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무엇보다 릴리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데다 헬기까지 조종할 줄 아는 사람이니, 장거리 운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는 릴리가 운전대를 잡고, 시후는 뒷좌석에 앉아 계속 수행에 집중했다.두 사람이 오슬로에 거의 도착할 무렵, 시후의 체내 영기는 이미 처음보다 약 20% 가까이 늘어나 있었다.그는 릴리에게 말했다.“이 수인이 정말 영기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돌아가자마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반지에 숨겨진 능력을 끌어내 볼 생각이야.”올 때도 AI 모델이 있는 데이터센터를 지나왔던 만큼, 시후는 곧바로 제이크 한 경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제이크 한 역시 그곳에 있었기에, 시후와 릴리는 곧장 데이터센터로 향했다.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제이크 한 경감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AI 모델이 의심도가 매우 높은 목표를 하나 찾아냈습니다. 모델 스스로도 99.99%는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시후가 말했다.“그럼 이번에는 무엇을 찾아냈는지, 또 어떤 논리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해 주시죠.”제이크 한 경감은 곧바로 모니터를 켜고 여러 장의 사진과 위성 영상을 띄웠다. 그는 화면의 한 구역을 가리키며 말했다.“시후 도련님, 여기가 모로코 중부의 인산염 광산 지대입니다. 모로코의 4대 인산염 광구 가운데 하나죠.”시후가 물었다.“이 광구에서 인산염을 채굴하는 회사는 몇 곳입니까?”“조사 결과 모두 여덟 곳입니다.”제이크 한 경감은 위성 사진을 확대했다. 거의 사막처럼 황량한 광구 곳곳에 여러 채굴 업체가 흩어져 있었고, AI가 화질을 보정한 덕분에 작업 차량과 인원까지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었다.그는 화면 속의 한 구역을 가리켰다.“여기가 AI가 가장 강하게 의심하는 인산염 채굴 업체입니다. 회사 이름은 듀크 마이닝입니다. 설립된 지 35년이 되었고, 그동안 규모도 몇 배나 커졌습니다.”시후가 물었다.“AI는 무엇을 근거로 이곳을 폴른 오더
“새로운 단서를 찾았다고?”시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이 밝아졌다.“제이크 한 경감이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어? 새로운 죽음의 전사 거점을 찾아낸 게 확실한 거야?”“네!”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제이크 한 경감 말로는 AI가 모로코에 있는 한 인산염 광산을 특정했다고 해요. 선비님께서 돌아오시면 자세한 내용은 직접 설명드리겠다고 했어요.”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모로코도 아프리카 국가였지?”“맞아요.”릴리가 대답했다.“모로코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요. 또 세계 인산염 매장량의 약 70퍼센트를 보유한 나라로도 유명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인산염 광산도 상당히 많겠군. 폴른 오더가 죽음의 전사 거점을 그곳에 숨겨 두었다면 위장하기도 훨씬 쉬웠을 거야. 그렇다면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되겠네.”릴리가 물었다.“선비님, 중요한 일이니 지금 바로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었다.“조금만 더 있어 보자. 릴리도 오로라를 더 보고 싶다고 했잖아. 나도 오늘 밤 다시 오로라를 보면서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아무 일도 없다면 오늘 밤 바로 오슬로로 출발하자.”“네. 선비님 뜻대로 할게요.”아직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시후와 릴리는 차를 몰고 나가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별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시후는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인을 맺으며 다시 수행을 시작했다. 전날 밤 내내 반복해서 익힌 덕분에 그는 이제 이 수인을 완전히 몸에 익힌 상태였다. 손놀림은 막힘없이 이어졌고, 영기의 운용도 한층 자연스러워졌다.몇 시간이 흐르자 체내 영기는 다시 눈에 띄게 증가했고, 시후는 이 수인의 효과를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시후는 밤이 깊어 가도록 계속 수행했고, 마침내 오로라가 다시 밤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시후와 릴리는 함께 밖으로
처음에는 동작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인 한 세트를 완성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후는 수인에 점점 익숙해졌고, 완성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지면서 수행 효율 역시 크게 높아졌다.그렇게 어느새 열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시후가 끊임없이 수인을 맺으며 연습하는 사이 흘러갔다.그 시간 동안 시후는 오직 수인을 맺는 데만 온 정신을 집중했다. 마침내 명상에서 깨어난 그는 곧바로 몸속의 영기를 살펴보았고, 놀랍게도 하룻밤 사이 체내 영기가 약 10%가량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이처럼 뚜렷한 영기의 증가는 시후를 더없이 기쁘게 만들었다!무엇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새롭게 늘어난 영기가 모두 단전에 차곡차곡 쌓여, 단전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만큼 충만해졌다는 사실이었다.시후는 이 수인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단순히 영기를 계속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인은 체내 영기를 담아 둘 수 있는 한계 자체를 계속 넓혀 주고 있었다.