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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8장

Author: 로드 리프
시후가 크게 웃으며 겸손히 말했다. “사실 이건 주로 배유현 씨가 이미 그런 배경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죠. 배유현 씨는 애초에 페이셔스 그룹 사람이잖아요. 이렇게 재벌가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그녀의 운명은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물어요. 게다가 그녀는 할아버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으니,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였다고 볼 수 있죠. 내가 도와준 건 그저 마지막 한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는 역할을 한 것뿐이에요.”

유나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이미 충분히 대단한 일이에요! 예전엔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풍수를 자꾸 보러 다니다가 언젠가 누군가 이 일에 대해 문제를 삼으러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늘 보니 당신 실력이 정말 대단하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거였어요...! 정말 전문가였던 거죠!”

시후가 코끝을 살짝 만지며 웃었다. “여보, 그렇게 띄워주면 내가 자만할 텐데...”

유나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은 선생님은 자만해도 될 정도로 실력이 있어요!”

......

몇 시간 후.

걸프스트림 전용기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착륙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의 이름은 몽키아라라고 불렸다. 지금 몽키아라에는 억수같이 비가 퍼붓고 있었고, 빗줄기는 마치 하늘과 땅을 하나로 잇는 것 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은 뒤, 지정된 격납고로 곧바로 이동했다. 격납고 안에는 비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미 구영산과 그의 85세 부인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계셨다.

릴리가 비행기에서 내리자, 구영산이 부인의 손을 잡고 기쁜 표정으로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아가씨,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구영산 부인도 정중히 말했다. “아가씨,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릴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여기까지 마중 나오실 필요는 없었는데... 기사 분 한 분만 보내 주시면 충분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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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433장

    “좋습니다.” 시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도 올라가 보죠. 마침 태진도의 장로 전수식을 구경할 기회가 생겼군요.”홍장청은 잽싸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부했다. “저희 같이 작은 문파의 의식은 그리 대단치 않습니다. 부디 선생님께서 보시고 허술하다고 흉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럴 리 없지.” 시후가 담담히 대답했다. “이런 건 원래 간단할수록 좋습니다. 의식이 너무 화려하면 오히려 본래 의미를 잃게 되지.”“예 예, 맞습니다!” 홍장청은 허리를 굽혀 연신 맞장구 쳤다. 그러다 잠시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선생님…… 제가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말해 보시죠.”홍장청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태진도의 장로를 전수하기 위해선 장로의 증표 『태진혼원도』 마지막 두 단락, 그리고 연단로가 포함됩니다… 그런데 연단로는 이미 선생님께 바쳤으니, 잠시 후 의식에서 그 얘기는 부디 꺼내지 말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죠. 내가 그 얘기를 꺼낼 일은 없을 겁니다.”이 말을 듣자 홍장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8층으로 올라갔다. 홍장청은 카드키로 방을 열고, 시후를 소파에 앉히며 자신은 객실의 전화를 집어 들었다. 그는 옆방에 있던 세레나 룽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세레나, 이리 와라. 내 방으로 오너라.”수화기 너머 세레나 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스승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지막 호흡을 마치고 바로 가겠습니다.”홍장청은 제자가 무공에 몰입하면 천지가 무너져도 끝까지 마쳐야 한다는 걸 알았기에 억지로 재촉하지 않고, “너무 늦지만 말아라. 스승에게 귀한 손님을 소개해야 한다.” 하고만 말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홍 선생님, 제자가 여자였습니까?”“그렇습니다.” 홍장청이 답했다. “저희 태진도는 장로의 성별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매번 장로는 자신의 뜻에 따라 제자를 선택합니다. 단,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432장

    시후는 사실 홍장청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비록 그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그가 수십 년간 연마해온 『태진혼원도』의 첫 장은 온전한 원본이었다. 홍장청은 수십 년간 오로지 그것만을 수련해 왔으니, 시후가 보기에는 『태진혼원도』 대한 이해는 그 누구보다 깊을 수밖에 없었다.아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것과 무술은 비슷한 점이 많다. 가장 센 사람이 반드시 좋은 스승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박사 학위를 가진 천재가 초등학교 1학년에게 수학을 가르친다고 해도, 어떻게 학생을 이해시킬지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평생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 노교사는 훨씬 효과적으로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법이다.시후가 보기엔, 홍장청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비록 최고의 수준은 아니지만, 초급 단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가 수십 년간 닦아온 기초가 있기에, 시후가 그에게 『태진혼원도』의 두 번째 장을 준다면, 그는 곧바로 쉽게 익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다만, 지난번 홍장청이 잠시 욕심을 부려 미국으로 도망치려 했던 탓에, 시후는 일부러 그를 자신의 곁에 묶어 두려 했다. 장로 자리를 제자에게 물려주고, 며칠 더 기다리게 한 뒤, 차츰 그의 내공을 회복시켜줄 생각이었다.홍장청도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 선택지는 오직 하나, 시후에게 충성하는 길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제자에게 장로 자리를 물려주려 했다.“은 선생님, 그렇다면 내일 아침 9시는 어떻겠습니까?” 홍장청이 공손히 물었다.“왜 이렇게 일찍? 10시로 하죠. 나는 좀 더 자야겠는데…” 시후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예, 예! 10시로 하겠습니다! 제가 버킹엄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홍장청은 잽싸게 대답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다음 날 아침.시후는 유나가 회사를 간 뒤에야 천천히 차를 몰고 나왔다. 버킹엄 호텔에 도착했을 때, 마침 홍장청에게서 전화가 걸려왔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431장

