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동전들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앞서 그녀는 동전을 던질 때마다 점괘를 구성하는 선을 그리고 있었는데, 책상 위에는 4개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소녀는 급히 다시 한 번 3개의 동전을 손에 쥐고는 책상 위로 던졌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은 더욱 공포에 질린 듯했고 다시 말했다. “지금까지의 점괘상 피의 기운이 너무도 짙어요... 오늘 반드시 살육이 일어날 거예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다시 중얼거렸다. “뭔가 이상해... 어젯밤에 친 점괘 상에선 분명 재앙이 있을 거라고 했지만, 아슬아슬할 뿐 위험은 없다고 나왔는데...”그녀는 서둘러 주변에 있던 윷가락을 손에 쥐고 다시 책상 위에 던졌다. 하지만 긴장한 나머지 힘이 너무 들어가는 바람에, 윷가락 중 하나가 책상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소녀가 책상 위에 있던 윷가락 두 개를 확인한 후, 막 몸을 일으켜 떨어진 윷가락 하나를 보려는 찰나...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아악!!! 서둘러! 괴한들이다!”곧이어 총성이 울려 퍼졌고, 사방에서 물건들이 총탄에 맞아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노인의 얼굴은 즉시 굳어졌고, 날카롭게 외쳤다. “아가씨... 놈들이 왔습니다...!”소녀도 놀라움과 공포에 휩싸여 얼어붙었고, 그녀는 마지막 점괘를 확인하려 했지만, 그 순간 노인이 이미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뒤로 물러서며 그녀 앞을 막아서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 목숨 다할 때까지 반드시 아가씨를 지켜드릴 것입니다!”바로 그때, 복도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발소리들이 점점 더 커졌고, 총탄이 서재의 벽을 뚫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곧이어 서재의 문이 거세게 차여 열리더니, 카빈 소총을 든 검은 옷의 사내들이 들이닥쳤다.노인은 망설임 없이 선두로 들어온 리더에게 방아쇠를 당겼지만, 그는 가볍게 총탄을 피했고, 순식간에 다가와 노인의 권총을 쥔 손목을
아직 동이 트기까지는 한 시간 남짓 남은 시각이었다.노인은 시간을 확인한 뒤 다급히 건물 안으로 돌아와 1층 서재의 문 앞에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며 공손히 말했다. “아가씨.”안에서는 아주 어린, 심지어 약간 앳된 듯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노인은 공손하게 말했다. “예, 아가씨!”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이 건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형적인 서양식 단독주택 같았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매우 전통적인 동양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서재 안에는, 피부가 뽀얗고 투명하며, 얼굴이 청초하고 사랑스러운 한 소녀가 최고급 목재로 만든 책상 앞에 앉아 누렇게 빛바랜 고서를 몰입한 채 읽고 있었다. 그 소녀는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이목구비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으며, 길게 뻗은 속눈썹 마저도 비현실적일 정도로 예뻤다. 그녀는 장인이 한 땀 한 땀 뜬 자수치마에, 사방에 정교한 구름 무늬와 학이 수놓아 있는 아름다운 숄을 어깨에 살짝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전통 문화 예찬론자 같아 보였다.노인이 들어오자, 소녀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리는 모두 끝났나요?”노인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가씨, 아직입니다. 아가씨께서 수집하신 청화백자가 너무 많아서 직원들이 하나하나 포장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동트기 전까지 출발하는 데는 문제 없을 듯합니다.”소녀는 약간 답답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그 청화백자들은 그냥 두고 가는 게 낫겠어요. 솔직히, 제가 그런 것들에 너무 집착하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유출될 위험은 없었을 텐데...”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 이것들은 아가씨께서 아끼시는 보물들이 아닙니까. 그리고, 포장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으니 아가씨께서 정하신 시간에는 맞출 수 있습니다.”“그래요, 알겠어요.” 소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을 떠나는 게 참 아쉽네요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경감님과 저는 생각이 같군요. 지금 제 계획은 바로 이 실마리를 따라 계속 파고 들면서, 가능한 한 여러 차례 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겁니다. 