 커 보이는데, 그 정도의 가치를 지닌 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그 후, 배유현은 덧
한편, 안세진은 시후에게 상세하게 보고했다. "도련님, 이번 경매에 참가한 모든 신청자들이 빠짐없이 호텔에 체크인했습니다. 또한, 201위에서 220위에 해당하는 20명의 경매 참여 예비 참석자들도 내일 도착할 예정입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했다. "그들에게는 숙박 비용을 청구하지 않도록 하세요. 이들은 대부분 경매에 참가할 가능성이 낮아 아마도 경매장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을 지도 모르니까요.""알겠습니다, 도련님." 안세진은 즉시 응답한 뒤, 급히 물었다. "도련님, 그렇다면 이들을 헛걸음하게 두실 겁니까? 그들은 대부분이 해외에서 온 사람들이라 한국에 오느라 고생했을 텐데요."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만약 그들이 다른 참석자를 대체할 기회가 없게 되면, 경매 당일에 그들이 보안 검사를 통과한다면 경매장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죠. 하지만, 관람만 가능하고 입찰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그저 회춘단의 효과를 직접 확인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결국 그들의 대부분이 그걸 구경하러 온 거니까요.”부자들이 속속 몰려드는 상황에서 시후는 이번 경매가 점점 더 기대되었다. 자신이 연출한 이 일련의 광고들이 회춘단의 경매가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시후도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번 경매에서 참가자들이 다른 사람이 회춘단을 복용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되면, 그들은 회춘단에 대해 지금보다 열 배, 아니, 엄청난 열정을 불태울 것이라는 점이었다.현재까지 경매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최상위 부유층은 회춘단의 효과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만 알고 있었지, 직접 그 신비한 효력을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재산이 200명 안에 들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경매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회춘단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그래서 이번 경매는 상류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경매 이후, 회춘단은 상류 사회에서 가장 귀중하고 가장 추앙 받
박청운은 행정동에 체크인을 한 뒤, 계속해서 시후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서울 방문에서 그는 자신이 이들 최상위 부유층과 경쟁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 서울 방문의 유일한 목적은 시후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래서 안세진이 연락했을 때, 박청운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도련님에게 전해주십시오. 저는 언제든 기다리고 있습니다."시후는 이 말을 듣고 지체하지 않고 바로 안세진에게 행정동으로 안내하도록 하여, 박청운의 객실로 향했다.시후는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공손히 말했다. "박청운 선생님,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박청운은 급히 예를 표하며 동시에 허리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도련님, 제가 먼저 인사드립니다!"시후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박청운 선생님, 너무 과하십니다. 제가 어찌 선생님의 인사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박청운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련님, 당신은 저보다 운명적으로 우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저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러니 제가 당신께 예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는 곧바로 시후에게 말했다. "도련님, 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세진에게 말했다. "부장님 박청운 선생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가겠습니다. 먼저 돌아가시죠."안세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는 박청운에게도 인사하며 말했다. "선생님, 먼저 물러가겠습니다."박청운은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부장님, 안녕히 가십시오."안세진이 떠난 후, 시후는 박청운과 함께 그가 묵고 있는 객실로 들어갔다. 이 객실은 행정동의 스위트룸으로, 면적이 200㎡가 넘었고, 거실 하나만 해도 거의 100㎡에 달했다. 거실의 탁자에는 자사 찻잔 세트가 놓여 있었고, 그 외에도 청동으로 만들어진 향로가 하나 있었다.박청운은 시후를 소파에 앉히고 자신은 물을 끓여 차를 준비하면서, 손바닥 크기의 나무 조각을 하나 품
이때 박청운은 그 압축된 향에 성냥으로 불을 붙이며 시후에게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 이런 향로의 향에 거부 반응이 있으시지는 않으시지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얇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그는 향이 타오를 때의 특유의 향기를 맡으며, 마음이 특히 상쾌해짐을 느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고상한 취향을 가지고 계시네요. 이런 향은..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 어머니 덕분에 맡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한 번은 박물관에서 맡았던 적도 있었죠..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비슷한 향을 맡게 되니 그리움이 밀려옵니다.."박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도련님의 어머님께서는 미국에서 매우 유명하신 분이셨습니다. 생전에 한국의 전통 문화를 미국에서 열심히 홍보하셨고, 많은 미국 상류층 부인들이 그녀를 본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때가 있었죠.. 저도 향을 좋아한 지 오래되었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수십 년 동안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던 인센스 스틱이 상류층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스틱의 가격이 미국에서 1년 만에 다섯 배 이상 올랐던 때도 있었지요..”시후는 호기심에 물었다. "선생님, 그렇다면 제 어머니를 직접 만나신 적이 있으신 겁니까?”"예 뵌 적이 있습니다." 박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도련님, 사실 저는 당신의 외증조부와 오랜 친구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외할아버지가 아기일 때부터 알고 지냈으며, 도련님 어머니의 돌잔치에도 초대받아 참석했었지요..”시후의 외증조부는 그의 외할아버지의 아버지이자, Samson 그룹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시후는 이 외증조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는 시후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박청운이 이런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꺼내자 시후는 놀라며 물었다. "선생님, 혹시 제 외증조부와 친구셨나요?""네." 박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당신의 외증조부와 저는 나이가 비슷합니다.
