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이제 성년이 되었으니 모든 일을 직시할 용기가 필요해. 그리고 네가 짊어져야 할 책임도 져야 하고. 난 너와 운초 씨가 한마음이라는 것을 알아. 하지만 네 누나가 너의 덕을 볼 생각을 한 적이 없어. 그러니까 안심해. 네 재산이어야 할 것들은 전부 너의 재산으로 될 거야. 그러나 운별처럼 네 것이 아닌 것에는 상상도 하지 말고.”여천우도 그 말에 동의했다.“형부, 저와 운초 누나는 단지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을 지키고 싶을 뿐이에요. 운별 누나도 이미 변호사를 찾아 운초 누나와 소송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이것이 바로 여천우가 휴가를 내고 돌아온 이유였다.여천우가 여운초와 손을 맞잡는다면 여운별이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재산을 얼마 가지지 못할 것이다.그나저나 부모님이 세상에 살아계시는데 여운별이 재산을 두고 소송을 벌이려고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추미자 부부가 여천우와 협조하여 재산을 모두 여천우의 명의로 옮기면 여운별이 가질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여운초 친아버지의 재산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여천우의 부모님의 재산이었다. 추미자 부부는 90대 노인이 아닌 겨우 50대에 불과했기 때문에 정신이 매우 멀쩡했다.추미자 부부의 재산은 그들이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여운별이 화를 내도 소용없다.설령 여운별이 여천우 혹은 추미자 부부와 인연을 끊으려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물론 여천우는 이 점을 여운별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여운별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헛수고가 될 것이 뻔했다.“너 아침 운동하러 갔지? 얼른 올라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어. 내려와서 아침도 먹고. 뭐 먹을래? 내가 해줄게.”“저는 편식하지 않아요. 형부가 아침밥을 차려 준 대로 먹을래요. 형부의 요리 솜씨가 훌륭하니 아무거나 만들어도 맛있을 거예요.”전이진은 빙그레 웃었다.“그럼 대충 준비해 놓을게. 이따가 혼자 내려와. 네 누나를 깨우지 말고. 운초 씨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좀 더 쉬게 해.”여천우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뒷마당에 매여 있는 몇 마리의 큰 개는 저녁이 되면 풀려나게 된다. 지금은 시간이 아직 일렀다.그 큰 개들은 그들을 돌보고 있는 하인이 아직 끈으로 그들을 묶기도 전에 여운별의 소리를 듣더니 바로 뒤 정원에서 달려 나왔다.그들은 곧장 별장 정문 앞으로 달려갔다.여운별은 대문을 아예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그 네 마리의 큰 개가 달려오는 것을 보더니 놀라서 연이어 뒤로 물러나면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더는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그녀는 그 개들이 엄청 무서웠다.지난번에 그 개들에게 물린 후로 여운별은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이다.여씨 가문의 집사가 준 백신 맞을 돈을 가지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긴 했지만 물린 곳은 여전히 아팠다. 그날 큰 개들에게 쫓기는 광경 때문에 여운별은 심지어 밤에 악몽까지 꿨다.여운별은 여운초가 매우 원망스러웠다.그녀는 예전에 개들을 풀어 여운초를 물게 한 적은 없었다.게다가 여운별이 여운초를 혼내줄 때마다 언제 한 번 정말로 이긴 적 없었다.여운초는 늘 잠자코 있는 연약하고 기만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여우처럼 교활했다. 여운별이 여운초에게 잡혀 되려 괴롭힘 받을 때마다, 여운별이 추미자에게 고자질할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 대신 여운초를 혼내주면서도 여운별도 같이 꾸지람했다.추미자는 여운별이 장님 한 명을 상대하지도 못한다고 욕했다.“천우? 천우야, 언제 돌아왔어?”여천우를 본 여운별은 앞으로 더 걸어갔지만, 여전히 대문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 개들이 문에 달라붙어 그녀를 물까 봐 두려웠다.“천우야, 빨리 사람을 시켜 이 짐승들을 끌고 가라고 해. 이 개들을 보면 다리가 후들후들해. 네 큰 누나, 그 장님 마음이 너무 모질어. 개들을 풀어 나를 물게 했어. 천우야, 나 대신 운초에게 혼을 내줘야 해.”여천우는 개들을 물리치고 싶어 했지만 그가 집에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개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를 포위하지 않은 것만 해도 정말 사정을 봐준 편이었다.하인이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얼른 나왔고 이 광경을 보
