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자신의 생각대로 장옥분이 화를 내자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하이고!! 이 불쌍한 늙은이를 좀 보시오!! 우리 집안도 참 불행하지.. 이런 며느리를 얻어서 죽을 것 같은데 손가락질까지 받고 모욕까지 당해야 하다니!!!" 신 회장이 또 다시 눈물을 흘리자 장옥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농약을 마신 후 응급실로 이송되었던 어머니의 비극적인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 당시 바로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의사는 어머니가 대량의 농약을 복용했기 때문에 이미 폐의 섬유화가 진행되었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라고 말했다. 그때 어머니는 병실 침대에 누워 이렇게 울부짖었고, 장옥분은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윤우선이 할머니를 이렇게 몰아붙이고, 또 자신의 그 나쁜 제수보다 더 날뛰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마음속의 분노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즉시 윤우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험악한 말로 그녀를 협박했다. "이 개 같은 년아!!!! 시집가기 전에 시댁에 효도하는 법을 네 부모님이 안 가르쳐 주시던?"윤우선은 장옥분이 자기와 싸우러 온 줄도 모르고, 자신의 부모님을 욕하는 말을 듣고 대들었다. "뭐? 시댁에 효도를 해? 너 지금 뭔 개소리야? 그리고, 이런 시어머니가 있었으면, 너도 진작에 때려 죽였을 거다?!"장옥분은 신 회장이 얼마나 징그럽고 치사한 인간인지 전혀 알지 못했기에, 그저 신 회장의 말만 듣고 윤우선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그렇기에 그녀는 순식간에 윤우선에게 달려들었고, 주먹으로 윤우선의 콧등을 내리쳤다!!윤우선은 “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큰 덩치의 장옥분은 그대로 윤우선의 배에 올라타서 한 손으로는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고, 한 손에는 온 힘을 가득 실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야 이 년아!!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년! 내가 오늘 너를 제대로 교육시켜 줄게! 죽을 정도로 맞으
윤우선이 구치소에서 정신없이 맞고 있을 무렵, 시후는 안세진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도련님, 윤우선은 이미 구치소에 갇혔고 도련님의 명령에 따라 WS 그룹 신회장과 김혜빈과 같은 감방에 넣었습니다.”"교도관과는 연락하셨나요?”"네, 부하 직원들에게 구치소 책임자를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아마도 윤우선이 안에서 어떤 괴롭힘을 당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좋아요. 윤우선이 안에서 반성을 좀 하도록 해주시죠.”그러자 안세진은 급히 물었다. "도련님, 아니면.. 제가 사람 몇 명을 보내서 바로 좀 손봐 드릴까요? 그럼 다시는 윤우선이 도련님을 건드리지 못할 텐데요."시후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아니요,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시죠." 시후는 이제 윤우선이 자신과 유나의 공간에서 사라지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상곤은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아마 이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안도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유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후가 아는 그녀는, 부모님을 아끼고 매우 의리 있는 여자였다. 그러니 만약 그녀의 어머니가 갑자기 실종된다면, 평생 마음을 놓지 못하고 괴로워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시후는 서두를 것 없이 먼저 유나의 반응을 관찰하려고 했다. 유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는 오후에 슈퍼마켓에 가서 음식을 살 때, 4인분 정도의 양을 구매했고, 윤우선이 좋아하는 음식도 조금 샀다. 그러나 오늘 윤우선은 이 식사를 맛볼 기회가 없을 것이다.장옥분은 사람들을 데리고 윤우선을 반쯤 혼절시켰는데, 그녀의 얼굴이 이미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구타하는 것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는 윤우선을 향해 말했다. "야, 내가 경고하는데.. 