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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Autor: 루에나
중현은 걸음을 옮겨 아이 앞에 섰다.

“너희 아빠는...”

“나쁜 사람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신고하면, 안 된다고 안 가르쳤어?”

“네. 가르친 적 없어요.”

지안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우리 아빠는 매일 다른 아줌마랑 노느라 나한테 신경 쓸 시간이 없거든요.”

중현은 이를 갈며, 손을 뻗어 지안의 볼을 꾹 잡았다.

“거짓말을 아주 입에 달고 살아.”

“누가 그렇게 가르쳤니?”

지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아야야야, 아파, 아파요!”

“지금 뭐 하는 거야?”

강솔은 중현의 손을 잡아당겼다.

오랜만에 접촉이었다.

시선이 저절로 흰 손목에 닿았다.

그리고는 입에서 튀어나온 말.

“피해자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가해자의 손을 잡나?”

잠깐의 정적.

지안은 못 본 척하며 짧게 말했다.

“진짜 뻔뻔해요.”

“뻔뻔하지 않았으면... 넌 이 세상에 없었어.”

중현은 천천히 대답했다.

강솔과 지안, 둘 다 할 말을 잃었다.

두 사람 모두 오늘의 중현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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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438화

    “원래대로라면 지금 바로 줄 수 있어. 그걸로 우리는 완전히 선을 긋는 거고.”중현의 얇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맑게 가라앉은 검은 눈에는 묵직한 기세가 어려 있었다.“그럼 지금 나한테 보내.”아연도 완전히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다.“돈 출처가 합법이라는 계약서도 만들어 줘. 내가 H시를 떠나면 우리 사이는 그걸로 끝이야.”중현은 아연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누르는 분위기가 있었다.“내가 말한 건, 원래대로라면 그렇다는 거야.”아연의 미간이 좁아졌다.뭔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들었다.“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장우, 알아?”중현이 물었다.아연의 등이 굳었다. 아연은 빠르게 부정했다.“몰라.”중현은 곧바로 아연의 말을 깼다.“모르는 사람을 산 정상으로 불러내?”“너 나 뒷조사했어?”아연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HS그룹 대표이자 국내 부자 순위 1위인 중현에게 600억 원의 유동자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결국 돈을 마련한다는 핑계로 시간을 벌어 자신을 조사한 것이었다.아연은 정말로 중현이 돈을 투자에 묶어 둔 줄 알았다.“이상한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야.”중현은 서두르지 않았다.“위험을 피하는 건 사업가의 본능이고.”아연은 양옆으로 내린 손을 꽉 쥐었다.‘하중현...!!’“네가 내 은인이라는 점을 봐서 경찰에 넘기진 않을게. 네가 직접 자수하든, 장우가 깨어난 뒤 고소당하든 선택은 네 몫이야.”중현의 담담한 말은 아연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아연의 숨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중현을 향한 반감이 극에 달했다.중현은 덧붙였다.“하지만 내가 공범이 될 수는 없어.”“장우랑 산에서 만나기로 한 건 맞아. 그런데 중간에 일이 생겨서 못 갔어.”아연은 감정을 억눌렀다. 괜히 꼬투리를 잡히고 싶지 않았다.“장우가 그렇게 된 건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어차피 아연은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경찰이 조사한다 해도, 제대로 밝혀내긴 어려울 것이다.“장우가 추락해서 의식불명이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437화

    “네가 말 안 해도 알아!”임풍은 콧방귀를 뀌듯 대답했다. 말투에는 묘하게 새침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사모님한테도 들키면 안 되지만, 여씨 집안이랑 진씨 집안 사람들한테도 들키면 안 돼.]임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임풍이 혼자 움직이다 괜히 허술하게 굴까 봐 걱정됐다.[사모님 안전이 걸린 일이야.]“너 진짜 말 많다.”임훈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됐어...’말하는 걸 보면 믿음직스럽지 않아도, 임풍은 일 처리만큼은 수준급 경호원이었다.임훈은 몇 가지 안전 수칙을 더 당부한 뒤 전화를 끊었다.강솔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소담은 강솔이 이렇게 일찍 돌아온 것을 보고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진화연 변호사님이랑 밥은 안 먹었어?”“다른 약속 있으시대.”강솔은 차 키를 내려놓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우리 엄마는?”“지안이 데리고 나가셨어.”소담은 하품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누구 좀 만나고 온다면서, 기다리지 말고 밥 먼저 먹으라고 하시던데.”강솔은 자리에 앉아 물 한 잔을 따랐다.소담은 강솔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두어 번 더 살폈다.“이거 잘 풀린 얼굴이야, 안 풀린 얼굴이야?”강솔은 잠시 말을 고른 뒤 대답했다.“그럭저럭 잘 풀렸어.”“그런데 왜 큰일 앞둔 사람처럼 있어?”“네가 전에 했던 추측이 맞았어.”강솔은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핵심을 꺼냈다.“소아연이 하중현의 은인이라는 신분, 문제가 있어. 소아연은 가짜야.”소담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잠이 깼다.“확실해?”강솔은 물컵을 내려놓았다.“소아연이 직접 말했어.”강솔은 차 안에서 아연과 나눴던 대화를 소담에게 설명했다. 마지막에는 자기 생각도 덧붙였다.“지금 확실하지 않은 건 그 사람이 아연과 어떤 관계인지, 소아연이 어떻게 그 일을 알게 됐는지야.”가장 중요한 건 중현 쪽이었다.아연은 대체 어떻게 중현을 속인 걸까?중현에게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믿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436화

