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황석례는 친절하게 시후에게 다양한 색상의 칩 한 쟁반을 들고 왔다. 칩의 금액은 100 캐나다 달러부터 시작해 500, 1000짜리도 있었다. 그는 칩을 시후 앞에 내밀며 웃으며 말했다. "형님, 부탁하신 칩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지 않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네가 들고 있어.""제가...요?" 황석례는 순간 멍해지며, 또 한 번 모욕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시후는 거기서 천 캐나다 달러짜리 칩 다섯 개를 꺼내 황석례의 주머니에 넣어주며 말했다. "걱정 마, 공짜로 들고 있진 않게 할 테니까."황석례는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곧 시후가 확실히 노련한 도박꾼이며, 매우 통 큰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 번에 5000 캐나다 달러의 팁을 주는 손님은 지금껏 이 카지노에서 본 적이 없었다. 이에 황석례는 즉시 아부를 떨며 말했다. "아이고, 형님 감사합니다!" 돈을 받은 황석례는 시후에게 더욱 공손해졌고, 그를 계속 편하게 형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시후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대답한 뒤, 칩 몇 개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달그락 대며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어이, 재미있는 게임 좀 소개해봐. 여기 뭐가 있지?"황석례는 칩 쟁반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예! 형님, 저희 카지노에는 다양한 게임이 있습니다. 요즘 북미에서 유행하는 블랙잭, 룰렛, 텍사스 홀덤, 파이 가우, 그리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바카라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밴쿠버에서도 바카라가 인기가 있어서 외국인들도 많이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덧붙였다. "혹시 하고 싶은 게임이 있으시면 제가 바로 준비해드릴 수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바카라로 하자고. 난 그게 간단하고 머리 아프지 않아서 좋아."황석례는 즉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바카라 테이블에는 유럽인 딜러가 카지노 장을 맡고 있었고, 그 옆에는 세 명의 외국인 손님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지금 게임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황석
이번 판 역시도 시후가 돈을 땄다. 두 번 연속 이기자, 시후는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고, 100 달러짜리 칩을 한 움큼 황석례에게 던지며 말했다. "다 1000 달러짜리로 바꿔 와, 100 달러짜리는 금액이 너무 작아."황석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때, 시후는 테이블 위의 칩을 대충 세어보고는 바로 만 달러를 베팅하며 웃으며 말했다. "오늘 운이 좋네, 이번에도 딜러를 연속으로 이겨보겠어!"황석례는 시후가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을 보자, 즉시 딜러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번 판에서 시후는 좋은 패를 얻지 못했고, 딜러의 패도 좋지는 않았지만 시후보다 한 점 더 높았다. 결과적으로 딜러는 시후의 베팅을 가져갔고, 다른 두 명에게는 배당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의 베팅 금액은 하나는 100달러, 다른 하나는 200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에, 딜러는 이번 판에서 이전에 잃은 금액을 모두 회수하고도 돈이 남을 정도였다. 사실, 딜러가 카드를 섞을 때, 시후는 이미 그의 손놀림을 간파했다. 딜러들은 과거에 윤우선을 속였던 하연과 마찬가지로 모두 고도의 속임수 전문가였다. 이러한 속임수는 특수 능력이 아니라, 마술사들과 마찬가지로 빠른 손놀림과 눈속임, 그리고 도구를 사용하여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다.시후 앞에 있는 이 딜러 역시도 속임수의 고수로, 카드를 섞을 때 자신이 원하는 패를 특정 위치에 숨겨놓고, 빠른 손놀림과 훈련된 기억력을 통해 카드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놀림은 일반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지만, 시후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늘 밤 그는 마치 재물의 신처럼 돈을 뿌리기만 할 것이었고, 조금 뒤에 황석례의 조직을 통째로 요리하여 성도민에게 보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 잃은 돈은 시후에게 얼마 안 되는 처리비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시후는 일부러 조금 실망한 듯이 말했다. "젠장! 겨우 한 점 차이로 졌잖아..