여운별은 여천우에게 모든 일을 일러바쳤다.“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아니, 여긴 우리 집이야. 천우야, 그 장님이 나와 우리 부모님 재산을 모두 차지했어. 내가 감옥에서 나온 후로도 그 장님이 전씨 가문의 세력을 믿고 나를 내쫓으며 집으로 오지 못하게 했어. 집 안에 있는 하인들도 거의 다 바뀌었는데 그 장님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들만 남겨진 거 있지.”“내가 왜 이 새벽에 여기로 와서 소리 지르겠어? 그 장님이 내 전화도 안 받고 답장도 안 하니까 그러지. 어젯밤부터 화가 나서 지금까지 겨우 참았어. 날이 겨우 밝았는데 내가 반드시 여기로 와서 결판을 내야지. 운초가 아직 안 일어났어?”여운별은 여천우가 대문을 열어주어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더니 갑자기 멈추어 섰다.여천우가 대답했다.“아직 안 일어났어. 형부가 일어나서 안에서 아침밥을 짓고 있고. 근데 왜 자꾸 입만 열면 장님이라고 욕해? 우리 누나잖아.”“네가 여운초를 누나라고 부르지만, 그 장님은 우리 가문의 재산을 차지하려 한단 말이야.”여운별은 전이진이 안에서 아침밥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더니 감히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여운별은 기세등등하게 달려왔지만, 전이진의 이름을 듣자, 문득 겁이 났다. 자신이 전이진을 꼬드겨 여운초 곁에서 전이진을 빼앗으려던 생각도 까맣게 잊은채 말이다.“천우야, 우리 저기 정자에 가서 앉아 있자. 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래. 그 장님은 팔자가 좋기도 하지. 무슨 수로 전이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어. 전이진은 운초에게 매우 친절하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냉담하게 대하거든.”“난 저 두 사람이 좀 무서워. 천우야, 우리는 친남매잖아. 이럴 때일수록 우리 남매가 힘을 합쳐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재산을 지켜야 해. 절대로 운초가 차지하게 해서는 안 돼.”여운별은 동생을 끌고 멀지 않은 작은 정자 아래로 가서 앉았다.“천우야, 내가 급하게 와서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았어. 들어가서 과자랑 과일 좀 가져다줘. 나도 좀 먹자. 너 돈 있어?
여운별이 말했다.“돈 많이 가져다줘. 난 지금 돈이 별로 없어서 밥도 못 사 먹어.”여천우가 말을 이었다.“취직할 수 있잖아. 누나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이든 찾아서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거 아니야. 굶어 죽은 사람은 모두 게으름뱅이야.”여운별은 굳은 얼굴로 톡 쏘아붙였다.“내가 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난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야! 내가 나가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예전에 우리 부모님은 내가 귀한 팔자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나를 일 하게 하지 않으셨어. 운초가 내 카드를 정지시키지 않았더라면 내가 돈이 부족했을 것 같아? 내가 너한테도 혼나야 해?”여천우의 안색은 더 안 좋아졌다.“내가 혼내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이 예전과 다르다고 말하는 거잖아. 이제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벌어야 해. 누나가 만약 능력이 있다면 운초 누나가 운별 누나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킨다 해도 운별 누나가 두려워할 것 없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운별 누나가 능력이 없어서 운초 누나가 은행 카드를 정지시니까 모든 일에 문제가 생긴 거잖아.”“됐다, 됐어! 빨리 돈이나 가져 와. 네가 그 장님 편드는 거 알아. 너희 두 사람이 친남매가 아니라는 걸 기억해 둬. 우리 두 사람이야말로 친남매잖아. 운초가 너에게 대체 무슨 약을 먹였는지 그렇게 운초를 믿는지 참...”“지금 운초가 우리의 재산을 차지해서 우리를 더 이상 살 수 없게 하려고 한단 말이야. 넌 왜 아직도 바보처럼 운초 편을 들고 있어? 운초가 너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키지 않아서 너에게 잘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잘 들어, 그건 다 널 달래기 위한 행동일 뿐이야! 나중에 운초가 우리 집 재산을 가져가면 널 반드시 발로 차버릴 거야. 그때 가서 울지나 마!”여운별은 그녀와 여천우가 같은 뱃속에서 나온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여천우가 왜 여운별의 편이 아니라 여운초의 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여천우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운초 누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자꾸 이렇게