    강솔은 손끝으로 운전대를 가만히 쓸었다.돈을 조금 주고 순조롭게 이혼할 수 있다면, 강솔에게는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다만 거래 상대가 아연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하중현이 너랑 이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건 너도 알잖아. 소송으로 가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도 알 테고.”아연은 강솔이 받아들이길 간절히 바랐다.“지금 네 앞에 자유로워질 기회가 놓여 있는데, 안 잡을 거야?”“날 자극할 필요 없어.”강솔이 곧바로 승낙하지 않자, 아연은 더 초조해졌다.그리고 오늘 둘이 나눈 대화를 머릿속으로 다시 짚었다.“그 사람은 어디 있어? H시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려?”“길어도 사흘은 안 넘겨.”아연은 나름 머리를 굴렸다. 거짓말도 진실이 섞여야 더 그럴듯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 사람이 이 일을 알게 되면 네 이혼을 도와줄 거라고 보장할 수 있어. 못 해내면, 그때 내 행적을 하중현한테 넘겨도 돼.”강솔은 고개를 돌려 아연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 말을 꺼낸다는 건, 아연에게 그만한 확신이 있다는 뜻이었다.‘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하중현이 결혼할 때 나에게 했던 약속을 내려놓게 할 만큼,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기에?’“나도 괜히 빙빙 돌려 말하진 않을게. 그 사람은 하중현의 은인일 뿐만 아니라, 하중현한테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아연은 태연하게 거짓을 섞었다.“그 사람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하중현은 다른 사람과 한 약속을 뒤로 미룰 수 있어. 너와 한 약속까지 포함해서.”“생각해 볼게.”강솔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정리되면 알려줄게.”“안 돼.”“그럼 거절할게.”아연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계속 강솔을 흔들었다.“이 기회 놓치면 넌 하중현이랑 소송해서 이혼하는 수밖에 없어. 지는 건 안 무서워?”“무섭지.”강솔은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그런데 나보다 더 무서운 건 너잖아.”아연이 굳었다.강솔은 바로 말했다.“네가 이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435화

    “내가 묻잖아. 언제부터 알았냐고!”아연은 발끈한 사람처럼 날카롭게 변했다.강솔은 고개를 돌려 아연을 보았다.시선은 담담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눈빛 때문에 아연은 강솔이 이미 알고 있다고 느꼈고, 감정은 더 거칠게 튀어 올랐다.“말해!”“네가 그 일을 앞세워 사방에서 중현을 협박하고 다닐 때.”강솔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지어냈다.‘소아연은 누구를 대신한 건가?’‘하중현은 왜 소아연이 가짜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지?’‘소아연은 그 일을 어떻게 알게 된 거야?’강솔은 지금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당사자를 떠볼 수밖에 없었다.“말도 안 돼.”아연은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네가 내가 가짜라는 걸 알았다면 왜 까발리지 않았는데?”“내가 알았을 땐 이미 하중현이 너 때문에 나한테 상처를 준 뒤였으니까.”강솔은 이미 벌어진 일을 토대로 그럴듯하게 말을 이어 갔다. 태도만큼은 진지했다.“복수하고 싶었어. 하중현이 진실을 알게 되는 날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고 싶었거든.”아연은 강솔의 얼굴에서 거짓말의 흔적을 찾아내려 했다.하지만 강솔의 표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마치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할 말 더 있어?”강솔은 아연과 오래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없으면 내려.”“거짓말이야!”아연은 끝내 인정하지 못했다. 눈은 여전히 강솔을 집요하게 노려보고 있었다.“넌 아무것도 몰라.”“예전엔 몰랐다고 쳐도, 지금은 모를 수가 있나?”강솔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이렇게 무심하게 굴수록 아연의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그 뒤로 1분 넘게 아연의 시선은 강솔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아연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건 강솔과의 다툼뿐이었다. 중현이 했던 말들도 생각났다. 겉으로는 따뜻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냉정하기 이를 데 없던 말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럼 그 사람이 누군지 말해 봐.”아연은 강솔의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434화

