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5165장

Author: 로드 리프
전화기 너머의 시후는, 조금 전 이씨 아주머니와 이소분, 그리고 클라우디아를 위해 새집에서 사용할 디퓨저 몇 개를 사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새 집들이 선물이란 원래 집안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물건이 제격이고, 향초나 디퓨저처럼 좋지 않은 냄새를 제거하고 향기를 더하는데 적합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세 사람 모두 향기로운 선물을 받으면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여 구매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시후는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받으며 늘 그렇듯 가볍게 인사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그 순간,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사님 안녕하세요? 제가 지금 곧 외출해야 해서 택배를 직접 받을 수가 없어요. 택배는 문 앞에 맡겨 주시면 제가 나중에 찾아가겠습니다.”

시후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전화를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

“네?” 여성은 놀란 듯 말하며, “잠시만요... 어머, 정말 죄송해요. 제가 번호를 잘못 눌렀나 봐요. 실례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시후는 별다른 생각 없이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 잘못 건 전화는 흔한 일이었고, 상대방의 말투나 상황도 워낙 자연스러워서, 시후는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릴리는 완벽하게 시후의 정체를 완벽하게 확인했다. 그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노르웨이에서 출발해 여러 곳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는데, 모든 게 이렇게 착착 풀릴 줄은 몰랐어. 은시후 씨의 신분을 밝혀냈고, 운 좋게 서울대학교에 오자마자 그의 전화번호를 손에 넣다니... 게다가, 그가 바로 내 미래의 동기인 클라우디아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니!’

릴리의 머릿속엔 클라우디아가 적어둔 주소가 떠올랐다. 직접 그녀를 찾아가면 시후를 바로 만날 수는 없더라도, 클라우디아는 분명히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클라우디아를 만나게 되면 그녀와 시후는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 모든 상황을 되새기며, 벅찬 마음에 거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173장

    한국에서는 시후가 조율하지 못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식장, 웨딩드레스, 예식 관련 차량 등 결혼식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한국에서 가장 좋은 수준으로 소수도와 하영수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시후의 지원이 있었기에, 소수도와 하영수는 8월 16일로 결혼식 날짜를 정하는 것에 데에 걱정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었다.소수도는 무릎을 꿇고 연신 시후에게 감사 인사를 했지만, 시후는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이제부터 결혼식에 초대할 하객 명단을 정하기 시작해도 됩니다. 기본적으로 누구를 초대하든 제가 간섭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입이 무거워야 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시후는 하영수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절단된 팔이 재생되었습니다. 만약 이런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의학계에서는 말 그대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겁니다. 말기 암이 자연 치유되는 사례는 드물지만 역사상 가끔 있었던 일이긴 하죠. 하지만 절단된 사지가 재생된 일은 인류 의학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사실을 비밀로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하영수는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저는 오른팔을 잃고 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이연이를 낳고, 줄곧 저희 집안의 저택에서 칩거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안과 엘에이치 그룹 식구들 외에는 제 팔이 절단된 사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외부인과 접촉도 없었습니다.”소수도 역시도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셔도 됩니다. 결혼식에는 쓸데없는 지인은 초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과 선생님 측근 외에는 엘에이치 그룹 식구들만 초대할 계획입니다.”“좋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결혼식 전에 엘에이치 그룹의 소성봉 회장과 당신의 아들 소지빈도 제가 데려오도록 하죠.” 그리고 나서 시후는 이렇게 다시 덧붙였다. “하지만 미리 못을 박아두죠. 결혼식이 끝나면, 그 둘은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마다가스카르로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172장

