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의 말에, 김미희는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시후를 뚫어져라 똑바로 쳐다보며, 마음속에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내뱉었다. “은시후,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이 자리엔 화레이스, 마윤걸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있었고, 그들 또한 당혹스러운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역시, 이 눈앞에 선 은시후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자 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하지만 너희들은 그 중에서도 제일 수준 낮은 부류에 속해. 그래서, 굳이 내 정체를 알려줄 필요가 없을 것 같군. 하지만 너희가 알아야 할 건 딱 하나야. 블랙 드래곤 전체가 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건 자랑이 아니라 경고다. 너희들이 죽은 뒤, 네 가족들도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 능력이 나에겐 충분히 있다는 거지!”바로 옆에서 성도민이 차갑게 덧붙였다. “은 선생님께서 한 마디만 하신다면, 너희들의 가족들은 그 어디로 숨는다 해도, 내가 반드시 끌고 올 것이다!”김미희는 시후를 마치 괴물이라도 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존재를 적으로 돌렸는지를. 만약 시후가 블랙 드래곤을 쥐고 있는 것이라면, 자신의 두 아들을 시리아로 끌고 가는 건 고사하고, 집안을 몰살 시키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바로 그 순간, 김미희는 완전히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는 평생 악행을 저질러 왔지만, 단 한 번도 악몽을 꾼 적은 없었다. 되돌릴 수 없는 길을 택한 그 순간부터, 그녀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자신을 무장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 모든 건 자손 대대로 잘 살게 하기 위한 것이며, 자신이 총살을 당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던 김미희는, 시후가 집요하게 그녀의 급소를 찔러오자 완전히 무너졌다.김미희는 집안에 위기가 닥쳤을 때 한 번 절망했었다. 하지만 서
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미희, 네 두 아들의 자료는 이미 다 조사했어. 말한 대로 별로 똑똑하진 않더군. 아니, 좀 멍청하다고 해도 되겠던데. 하지만 괜찮아. 보니까 둘 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힘은 좀 쓸 것 같아 보였으니까. 지금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서 영구 주둔 기지를 짓고 있는데, 이런 단순무식하면서 체력 좋은 인재들이 아주 부족하거든. 그래서 두 놈이 딱 그 자리에 어울리던데.”김미희는 공포에 질려 큰 소리로 울부짖었고, 살려달라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시후는 냉혹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김미희, 지금 너희 아들 둘은 일단 살려둘 생각이다. 하지만 네가 여기서 계속 쓸데없는 소리로 내 심기를 건드린다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어. 그러면 세 사람이 저승에서 다시 만났을 때 네 아들들이 너를 원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다 네 책임이야.”이 말을 들은 김미희는 아무리 두렵고 억울해도 더 이상 헛소리를 하지 못했다. 결국 김미희는 죽는 것보단 살아남는 게 낫다는 진리를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들이 시리아로 끌려가더라도, 어느 날 조용히 죽임을 당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팔을 들어, 자신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리고 급히 말했다. “다... 다 제 잘못입니다... 입을 함부로 놀린 제 잘못이죠... 선생님, 제발 저 같은 인간과 같은 수준이 되지 마세요...”시후는 더 이상 김미희와 말을 섞지 않고 대신 성도민을 불러 조용히 지시했다. “성도민 씨, 부하들을 시켜서, 화레이스 일당의 시체들을 전부 지상으로 옮기도록 하세요. 하나도 남기지 말고. 살아있는 놈들도 나중에 똑같이 처리하게 될 거니까.”“예!” 성도민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낮은 목소리로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선생님, 옆 감방에 아직 한국인들이 갇혀 있던데 어떻게 할까요?”시후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당연히 버려두면 안 되겠죠. 내가 시킨 일부터 먼저 처리하고, 그 사람들은 내가 직
이 순간 시후는 약간 망설이고 있었다. 그는 이 사람들의 다짐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는 만약 누군가가 오늘 이곳에서 벌어진 일의 흔적을 추적하려 들고, 그 흔적이 이들 일반인에게 닿기라도 한다면 상대가 반드시 이들로 하여금 입을 열게 할 수만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상대는 그들이 입을 열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거리낌 없이 말하도록 만들 것이다.시후는 아직 부모님의 원수조차 아직 갚지 못했고, 외가의 온 가족을 죽이려 했던 그 미스터리 조직에 대한 실마리도 아직 아무것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를 너무 일찍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철창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일단 제가 사람을 시켜 여러분을 먼저 이곳에서 데려 나가겠습니다. 제가 처리할 일이 끝나면, 여러분과 따로 얘기할 일이 있습니다. 그 후에 자유롭게 풀어 드리죠.”시후의 생각은, 모든 일이 끝난 후, 이들에게 영기를 사용해 오늘의 기억을 지운 뒤, 성도민에게 지시해 이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설령 누가 이들을 찾아내 그동안의 행적을 캐내려 해도, 그들의 입에서는 시후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다.바로 그때, 감옥 안에서 한 고령의 할머니가 목이 메인 채 시후에게 애원했다. “은 선생님... 부탁이 있습니다... 제 아들도 데리고 나가 주실 수 있을까요...?”시후는 그녀의 아들이 철창 안의 다른 사람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이 안에 있는 모든 분들 전부 구해드릴 겁니다.”그러자 할머니는 눈물로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왼손을 철창 사이로 뻗었다. 그리고 맞은편 간이 수술실 안에 누워 있는 한 사람을 가리키며 울먹였다. “저 사람이 제 아들입니다... 저들은 얼마 전 제 아들의 간을 절반이나 도려내더니, 오늘은 신장 하나를 또 꺼냈어요... 이제는...
