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깊은 밤, 시후와 릴리는 북극권을 향하는 도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차를 달리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던 릴리가 문득 시후를 향해 입을 열었다.“선비님, 이번에 AI가 아프리카에 있는 폴른 오더의 다른 거점까지 찾아낸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시후는 잠시 생각한 뒤 담담하게 대답했다.“예전과 같지. 조용히 잠입해서 그곳의 절도사를 제거하고, 가능하다면 그곳의 특수 전사와 죽음의 전사들을 우리 편으로 받아들여. 모두 철수한 뒤에는 거점을 폭파할 생각이고.”릴리는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선비님, 제 생각에는 폴른 오더의 죽음의 전사 거점은 전 세계에 적어도 열댓 곳, 많게는 스무 곳 이상은 있을 겁니다. 키프로스에서는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에 성공하셨고, 이번에는 나이지리아로 시선을 돌려 놓은 뒤 다른 곳을 치려는 작전이지만, 이런 방법도 두 번까지나 통하는 법이지 세 번째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도 오시연이 삼대 장로를 나이지리아에 미리 매복시켜 두고도 또 다른 거점을 선비님에게 빼앗긴다면, 앞으로는 분명 모든 거점의 경계를 대폭 강화할 것입니다. 우리도 감시망을 넓히고 원격탐사 위성까지 활용하려 하는데, 오시연 역시 같은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잠시 말을 멈춘 릴리는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선비님의 실력이라면 오시연 수하 가운데 선비님보다 강한 사람은 삼대 장로와 오시연 본인뿐이예요. 모두 합쳐도 네 명뿐이니 그들이 모든 거점을 동시에 지킬 수는 없겠죠. 선비님이 그 네 사람이 없는 거점을 선택한다면 드나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죽음의 전사들과 특수 전사를 모두 데리고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렇게 큰 규모의 이동은 반드시 흔적을 남기게 되고, 결국 그 사람들은 블랙 드래곤의 거점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시연은 그 흔적을 따라 블랙 드래곤의 위치를 찾아낼 것이고요.”
통신 사업을 스카이라인에 편입시키는 것은 시후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나훈구와는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고, 그를 구한 뒤에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하게 하려는 생각뿐이었다. 한편으로는 블랙 드래곤만의 독자적인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자신의 가치를 다시 찾고 과거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통신위성 역시 원격탐사 위성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했다. 이제는 중요한 사업으로 삼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가 된 것이다.시후는 나훈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좋은 제안이네요. 스카이라인은 명실상부한 미국 기업이고, 지금은 겉으로도 로스차일드 가문의 지배를 받고 있죠. 이런 구조라면 위성 통신 사업을 추진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고요. 이 일은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습니다. 곧 스카이라인 명의로 새로운 통신사업부를 설립한다고 발표하고 채용 공고도 낼 겁니다. 그때 형님이 이력서를 제출하시죠. 일이 마무리되면 스카이라인에서 면접 초청장을 보내드릴 테니 미국으로 돌아가 정식 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 면접이 끝나면 바로 미국에서 업무를 시작하시면 되고요.”나훈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면접 절차만 끝나면 곧바로 예전 동료들에게 연락하겠습니다. 다들 중년이 되었지만 각종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을 겪어 와서 지금은 젊은 사람들보다도 더 절실하게 일하고 싶어 합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최고의 실력을 보여 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익만 좇는 사업가들과는 다릅니다. 형님의 동료들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해 준다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연봉을 깎는 일은 없을 겁니다. 모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나훈구는 서둘러 말했다.“저는 누구도 못 믿어도 은 선생님만큼은 믿습니다. 그 말씀 한마디면 더는 걱정할 것이 없고요!”시후는 고개를 끄덕
시후는 열쇠를 받은 뒤 릴리와 함께 갈아입을 옷만 간단히 챙겨 궁을 나섰다. 데이터센터도 마침 오슬로 북쪽에 있었기 때문에 안태풍과 제이크 한 경감, 나훈구를 들러 보고 가기로 했다.시후는 모두에게 인사를 나눈 뒤 말했다.“사소한 일은 헬레나에게 말씀하시고, 중요한 일은 저에게 바로 연락하십시오.”출발하려던 순간 나훈구가 시후를 불러 세웠다.“은 선생님, 상의드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시후가 물었다.“무슨 일입니까?”나훈구가 말했다.“지난 며칠 동안 스카이라인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를 전반적으로 살펴봤습니다. 확인해 보니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민간 위성 발사 사업을 시작한 이후부터 스카이라인은 줄곧 자사 원격탐사 위성을 스페이스X를 통해 발사해 왔더군요. 사실상 스페이스X의 가장 초기 고객이자 가장 큰 고객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두 회사의 협력 관계도 상당히 긴밀합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스카이라인 측과 협의해서 블랙 드래곤의 통신위성을 스카이라인 명의로 등록한 뒤, 스카이라인과 스페이스X의 협력 관계를 활용해 우리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그는 이어 설명했다.