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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1화

Penulis: 고능비
‘여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전이혁을 노려보았다.

전이혁은 두 손을 양쪽으로 펼치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건넸다.

“진짜예요. 지금 당장 내놓으라면 정말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못 내놓겠어요. 저랑 집으로 함께 들어가서 우리 집을 뒤져보는 건 어때요? 혹은 저의 주머니를 수색해 보시는 건 어때요?”

‘여우’는 담장 위에서 뛰어내렸다.

전이혁은 급히 팔을 벌려 그녀를 받으려 했지만 그녀는 뛰어내리면서 그를 한발 걷어차는 바람에 전이혁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여우’는 흔들림 없이 그의 바로 앞에 착지했다.

전이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걷어차는 바람에 아프긴 했지만 전이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은 부위를 툭툭 털며 발자국을 닦아냈다.

“우리 집 담장 높은 편인데 그렇게 위에서 뛰어내리지 마세요. 혹시라도 중심을 잃으면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전이혁이 그녀를 꾸지람했다.

“전이혁 씨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안 떨어져요.”

‘여우’는 싸늘하게 말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전이혁의 옷깃을 잡아당겼지만 그는 순순히 끌려가며 저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우’는 전이혁의 주머니를 더듬었지만 지갑과 휴대폰 외에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지갑을 열어본 ‘여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갑 안에는 자신의 작은 사진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분명 전이혁이 몰래 찍어서 지갑에 넣어둔 사진이었다.

‘언제 이런 사진을 찍었대...’

‘여우’는 전이혁과 몇 번 만나 보지도 못했는데 그가 몰래 사진을 찍은 줄은 미처 몰랐다. 그녀는 주저 없이 사진을 꺼내 들며 따졌다.

“언제 몰래 찍은 거예요? 이렇게 몰래 사진 찍고 지갑에 넣어두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도둑 같은 행동이에요. 전씨 가문의 좋은 평판을 그쪽 때문에 깎아 먹게 생겼네요.”

전이혁은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그는 처음 ‘여우’를 만났을 때 꿈에서 그토록 엮였던 여자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몰래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그녀에게 마음이 생기자 사진을 지갑에 넣어두게 되었다. 지갑을 열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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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3화

    김지성은 다시 전이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여우’를 맞이하며 안으로 안내했다.전이혁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별장의 본채로 따라 들어갔다.본채의 거실은 마치 낮처럼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김지성은 이미 ‘여우’를 소파로 안내했다.실내에 들어오니 따뜻해진 ‘여우’는 빨간 외투를 벗어 접은 뒤 옆에 내려놓았다.전이혁이 들어왔을 때 김지성은 ‘여우’에게 따듯한 물 한 잔을 내어주고 있었다.전이혁은 김지성에게 가서 일을 보라고 신호를 보냈다.김지성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도련님, 신사답게 행동하세요. 아가씨를 그렇게 달래는 게 아니에요.”전이혁도 낮게 대답했다.“제가 달래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김지성은 미소만 지을 뿐 더는 말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그는 전이혁이 고집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다.‘여우’를 집으로 초대할 정도면 마음에 드는 게 분명했다.기사 말로는 여러 번 만났다는데 아직도 성명은커녕 ‘여우’라는 별명만 알고 있다니.전이혁은 김지성의 웃음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김지성이 이미 떠났고 ‘여우’가 있는 상황에서 더 따지기가 어려웠다.전이진은 손님을 위해 과일을 씻어 접시에 담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과일을 좀 드세요. 제가 평소 간식을 즐기지 않아 집에 과자나 디저트는 없고 과일만 있어요. 단 거 좋아하세요? 좋아하시면 앞으로 준비해 둘게요. 오실 때마다 드실 수 있게.”전이혁은 ‘여우’의 맞은편에 앉으며 그녀의 고운 얼굴을 자기도 모르게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전이혁 씨, 대체 어디 있어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쪽 기억력이 그리 나쁘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해야 돌려주겠다는 거죠? 그건 저에게 정말 소중한 물건이란 말이에요. 돌려주면 두 번 다시 안 찾아올게요.”그녀도 바쁜 사람이라 항상 관성에 올 수 있는 건 아니었다.전이혁은 포크로 과일을 찍어 ‘여우’에게 건네며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과일 좀 드시죠. 다시 찾아보고 발견하면 갖다 드릴게요. 어디에 사세요? 이름이라도 알려주실 수 없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2화