게다가 이렇게 늘어난 영기는 환약으로 보충한 영기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환약을 사용해 영기를 한계까지 채우면 남는 영기는 몸속을 억지로 휘돌다가 결국 자연스레 소멸되고 말았다. 하지만 수인을 통해 조금씩 늘어난 영기는 단전의 한계를 조금씩 확장해 더 많은 영기를 담을 수 있게 만들 뿐, 넘친 영기가 몸 밖으로 흩어지게 두지 않았다.어떤 의미에서 영기는 게임 속 마나와 비슷했다. 마법사나 술사가 기술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원인 것이다. 실전 능력은 장비나 레벨, 재능, 각종 강화 효과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지만, 마나 총량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A와 B의 공격력이 모두 100이라고 해도, A의 마나가 100이고 B의 마나가 150이라면, 둘이 싸웠을 때 B가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결국 체내 영기의 총량을 늘리는 것 역시 수행 경지를 높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무엇보다 시후를 가장 흥분시킨 것은 단 하룻밤 만에 영기가 약 10
영기가 늘어난 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시후는 크게 기뻐했다.그는 릴리에게 말했다.“이 수인은 수행을 위한 수련법인 것 같아. 몸속 영기를 양손에 모은 뒤 수인을 맺으면, 그 수인이 영기를 추가로 되돌려주는 거야. 하나의 진법처럼 말이지. 영기로 더 많은 영기를 만들어 내는 진법인 셈이야.”릴리는 수행 자체를 익힌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릴리는 수행 세계의 여러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후의 말을 듣자 그녀는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을 입 밖에 냈다.“선비님, 그렇다면 이 수인을 익히는 순간 현재의 가장 큰 한계를 극복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 아닌가요?”시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이 수인을 익힌 사람은 말법시대를 돌파할 방법을 손에 넣은 거나 마찬가지야.”말법시대란 마치 산업 사회 전체에서 갑자기 전기가 사라진 것과 같았다. 전기가 없으면 생산 활동을 할 수 없고, 산업의 발전도 자연히 멈춰 버린다.그런데 말법 시대에 영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은, 모두가 전기를 쓰지 못하는 세상에서 혼자 태양광 발전기를 손에 넣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만큼 엄청난 의미를 지닌 일이었다.시후는 『구현보감』을 얻은 이후 지금까지 영기를 흡수한 방법이 단 두 가지뿐이었다.하나는 영석이었고, 다른 하나는 환약이었다.말법 시대 이전의 수행자들은 천지에 가득한 영기를 공기 속에서 직접 흡수해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법 시대가 시작되면서 세상에서 자연적인 영기가 사라졌고, 가장 근본적인 수행 방식도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이 때문에 수행은 극도로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수행자는 영기를 얻을 방법 자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영석은 말법 시대 이전, 천지에 영기가 충만하고 영맥이 풍부하던 시절에 생성된 산물이었다. 긴 말법 시대를 거치는 동안 수행자들은 영석을 찾아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지금에 와서는 영석이 극도로 희귀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환약 역시 영
심지어 새끼손가락부터 시작해 엄지손가락으로 끝내야 한다거나, 손가락 하나하나의 각도와 간격까지도 엄격한 기준이 있는 듯했다. 수인이 변하는 과정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틀리면 그 수인은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었다.그때 하늘의 광점들은 시후에게 여덟 가지 수인을 모두 보여 준 뒤, 다시 첫 번째 수인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한 번 더 시연하기 시작했다.시후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은 채 모든 과정을 응시했다. 자칫 작은 동작 하나라도 놓칠까 봐 온 신경을 집중했다.그렇게 눈 덮인 언덕 위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서 있은 끝에, 시후는 마침내 모든 세부 동작을 머릿속에 완벽히 새겨 넣었다.그러자 하늘의 광점들도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형상이 점점 옅어지더니 대부분의 빛줄기들은 다시 원래의 오로라로 돌아갔다.20여 분이 더 지나자 모든 것이 처음처럼 회복되었다. 오로라는 다시 하늘에서 땅까지 길게 드리워진 거대한 휘장처럼 밤하늘을 수놓으며,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그동안 릴리는 시후가 말한 장면을 어떻게든 보려고 애썼지만 끝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마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착시 그림을 들여다보며 다른 사람들은 이미 스무 개의 얼굴을 찾아냈는데, 자기만 하나도 찾지 못하는 아이 같은 기분이었다.오로라가 완전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자 릴리는 보여 줄 것은 모두 끝난 것임을 직감했다. 결국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허탈해졌다.그때 시후가 정신을 차린 듯 말했다.“릴리, 이제 들어가자.”릴리가 서둘러 물었다.“선비님은 방금 오로라에서 무엇을 보신 거예요?”“수인이었어.”시후는 사실대로 대답했다.“굉장히 복잡한 수인이었는데, 아마도 손동작을 사용하는 술법인 것 같아.”릴리는 놀라서 말했다.“술법이었다고요? 그렇다면 어떤 효능이 있는지 한번 시험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원래는 돌아가서 해 보려고 했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 공격 계열 술법이라