    원래의 절차라면, 현임 장로와 후계자가 함께 태진도 도장으로 돌아가 제자들 앞에서 성대한 전수식을 치르고, 조상 사당에 제사를 올린 뒤에야 정식으로 장로 계승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의 홍장청은 무엇보다 시후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미국으로 돌아가 정식 절차를 밟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게다가 그는 또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바로 시후 앞에서 직접, 장로 자리를 제자 세레나 룽에게 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이제는 딴 마음을 품지 않고 전적으로 시후에게 충성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그래서 굳이 세레나 룽을 멀리 미국에서 불러들였다.세레나 룽은 속으로 의아했지만, 스승을 존중했기에 이번 일에 대해 따로 캐묻지 않았다. 그리고 스승에 대한 존중 때문에, 그녀는 굳이 스승의 무술 경지를 살피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홍장청을 살펴보았다면, 그의 내공이 이미 4성 무사로 추락해, 자신보다도 한 단계 낮아졌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두 사람은 공항을 나와 택시를 타고 버킹엄 호텔로 향했다. 원래 홍장청은 그곳에 묵고 있지는 않았지만, 시후의 신분을 알고 난 뒤 곧바로 그곳에 객실을 예약했다. 그저 시후와 가까이 있으려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다.호텔에 도착한 뒤, 홍장청은 세레나 룽에게 체크인을 맡기고 자신은 호텔 로비로 나와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시후는 샹젤리 스파 호텔에서 나와 도시로 들어오던 길이었다. 시후는 홍장청의 전화를 받고 연결하며 물었다. “홍선생, 무슨 일이십니까?”홍장청은 황급히 고개를 조아리듯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감히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다만 여쭙고 싶은 게 있어 전화드렸습니다……”시후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무슨 일인지 바로 말씀하세요.”홍장청은 곧장 답했다. “사실 제 제자가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내일 태진도 장로 자리를 이 제자에게 전하려 합니다. 혹시 내일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신지요? 증인이 되어주십시오.”시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430장

    8월 중순의 서울, 날씨는 유난히도 무더웠다. 최근 며칠 동안 시후는 이화룡에게 샹젤리 스파 호텔 개조를 재촉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시후는 중동이나 폴른 오더, 그리고 오방대 관련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이틀 동안은 홍장청과도 거의 얘기할 틈이 없었다.반면, 홍장청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미국에 있던 자신의 수제자를 불러들여, 시후 앞에서 정식으로 장로 승계 의식을 치르려 했다. 이것은 태진도와 완전히 결별하고, 앞으로는 진심으로 시후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뜻이었다.이 시각, 홍장청은 서울 국제공항 출구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항공편이 벌써 30분이나 지연되었기 때문이다.마침내 전광판에 도착 표시가 떴다. 다시 30분쯤 더 지나자, 승객들이 하나둘씩 출구로 나왔다.홍장청은 간절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살폈다. 그때, 키 크고 긴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세레나, 여기다! 이 스승님이 기다리고 있었다!”여성은 키가 178cm 정도,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흘러내렸고, 늘씬한 다리에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지닌 그녀는 바로 홍장청의 제자, 세레나 룽이었다.세레나 룽은 올해 서른 살.부친은 미국 국적의 화교, 모친은 미·중 혼혈이었다. 아버지는 과거 홍장청의 스승이 방랑 중에 받아들인 제자였다. 세레나 룽의 아버지는 무술에는 큰 재능이 없었지만, 돈을 버는 능력만큼은 탁월해 태진도에 큰 기부를 많이 했었다.세레나 룽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태진도를 드나들었다. 그녀는 8살에 이미 무술과 도법에서 재능을 드러냈고, 마침 그 시기에 홍장청이 장로를 계승하면서 그녀를 제자로 삼았다.그녀는 홍장청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6살 때 이미 5성 무사 경지에 이르렀고, 이는 홍장청이 젊었을 때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비록 1/4 미국 혈통이 섞였지만, 외모는 거의 동양적인 고전미를 띠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429장