    그 물건은 크지 않았기에 전이혁이 집에 두지 않고 몸에 지니고 다녔을 것인데 ‘여우’가 방금 그의 바지 주머니까지 다 뒤져봤지만 전혀 찾지 못했다. 대체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저를 믿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말했잖아요, 집 안을 마음껏 뒤져보셔도 된다니까요. 찾으면 가져가세요. 정말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서 그래요. 제 행동이 그쪽이랑 똑같다는 생각 안 들어요? 그쪽도 남몰래 하신 일이 많을 것 같은데.”‘여우’는 전이혁을 노려보며 다시 한번 걷어차고 싶었지만 조금 찔렸는지 결국 발을 뻗지 못했다.그녀도 실력이 출중하여 가끔... 그랬다. 그런 식으로 행동한 적이 있었다.예전에 주씨 할아버지의 제자들과 어울리다 보니 선배들의 버릇이 조금 묻었던 탓이다.“밤이 깊어져 갈수록 기온이 떨어져요. 며칠 후면 한파가 내려온다던데 이번에는 정말 추워질 거라고 했어요. 관성도 최저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다던데 얼른 안으로 들어가서 따뜻한 차 한잔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해요.”전이혁은 ‘여우’를 별장 안으로 초대했다. 그녀는 긴 코트를 입고 있어서 사실 춥지 않았다. 한파가 아직 오지도 않았기에 낮에는 전혀 춥지 않았고 밤에도 그다지 추운 느낌은 없었다.전이혁이 서원 리조트에서 데려온 집사 김지성은 이미 별장의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김지성은 문을 열고 나와 전이혁과 ‘여우’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더니 조금 놀란 눈치였다.운전기사가 차를 안으로 몰고 들어가자 김지성은 기사에게 살며시 다가가 속삭였다.“저 빨간 옷을 입은 여성분이 바로 도련님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신 분인가요?”“아마도 그럴 거예요.”기사도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전이혁의 눈빛을 보면 호감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방금도 ‘여우’가 담장 위에서 뛰어내릴 때 전이혁이 도와주려고 했다.“도련님께서 마음이 움직인 모양이었어요. 저 근데 저 아가씨는 도련님께 별로 좋은 감정이 없는 것 같더군요. 도련님이 몰래 저 아가씨의 소중한 물건을 가져간 모양이에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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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전이혁을 노려보았다.전이혁은 두 손을 양쪽으로 펼치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건넸다.“진짜예요. 지금 당장 내놓으라면 정말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못 내놓겠어요. 저랑 집으로 함께 들어가서 우리 집을 뒤져보는 건 어때요? 혹은 저의 주머니를 수색해 보시는 건 어때요?”‘여우’는 담장 위에서 뛰어내렸다.전이혁은 급히 팔을 벌려 그녀를 받으려 했지만 그녀는 뛰어내리면서 그를 한발 걷어차는 바람에 전이혁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여우’는 흔들림 없이 그의 바로 앞에 착지했다.전이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걷어차는 바람에 아프긴 했지만 전이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은 부위를 툭툭 털며 발자국을 닦아냈다.“우리 집 담장 높은 편인데 그렇게 위에서 뛰어내리지 마세요. 혹시라도 중심을 잃으면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전이혁이 그녀를 꾸지람했다.“전이혁 씨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안 떨어져요.”‘여우’는 싸늘하게 말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전이혁의 옷깃을 잡아당겼지만 그는 순순히 끌려가며 저항하지 않았다.그리고 ‘여우’는 전이혁의 주머니를 더듬었지만 지갑과 휴대폰 외에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지갑을 열어본 ‘여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갑 안에는 자신의 작은 사진이 들어있었던 것이다.분명 전이혁이 몰래 찍어서 지갑에 넣어둔 사진이었다.‘언제 이런 사진을 찍었대...’‘여우’는 전이혁과 몇 번 만나 보지도 못했는데 그가 몰래 사진을 찍은 줄은 미처 몰랐다. 그녀는 주저 없이 사진을 꺼내 들며 따졌다.“언제 몰래 찍은 거예요? 이렇게 몰래 사진 찍고 지갑에 넣어두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도둑 같은 행동이에요. 전씨 가문의 좋은 평판을 그쪽 때문에 깎아 먹게 생겼네요.”전이혁은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그는 처음 ‘여우’를 만났을 때 꿈에서 그토록 엮였던 여자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몰래 사진을 찍었다.나중에 그녀에게 마음이 생기자 사진을 지갑에 넣어두게 되었다. 지갑을 열 때마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0화

