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은충환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의사가 늘 술은 마시지 말라고 하지만, 오늘만큼은 꼭 몇 잔 해야겠군요.”모두가 세 노인을 가운데 모시고 함께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안산은 은충환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힌 뒤 직접 술잔을 따라 주고 자신의 잔도 가득 채웠다. 그러고는 자녀들과 시후를 향해 말했다.“오늘은 다들 같이 한잔씩 하자고.”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 외삼촌과 이모, 그리고 제이크 한의 술잔을 채워 주었다.안산은 술잔을 들고 은충환을 바라보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은 회장, 그동안 Samson 그룹 사람들이 회장님께 너무 무례했습니다. 저희가 잘못한 일이 많았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Samson 그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부디 지난 일을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말아 주십시오!”은충환은 안산의 말뜻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은 Samson 그룹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냉대를 받아왔다. 예전에 해외의 한 중요한 행사에서 안태풍을 만났을 때도, 안태풍은 아랫사람임에도 그에게 조금의 존중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은충환은 언제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Samson 그룹 사람들이 자신을 원망한 것도 안예선이 LCS 그룹으로 시집온 뒤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이해심이 넓은 친정이라 해도 마음속에 원망이 남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더구나 안예선은 Samson 그룹의 장녀이자 모두가 가장 아끼던 존재였다. 부모의 사랑은 물론이고 세 남동생과 막내 여동생에게도 그녀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안예선의 죽음은 Samson 그룹 모두에게 너무도 큰 상처였다.그래서 은충환도 술잔을 들어 진심을 담아 말했다.“나는 평생 많은 사람을 원망하며 살아왔어요.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을 원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예선이와 서준이의 일이 한국에서 벌어진 이상, 그 책임은 LCS 그룹에 있
시후가 차를 몰고 빌라 앞에 도착하자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Samson 그룹 가족들이 모두 빌라 밖으로 나왔다.안산은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가장 앞에 섰고, 네 남매가 그 뒤를 따랐다. 제이크 한도 함께 밖으로 나와 손님을 맞이했다.차 안에 있던 은충환은 Samson 그룹 사람들이 모두 마중 나온 모습을 보고 놀라면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동안 그는 본능적으로 안전벨트를 풀고 곧바로 문을 열려고 했다.안전벨트 경고음이 울리는 순간 시후도 차를 완전히 세웠다.은충환은 차가 멈추자마자 곧바로 문을 열고 기다렸다는 듯 차에서 내렸다.안산도 걸음을 재촉해 은충환이 내리는 순간 차 앞으로 다가왔고, 가장 먼저 두 손을 내밀며 감회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은 회장,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별일 없으셨죠?”은충환도 그의 두 손을 맞잡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안 회장님, 오랜만이군요. 잘 지내셨습니까?”짧은 인사였지만 두 사람은 맞잡은 손을 여러 번 힘 있게 흔들었다.그때 시후의 외할머니도 앞으로 나와 반갑게 인사했다.“은 회장님, 정말 오랜만이에요.”은충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사모님도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덕분에 잘 지냈어요.”외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뒤에 있는 자녀들에게 말했다.“다들 뭐 하니? 얼른 은 회장님께 인사드려.”시후의 세 외삼촌과 막내 이모도 한 목소리로 인사했다.“회장님, 안녕하셨습니까.”은충환은 네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다들 잘 있었구나. 정말 오랜만인데 많이들 변했네.”안충주가 공손하게 말했다.“회장님, 예전에 뵐 때는 저희도 한창 젊었는데 이제는 하나둘 중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은충환은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꽃은 다시 피어도 사람의 젊음은 돌아오지 않는 법이지. 그래도 마음에 후회만 없다면 나이 드는 것도 나쁘지 않아.”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씀 그대로입니다.”그
그동안 LCS 그룹과 Samson 그룹의 오랜 갈등은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깊어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당시 시후의 아버지인 은서준은 폴른 오더의 표적이 된 뒤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로스차일드 가문과 정면으로 맞섰다.바로 그 일 때문에 LCS 그룹은 로스차일드 가문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되었고, 결국 은충환은 어쩔 수 없이 은서준을 가문에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당시 은충환은 가장 아끼던 둘째 아들이 이미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단지 LCS 그룹이 로스차일드 가문과 계속 대립해 봐야 얻을 것은 없고, 오히려 가문의 국제적 발전에 큰 걸림돌만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그래서 로스차일드 가문에 우호적인 뜻을 보이고 적대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은서준을 집에서 내쫓았다.하지만 그의 진심은 은서준을 영원히 내쫓는 것이 아니었다. 겉으로만 가문에서 내보내는 모습을 보여 은서준이 더 이상 LCS 그룹의 자원을 동원해 로스차일드 가문과 맞서지 못하게 하는 한편, 로스차일드 가문도 만족시키려 했던 것이다.