    시후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소이연은 가장 먼저 자신의 부모님과 외조부 하성호에게 알렸다.진주 하 씨 사람들은 몹시 흥분하여, 온 가족들을 정원에 불러내 시후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시후가 진주 하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진주 하씨 집안 사람들은 이미 양옆에 줄을 맞추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한층 더 생기 있는 모습의 소수도 역시 환영 대열에 있었다.시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성호의 지휘 아래 진주 하 씨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외쳤다. “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소수도 역시 진주 하씨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고, 망설임 없이 하영수와 소이연의 곁에 함께 꿇어앉았다.시후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어서 일어나세요, 여러분 저랑 처음 만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인사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가장 앞에 꿇어 있던 하성호는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께서는 진주 하 씨에 크나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진주 하 씨 집안이 지금의 복을 누릴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은 선생님 덕분입니다... 부디 저희 집안 식구들 전원의 큰 절을 받아 주시길 바랍니다!”시후는 앞으로 다가가 하성호를 부축하며 단호히 말했다. “진주 하씨는 이미 제게 충성을 맹세했고, 여러분은 늘 진심으로 저를 섬겼습니다. 저 역시 그에 맞는 보답을 드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리고는 아직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어서 일어나세요. 저는 오늘 상의할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하시죠.”하성호는 그 말을 듣고 시후가 자신의 딸과 소수도의 결혼식에 대해 논의하러 온 것임을 알아차리고 더욱 감격하여, 몸을 굽히며 손짓했다. “은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지요!”모두가 함께 별장 1층 응접실로 들어갔고, 하성호는 다른 진주 하씨 식구들을 잠시 물리고 하영수, 소수도, 소이연만 그곳에 남겼다.네 사람이 소파에 앉자, 시후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어르신, 소수도 씨와 하영수 여사님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171장

    한편, 시후는 클라우디아와 함께 쇼핑몰에서 돌아와 이씨 아주머니의 새 집에 도착했다. 그는 이소분과 함께, 마치 보육원에서 지내던 시절처럼 부엌에서 이씨 아주머니를 도우며 한 상 가득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클라우디아의 입학 준비가 잘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씨 아주머니와 이소분은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클라우디아가 고고학과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네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고, 식사를 마친 뒤 이소분이 제안했다. “시후 오빠, 오늘 오후에 시간 있어? 시간 괜찮으면 클라우디아랑 같이 유명한 곳들을 구경하러 가자!”시후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오후는 좀 어려울 것 같아. 내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터라, 처리해야 할 급한 일들이 좀 있어.”그는 이미 안세진에게 성도민을 통해 자신에게 봉골등을 준 노인의 국내 거주지를 알아보도록 부탁해둔 상태였다. 시후는 그 노인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는 것은 물론, 소수도와 하영수의 결혼식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했다. 미국에서 소수도가 하영수에게 청혼을 했을 때, 시후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그에 대한 인상도 크게 바뀌었다. 게다가 그는 소민지, 소이연의 아버지이기도 했기에 시후는 더 이상 그를 곤란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소수도가 결혼식을 빨리 치르게 하고, 결혼 후에는 자유롭게 풀어줄 계획이었다.현재 소수도와 하영수는 시후가 귀국하면 함께 날짜를 정하기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시후는 오늘 오후 그 일을 먼저 처리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이소분은 그가 바쁘다는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괜찮아. 어차피 클라우디아는 아직 개강까지 한 달이나 남았고, 시간 많으니까 나중에 시간 생기면 같이 가자.”“응.”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며칠 안으로 내가 일을 다 처리하면 그때 같이 가자.” 이후, 시후는 소이연에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그녀가 저택에 있는지를 물어본 것이다.소이연은 시후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170장

    “아니요, 아직은 없어요.” 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가, 곧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긴 해요.” 그러고는 더 이상 말을 아끼지 않고, 구영산과 그의 아내를 향해 말했다. “이번에 제가 한국에 온 목적은, 은시후라는 남자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제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에요.”이어서 릴리는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두 사람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릴리에게 있어 구영산 부부는 손주도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자신이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전적으로 이 부부의 지원 덕분이었기에, 그녀는 그들에게는 사실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이야기를 다 들은 구영산 부부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릴리가 시후의 신분을 하나하나 추적해 알아낸 과정에 대해 설명하자, 구영산은 놀라서 외쳤다. “아가씨의 생명의 은인이... 그가 바로 안산 회장의 외손자라고요?!”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안산 회장을 아세요?”“알지요.” 구영산은 곧장 답했다. “예전 Samson 그룹에서 미국에서 고무 사업을 할 때 제가 함께 일한 적이 있어요. 그쪽에서 필요한 고무는 전부 제가 공급했으니까, 나름 개인적인 친분도 있었죠.” 그는 옛일을 회상하듯 감탄했다. “안산 회장의 큰 딸, 안예선이라는 그 친구는 정말 대단했어요. 그 당시에 세상을 쥐락펴락하던 인물이었죠.”릴리는 웃으며 말했다. “구 씨는 Samson 그룹을 알고, 손 씨는 LCS 그룹을 알고, 은시후 씨는 내 목숨을 구했고... 결국 우리 모두 그 분과 묘한 인연이 있는 셈이네요.”옆에 있던 손주도가 급히 물었다. “그런데 아가씨,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은시후를 찾아낸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아요...”구영산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덧붙였다. “뭐라고요? 은시후를 찾으셨다고요?! 도착한 지 얼마나 됐다고요? 우리 이제 막 한국에 온 거 아니었습니까?”릴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조금 전 서울대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169장