사실, 시후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회춘단 경매에서 자신의 외할아버지를 만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다. 그는 사실 외할아버지 가족들과 다시 만나려는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시후의 외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박청운은 흥미가 생긴 듯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도련님.. 저는 당신의 외할아버지가 회춘단 경매에 참석하는 것을 정말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시후는 호기심에 물었다. "선생님,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박청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의 외할아버지는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셨고, 굉장히 서구화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믿고, 전통의 일부일 지라도 만약 과학적이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만도 하죠. 제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외할아버지께서는 당대 최고의 학자였으며,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수재였다고 하셨거든요.”박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맞습니다.. 그는 순수한 서구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반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먼저 비판적인 사고를 한 뒤에 서서히 검증해 나가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의 인생은 마치 세상 전체와 싸우는 것 같았어요. 비록 그가 한국 전통 문화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확실히 매우 뛰어난 사업가였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박청운은 흥미롭게 덧붙였다. "하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본능적인 반항심과 불만은 점점 줄어들게 되지요.. 세상과 화해하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게 되고요.. 많은 물리학자들이 평생 동안 세상에 신이나 창조주가 없음을 증명하려고 애쓰지만, 나이가 들고 많은 것들을 깨닫고 나면 오히려 세상 만물의 이면에는 창조자가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경우도 있는 것과 같지요.. 단지 창조자는 사람이나 신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박청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시후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도련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이게 말씀을 드려도 되는 내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시후는 서둘러 대답했다. "선생님, 그렇게 예의를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말씀이든 편하게 하십시오."박청운은 말을 꺼냈다. "도련님께서는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 원래의 운명으로 돌아오기는 하셨지만, 용의 운명으로 돌아온 것은 도련님의 운명에서 끝이 아닙니다..! 고문헌에 따르면, 물뱀은 500년이 지나면 이무기로 변하고, 이무기는 천 년을 참고 기다리면 용으로 변한다고 하지요. 그리고 용은 다시 500년이 지나면 각룡이 되고, 천 년이 지나면 응룡이 된다고도 합니다. 이는, 용의 운명을 타고난 것이 최고의 운명이 아니며, 그 위에 또 각룡과 응룡이라는 다른 종류의 용이 존재한다는 뜻이겠지요."시후의 머릿속에는 즉시 《구현보감》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 내용에는 분명 이무기, 다양한 용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즉 각룡과 응룡은 이무기 보다 더 높은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때 박청운은 계속해서 말했다. "도련님,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도련님께서 아직 갈 길이 멀고, 세계의 정상에 서려면 마지막 몇 계단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Samson 그룹은 도련님께서 정상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몇 계단 중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외할아버지와 일찍 만나는 것은 새로운 국면을 열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Samson 그룹과요..?" 시후는 자연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정상에 오르려면, 스스로의 힘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거든요." 시후에게 있어, 그는 외할아버지 일가의 도움을 기대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집안, 즉 LCS 그룹을 받아들이는 것은 한편으로는 LCS 그룹이 자신의 가족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LCS 그룹에는 자신의 아버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