게다가 그는 당시 LCS 그룹과 로스차일드 가문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사업 경쟁일 뿐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 정도 경쟁이 실제 보복이나 살인 같은 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쉽게 말해, 두 기업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쪽 회사의 회장이 상대 회사에 성의를 보이기 위해 자기 회사 CEO를 해임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여겼다. 그런 경우 CEO가 잠시 물러나는 일은 있어도 상대 회사가 사람을 보내 암살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은서준이 아내와 시후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로 했을 때도 은충환은 그곳이 아들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무렵 아들의 성격이 지나치게 날카로워졌다고 생각해 다른 지역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쉬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여겼다.하지만 그가 휴식이라고 생각했던 여정은 결국 아
말을 마친 시후는 김상곤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아버님, 그럼 전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다음 날 아침, 김상곤은 일찍부터 차를 몰고 서화협회로 출근했다.그가 복귀했다는 소식을 두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모든 부회장들이 미리 입단속을 해 둔 덕분에 누구도 김상곤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꺼내지는 못했다.김상곤은 처음에는 혹시라도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사람들은 모두 이전보다 더 공손하게 대해 주었다. 덕분에 그는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며칠 뒤, 변태섭과 한미정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한편 서준자동차 출범 발표회도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Samson 그룹은 국내에서 이미 여러 투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프로젝트는 곧 공식 발표를 앞둔 서준자동차였다.서준자동차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 Samson 그룹과 시후는 함께 논의한 끝에, 시후의 외할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서준자동차의 회장직을 맡기로 결정했다. 또한 시후의 친할아버지인 은충환도 LCS 그룹을 대표해 발표회에 참석하기로 했으며, 시후의 지분을 대신 보유하는 만큼 부회장 직함도 함께 맡게 되었다.다만 시후와 Samson 그룹이 협의한 최종 결정에 따르면, 실질적인 회장은 둘째 외삼촌인 안태풍이 맡고, 최고경영자(CEO)는 변태섭이 맡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안태풍은 서준자동차의 생산과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고, 최대한의 권한을 변태섭에게 위임하기로 했다.서준자동차의 출범을 크게 알리기 위해 Samson 그룹과 LCS 그룹은 곧 전례 없는 대규모 사업 협력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양측은 어떤 분야에서 협력하는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LCS 그룹은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고, Samson 그룹 역시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세계적인 한인 기업으로서 국내에서도 막강한 영향력과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두
시후는 장인어른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밖에서 돌아오는 모습을 보자, 서화협회 복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그래서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아버님, 무슨 좋은 일 있으셨어요? 표정이 아주 좋으신데요.”김상곤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은 서방, 이화룡 씨 정말 대단하더라! 자네가 오늘 오후에 이야기한 지 얼마나 됐다고 배기동이 저녁에 직접 찾아와서 나더러 협회로 돌아와 달라고 사정하더라고!”그러고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배 회장이 나한테 주임 자리를 마련해 줬어. 예전 상임부대표 자리보다는 한참 낮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나도 승낙했고 내일부터 바로 출근하기로 했어.”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어른은 능력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계속 있는 것보다는 적당히 할 일을 만들어 주는 편이 여러모로 나았다. 그래서 웃으며 말했다.“잘됐네요. 적어도 이제 집에서 심심하게 지내실 일은 없겠어요.”김상곤은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내가 배 회장을 제대로 눌러 놨어.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아나? '나도 청년재에 사는 사람인데 서화협회 자리 하나가 뭐가 그렇게 대수냐.' 딱 이렇게 말했지. 그랬더니 그 친구가 바로 깨닫더라고. 그때 표정을 봤어야 했는데, 정말 볼 만했어!”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유나가 집으로 들어왔다. 마침 김상곤이 '정말 볼 만했다'며 손짓까지 섞어 가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유나는 웃으며 물었다.“아빠,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그렇게 신나셨어요?”김상곤은 딸에게 자신의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얼른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다. 은 서방이랑 협회 이야기 좀 하고 있었어. 유나야, 저녁은 먹었니?”“먹었어요.”유나가 대답했다.“엠그란드 그룹에서 직원 식사하고 왔어요.”그러고는 다시 물었다.“아빠, 엄마랑 두바이에서는 재미있게 놀다 오셨어요?”김상곤은 아까까지의 우울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웃으며 말했다.