    “태윤 도련님은 도련님보다 더 바쁘셨는데도 큰 사모님과 연애할 시간을 내셨는걸요. 도련님은 왜 시간을 못 내시는지...”전이혁은 자기 운전 기사에게 결혼을 재촉당하더니 할 말을 잃었다.한참 만에 전이혁이 웃으며 말했다.“진짜로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서 그래요. 찾을 수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단 말이죠. 다음에 우연히 마주칠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전이혁의 운전기사는 그의 차를 자주 몰면서 ‘여우’를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운전기사는 그 빨간 옷을 입은 여자에 대한 인상이 매우 깊었고 운전 중에 전이혁이 소 대표님에게 그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들은 적이 있었다.기사는 추측하며 물었다.“혹시 그 빨간 옷을 입은 아가씨에게 설레시나요?”“빨간 옷이요? 아, 한 번 빨간 옷을 입은 적이 있었죠. 그녀를 볼 때마다 옷 색깔이 매번 달라서 헷갈리네요.”“저는 한 번밖에 못 봤어요. 그때 도련님께서 차가 막 멈추자마자 급히 내려 그녀에게 달려가시는 걸 잠깐 봤지만 자세히 보진 못했어요. 그 뒤로 도련님께서 소 대표님께 도움을 요청하시는 걸 들었을 때 아마 그 빨간 옷을 입은 아가씨 때문일 거로 추측했거든요.”이런 명문가의 아드님들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들은 입이 무거워야 했다. 자주 목격하거나 듣게 되는 주인들의 사생활을 외부에 누설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전이혁은 미소를 지었다.“기억력이 좋군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아영 씨는 저를 좋아하지만 저는 그녀에게 마음이 없어요. 인연이 없는 거죠. 제가 아영 씨랑 호텔에서 나올 때 기사님도 아영 씨를 보셨을 텐데 결혼 경험이 있는 기사님의 눈에는 그녀가 어때 보였어요?”“도련님이 안 좋아하시는데 왜 물어보세요? 제가 좋다고 하면 도련님이 마음이 바뀌실 거예요?”전이혁은 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잠시 눈 좀 붙일 테니까 집에 도착하면 깨워줘요.”“도련님, 10분 정도 더 가야 하는데 주무시려고요?”전이혁이 대답하기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59화

    몇 분 기다리자 전이혁의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왔다.기사가 길가에 차를 세우자 전이혁은 내리지 말라고 손짓하고는 스스로 문을 열어 차에 올라탔다.기사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며 본능적으로 물었다.“도련님, 젊고 예쁜 아가씨랑 같이 나가신 거 아니었어요?”전이혁은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찾을 필요 없어요. 택시 태워서 호텔까지 보내줬으니까. 집으로 출발해요. 저의 집으로.”전이혁은 서원 리조트가 아닌 자신의 사는 아파트로 가려고 했다. 오늘 낮에 이미 본가에 다녀온 참이었다.운전기사가 말을 이었다.“그 아가씨가 도련님의 여자친구인 줄 알았어요.”“아니에요. 우리 큰형수님 친구예요. 몇 달 전에 알게 된 사이거든요. 저의 미래의 부인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네요.”정말로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여우’는 관성에 와서 전씨 그룹을 찾아갔었으나 전이혁이 본사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떠나버렸다.그때 그의 형이 그에게 전화했을 때 다른 여자를 괴롭힌 사실을 부인하며 거짓말을 했었지만 전화를 끄자마자 바로 그 ‘여우’를 찾아 나섰다.하지만 찾지 못했다.그녀가 관성에 올 때마다 어디서 머무는지도 몰랐다.전이혁은 ‘여우’가 무척 그리웠다.‘다시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전이혁은 뒤로 기대어 창밖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여우’와 함께 거리를 거닐고 공원을 산책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도아영과 함께할 시간은 없었지만 ‘여우’라면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었다.물론 사업도 중요하지만 전이혁에게는 ‘여우’를 찾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했다.도아영이 왔을 때 전이혁은 바쁘다며 시간을 내지 않았지만 ‘여우’라면 한가로운 사람처럼 반갑게 맞이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였다.운전기사가 웃으며 말했다.“도련님만 원하시면 금방 부인을 찾을 수 있을 건데요.”전이혁이 사회에 나온 후부터 그의 전속 운전기사로 일해온 터라 전씨 가문에서 오래 일한 베테랑 운전기사였다. 전씨 가문의 아들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58화