“위성 발사는 지금도 규제가 매우 엄격한 분야입니다. 진입 장벽도 높고요. 전 세계에 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수없이 많지만, 제3자의 위성을 우주 궤도까지 발사해 주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위성 소유 기업에 대해서도 여러 자격 요건을 심사합니다. 적절한 명의 기업이 없다면 블랙 드래곤은 별도의 페이퍼컴퍼니를 다시 만들어야 하고, 새 회사가 스페이스X 같은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보다는 스카이라인 명의를 활용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입니다.”시후는 그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 정도는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스카이라인 책임자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혹시 또 필요한 것이 있습니까?”나훈구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발사 문제가 해결된다면 위성
시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노르웨이 북부는 사람이 드물어 항공편도 많지 않았다. 설령 북부의 큰 도시에 도착하더라도 다시 렌터카를 빌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마을까지 이동해야 했다. 전체 이동 시간을 따져 보면 오히려 직접 차를 몰고 가는 편이 더 빠를 수도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지난번에 탔던 SUV를 몰고 가기로 했다.시간을 아끼기 위해 시후는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길을 나섰다. 열 시간 정도 달리면 다음 날 정오쯤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링엔은 이미 북극권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아직 극야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지만 낮의 길이는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짧았다. 언제 도착하든 큰 차이는 없었다. 하루 대부분이 밤이나 다름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출발하기에 앞서 시후는 먼저 헬레나를 찾아가 앞으로 며칠 간의 일정을 설명한 뒤 안산과 제이크 한, 나훈구 등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헬레나는 시후가 릴리를 데리고 노르웨이 북부로 오로라를 보러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그녀는 시후가 왜 항상 곁에 있는 17~18 살가량의 소녀를 그렇게까지 세심하게 챙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중요한 일에도 언제나 그녀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았다. 헬레나는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지만, 릴리의 어려 보이는 외모를 떠올리자 자신이 괜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래서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은시후 씨,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분들은 저와 왕실 식구들이 잘 모시겠습니다.”잠시 뒤 헬레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아, 그리고 노르웨이 왕실은 링엔에 별장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제 할머니의 아버지께서 할머니가 어릴 적 지어 주신 곳인데, 오로라를 보기에는 그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습니다. 주변 수십 킬로미터가 모두 왕실 소유라 방해 받을 일도 없고, 지금까지 계속 관리해 와서 상태도 아주 좋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릴리 씨와 그곳에 머무셔도 좋습니다. 집도 깨끗하고, 추우면 벽난로만 피우시면
켄세일 오일 유전을 특정한 뒤 북유럽에 있던 일행은 곧바로 후속 작업을 분담했다.제이크 한은 AI 모델의 학습을 계속 진행하는 한편, 이전에 세워 두었던 구상대로 AI를 이용해 아프리카 전역의 광산과 공업 기업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폴른 오더의 거점은 대규모 공업 단지나 광산 기업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런 기업은 규모가 크면서도 외부와 비교적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수천 명에 달하는 죽음의 전사들과 그 가족들을 숨기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물론 이런 규모의 기업은 아프리카에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여러 조건을 추가로 적용해 대상을 걸러냈다. 국가를 대표하는 유명 기업이나 국제적인 대형 자본이 투자한 기업,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기업, 연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언론에 자주 등장하거나 현지 정부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는 기업은 우선 후보에서 제외했다.여기에 스카이라인이 지난 10여 년 동안 축적해 온 위성 사진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특정 기업이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의심스러운 흔적을 찾아 다른 죽음의 전사 거점을 특정할 가능성도 이전에는 거의 없던 수준에서 이제는 충분히 현실적인 단계로 올라섰다.한편 통신 기술 분야를 맡고 있는 나훈구는 스카이라인의 기존 사업을 전면적으로 정비하기 시작했다. 스카이라인의 기술은 블랙 드래곤이 중동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주변 군벌과 각종 무장 세력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고, AI가 위성 사진을 고해상도로 복원해 주면 상대가 어디에 소형 박격포 한 문을 배치했는지까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반면 시후는 다음 죽음의 전사 거점이 특정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거점만 찾아내면 곧바로 직접 찾아가 폴른 오더를 기습할 생각이었다.다만 다음 거점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릴리와 함께 노르웨이 북부를 다녀올 계획이었다. 예전에 릴리에게 오로라를 보여 주겠다고 약속