조금 있다가 교도관이 왔을 때 함부로 지껄이지 마, 알겠어? 안 그러면 너 나중에 더 괴로워질 거야?!”"알았어, 알았어, 말 안 할게..” 윤우선은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교도관은 한 발짝 물러서서 윤우선에게 잡힌 다리를 빼내더니, 밥을 가지러 가려는 두 사람에게 "빨리 빨리! 어서 나가!"라고 다그쳤다.두 사람은 급히 교도관을 따라 문을 나섰다.윤우선은 속으로 절망했다.교도관이 철문을 막 닫자 장옥분은 어두운 얼굴로 윤우선에게 다가가 무섭게 소리쳤다. "야, 너 진짜 간도 크다? 맞은 걸 감히 꼰질러?!!”윤우선은 멘붕한 채로 말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미쳤나 봐요! 제발 이번 만은 용서해주세요!""용서를 해 달라고??" 장옥분은 잠깐의 여유도 주지 않고 팔을 휘둘러 윤우선의 뺨을 갈겨버렸다. 윤우선은 눈앞이 핑 돌며 현기증을 느꼈다.신 회장도 부들부들 떨며 다가와, 쓰러진 윤우선의 손가락을 발로 짓밟았다. "이 개 같은 년아!! 보아하니 네가 아직 덜 맞았구나!? 조금만 기다려, 나는 여기에 15일 동안 있을 테니까 너는 남은 시간동안 나랑 좋~~은 시간을 보내면 될 거다! 알겠어?!!”그러자 장옥분이 다급하게 물었다. "저, 어르신.. 이제서야 겨우 저 년과 한 감방에 들어왔는데 제가 할머니라면 15일만 있다가 나가기 너무나도 아까울 것 같은데.. 매일 대여섯 번씩 패면서 한을 푸시는 게 어떻습니까?” 신 회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맞아.. 매일 그 정도로 팰 수 있으면 참.. 떠나기 아쉬울 것 같구먼!”그러자 윤우선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어머님, 살려주세요! 앞으로 저를 때리지 않고 이 여자가 저를 때리지 못하게 하면, 별장에 방을 하나 마련해드릴게요!! 어떠세요…?”신 회장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지금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이 안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네가 어떻게 방을 마련해준다는 말이냐?!”그러자 윤우선이 말했다. "그럼 어머님께서 구치소를 나가실 때 제가 쓴 편지를 들고 가서 유나를 찾으시면 되죠. 그럼 그때 가서 유나는 어머님을 꼭 별장에 들일 거예요!!”신 회장은 얼굴을 찡그리며 "정말이야?
장옥분의 말에 윤우선은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는 장옥분의 말을 의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장옥분은 굉장히 잔인한데다가, 조금 전 자신을 구타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신에게 보여줄 동정 따위는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장옥분이 자신의 뒤를 봐주는 것을 믿고, 윤우선을 걷어차며 말했다. "이 년아! 그래서 쓸 거야 안 쓸 거야?!”윤우선은 고통에 신음하며 소리쳤다. “아악!! 쓸.. 쓸게요!! 쓰면 되잖아요!!”장옥분은 또 그녀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말했다. "이 병신 같은 게?! 대답을 제대로 안 하다가, 맞아야 결국 제대로 답하지?”윤우선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좋게 말을 해야지.. 조금 전에 날 때렸.. 악!!”장옥분은 이를 악물고 또 윤우선의 뺨을 한 대 치며 소리쳤다. "누가 말대꾸 하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이번에 장옥분의 손바닥은 윤우선의 앞니 두 개를 함께 강타했다. 윤우선은 갑자기 윗입술이 탈락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곧 이어 입 안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앞니 두 개는 입 안으로 들어가 하마터면 삼킬 뻔했다. 그녀는 급히 이를 뱉어 내고, 피 묻은 앞니 두 개를 보고 울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 슬피 울었다. “그냥 날 죽여!! 더 이상 살기 싫으니까 그냥 죽이라고!!”장옥분은 그래도 윤우선의 뺨을 몇 대 더 때리며 욕을 했다. "무슨 개소리야? 구치소를 전부 시끄럽게 만들려고?”윤우선은 얼굴을 가리고 절망에 빠져 울었지만, 신 회장은 흥분하여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윤우선의 머리채를 있는 힘껏 쥐고 흔들며 욕을 해댔다. "왜 울어 이 년아? 청년재에 있을 때, 그렇게 잘 나간다고 나대더니? 이제 와서 왜 울고 난리야? 여기 구치소에 있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네가 평소에 하던 짓거리를 한 번 보여주란 말이야!!! 서울에서 하나도 무서울 것 없던 그 간 큰 년은 어디 갔어?!”