“맞네, 맞아.”배 회장은 크게 공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상곤 씨, 자네가 서화협회에 온 건 그냥 취미 삼아 즐기려고 온 거라는 걸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네. 자네 정도 형편이면 협회에서 받는 푼돈이야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나?”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그래도 상곤 씨, 내가 나이 많은 형님으로서 솔직히 한마디 하겠네. 가끔은 너무 모든 걸 취미처럼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야. 아무래도 여긴 협회라는 조직이니까 모든 일을 장난처럼 대하면 여러 가지가 허술해질 수밖에 없어. 협회에서는 조금만 허점이 보여도 금세 꼬투리를 잡히기 마련이네. 이번에 자네가 장 사장과 함께 일을 벌인 것도 그렇지. 내가 보기엔 자네는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그 사람 꼴 보기 싫어서 장난삼아 한번 골탕 먹인 거겠지만, 그런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결국 협회에서 자네 입지만 좁아질 수 있어.”김상곤도 배 회장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행동을 '솔직한 성격' 때문이라고 좋게 말해 주니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확실히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배 회장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상곤 씨, 지난 일은 우리 둘 다 여기서 끝내고 깨끗이 잊어버리자고. 앞으로 협회에서는 예전처럼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자네 일은 내가 항상 마음에 두고 챙기겠네. 아직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하겠다면 앞으로 내 행동을 보면 될 걸세.”김상곤은 여전히 마음속 응어리가 남아 있었고 배 회장을 완전히 신뢰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분위기를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회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저도 믿겠습니다.”“좋아!”배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밖이 꽤 춥네. 오래 붙잡지는 않겠네. 언제 복귀할지만 정하면 돼. 요즘 별일 없고 빨리 나오고 싶으면 내일 아침 바로 협회로 오게. 내가 다 준비해 놓겠네. 조금 더 쉬고 싶으면 며칠 더 쉬어도 괜찮아.
카운트 에버윈이 외친 ‘천둥이여 내려라!’라는 외침은 기세가 장대하고 위엄이 있었다.그의 머릿속에 그려진 장면대로라면, 이 주문을 한 번 소리치기만 하면 하늘에서는 구름이 잔뜩 몰리고 뇌성이 요란하게 울리며, 곧바로 양동이만큼 굵은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져 시후의 머리를 내리찍을 것이다!카운트 에버윈은 확신했다. 그 천둥이 설령 시후를 단번에 죽이지 못한다 해도, 그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때부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윽박질러 모든 비밀을 캐내면 되는 것이다!하지만 카운트 에버윈이 커다란 소리
오늘 하영수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또래를 훨씬 뛰어넘는 몸매와 기품이 어우러져 단번에 하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이 웨딩드레스는 소수도가 함께 골라 시착까지 했던 것이지만, 결혼식 무대 위에서 직접 마주하니 소수도의 눈에 하영수는 너무나도 눈부셨다.이어서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소수도는 하영수와 하영수 아버지 앞으로 걸어가, 하성호의 손에서 신부의 손을 받아 손을 맞잡고 무대 위로 올랐다.그때 사회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특별히 귀빈을 모시겠습니다. 오늘 두 신랑 신부가 직접 요청한 주례 선생님이신데요
세레나 룽은 순식간에 대경계로 돌파했다는 상황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머릿속이 빙빙 돌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조금 전 한 말의 뜻은 더더욱 이해하지 못했다.세레나 룽이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홍장청이 제자를 바라보며 놀라 소리쳤다. “세레나… 너… 그런데 너 왜 다시 5성 무인이 된 거냐?!”그 한마디는 마치 찬물을 끼얹듯 세레나 룽의 정신을 번뜩 들게 만들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수련 경지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또 다시 바뀌었음을 알아챘다. 조금 전 대경계에서 다시 5성 무인으로 되돌아가 버린 것이다.
솔직히 말해, 시후는 외조부모가 서울에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일은 아마도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여러 번 생각을 거듭한 끝에, 시후는 눈앞의 홍장청을 바라보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당장 사모님께 메시지를 보내. Samson 그룹을 위해 점을 쳤는데, 이번에 서울에 오면 큰 흉조가 보인다고, 그러니 신중히 생각해 보고 가능하면 이 결정을 철회하라고 말이지.”홍장청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만약 그날 고은서 양이 가져간 약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