지금 회사는 여운초가 장악하고 있었기에 여천우의 모든 소비는 여운초가 이내 알 수 있었다.갑자기 큰돈을 송금하면 여운초가 반드시 그에게 묻게 될 것이다. 만약 여천우가 여운별에 큰돈을 송금한 것을 알게 된다면 여운초가 말은 하지 않아도 그에게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게다가, 여운별에게 너무 많은 돈을 주면 그녀가 낭비할 게 뻔했고 취직도 하지 않고 그저 여천우의 피를 빨기만 할 것이다.이번에 여천우가 특별히 휴가를 내고 돌아온 목적이 바로 감옥에 면회하러 가서 부모님을 설득해 추미자 부부 명의의 모든 재산을 그의 명의로 옮기려고 한 것이다. 따라서 여천우가 여운별의 생활비를 통제하고 그녀가 재산을 탕진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그렇게 생각한 여천우는 현금 20만 원을 여운별에게 주기로 했다.여천우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돈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다음 방을 나섰다.여천우는 몇 걸음도 못 가서 멀찍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여운초를 보았다.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여천우는 여운초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바지 주머니를 만졌고 또 재빨리 손을 놓았다.그 동작은 무언가를 숨기려는 동작 같았다.“좋은 아침이에요. 누나.”여천우는 억지로 침착한 척 걸어가면서 웃으며 여운초와 인사를 나누었다.여운초도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조깅하고 왔어?”“응, 더 안 자고 일어나려고? 형부가 아까 누나가 피곤하다고 좀 더 자라고 하던데.”여운초가 말을 이었다.“좀 더 자려다가 잠이 안 와서 아예 일어났어. 씻었어? 아침 먹으러 내려가려는데 맛있는 냄새가 나더라고. 무슨 요리를 하고 있는지 맛있는 냄새가 나.”여운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여천우는 멈칫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두 사람이 계단에서 내려가고 있는데 여운별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이때 전이진이 분노하면서 소리쳤다.“꺼져!”여운초 남매는 본능적으로 멈추어 섰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때 여운별이 비틀거리며 부엌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목격했다.부엌에서 물건들이 여운별을 향해
전이진은 아무 말 없이 웃옷을 벗어 화를 억누르며 부엌 쓰레기통에 던지려고 했다.“이진 씨.”여운초는 쓰레기통에 넣으려던 윗도리를 낚아채며 걱정스레 물었다.“말해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여운별이 뭘 어쨌는데? 말해봐. 내가 대신 혼내줄게. 혹시 이진 씨한테 꼬리 쳤어?”전이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여운별이 갑자기 살금살금 걸어 들어오더니 뒤에서 나를 껴안고 내 몸을 마구 만지고 있었어... 나는 너인 줄 알고 고개를 돌렸는데 여운별이 보이니까 나도 모르게 폭발했거든. 그리고 여운별을 밀어내며 발로 걷어찼고 또 물건들을 잡히는 대로 여운별을 향해 마구 던졌어.”여운초는 여운별이 감히 자신의 남자를 끌어안으며 만질 줄은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다.전이진도 여운별이 이렇게까지 대담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여운초인 줄 알았지만 여운별인 것을 확인하더니 전이진이 그대로 폭발해 버린 것이다.“여보, 여운별이 이 옷 만졌어. 버려! 난 싫어! 운초 씨 말고 다른 여자들이 날 만지면 절대 안 돼. 내 옷을 만져도 안 돼. 그 옷을 버려줘.”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에서 그 옷을 빼앗아 다시 쓰레기통에 넣으려고 했다.“내가 밖에 버려줄게. 여기에 버리면 이진 씨가 들락날락하면서 그 옷을 보면 여운별이 했던 역겨운 짓들이 생각날 거야.”여운초는 그 옷을 가지고 몸을 돌려 나갔다.집을 나선 여운초는 정말로 그 옷을 밖에 있는 큰 쓰레기통에 버렸다.별장 정문 쪽으로 걸어오는 여천우를 보더니 여운초는 멈춰 서서 여천우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그리고 물었다.“여운별은? 꺼졌어?”“운별 누나가 도망치듯 도망갔는데 무슨 일이 있었어? 형부가 갑자기 화를 낸 이유가 뭐야? 난 형부가 운별 누나를 향해 그릇들과 접시들을 던지는 것만 봤어. 운별 누나의 등은 아마 맞혀서 부었을걸.”여천우는 여운별이 전이진을 꼬시려는 것을 전혀 몰랐다.“빌어먹을! 늦게만 달려갔어도 이진 씨가 여운별을 때려죽였을 텐데. 좋은 것을 배우지 못할망정 이런 뻔뻔한 짓은 엄마에게