시후의 말을 들은 릴리는 하늘을 더욱 유심히 바라봤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광점들은 제각기 깜빡일 뿐, 아무런 규칙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동시에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빛이 너무 많아 정확한 주기를 찾아내지 못하면 어떤 형태가 나타나는지 알아차리기란 거의 불가능했다.릴리는 사실대로 말했다.“선비님, 제 눈에는 이 빛들이 아무 규칙 없이 깜빡이는 것처럼 보여요. 말씀하신 그림이나 손동작은 전혀 보이지 않아요...”그때 시후가 갑자기 말했다.“봐! 또 다른 손동작으로 바뀌었어!”릴리는 황급히 시선을 집중했지만 하늘의 광점들은 여전히 아무런 질서 없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만 보였다.그러나 시후의 눈에는 달랐다. 하늘의 광점들은 마치 누군가가 정교하게 제어하는 드론 군집처럼 미리 짜인 순서에 따라 움직이며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릴리는 눈을 크게 뜬 채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봤지만, 끝내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그 사이 시후는 이미 여덟 번째 손동작까지 모두 확인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 그는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단순히 여덟 가지 서로 다른 손동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여덟 개의 자세와 그 사이를 잇는 변화 과정을 뜻하고 있었다.이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지면 완전한 하나의 수인(手印)이 되는 것이었다.『구현보감』에는 이와 관련된 기록이 있었다. 도가와 불가에는 모두 수인을 맺는 신통한 비술이 존재한다. 손가락과 손바닥을 일정한 방식으로 특정 위치에 두고, 정해진 자세를 만든 뒤, 다시 일정한 순서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수인의 핵심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엄밀히 말하면 수인이란 손동작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진법이었고, 여기에 영기를 더해 발동시키는 술법이었다. 수행이 극에 달하면 천지를 뒤흔들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시후는 이미 여덟 가지 손 모양과 변화 과정을 모두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하지만 의문은 더욱 커졌다. 오로라를 손동작으로 바꾸어 자신에게
절망에 빠진 윌터는 안세진의 부하들에 의해 병원 밖으로 끌려 나갔다..! 윌터가 떠난 후, 안세진의 부하들은 그에 대한 모든 CCTV 영상을 찾아 완전히 삭제해버렸고, 그 결과 한국 내의 어느 누구도 그의 데이터를 찾을 수 없으며 그의 활동 내역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었다..!시간이 지나면 윌터의 가족들은 그가 실종된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그를 찾기 위해 한국에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윌터가 실종된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떠나기 전에 시후는 안세진에게 윌터가 가장 좋아하는 ‘이염화수은’을 직접 주입할 전문가를 준비해 달라고 요
오늘 하영수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또래를 훨씬 뛰어넘는 몸매와 기품이 어우러져 단번에 하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이 웨딩드레스는 소수도가 함께 골라 시착까지 했던 것이지만, 결혼식 무대 위에서 직접 마주하니 소수도의 눈에 하영수는 너무나도 눈부셨다.이어서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소수도는 하영수와 하영수 아버지 앞으로 걸어가, 하성호의 손에서 신부의 손을 받아 손을 맞잡고 무대 위로 올랐다.그때 사회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특별히 귀빈을 모시겠습니다. 오늘 두 신랑 신부가 직접 요청한 주례 선생님이신데요
세레나 룽은 순식간에 대경계로 돌파했다는 상황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머릿속이 빙빙 돌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조금 전 한 말의 뜻은 더더욱 이해하지 못했다.세레나 룽이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홍장청이 제자를 바라보며 놀라 소리쳤다. “세레나… 너… 그런데 너 왜 다시 5성 무인이 된 거냐?!”그 한마디는 마치 찬물을 끼얹듯 세레나 룽의 정신을 번뜩 들게 만들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수련 경지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또 다시 바뀌었음을 알아챘다. 조금 전 대경계에서 다시 5성 무인으로 되돌아가 버린 것이다.
시후는 한때 암살자 547가 머물던 거처를 찾아내는 것은 아마도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 미스터리의 조직이 죽음의 전사들을 극도로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병사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감지하지 못하게 하고, 외부의 빛이나 온도, 소리, 사계절의 변화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죽음의 전사 소속 암살자 547은 자신이 생활하는 장소가 지구의 7대륙 중 어디에 속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열대기후인지 한대기후인지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 이렇게 유일한 생존자조차 실질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