황석례는 시후가 던진 현금을 받아 들고 속으로 기뻐하며, 서둘러 칩으로 교환하러 갔다. 이번에 황석례는 시후에게 100 달러짜리 칩을 주지 않고, 최소 1000 달러부터 2000, 5000, 10000 달러짜리 칩 들로만 준비했다. 그가 칩을 들고 돌아와 시후 앞에 공손하게 놓으며 말했다. "형님, 칩 가지고 왔습니다. 확인해보세요.""됐어 안 봐도 돼." 시후는 굳이 칩을 확인하지도 않고, 10000 달러짜리 칩 하나를 꺼내 황석례에게 던지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럼 이거 가져가라고.""오우, 고맙습니다 형님! 정말로 통이 크시네요!" 황석례는 감격한 표정으로 칩을 받아 들고, 입으로는 감사의 말을 연발하면서 속으로는 이미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시후는 그를 무시하고 다시 10000 달러짜리 칩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탁자를 두드리며 딜러에게 말했다. "자, 카드 돌려."딜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석례의 눈치를 살폈다. 황석례가 팔짱을 끼고 오른손으로 왼팔을 잡고 있는 것을 본 딜러는 이번에도 시후가 지게 만들라는 황석례의 신호를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카드를 섞으면서 또 한 번 손을 썼다. 이제 황석례는 전체 도박판의 지휘자가 되었다. 황석례가 시후를 이기게 하고 싶으면 이기게 될 것이고, 지게 만들고자 하면 반드시 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시후는 이런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더 많은 돈을 잃어도 시후는 돈을 잃는 것에 대한 불만이나 짜증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황석례는 시후가 30만 캐나다 달러를 거의 다 잃었음에도 여전히 표정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그가 돈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반인 같았으면 이 정도 돈을 잃었을 때 이미 식은땀을 흘리며 초조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시후는 테이블 위의 칩이 거의 다 사라진 것을 보며, 마지막으로 5000 달러짜리 칩을 모두 걸고는 무심하게 말했다. "자, 마지막 판이다."딜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석례를 한 번
이어서 시후는 황석례에게 명령했다. "그럼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 줘."황석례는 서둘러 친절하게 말했다. "예 그럼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형님!" 카지노를 나와 황석례는 롤스로이스를 몰고 세 사람을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시후가 돈을 너무 빨리 잃었기 때문에, 세 사람이 나와서 집에 도착한 시간은 겨우 두 시간이 막 지난 시점이었다.차에서 내리기 전에 황석례는 시후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형님, 오늘 밤 푹 쉬시고, 내일 밤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황석례는 서둘러 물었다. "그런데 형님, 혹시 연락처를 넘겨주실 수 있을까요? 내일 미리 연락을 드리려고요.""필요 없어." 시후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냥 클라우디아한테 연락하면 돼."황석례는 고개를 끄덕이며 쾌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내일 클라우디아에게 바로 연락 드리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오케이' 라고 대답하고는 문을 열고 내리며 두 소녀와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황석례는 시후가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얼굴에 가득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 자식은 정말 살아있는 행운의 신이야! 오늘 30만 달러를 잃더니, 내일은 200만 달러라니.. 내일 잘 흔들어 주기만 하면 더 많은 돈을 잃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그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황석례는 명령했다. "오늘 이소분 납치는 잠시 보류해."상대방은 서둘러 물었다. "형님, 그럼 언제 실행할까요?"황석례는 말했다. "서두르지 말고 대기해. 상황이 적절하면 내일 밤에 하자고!"......이씨 아주머니의 집에 돌아왔을 때, 이씨 아주머니는 세 사람이 외출한 것에 대해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씨 아주머니는 이미 2층에 시후를 위한 방을 준비해 두었는데, 그 방은 클라우디아가 지내고 있는 방 옆, 이소분의 방 맞은편이었다. 이 집의 모든 침실은 독립된 화장실이 있어서, 시후처럼 남자가 머물기에도 편리했
