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오셨습니까?”최 집사가 늘 하던 대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중현과 아연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아연이 먼저 일어났다.“솔아... 왔구나.”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강솔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아무 일도 없는 듯,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의 꼴을 보고 있으면, 화를 주체 못하고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그때, 등 뒤에서 중현의 냉담한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아연이 인사하잖아. 못 들은 거야? 이젠 기본 매너도 없나 보네? 강솔.”그 말에 강솔은 발걸음을 멈췄다.‘강솔?’천천히 돌아선 그녀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당신네 불륜 현장을 직접 봤는데, 예의까지 차려야 하는 건가?”“이 집은 내 집이야.”중현은 여유롭게,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누구를 들이든 뭘 하든, 그건 내 마음이야. 보기 싫으면 나가든가.”그 말 한마디에 강솔의 가슴이 찢어졌다.‘앞으로 여기가... 우리 집이야. 내게 다 당신 거야.’결혼 때, 중현이 했던 말이었다.하지만, 지금은...그의 말 한마디에 세상이 뒤집힌 듯했다.손끝이 부르르 떨렸다.“중현 씨, 그래도 말이 너무 심했어.”아연이 조심스레 말을 보탰다.“솔이는 자기 아내잖아. 이렇게 말하면 너무 상처받지...”“기회는 줬어.”중현은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자기가 스스로 버린 거지.”강솔도 중현을 똑바로 바라봤다.둘 사이엔 말보다 더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고개를 숙였던 아연이, 다시 고개를 들며 나지막이 말했다.“솔아, 네가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중현 씨도 금방 풀릴 거야.”“너한테 아직...”“미안하지만, 그런 말 들을 기분 아니야.”강솔은 아연의 말을 끊었다.“그리고 걱정 안 해도 돼. 나, 곧 나갈 거니까.”강솔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이어졌다.“이 집은, 온통 더러운 불륜 냄새가 가득차서, 하루라도 더 있다간 질식할 거 같아.”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그대로 계단을 올랐다.발걸음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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