    영주가 이들을 끝까지 충성하게 만든 조건은 단 하나였다. 그들이 죽은 뒤, 가족들에게 자유를 주겠다는 약속이었다.이들은 해독제가 없으면 언젠가 반드시 죽을 운명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 스스로는 죽음을 택하고, 남겨진 가족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 나았다. 이들은 특수부대나 죽음의 전사들과는 달랐다. 이들은 장첸솨가 데리고 있던 최측근들이었고, 장첸솨가 부임할 때부터 이곳으로 가족을 데려올 수 없었던 이들이다.즉, 이들은 애초에 ‘자폭 임무’를 부여 받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주둔지가 위기에 처했을 경우, 그 누구보다 먼저 스스로 기지를 파괴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영주가 이렇게 이들을 배치한 이유 역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한 주둔지가 무너지면, 그들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자폭해 모든 위험을 끊어내야 했다. 그리고 그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는 바로 ‘가족의 안전’이었다.장첸솨는 시계를 보고 낮게 말했다. “때가 됐다. 준비해라, 배를 가라앉히자.”“예 알겠습니다!”리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하들과 함께 선두와 선미의 하부 선창에 정밀 폭약을 설치했다.작업을 끝낸 그들은 장첸솨 앞으로 와서 기폭 장치를 바쳤다. “부사령관님, 언제든 폭파할 수 있습니다.”장첸솨는 기폭 장치를 받아 들며 물었다. “출입구는 모두 봉쇄했나? 배가 가라앉고 난 뒤, 어떤 것도 수면 위로 떠올라서는 안 된다. 만약 다른 배가 난파 흔적을 발견한다면, 모든 것이 들통날 것이다.”사내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부사령관님. 모든 선실과 출입문은 철저히 봉쇄됐습니다. 화물도 촘촘한 철망으로 고정해, 폭파 후 바닷물이 들어와도 어떤 물건도 떠오르지 못할 겁니다. 폭파 잔해도 모두 쇠붙이라 곧 가라앉을 테니, 아무 흔적도 남지 않을 겁니다.”장첸솨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우리만 남았군. 함께 선장실로 가자.”“예!” 그들은 장첸솨를 따라 선장실에 들어가 두꺼운 문을 단단히 잠갔다.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428장

    영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폴른 오더는 전례 없는 잠복기에 들어갔다. 오방대는 즉시 전면 은폐에 들어갔고, 터키의 제련소를 제외한 모든 죽음의 전사와 특수부대는 주둔지를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세계 각지에 잠입해 있던 요원들 또한 전부 윗선과의 연락을 일시적으로 끊었다.이제 이 순간부터 밖에서 활동하는 폴른 오더의 인물은 세 명의 백작들뿐이었다. 카운트 에버윈은 릴리의 행방을 찾으며, 동시에 시후의 단서를 조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카운트 로이밸러는 세계 곳곳의 군사 암시장에서 근접방어포 거래 흔적을 쫓고 있었으며, 카운트 파스테드 글로리아는 극동 지역에서 카운트 에버윈을 보조하며 릴리를 찾고 있었다.카운트 발로리안이 근접방어포에 의해 사살된 다음 날, 터키 제련소에 있던 인원 전원은 배를 타고 터키를 떠났다. 시후가 최면을 걸어둔 대령 다니엘 역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화물선에 승선했다. 그들은 목적지를 알지 못했으나, 키프로스에서 변고가 일어나 영주가 남아프리카로 이동하라고 명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갑작스러운 철수였지만, 일행들은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 남아프리카까지 가려면 지중해를 건너 수에즈 운하를 지나야 하는 꽤나 긴 여정이었다. 좁은 홍해를 거쳐 아프리카 동부 해안을 따라 계속해서 남하해야 하는, 전 구간이 약 1만 km에 달하는 대장정이었다.다행히 출항 전, 선박에는 원래 키프로스 구리 광산으로 운송하려던 물자가 이미 선적돼 있었고, 수백 명이 바다에서 먹고살 수 있는 보급품도 넉넉했다. 그래서 선박에 탄 인원들은 모두 안심하며 아프리카에 도착해 새로운 삶을 꾸릴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영주가 애초에 그들이 다시 육지를 밟게 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영주의 계획은, 이 배와 이 배에 탄 모든 인원을 지중해 한가운데에 영원히 묻어버리는 것이었다.화물선이 출항한 다음 날. 선박이 수에즈 운하 북쪽 입구, 사이드 항에서 약 200km 떨어진 해역에 이르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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