시후는 현재 황석례가 자신이 내일 약속한 돈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늘 밤 이소분에게는 절대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그날 밤은 아무런 문제가 생각지 않고 평온하게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시후는 성도민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연결되자, 성도민은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저와 블랙 드래곤 200여 명의 대원들이 밴쿠버에 도착했습니다. 언제든지 지시를 내리시면 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시후는 놀라며 물었다. “성도민 씨도 온 겁니까?”성도민은 급히 말했다. “중동 쪽은 현재 별다른 급한 일이 없어서, 선생님께서 인력이 급히 필요하실 것 같아 제가 직접 부하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성도민은 다시 물었다. “은 선생님, 어떤 명령이든 지시만 주시면 제가 전력을 다해 수행하겠습니다!”시후는 말했다. “일단 자리를 잡고 있어요. 구체적인 지시는 내가 나중에 전하도록 하죠.”성도민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네, 은 선생님! 언제든지 필요하시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성도민과의 전화를 끊은 후, 시후는 세수를 하려고 하다가 문 밖에서 누군가가 엿듣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상대방의 호흡 패턴과 습관으로 짐작하여, 밖에 있는 사람은 얼마 전에 알게 된 클라우디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시후는 문 쪽으로 다가가, 클라우디아가 놀랄 새도 없이 문을 확 열었다.문밖에서 엿듣고 있던 클라우디아는 문 여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고, 어쩔 수 없이 당황한 표정으로 시후를 보며 두려운 듯 말했다. “시후 오빠... 미안해요... 저...”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에게 볼일이 있으면 들어와서 얘기해.”클라우디아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시후 오빠, 오늘 계획을 저에게 말해주실 수 있나요? 만약 제가 협조할 일이 있다면 꼭 미리 알려주세요!”
아침을 먹을 때, 이소분이 제안했다. "오빠, 오늘 편의점 문 닫고 우리 셋이 같이 밴쿠버를 구경하러 가는 게 어때?"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소분아,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나가서 볼일을 좀 봐야 해."이씨 아주머니는 호기심에 물었다. "시후야, 이번에 밴쿠버에 온 다른 이유가 있니?"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저희 집안이 소유하고 있는 해운 회사에서 마침 밴쿠버에서 한 척의 배를 눈여겨보고 있거든요. 이곳에 온 김에 항구에 가서 한번 선박을 확인해 보고 거래 절차도 처리하려고 합니다."그러자 이씨 아주머니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항구가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으니, 소분이가 널 데려다 주면 좋겠구나!"시후는 말했다. "괜찮아요, 아주머니. 그냥 택시 타고 가면 되거든요." 그리고 시후는 이소분을 향해 말했다. "소분아, 넌 편의점에 가 있어. 내가 일 끝나면 편의점에 들를 테니까."이소분은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그대로 수긍했다.아침을 먹은 후, 이소분은 클라우디아와 이씨 아주머니를 차에 태우고 코리아타운으로 향했다.이씨 아주머니는 오전에 일을 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보통 편의점에 가서 그들을 돕곤 했다.한편, 시후는 택시를 타고 밴쿠버 항구로 향했다.변지현은 시후의 지시에 따라 밴쿠버에서 15,000톤 급의 벌크선 한 척을 찾아냈는데, 가격은 2000만 달러였다. 가격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곧바로 거래가 가능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시후가 서류를 들고 항구로 가서 소유권 이전 절차만 처리하면, 해당 선박은 그의 것이 되는 것이었다. 시후는 밴쿠버 항구에 도착해, 변지현이 제공한 주소를 따라 선박의 주인을 찾았다.배 주인은 그를 데리고 항구에 정박 중인 그 화물선을 구경시켰다. 15,000톤 급 화물선은 화물선 분야에서는 작은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철로 된 이 거대한 배는 상당히 컸다. 배수량을 기준으로 보면 수천 명이 들어가도