만약 이들이 파견하는 부대가 반복해서 전멸하는 실패를 겪게 된다면, 결국 그들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한동안은 자신감을 잃고, 행동도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겠죠.”시후는 뒤이어 굳은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나는 아직 그들이 말하는 윗선이란 놈을 본 적이 없지만, 547이 묘사한 걸 보면 그 자의 성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분명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감은 물론 자만심도 넘치겠죠. 실제로 충분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거의 패배를 모르는 놈일 테고요. 그래서 그 놈을 만나기 전까지, 반드시 자만심 가득한 자에게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알려 줘야죠!”심리전은 시후가 일찌감치 중요하게 여겨온 전략이었다. 예전에 천호진 부부 앞에서 천호건설 전체를 무너뜨렸던 것도, 단순한 복수나 타격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정신적 뿌리부터 파괴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화룡에게 류광호, 류진 부자의 이마에 글자를 새기게 했던 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을 넘어선 심리적 사형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늘 콧대가 높고 도도하게 굴던 자신의 고모 은소리 역시 시후의 손에 의해 도시에 있는 빈민촌에 가두어져 모났던 성격이 닳아 뭉툭하게 되었다.그리고 지금, 시후는 아직 미스터리 조직에 대해 모든 걸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는 이미 결심하고 있었다. 이 조직을 가지고 천천히 놀기로 말이다. 시후는 우선 배후의 조종자를 정신적으로 무너뜨린 뒤, 그 다음에 조직 전체를 박살내겠다고 마음먹었다!한편, 무장한 여덟 명의 킬러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도보로 이동 중이었다. 그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었지만 거의 소음을 내지 않았다. 이것은 그들의 실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들은 비록 무술을
성도민은 이어폰을 통해 시후에게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혹시 스웨덴으로 향하는 그 비행기가 사람을 데리러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작전을 위해 새로운 인원을 파견하는 건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들이 스웨덴에서도 뭔가 다른 작전을 벌일까 봐 걱정됩니다.”하지만 시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조금 전 들은 그들의 대화로 판단하건대, 이번 작전의 주된 목적은 살인이 아니라, 조직에 매우 중요한 몇몇 타깃들을 데려가는 겁니다. 그래서 반드시 안전한 철수 경로가 필요하죠. 그들이 타고 온 비행기는 이미 노출을 피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에, 나는 스웨덴행 비행기가 바로 이들을 데리러 오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시후는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EU 국가들 사이의 육로 이동은 국경 검문이 없습니다. 차를 몰고 갈 수도 있고, 이건 마치 한국에서도 두 지방 사이를 출퇴근하는 것만큼 간단하죠. 하지만 각국의 법집행기관은 각각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이 스웨덴에 도착하게 되면 노르웨이 현지 경찰의 수사에 큰 혼선을 줄 수 있겠죠. 그러니 저들의 스웨덴 출국은 조직에게 아주 완벽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시후는 지금까지의 정황과 두 대의 비행기 움직임을 바탕으로, 그들의 계획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거의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여덟 명은 먼 노르웨이까지 날아와 조직에 매우 중요한 인물을 납치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마련한 경로는, 노르웨이에 침투해 스웨덴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들은 베르겐에서 위장 신분을 통해 대상을 납치한 뒤, 600km를 차로 달려 스웨덴으로 향할 것이고,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나가려는 것이었다. 마침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출발한 또 다른 보잉 777이 스웨덴으로 향하고 있으니, 이들은 그 시간에 맞춰 도착할 계획이 분명했다.이때 성도민이 다시 말했다. “은 선생님, 지금 7~8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습니다. 지금 바로 인원을 스웨덴에 보내면, 나이지리아에서 출발한 비행기를 감시할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나머지 일곱 명은 굳은 표정으로, 하나같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지휘관님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전력을 다해 윗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좋아!” 