    릴리는 태생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에다, 속으로는 차가운 자존심까지 겸비한 소녀였다. 그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지 않았고, 혼자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차를 음미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점을 치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그렇기에 구영산이 마련해둔 이 대저택은 릴리에게 뜻밖의 기쁨을 주었다. 강행군을 이어온 터라, 릴리는 이곳에서 한동안 몸과 마음에 휴식을 취하며 예전처럼 느긋한 생활 리듬을 되찾고 싶었다. 게다가 개학 전까지는 시후와 얽히지 않겠다고 이미 결심한 터라, 당분간 여기서 수양에 힘쓰고 가끔 변장을 하고 나가 서울의 명소들을 돌아보는 것이 그녀에게 가장 좋은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필요한 물품 목록을 작성해 한 집사에게 맡겼다. 목록에는 고서 100권, 향 재료 10가지, 차 5종, 그리고 여러 종류의 붓·먹·종이·벼루 등이 적혀 있었다.한 집사는 목록을 받아 들고 조심스레 물었다. “릴리 아가씨, 다른 건 알겠는데 고서 100권은 구체적인 책 제목이나 작가를 정해두신 겁니까...?”“아니요.” 릴리가 미소 지었다. “서울에 있는 골동품 시장에 가서 진짜 고서라면 무엇이든 사 오면 돼요. 읽을 수 있는 상태라면 충분해요. 비용은 구영산 어르신께 직접 받으세요.”한 집사는 놀랐지만 직업적 소임상 더 묻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곧 준비하겠습니다.”점심 무렵, 릴리는 구영산 부부와 함께 저택 1층 연회실에서 풍성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달려온 손주도가 도착했다.미리 사람을 보냈음에도 그가 혼자 나타나자, 구영산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주도, 어떻게 경호원 하나 없이 왔나?”손주도는 태연히 웃으며 답했다. “아가씨를 뵈러 가는데 인원이 많으면 위험 요소만 늘어납니다. 가급적 조용히 움직여야죠.”구영산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자네를 이렇게 홀로 보내줄 리가 있나?”손주도는 슬며시 웃었다. “사실 총을 꺼내긴 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을 겨눈 게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168장

    무엇보다 한 집사는 이 높은 단에 건축한 안뜰을 주인 어른이 얼마나 중시하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 누구든 들여보낼 때 반드시 자신이 따라붙도록 지시한 이유도, 어느 누구 하나라도 이곳의 배치나 인테리어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지금, 구영산이 이 공간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릴리에게 내어주었다는 사실은 그녀에 대한 그의 신뢰와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였다.이때 릴리가 한 집사에게 물었다. “여기 일하는 분들은 총 몇 명이죠?”한 집사는 대답했다. “가사 도우미가 16명, 경호원 4명, 운전기사 2명, 도합 22명입니다. 저까지 포함하면 총 23명이에요.”릴리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도우미만 16명이나 된다고요?”“네, 맞아요.” 한 집사가 자세히 설명했다. “빨래와 식사를 전담하는 분이 4명, 각 구역의 청소와 유지 관리를 맡은 명이 8명, 정원 관리만 전담하는 명이 4명 있어요. 다만 필요한 경우엔 역할을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릴리는 다시 물었다. “이분들은 다 어디서 오신 거죠?”“모두 말레이시아 출신입니다. 제가 이곳에 처음 올 때,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만 골라 데려왔어요.”“알겠습니다.” 릴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는 안심했다. 이 사람들이 전부 말레이시아에서 온, KU 그룹에서 오래 일한 가정부들이라면 신뢰도는 매우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한국에는 이런 ‘가정부’의 개념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동남아에서는 여전히 재벌가에서 ‘가정부’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동남아의 진짜 재벌가에서는, 가족 구성원 수보다 가정부가 더 많은 경우도 흔했다. 이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15~16살 정도의 나이의 소녀를 가정에 들여 꾸준히 교육시키고, 수십 년간 같은 집에서 일하게 하여 가족처럼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노년에 접어들면 가문에서 은퇴와 생계까지 책임지는 식으로 안정을 보장해주는 것이다.대부분의 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