한국의 탄탄한 공급망 덕분에 자동판매기의 기능 업그레이드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진행됐다.시후가 구축하려는 지상 감시망에는 특별히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동판매기마다 구현해야 할 기능은 사실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촬영, 다른 하나는 무선 네트워크 연결이었다.일반적으로 이 기능은 와이파이에 연결되는 감시 카메라 하나와 무선 네트워크만 갖추면 충분했다. 카메라는 와이파이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할 수 있었다. 시후는 데이터가 가로채이거나 해킹 당하는 문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전송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감시 영상일 뿐이었다. 그 영상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역할은 노르웨이에 있는 AI가 맡고 있었다.실시간 영상이 한 프레임의 손실도 없이 AI 데이터베이스에 즉시 업로드되기만 하면, AI는 전 세계 감시 카메라에 포착되는 모든 사람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었다. 또한 특정 인물의 얼굴을 미리 등록해 두면, 그 사람이 감시 범위 안에 들어오는 순간 즉시 사용자에게 경고를 보낼 수도 있었다.이런 장비는 한국에서 새로 개발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미 많은 보안 장비 업체들이 이동통신망을 통해 감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원만 연결하고 USIM 카드만 꽂으면 이동통신 신호가 잡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실시간 감시가 가능했다.자동판매기와 자연스럽게 결합하기 위해 소성봉은 국내 제조사에 거액을 지급하고 자동판매기 외형에 맞춰 감시 장비의 디자인을 새롭게 수정하도록 의뢰했다. 워낙 큰 계약이었던 만큼 제조사는 최대한 빨리 수주를 확정하기 위해 금형을 제작할 시간도 아끼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했다. 하룻밤 만에 자동판매기에 최적화된 외형을 제작했고, 새 디자인은 카메라를 자동판매기 전면 진열창 안에 자연스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원 공급 장치와 무선 통신 모듈 역시 자동판매기 내부에 통합했다.원래라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는 먼저 금형을 제작해야 했지만,
무대 아래 두 무리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속내를 품고 있었지만, 모두가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건을 들고 있는 중앙대장의 이름은 메이슨으로, 그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한 동료들은, 손에 쥐고 있는 수건을 마치 부귀영화로 가는 열차의 티켓이라도 되는 양 무의식적으로 꽉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곁에 있는, 수건을 들지 않은 특수부대 대원들이 이미 곁눈질로 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언제든지 공격을 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단상 위의 시후는 미소를
시후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소이연은 가장 먼저 자신의 부모님과 외조부 하성호에게 알렸다.진주 하 씨 사람들은 몹시 흥분하여, 온 가족들을 정원에 불러내 시후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시후가 진주 하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진주 하씨 집안 사람들은 이미 양옆에 줄을 맞추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한층 더 생기 있는 모습의 소수도 역시 환영 대열에 있었다.시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성호의 지휘 아래 진주 하 씨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외쳤다. “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소수도 역시 진주 하씨 사람들이 모
“좋습니다.”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물었다. “타고 갈 쾌속정은 준비됐습니까?”“준비됐습니다.” 성도민이 대답했다. “선생님의 요청대로, 머큐리 선외기 여섯 대가 장착된 쾌속정을 준비했습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0킬로미터까지 낼 수 있습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데려다 주시죠!”성도민은 시후를 데리고 무인 해안으로 향했다. 그곳의 모래사장에는 개조된 대형 픽업트럭이 세워져 있었고, 트럭의 뒤에는 바다 방향으로 후진 주차된 채, 검은색 방수천으로 감싼 6~7미터 길이의 무언가가 트레일러에 실려 있
이때 이중열이 요리 두 접시를 들고 올라왔다. 하나는 간판 메뉴인 삼겹살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의 특기인 양념 목살 구이였다. 그는 음식을 시후와 고은서 앞에 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은서 아가씨, 가게에 단골손님이 한 분 오셨는데, 유명한 경감 제이크 한도 함께 왔더군요. 두 분은 당분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시후가 급히 물었다. "삼촌, 제이크 한이 아저씨를 알아보지는 않았나요?""아니요." 이중열이 말했다. "그날 제 모습은 평소와 달라서 기억하기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그 날은 딱 한 번 스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