    진화연을 만난 건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여전히 강솔의 눈길을 빼앗길 만큼 멋진 사람이었다.“화연 이모.”“내가 늦었다, 기다리게 했네.”진화연은 강솔의 맞은편에 앉았다. 말을 건넬 때 입가에는 다정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두 사람은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았다.강솔은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진화연에게 설명했다. 전화로 이미 말하긴 했지만, 그것도 이미 며칠 전 일이었다.“괜찮아. 네가 가 보면 혹시라도 다른 성과가 있을까 해서였어.”진화연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상대는 어쨌든 중현이었다.“협의가 안 됐으니, 내일 법원에 소장 접수할게. 이후 절차는 내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오면 돼.”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진화연이 말했다.“다만 한 가지는 미리 알아둬야 해.”강솔이 대답했다.“말씀하세요.”“긴 싸움이 될 수 있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진화연은 강솔이 중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가능한 상황을 먼저 짚어 주었다.“하 대표가 이혼을 막으려고 여러 방법을 쓸 가능성이 높아.”강솔도 미리 알아본 내용이 있었다.“알고 있어요.”법원 연락을 못 본 척해 서류 송달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결국 공시송달 절차까지 끌고 갈 수도 있었다. 이후에는 관할권 이의신청이나 조정 절차를 꺼낼 수도 있었다.어떤 행동들은 실제로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 쓰이곤 했다.그런 과정이 하나씩 이어지면, 실제 재판 절차에 들어가기까지 1년 가까이 걸릴 가능성도 있었다.“그럼 됐어.”진화연은 준비해 온 자료를 강솔에게 건넸다.“이거 확인해 봐. 문제 없으면 내일 바로 진행할게.”강솔은 자료를 받아 훑어보았다.“문제없어요.”진화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두 사람은 이후에도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더 이야기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이미 오전 11시가 넘어 있었다.강솔은 진화연에게 점심을 대접하려 했지만, 진화연은 다른 약속이 있어 함께 먹지 못했다. 대신 진화연은 강솔에게 돌아가는 길 조심하고, 집에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433화

    “회장님, 하도현 도련님 연락처 필요하십니까?”강 비서가 붕대를 다시 감아 준 뒤 물었다.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제가 드리겠습니다.”“필요 없다.”여윤재는 아직도 안색이 창백한 중현을 한 번 훑어보았다.“나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 일까지 챙길 만큼 한가하지 않다.”여윤재는 말을 끝내자마자 돌아섰고, 더 머물지 않았다.차에 오른 뒤에야 여윤재는 자신이 중현의 차창을 두드린 이유를 떠올렸다. 애초에 중현이 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지 물으려던 참이었다.여윤재는 몸을 돌려 뒷유리 너머로 중현의 차를 한 번 바라보았지만, 더 생각하지 않았다. 곧바로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중현은 바로 떠나지 않았다. 강 비서에게 차를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 세우게 했다. 밤 10시 반, 불꽃이 터지며 별장 앞 하늘이 환하게 밝아지자 중현은 비로소 그곳을 떠났다.중현은 핸드폰을 꺼내 강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생일 축하해.]강솔은 메시지를 보았다. 창밖에서 잇따라 피어나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저 불꽃이 중현이 준비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H시도 J시처럼 특별한 사정이나 허가가 없으면 불꽃놀이가 금지되어 있었다. 예전 생일마다 중현은 관련 부서와 미리 협의했고,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 허가받아 당당히 불꽃을 올렸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밤 12시.강솔은 중현과의 대화창을 열고 ‘생일 축하해’라는 한 마디를 입력했다. 손끝이 전송 버튼 위로 움직였고, 누르려던 찰나에 망설임이 찾아왔다.요 며칠 중현은 강솔에게 J시로 돌아가자는 말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감정도 몹시 안정되어 보였다.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이혼 전이었다.강솔은 한참 고민하다가 입력했던 글자를 모두 지웠다.마침 그때, 중현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내 생일 됐네. 무슨 소원 빌고 싶어? 나랑 상관없는 걸로.]강솔은 잠시 멈췄다.해마다 생일이면 강솔은 소원을 두 개 빌었다. 하나는 자신의 생일 소원이었고, 하나는 자정이 지난 뒤 중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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