어떻게 감히 남몰래 형부를 꼬실 수 있단 말인가!전인진은 겉으로는 온화하고 점잖은 것 같지만, 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이 진정으로 온화하고 점잖은 사람은 없었다.그들은 모두 강한 사람들이었다.다만 전이진이 여운초를 너무 사랑하기에 그녀의 동생까지 잘해주게 된 것이다.하지만 전이진은 여운별에게 절대로 마음 약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전이진이 여운별을 혼내지 않은 것은 여운초가 전이진이 끼어들지 못하게 한 탓일 것이다. 여운초는 그녀의 집안일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다.만약 전이진이 끼어들었다면 여운별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오늘처럼 여씨 가문의 별장으로 와서 난리 치지도 못했을 것이다.지금 잘살고 있는 여운초를 보면서 여운별은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날 것이다.여천우가 고개를 들고 어렵게 여운초에게 사과하려고 했을 때 여운초는 이미 그의 앞에서 사라졌고 진작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여천우는 자기 생각에 푹 빠져들어 여운초가 자리를 뜬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제자리에서 발을 떼지도 못했다. 심지어 두 다리가 돌처럼 무겁다고 느껴졌다.여천우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가 순간 마음이 약해져 일어난 일이었다.전이진이 화를 내면 여운초도 분명 여천우에게 실망할 것이고 여운별도 아무런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심지어 여운별은 전이진이 던진 그릇들에 의해 등이 맞혀 다쳤다.여운초는 동생에게 실망할 시간도 없이 먼저 전이진을 위로해야 했다.그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전이진은 이미 주방을 떠났고 준비된 아침밥은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바닥의 그릇 파편들은 아직 치워지지 않았다.여운초는 집 안 청소를 담당하는 하인에게 전화를 걸어 먼저 와서 현장을 치우라고 했다.전화하고 난 여운초는 그제야 위층으로 올라갔다.방문이 닫혀 있었지만, 다행히 전이진이 잠그지 않아 여운초가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욕실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전이진이 욕실에서 목욕하고 있었다.여운초는 들어가지 않고 욕실 입구 벽에
키스한 후 여운초는 전이진의 가슴에 기대었고, 잠시 후에야 그의 품을 떠났다.여운초는 손을 들어 전이진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더니 말을 건넸다.“여운별이 앞으로 절대 못 건드리게 할게! 내 남자를 절대로 다른 여자가 건드리게 해서는 안 돼!”“여보, 약속 반드시 지켜야 해.”전이진의 화는 이미 대부분 풀렸다.여운별은 전이진의 등 뒤에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전이진이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여운별을 밀쳐낸 것뿐이었다.“앞으로 절대로 내 앞에 나타나게 하지 마. 아니면 내가 볼 때마다 걷어차 버릴 거야. 난 여자에게 손을 대지 않지만 나에게 감히 손을 대는 변태한테는 무조건 반격할 거야. 정신없이 혼내 줄 거라고!”여운초가 전이진에게 약속했다.“앞으로 운별이가 다시는 이진 씨 앞에 나타나게 하지 않을 거야. 감히 다시 온다면 내가 이진 씨 대신 때려서 쫓아낼 거야. 좋은 것은 배우지 않고 이렇게 뻔뻔스러운 것만 배우다니.”여운초는 전이진의 얼굴을 만지면서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남편도 너무 멋있고 훌륭해서 그래. 마치 자석처럼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많은 여자가 이진 씨를 꼬드기려 한다니까. 많은 사람이 내가 시각장애인이라고, 집에서도 사랑받지 못한 여자라고, 이진 씨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 나중에 내가 여씨 그룹을 도맡아 한다 해도 사람들은 또 이진 씨와 동호 오빠 덕이라고 생각할 테고.”여운초는 전이진과 함께 하기로 했을 때부터 이런 헛소문들을 마주할 줄 알고 있었다.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생활환경이 좋지 않았기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았다. 전이진이 여운초를 싫어하지 않으면 되었다.전이진은 매서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누가 감히 그렇게 말하면 내가 가서 혀를 잘라 사냥개에게 먹일 거야! 우리 두 사람이 어울리는지 아닌지 그 사람들이 알 바 아니잖아. 나는 반드시 당신을 아내로 맞이하여 사람들이 부러워하게 하고 질투하게 할 거야. 여보, 나도 당신을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