이때, 병상에 누워 있던 중년 남성은 이미 숨이 거의 끊어질 정도로 미약한 상태였다. 할머니는 수술대 앞으로 달려가 오열하며 말했다. “얘야, 얘야 눈 좀 떠봐라, 엄마를 한 번만 봐 줄래? 엄마랑 한 마디만 해주면 안 되겠니...? 제발, 아이고 얘야...”하지만 그 중년 남성은 이미 생의 끝자락에 있었고, 숨소리조차 거의 멎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어머니의 부름을 들을 수 있겠는가?시후는 이 할머니의 몸도 이미 매우 약해졌음을 느끼고,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어르신, 지금 어르신 몸 상태도 많이 안 좋으십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시후는 속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회춘단이나 거풍환 같은 약으로 이 남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는 이런 약은 그 하나하나가 값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귀중하며,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한 사람당 하나씩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시후는 쉽게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이 약을 쓰고 싶지 않았다.시후의 생각으로는 조금은 냉정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해 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결과적으로 세상에는 고통받는 사람도, 죽어가는 사람도 너무나 많기 때문에 자신이 모든 사람을 다 구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어르신을 포함한 다른 이들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공덕을 쌓은 셈일 것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모든 비극에 마음을 쏟을 필요는 없다.그러나 할머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먹였다. “제 막내 아들이, 누가 좋다고 멕시코에 선원으로 간다고 하길래 나는 말렸지, 그래도 간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이렇게 됐어요... 내가 걱정돼서 같이 따라왔는데... 누가 이런 짓을 당할 줄 알았겠냐고......”그녀는 고개를 들어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발 제 아들을 밖으로 옮겨만 주세요. 선생님이 뭘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구급차 한 대만 불러주세요. 못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약은 입에 넣기만 해도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절반은 아드님께 드리고, 나머지 절반은 어르신이 드세요. 이렇게 하면 아드님은 목숨을 건질 수 있고, 어르신의 몸 상태도 좀 더 좋아질 겁니다. 지금 연세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이시니, 앞으로 마음 편히 사실 수 있다면 90까지 사는 것도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할머니는 이 말을 듣고 더는 망설이지 않고 감사한 표정으로 시후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약을 통째로 아들의 입에 밀어 넣었다.할머니는 사실 이 약이 정말로 효과가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이게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꺼이 시도해 보려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약이 아들의 입으로 들어가자마자 즉시 물처럼 녹아 흡수된 것이다.할머니가 놀라서 당황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그녀의 아들은 눈을 번쩍 뜨고 어머니를 바라보며 힘겹게 말했다. “어머니...? 나... 아직 안 죽은 거죠?”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쁨에 찬 비명을 지르며 아들을 꼭 끌어안고 오열했다. “얘야, 너 안 죽었어! 살아 있어, 살아 있다!!!” 그러자 그녀의 아들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동작은 아주 자연스러웠고 조금의 힘겨움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은 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니... 나 수술 받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신장을 하나 떼어낸다고 하던데, 그거 수술 안 한 거였어요?”할머니는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으로 아들의 팔을 붙잡으며 다급히 말했다. “얘야, 얼른, 얼른 은 선생님께 무릎 꿇고 인사드려라! 은 선생님이 널 살려주신 거란다!”아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상태였지만, 배에 난 거칠게 꿰맨 수술 자국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신장이 정말로 적출 당했다는 걸 직감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가 이미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봉골등?’ 