저녁 식사 후, 황석례는 주인의 롤스로이스를 타고 이씨 아주머니의 집 앞에서 시후를 기다렸다.시후는 혼자서 빌라에서 나왔는데, 그는 어깨에 커다란 스포츠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 가방 안에는 오늘 막 교환한 200만 캐나다 달러가 가득 들어있었고, 그 외에도 그가 방금 구입한 화물선의 모든 서류가 있었다.황석례는 시후를 보자마자 눈에서 금전에 대한 욕망이 번쩍였고, 급히 차에서 내려 미리 롤스로이스 뒷좌석 문을 열어주고는 시후가 다가오자 공손하게 말했다. "형님, 타십시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을 차에 던지려 했는데, 황석례는 급히 손을 내밀며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가방을 넣어드리겠습니다!"시후는 거절하지 않고, 그가 가방을 힘들게 차 안으로 넣는 것을 지켜보았다.황석례는 가볍게 물었다. "형님, 가방이 꽤 무겁던데.. 안에 뭐가 들어 있습니까?"시후는 무심코 대답했다. "당연히 현금이지."황석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감탄했다. "형님은 정말 재력이 대단하십니다. 저 같은 소인이 따라갈 수 있는 분이 아니네요."시후는 살짝 웃으며 아무 말없이 차에 탔다.황석례는 뛰어가 운전석에 올라타, 차를 시동 걸며 공손하게 말했다. "형님, 제 사장님이 형님이야기를 듣고, 정말 통이 큰 사람인 것 같다고 오늘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카지노에서 형님을 만나 뵈려고 기다리고 계십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사장도 오늘 밤에 게임할 계획이야?"황석례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형님께 달렸습니다. 형님께서 원하신다면 사장님도 함께 하실 겁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먼저 인사부터 하러 가보지."황석례는 시후를 다시 어제 그 지하 카지노로 데려갔다. 오늘 카지노 내부는 어제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 청소를 깨끗하게 했고, 녹색 식물과 장식들도 추가되었으며, 심지어 공기 중에는 고급 아로마 향기까지 퍼져 있었다. 더불어 어제 있었던 정장을 입은 직원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대신 화려하고 섹시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난 밴쿠버에 잠시 일을 보러 온 거고, 여기서 그냥 게임 몇 판 즐기려고 들른 거라 신세를 질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웃었다. "다만, 당신이 나중에 한국에 올 일이 있다면, 그때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연락해요. 내가 말하는 건 한국 전역입니다. 특정 도시에 한정된 게 아니라요. 내가 한국에서는 그래도 좀 힘이 있거든.."안드레 리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그는 대략 시후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시후가 말하고자 하는 건 자신이 한국 전역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안드레 리치 자신은 밴쿠버라는 한 도시에서만 영향력을 가지는 약한 인물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이는 분명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그래서 그는 곧바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안드레 리치의 폭력적인 성격상, 자신을 면전에서 모욕하는 사람에게는 주먹으로 머리를 핏덩이로 만들어 놓고, 펜치로 그의 이를 하나하나 뽑아내는 게 그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현재 자신들의 ATM기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지금 마음이 불편하다고 해도 돈을 마다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 "미스터, 어쨌든 몇 판 하시고 싶으시다면, 어떤 게임을 하고 싶은 거죠?"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그냥 게임일 뿐이니까." 그러고는 자신의 가방을 열고, 200만 캐나다 달러 현금을 한꺼번에 테이블 위에 쏟아 부으며, 황석례에게 말했다. "이 돈 전부 칩으로 바꿔줘."황석례는 200만 캐나다 달러 현금을 보고 순간 넋이 나갔고, 한편에 있던 안드레 리치도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안드레는 최근에 이탈리아 그룹의 보스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돈을 많이 모으지 못했다. 시후를 카지노에 태우고 온 롤스로이스도 젊은 여성을 인신매매해 번 돈으로 산 것이었고, 최근 카지노 사업도 잘되지 않아 수입이 불안정했다. 그래서 그는 200만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