    도아영이 입을 열었다.“우리 알고 지낸 지 3개월 넘었는데 이혁 씨도 알다시피 저도 매일 운동을 해요. 지금처럼 여유롭게 산책하며 도시의 야경을 구경하면서 각자 다른 인생을 향해 서두르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죠. 관성에 오기 위해 제가 밤낮으로 일하고 열흘 넘게 애써야 며칠 정도 쉴 수 있거든요.”도아영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전이혁은 미안한 듯 입을 열었다“조금 이따가 야식이라도 사드릴게요.”“네.”두 사람은 10여 분 걸어 전이혁이 말한 공원에 도착했고 안에서 한 바퀴 돌고 나오니 이미 한 시간이 넘게 흘렀다.전이혁이 도아영에게 물었다.“지금 바로 야식을 먹으러 갈까요?”“아니요, 이제 좀 소화되어서 편안해졌는데 또 먹으면 다시 불편해질 거예요. 오늘은 패스하고 다음에 먹고 싶을 때 사주세요.”전이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뭐야... 앞으로 연락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왜 또 야식을 사달라고 하는 거지?’어쨌든 도아영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최선이었다. 그녀가 기분이 좋아야 했으니까.전이혁은 그녀가 갑자기 공정한 경쟁에 운운하며 기분이 상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하여 도아영의 말을 다 들어주고 무사히 관성을 떠나게만 하려고 애썼다.그래야만 앞으로 마음껏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그런데 그 ‘여우’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신출귀몰이었다.처음 만난 이후로 그녀는 오고 싶을 때 왔다가 가고 싶을 때 사라졌다. 전이혁이 그녀의 거처를 알아내려고 해도 단서조차 잡을 수 없었다.몰래 찍은 그녀의 사진을 들고 수소문해봐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고 모두 그런 사람을 본 적 없다는 반응이었다.‘여우’를 만져본 적이 있어 체온이 있는 걸 알지 못했다면 전이혁은 자기가 귀신이라도 만난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항상 ‘그런 사람은 없다'라는 답변뿐이었으니까.“전이혁 씨, 너무 걸어서 힘들어요. 더는 못 걷겠는데 혹시 호텔까지 업어다 줄 수 있어요?”전이혁은 대답 대신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 차 문을 열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57화

    전이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할머니와 아영 씨는 왜 자꾸 나 보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하는 거지? 내가 뭐가 후회할 게 있다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원하는 게 뭔지 모를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잖아. 할머니께서는 아영 씨의 생각이 할머니와 너무 비슷해서 아영 씨를 마음에 들어 하셨나 보다.’전이혁은 서른 살 가까운 어른으로서 정신적으로도 충분히 성숙했다.그는 자신이 후회할 만한 일은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아영 씨, 저는 절대 후회할 일을 하지 않아요. 설령 이 결정이 좋지 않았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도아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알았어요. 이혁 씨가 정말 저를 사랑할 수 없다면 강요하지 않을게요. 나 도아영이 시집 못 갈 처지도 아니고. 이혁 씨에게만 집착하다가 저의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는 없죠.”그녀 역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가족들의 보배였다.수많은 남자가 그녀를 여신으로 삼고 있다.도씨 가문은 해주시의 명문가였고 도아영은 도씨 가문의 둘째 딸로서 지위와 신분이 있는 여자이다.시집가고 싶다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남자들이 많을 텐데 그녀에게 마음이 없는 남자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었다.“아영 씨, 비록 우리가 부부로 될 수 없지만 사업상의 파트너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정말 아영 씨를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큰 형수님도 당신이랑 잘 맞으니 서로 친구로 지내도 좋을 거예요. 앞으로 시간이 나면 또 관성에 놀러 와요.”도아영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전이혁을 바라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저 멀리 화려한 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가족 사업의 중심은 해주시이고 전씨 그룹은 관성이잖아요. 비록 도시마다 지사가 있지만 우리가 사업적으로 교류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떤 업종에서는 우리 두 가문이 경쟁 관계이기도 하고요. 업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지만 우리가 협력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네요. 게다가 제가 이혁 씨를 좋아했었는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56화