시후는 이 세 글자를 듣고, 갑자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시후의 기억속에 《구현보감》의 기록 속에 봉골등이라는 약재가 분명히 등장했고, 이 약재는 《구현보감》 내에서도 매우 희귀한 존재로 기록되어 있으며, 책에서는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이것이 왜 신비한 보물이라고 불리는가 하면, 첫 번째 이유는 이 식물이 극도로 희귀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자라는 도중 매우 쉽게 죽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봉골등은 발아 후 3~5년이면 죽어버리고, 10년 이상 생존하는 개체조차 극히 드물다. 이와 같은 덩굴 식물은 최소 50년 이상 자라야만, 덩굴 줄기가 목질화되기 시작하는데, 이 목질화란, 식물학에서 말하는 나무처럼 단단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봉골등의 목질화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속부터 겉까지 완전히 목질화가 되려면 최소 100년 이상이 필요하다.그리고 이 식물의 특이한 점은 바로 완전히 목질화된 상태에서만 약효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식물은 원래부터 귀한 데다가, 제대로 된 약재가 되기까지 생존 확률 자체가 극히 낮아, 천년산 인삼, 천년 영지버섯, 심지어 만년이나 된 조개 보다도 훨씬 더 희귀하다고 할 수 있다.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봉골등을 찾는다는 건, 사람들 사이에서 120세 혹은 150세까지 살면서 중풍 없이, 시력도 청력도 멀쩡한 노인을 찾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러니 그 희귀성은 이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더불어, 이 봉골등이라는 약재는 또 하나의 특별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영기라는 매개체가 있어야만 진정한 약효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영기 없이 사용할 경우, 이것은 그냥 일반 한약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기로 그 약효를 촉발시키면, 그 순간부터 본래의 강력한 약효가 폭발하게 될 것이다.쉽게 말해, 이 약재는 핵연료와도 같아서,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이 봉골등만 있으면, 사람들은 모두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시후는 이처럼 전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봉골등이란 존재를 자신이 평생 동안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멕시코까지 와서, 이 지하 어두컴컴한 수술실 안에서, 기적처럼 이 재료를 얻게 될 줄은 몰랐다!시후는 가슴 벅찬 감정을 억누르며, 노인이 건넨 팔찌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팔찌는 전체적으로 짙은 갈색을 띠고 있었고, 그 중 1/3 정도의 무늬는 핏빛처럼 선명하게 붉었다. 대략 새끼손가락 굵기 정도 되는 크기로, 완전히 목질화된 덩굴 줄기 전체를 약한 불로 구워, 조심스럽게 굽혀 만든 장신구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일반적인 덩굴 식물로 만든 팔찌들 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 보였다.가장 큰 차이는, 봉골등의 질감은 더욱 치밀하고 조밀하며, 표면에 작은 기공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핏빛 같은 붉은 색감은 매우 선명하고, 그 재질감 또한 인공적으로 흉내 내기 어려운 자연의 질감이었다.그러나 시후는 이것이 진짜 《구현보감》에 기록된 봉골등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시후는 무심코 물었다. “어르신, 이 팔찌의 재료가 정말 봉골등이 맞다고 확신하시나요?”노인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합니다! 이 팔찌는 우리 집안의 전통 유물이에요. 내 할머니께 듣기로는, 우리 조상은 200년 넘게 의원을 했었는데 한 날은 전쟁이 일어나 4대가 모두 죽고, 겨우 6살짜리 아이 하나만 살아 남았다고 하던군요. 그때부터 조상의 의술은 끊겼지만, 그 살아남은 조상이 자기 할아버지에게서 이 팔찌를 물려받았고, 그 할아버지가 말하길, ‘이 팔찌는 봉골등으로 만들어졌고, 매우 귀하니 반드시 대대로 전하라’ 했답니다. 그렇게 이 팔찌는 오늘날까지 내려오게 된 거죠.”곁에 있던 젊은이가 이 말을 듣고 못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할머니, 제가 식물을 좀 아는데요... 저는 봉골등이란 식물은 생전 처음 들어봤어요. 그리고 조상 대대로 내려온 목재
사실, 시후는 이 노인에게 바로 회춘단 한 알을 선물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노인은 평생 힘든 삶을 살아왔고, 지금은 이런 비참한 장소에까지 떨어져, 몸도 마음도 온갖 고통을 겪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에게 회춘단 한 알과 꽤 큰 금액의 현금을 준다면, 그녀는 몇 년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고, 아들과 함께 남은 여생을 안정되게 보내며, 조금이나마 편안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시후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회춘단을 꺼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왜냐하면, 이 단약은 너무나도 귀한 것이며, 만약 블랙 드래곤의 대원들이 본다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겉보기에는 하찮은 이 나무 팔찌가 자신에게 얼마나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대원들은 자신들은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했는데, 왜 저 늙은이와 아들이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한 단약을 두 알이나 받은 것인지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특히 시후의 단약은 무술인들에게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보물이었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적게 나눌 때 보다, 불공평하게 나눈다고 불만을 품는 경우가 더 크다. 