김혜빈은 이때 서둘러 할머니의 말에 동의하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말을 마치자 윤우선은 손을 들어 또 윤우선의 뺨을 한 대 때린 후 차갑게 말했다. "상곤이 너와 결혼하려고 했던 날부터 나는 네가 눈엣가시였다! 그런데 네가 나를 이렇게 오랫동안 괴롭혀 왔으니, 나는 반드시 널 충분히 괴롭혀야 속이 풀릴 것 같다!”윤우선은 완전히 멘탈이 나갔다! 그녀는 신 회장이 이렇게 파렴치할 줄은 몰랐다! 자신이 한 말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변덕스럽게 바꾸다니!! 하지만, 자신은 지금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장옥분이라는 여자까지 있어서, 자신은 지금 불평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윤우선은 슬픔이 극에 달해 이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기만 바랄 뿐이었다. 잠시 뒤, 식사를 가지러 간 두 사람이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바구니 안에는 모두 동일한 규격의 알루미늄 도시락과 식기들이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누군가 "자! 밥 먹자, 밥 먹자!"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도시락 하나를 먼저 가져간 뒤, 그것을 열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장옥분도 배가 고파서 잠시 윤우선을 놔두고 배부터 채우기로 계획했다.신 회장과 김혜빈 역시도 배가 고파서 도시락을 가지러 왔다. 혜빈이 도시락을 열자마자 눈 앞에 두 개의 칸으로 나뉜 도시락이 보였다. 한 곳에는 반찬이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쌀밥이 들어 있었다. 이 요리는 김혜빈의 눈에 좀 낯익어 보였다. 같은 방의 누군가가 소리를 쳤다. "어머나, 오늘 양배추 볶음이랑 돼지고기 조림이네?!" 김혜빈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 음식이 왜 이렇게 낯익었는지 깨달았다. ‘조금 전에 점심을 먹었구나..’ 그녀는 조금 전에 점심을 먹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메스껍고 고팠던 배가 갑자기 가득 찬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신 회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하면서 혜빈에게 물었다. “혜빈아, 왜 안 먹고 있냐?" 혜빈은 울상을 지으며 "할머니.. 이거 할머니가 집에서 해주던 거랑 뭐가 달라요..?” 라고 물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윤우선은 배가 고파서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었다. 점심 때, 시후는 식사를 준비해 뒀지만 그녀는 한 입도 먹지 못하고 경찰에 체포되어 연행되었다. 게다가 오후 내내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체력 소모가 심했기에 그녀는 평소보다 더더욱 배가 고파왔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기어서, 플라스틱 광주리에서 도시락을 하나 꺼냈다. 그녀는 도시락을 품에 조심스럽게 안고 자신이 쪼그려 앉아 있던 모퉁이를 향해 다시 돌아갔다.구석에 앉아 도시락을 연 뒤, 밥을 먹으려던 찰나! 장옥분이 갑자기 윤우선을 불렀다. "어이, 너 뭐하는 거야!?!”그러자 윤우선은 다급하게 말했다. "저.. 큰....언니..? 저 밥 한 끼 먹고 싶어요...""밥을 먹어? 너 같이 시어머니에게 불효한 년이 무슨 낯짝으로 밥을 먹어?!! 진짜 뻔뻔하다!””"저.. 저는.." 윤우선은 갑자기 또 숨이 막혀왔다. 그녀는 장옥분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장옥분은 "저.. 저.. 뭐! 말 제대로 안 하냐!? 빨리 와!”윤우선은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저 언니..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장옥분은 윤우선이 들고 있던 도시락을 홱 낚아챘다. "야, 너 같은 년은 이런 거 먹을 자격도 없어! 얼른 꺼져!”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마자, 절망에 눈물을 흘렸다. "언니, 오늘 아침에 밥을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배가 고파서 기절할 지경이에요.. 제발 저 좀 불쌍하게 생각해주세요..”"아이고.. 청년재 별장에 산다며, 그런데 이런 걸 먹어서 되겠어???”윤우선은 눈물 흘리며 말했다. "언니, 저 진짜 배고파 죽겠어요.. 그러니까 제발 자비 좀 베풀어 주세요.. 그냥 한 두 입만 먹으면 되는데.. 사람이 굶어 죽는데.. 이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장옥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사람이 말이야.. 2-3일 안 먹어도 굶어 죽지는 않아. 그러니 걱정 마!""하지만.