    “근처에 공원이 있어요? 산책 좀 하고 싶은데.”전이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걸어서 10분 정도 가면 공원이 하나 있어요. 그리 크진 않지만 풍경도 좋고 산책하기에는 곳이에요. 아영 씨가 피곤하지 않다면 가서 좀 돌아다니는 것도 좋을 거예요.”“괜찮아요. 힘들면 이혁 씨가 저를 업고 데려다주면 되잖아요.”전이혁은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택시를 타면 되죠. 굳이 업어줘야 할까요? 얼마나 힘들어요.”도아영이 말했다.“정말 여자를 배려할 줄 모르네요. 어쨌든 저는 전씨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당신의 아내라고요. 이혁 씨가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 저는 분명 전씨 가문의 미래 넷째 며느리가 되었을 거예요.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아내를 무척 아낀다고들 들었는데 당신만 유독 그 전통을 깨고 아내에게 막 대하는 사람이 될 생각이군요. 아내에게 잘해줘야 사업도 성공한다는 말을 못 들었어요?”전이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그런 말도 있어요? 그리고 제가 마음이 변한 건 아니거든요. 아영 씨가 분명히 우리 할머니가 선택한 사람은 맞지만 우리는 아직 연인 관계로 확정된 게 아니잖아요. 남녀 사이도 아닌데 우리 모두 연애의 자유가 있는 거 아닌가요? 아영 씨도 다른 남자를 좋아할 수 있고 저도 다른 여자를 좋아할 수 있다고요.”“이혁 씨가 좋은 걸 어떡해요. 전이혁 씨, 정말 저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거예요? 몇 달 동안 알고 지내면서 저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던데. 당신도 말했잖아요. 저를 싫어하지는 않는다고.”전이혁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나란히 걸으며 말했다.“오늘 아침에 제가 본가에 다녀왔어요.”“서원 리조트요? 왜 저한테 말을 안 해 줬어요? 같이 가서 전씨 할머니를 뵙고 싶었는데. 어떻게 저를 알게 되셨는지, 왜 저를 이혁 씨의 아내 후보로 선택하셨는지 궁금했거든요. 할머니께서 그렇게 하신 덕에 제가 지금 피해를 봤잖아요. 이혁 씨가 저를 한동안 쫓아다면서 저의 마음을 홀렸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셔서 저를 사랑할 수 없다고 하다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55화

    도아영이 말했다. "언니들과 서로 마음이 맞아서 빨리 친해지면 안 되는 거예요? 꼭 아부해야만 가능한가요?"전이혁은 잠시 말을 멈칫했다가 말했다. "기왕 돌아오셨고 마침 마주쳤으니 같이 나가서 산책하면서 소화도 시키고 겸사겸사 우리 얘기도 좀 하죠. 내일은 못 올 것 같아요. 저도 일이 아주 바빠서요."도아영 역시 오늘 밤에 상황을 종료 짓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얘기할 필요도 없이 그녀는 이미 전이혁의 대답을 알고 있었다.그는 어젯밤에 그녀에게 아주 명확하게 말했지만 그녀가 그를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이 얘기를 나누어야 했다."좋아요. 그럼 번거로우시겠지만 소화도 할 겸 같이 산책하시죠. 근데 산책하고 돌아와 또 배고파지면 어떡하죠?""체력 소모하면 또 배고파질 거잖아요."순간 전이혁은 할 말을 잃었다. "...왜 우리 형수님과 빨리 친해졌는지 알 것 같네요."전부 먹짱들이었다!‘이 여자가 먹보인 걸 난 왜 몰랐을까?’그녀가 음식을 별로 가리지 않는다는 것만 알았지, 아무튼 전창빈의 여친보다는 훨씬 나았다.전창빈의 여친은 입맛이 엄청 까다롭다고 들었다. 심지어 입맛이 너무 까다로워서 요리사를 자주 바꾸는 바람에 전창빈이 미래의 아내를 위해 요리사 노릇을 하러 간 것이다.전창빈의 연애는 순리롭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하지만 전이혁은 재빨리 생각을 거두고 스스로를 비웃었다. 본인의 일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전창빈의 연애까지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전창빈은 시간이 충분하지만 그의 시간은 몇 달밖에 남지 않아 이제 막 시작해서 꼬박 1년의 시간이 있는 전창빈과는 완전히 달랐다.전씨 가문 남자는 지지 않는다.1년 후 전창빈은 반드시 그의 연애 상대를 데리고 돌아올 것이다."이따가 배고프시면 제가 야식이라도 다시 사드릴게요, 됐죠? 절대 굶기는 일은 없어요. 관성에 오셨으니 제가 주인 노릇은 해야죠. 식사 한 끼 대접하겠습니다."도아영이 일부러 두 걸음 다가가 그의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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