그래서 시후는 이 100만이 넘는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실망을 안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시후는 조금 전 노인의 아들에게 먹인 거풍환 정도는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노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고, 마지막 남은 막내마저 죽기 직전이었으니, 그녀를 돕는 것은 집안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후는 결심했다. 회춘단을 당장 노인에게 주지 않고, 귀국한 후 직접 그녀의 집을 방문해서 주자고. 그때 회춘단도 주고, 그녀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문제도 해결해 주자고.노인은 시후가 귀국한 후 꼭 방문하겠다고 말하자,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때는 제가 아들과 함께 찾아
배유현이 자신에게 1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주겠다는 말에, 제이크 한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채로 급히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것도 모자라 돈까지 주신다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안산 회장은 무릎을 치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배유현 회장의 이 방법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빈틈이 없어! 완벽해!” 그러고는 제이크 한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말했다. “자네,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배유현 회장이 자네에게 이 돈을 주는 이유는, 자네가 가족들 앞에서 이번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겠나. 그 덕분에 자네의 아내와 딸도 자네를 원망하기보다는, 자네가 얼마나 그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고!” 그는 말을 이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 배유현 회장이 자네 뿐만 아니라 우리 Samson 그룹까지 도와줬으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배유현 회장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니 이 돈은 내가 내도록 하겠네!”제이크 한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저는 회장님의 돈도 받을 수 없어요! 게다가, 제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가족 생계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제 아내와 딸도 돈을 크게 밝히지 않는 성격이라...”안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 아내랑 딸이 돈을 밝힌다고 했나? 이 돈은 그저 자네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징일 뿐이야. 그러니 수표를 들고 돌아가서, 아까 배유현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걸로 하게. 그러면 자네가 걱정하던 일은 단번에 해결될 거야. 그리고 이 1천만 달러는 아이의 미래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거다! 자네는 우리를 위해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러니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를 우리한테도 줘야지.”이때 옆에 있던 시후의 외할머니가 얼른 말했다. “여보, 당신이 전에 말했었죠? 제이크 한 저 친구의 사위에
제이크 한은 난처한 듯 말했다. “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에게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딸아이가 얼마 전에 임신 소식을 전했는데, 그 직후에 제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요...” 이 말을 하면서 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안충주에게 물었다. “충주, 내 아내가 자네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뭐라고 말했나?”안충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 말하겠어... 나도 그냥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지... 은인은 자네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고, 실종됐거나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고 하라고 했지만,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제이크 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든 잘 생각해 봐야네. 집에 가서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면, 아내와 딸은 날 계속 의심할 테니까...”안충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말해. 강제 퇴직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려서 기분 전환 겸 여행을 다녀왔다고?”그러자 제이크 한은 민망한 듯 말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딸아이가 임신했다고 연락한 시점인데, 그 기쁜 소식을 듣고도 내가 퇴직을 당해 기분이 나쁘다고 여행을 갔다? 