"아니요?" 시후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물었다. "왜 그래요? 장모님이 아직 집에 안 돌아오신 거예요?”"아니에요. 그냥 엄마가 친구분들과 모임에 간 줄 알았는데, 아까 전에 친구 분이 연락이 와서 엄마가 오후부터 연락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다렸는데 엄마가 안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또 아빠한테 물어봐도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해서요..”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장모님께서는 어디 가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니까 점심 때 저에게 돈을 달라고 하시긴 하던데.. 친구들이랑 밥 먹겠다고 하셨고요.. 지금 아버님께서 돈 관리를 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아버님의 동의를 얻지 않으시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버님께서 주지 말라고 하셔서 아마 어머님께서 화가 나신 건가..?”그러자 유나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을 했다. “흐음.. 그럼 엄마가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어디로 간 거지..?"시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니면 또 고스톱 칠 곳을 찾아가셨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휴대폰을 꺼 놓고 칠 정도는 아니잖아요..”"혹시 배터리가 없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걱정 마세요, 어머님은 이제 성인이세요. 그러니까 자신을 스스로 잘 돌보실 것이 분명해요.”유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당신도 잘 알잖아요? 우리 엄마는 비록 성인이지만, 행동은 어린아이보다 못하다는 걸요.. 그래서 지금 사고라도 쳤을까 봐 정말 두려워요.."여빈은 놀라서 물었다. "왜? 유나야? 아주머니께서 나가셨어? 아직 못 찾은 거야?""글쎄.. 휴대폰이 계속 꺼져 있어서 연락이 안 돼.. 수소문해 봤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걱정이네..?”그때 김상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어왔다. "너희들은 왜 돌아오자마자 부엌에 들어가서 안 나오는 거야? 내가 차 마시러 나오라고 했잖냐?"유나는 상곤에게 물었다. "아빠, 혹시 엄마가 아빠한테 연락하지 않으셨어요?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집에 안 와요?"상
저녁 식사 때 유나는 젓가락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휴대폰만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영상 통화를 반복해서 걸어봤지만 윤우선은 마치 바다에 가라앉은 것처럼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하지만 이 와중에 김상곤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생각에는 윤우선이 차라리 홍라연처럼 집을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인생은 정말 자유롭게 해방될 것이 뻔하니까.유나는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다급하게 경찰서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곤은 옆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현했다. "아이고.. 유나야 네 엄마는 어른이야.. 혹시 무슨 일이 있다면 알아서 연락하겠지! 뭘 걱정하니? 그리고 만약에 네 엄마가 진짜 진심으로 집을 나가고 싶었으면, 경찰이 오라고 해도 굳이 다시 오려고 하겠어?!”"엄마가 그럴 리가 없어요!” 유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는 오랫동안 청년재에 들어오기만 기다렸어요. 그리고 드디어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요, 그러니까 엄마가 아무리 이 집을 떠나고 싶다고 해도.. 엄마의 성격상 절대 지금 당장 집을 나가지는 않을 거예요! 아빠는 엄마랑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아직도 엄마를 모르세요??”김상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딸의 말을 듣자 뭔가 새로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윤우선은 누구인가? 그녀는 허영심이 폭발하는 여자이다. 그리고 이런 부유함을 즐기기를 늘 바라는 인간이었다. 그러니 이런 여자가 청년재로 이사한 직후에 바로 집을 떠날 수 없었다. 이런 일은 그녀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정말 이 여편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사실 김상곤은 윤우선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상대방이 사고를 당했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그러니 그냥 집에 있으면서 차를 마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무래도 좀 이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된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