지휘관이라 불린 남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제들, 공을 세워 출세할 기회는 바로 오늘 밤이다!” 그는 말을 마치고 운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포, 계획대로라 차는 여기 잠시 세워두고 너도 우리랑 같이 잠입하도록 해. 임무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중간에 돌아와서 차를 몰고 오면 되니까.”운전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지휘관님! 이해했습니다!”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큰소리로 말했다. “좋아! 모두 하차!”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화물칸의 뒤쪽 문이 열렸고,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총기를 든 채 검은 복면을 쓴 여덟 명의 암살자들이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히 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들은 곧바로 도로 옆 농장으로 빠르게 몸을 숨긴 채 이동하기 시작했다.시후는 화물차 지붕 위에 엎드려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주어진 작전에 열심히 임하고 있는 이 여덟 명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그 때, 시후가 끼고 있는 이어폰을 통해 성도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 선생님, 제 부하가 공항에서 근무 중이던 여덟 명의 하역 노동자들의 신원을 조사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정통 노르웨이 시민이며, 이력도 매우 깨끗해서 정체가 불분명하거나 출신이 불분명한 인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은행 계좌엔 오늘 오후에 미국의 한 기업으로부터 각각 100만 유로씩 송금되었다고 합니다. 송금 시간은 바로 해당 비행기가 베르겐행 항로를 신청한 시간보다 딱 한 시간 빨랐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이들이 거액의 돈에 매수되어 이들과 협조한 것 같습니다.” 이어 성도민은 다시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이들에게 송금한 미국 기업은 바로 은 선생님의 외숙모의 가족들이 지분을 가진 회사입니다.”시후는 이 말을 듣고 순간 벙찌고 말았고, 곧 자조적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외숙모 집안은
아무도 이상한 점을 감지하지 못한 가운데, 운전자는 가볍게 가속페달을 밟았고,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화물차는 미세한 모터 회전 소리만 내며 빠르게 출발했다. 이 차량은 공항을 벗어난 뒤, 도시 방향으로 가지 않고 남서쪽으로 향해 베르겐 남부 외곽 지역으로 진입했다.노르웨이의 지형은 남북으로 길고 좁으며, 대부분의 국토가 북극권 내에 있어, 다른 국가에 비해 농업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그러나 베르겐은 남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날씨가 비교적 온화하고 지형도 평탄하여, 교외 지역의 대부분은 일정 규모 이상의 농장 지대로 형성되어 있다. 유럽은 농업 현대화 수준이 높기 때문에, 베르겐 교외에는 비교적 밀집된 주택단지 같은 것이 거의 없고, 농장마다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어 수백 또는 수천 미터마다 집이 하나 정도 있을 정도로 주민 분포가 매우 낮다.화물차 지붕 위에 몸을 숨긴 채 주변을 둘러보던 시후는 더욱 의문이 들었다. 이 미스터리 조직이 멀리서 8명의 암살자를 보냈고, 공항의 인부 8명까지 죽이는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침투했는데, 그들이 향한 곳이 이런 인적 드문 시골 농장이라니, 대체 목표가 무엇이란 말인가?이때, 시후가 타고 있는 화물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차량의 전조등까지 갑자기 꺼졌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의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주행 시 나는 소리는 거의 타이어 마찰음과 모터가 고속으로 회전할 때 들리는 작은 소리뿐이다. 속도가 줄자, 타이어 소리와 모터 소리도 줄어들었고, 이 차량은 조용한 밤길을 마치 유령처럼 소리 없이 움직였다.시후는 즉시 경계를 높였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신중하게 행동하는 걸 보면, 목표 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때, 시후는 운전석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었다. “2km 남았다. 일단 차 세워서 장비부터 갖추게 해!”화물차는 곧 도로 옆에 멈췄고, 두 사람은 동시에 운전석에서 내려 빠르게 트럭의 뒤쪽으로 향했다. 운전자가 손끝으로 테일게이트를 살짝 두드리자, 게이트의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