그건 너무 머저리 같잖아...”안충주는 혀를 찼다. “하아... 자네가 이런 중요한 시점에 실종된 후에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 게다가 딸이 임신한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변명할 방법이 거의 없을 거야...”Samson 그룹의 다른 가족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제이크 한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한은 아내와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딸이 임신 소식을 알린 그 시기, 제이크 한이 갑자기 사라졌고 제이크 한은 실상을 밝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처리하기에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따라서 제이크 한이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딸의 원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안산 회장 역시도 미스터리한 은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이상, 아무도 감히 그 뜻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이에 안충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꼭 명심하겠습니다. 절대 선을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저도 형님 말대로 절대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후와의 약속대로 시후의 정체를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Samson 그룹 식구들이 하루라도 빨리 시후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전 그는 안충주 앞에서 의도적으로 회춘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충주가 단서를 연결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하려 했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안충주가 그의 조카 시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힌트를 줄 수는 없었는데, 그건 시후와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고 옆에 배유현이 있어 명확하게 힌트를 준다면 배유현이 그것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이들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간절히 시후를 찾아 헤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고, 전 세계를 뒤집다시피 하며 시후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었다. Samson 그룹 일가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전 세계를 뒤졌지만, 정작 시후는 사건이 벌어졌던 한국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Samson 그룹은 한때 시후가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적처럼 어딘가에서 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후가 이미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가 식구들에게 일부 단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을 구한 건 본인의 선택이었고, 마침 멕시코에서 중소단의 핵심 약재를 얻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시후는 단서가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그리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외가 식구들은 자신의 적이 아닌 가족이고, 현재까지 드러난 단서는 퍼즐 조각 하나를 더 주는 수준일 뿐,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아직도 외가 식구들은 많은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안충주의 추측은 Samson 그룹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그러자 안태풍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형님, 이렇게 보니 그 은인은 우리와 인연이 꽤나 깊은 것 같은데! 그 때 형님이 한국에서 회춘단 경매에 참여했을 때 쫓겨났지만, 그분은 그 일을 알고도 우리를 도와주신 거니까. 뉴욕에서 우리를 구해준 걸 보면 말이야.”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경매장에서 한국의 송민정 회장은 누가 봐도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였어. 현장의 중요한 결정들은 누군가가 이어폰으로 지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난 은인이 바로 경매장 무대 뒤 어딘가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회춘단을 낙찰 받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내가 경매장에서 쫓겨났다는 건, 송민정 회장 같은 인물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 했어. 이룸 그룹의 자산 규모는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적을 테니까.”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어. 그날 그 은인이 옆방에 안 계셨다면, 우리 모두 큰 화를 당했을 거다...”안충주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어머니, 그 은인이... 혜리의 팬인 것 같은데요!”시후의 외할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서는 그래도 케이팝 분야의 톱스타잖니. 은인이 동양인이라면 혜리 정도의 톱스타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