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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Autor: 고성하
“불 꺼! 빨리!”

배다현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불이 꺼지자 지하 사무실은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세 사람은 성혜림을 붙잡은 채 구석에 숨어 숨소리조차 죽였다.

잠시 후, 위쪽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남자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우리 너무 예민했던 거 아니야? 그냥 누가 우연히 위로 지나간 걸 수도 있고... 들개나 고양이 같은 게 들어온 걸 수도 있잖아.”

“맞아. 내가 찾은 곳이 얼마나 외진데. 진작 폐쇄된 데라 아무도 기억도 못 해. 괜찮을 거야.”

그 말을 한 남자는 바로 소규민 형제의 친부, 채건이었다.

사건이 터진 뒤 그는 겁에 질려 도망쳤었다.

하지만 두 아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밖으로 도망쳐 나와 보니 가진 돈도 금세 바닥났다.

제대로 돈 버는 방법조차 몰랐던 그는 결국 다시 돌아왔다.

아들들에게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고, 배다현에게 연락했다가 오히려 욕만 잔뜩 먹었다.

막막해하던 그때, 배다현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도와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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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의 아내   제990화

    “저건 원래 내 자리야... 하온아, 어떻게 그 자식한테 그런 웃음을 지어줄 수 있어?”강선우는 조수석 가죽 손잡이를 부러뜨릴 듯 꽉 움켜쥐었다. 날카로운 손톱자국이 가죽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바로 그때, 어두운 뒷좌석에서 지독한 피로와 슬픔이 서린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이제 다 봤어? 강선우.”강선우는 백미러를 통해 니나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니나의 얼굴은 초췌함 그 자체였고 잘나갔던 시절의 자존심 가득했던 눈동자엔 고향에 대한 미련과 현타만이 남겨져 있었다.“안전가옥에 얌전히 처박혀 있으라고 했을 텐데.”강선우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낮게 깔렸다.“안전가옥? 강선우, 내가 널 여기에 데려온 건 돕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난 이제 그냥 집에 가고 싶어.”니나는 창밖의 낯선 풍경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난 권력을 원하지도 않고, 널 이용해 무언가를 빼앗을 생각도 없어. 네 꼴을 좀 봐. 네 그 광기 어린 집착이 결국 우리 둘 다 파멸시킬 거야.”“닥쳐!”강선우는 격노하며 억지로 몸을 돌려 니나의 손목을 사정없이 움켜잡았다. 그의 얼굴이 괴물처럼 일그러졌다.“그 지옥 구덩이에서 네가 날 어떻게 끄집어냈는지 까먹었어? 이제 와서 집에 가고 싶다고? 내 허락 없인 아무 데도 못 가!”니나는 발버둥 치지 않고 가여운 존재를 보듯 그를 응시했다.“후회해. 그때 모질지 못해서 널 구한 것도, 너랑 같이 여기로 돌아온 것도 다 후회해. 심하온은 이미 새 삶을 시작했는데 너만 여전히 썩어 문드러진 꿈을 꾸고 있잖아.”역린을 건드려진 강선우가 거칠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반동 탓에 그의 몸이 차 문에 세게 부딪히며 쿵 하는 소리가 났다.“출발해!”강선우가 운전석을 향해 소리쳤다.회색 승용차가 밤의 장막 속으로 음산한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저택 안, 현관에서 신발을 벗던 심하온은 무언가를 느낀 듯 멈칫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왜 그래?”정윤재가 뒤에서 그녀를 감싸 안으며 걱정스레 물었다.“아니야, 아무것도...”그녀가 고개를

  • 내 남편의 아내   제989화

    도심 외곽의 외딴 개인 비행장, 밤의 어둠이 잉크를 풀어놓은 듯 짙게 깔려 있었다.아무런 식별 표식도 없는 개인 전용기 한 대가 적막을 가르고 조용히 착륙했다. 문이 서서히 열리고 트랩이 내려오자, 휠체어에 앉은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품이 넓은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걸친 그는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는데 낮게 내리깐 모자챙 탓에 얼굴의 절반 이상이 가려졌지만, 언뜻 드러난 턱선은 병색이 완연한 듯 앙상하고 창백했다.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강선우였다.일찍이 강운시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던 대원 그룹의 총수였으나, 지금은 해골처럼 앙상하게 마른 몰골에 오른발은 휠체어 발판 위에 힘없이 늘어져 죽어가는 송장 같은 패배감만 풍기고 있었다.활주로 옆에는 이미 몇 대의 검은색 SUV가 대기 중이었다. 그때 무표정한 검은 옷의 사내가 다가와 허리를 가볍게 숙였다.“강선우 씨, 보스께서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강선우는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휠체어 손잡이가 부서질 듯 손가락 마디를 파랗게 질리도록 짓눌렀다. 경호원들이 그를 휠체어째 들어 올려 넓은 뒷좌석의 밴 차량으로 실어 날랐다. 차 문이 닫히는 찰나, 움푹 꺼진 그의 안와 속에서 광기 어린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물에 빠져 죽어가는 자가 마지막 동아줄을 잡았을 때 부리는 필사의 발악이었다.차량은 어둠을 뚫고 질주해 암흑가 깊은 곳에 위치한 사설 별장 앞에 멈춰 섰다.거실 안에서는 정윤택이 와인잔을 흔들고 있었다. 강선우가 휠체어에 실려 들어오자 그의 입가에 흥미롭다는 비웃음이 어렸다.“강 대표, 이런 비참한 꼴로 고향 땅을 밟으니 감회가 어때?”강선우가 홱 고개를 치켜들었다.가쁜 호흡을 따라 목덜미의 핏대가 사정없이 요동쳤고 목소리는 사포로 긁는 듯 거칠었다.“정윤택, 온갖 수작을 다 부려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으면 쓸데없는 개소리는 집어치워. 네 녀석이 시키는 일은 뭐든 하겠다. 단, 정윤재 그놈만큼은... 살아 숨 쉬는 매 순간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정윤재라는

  • 내 남편의 아내   제988화

    방을 나서며 몸을 돌릴 때, 정민재의 시선이 잠시 심하온의 얼굴에 머물렀다.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인가 하려던 그는 결국 아무 말도 전하지 못한 채, 정윤재에게만 나직이 읊조렸다.“형, 미안해.”정윤재가 그의 어깨를 지그시 다독였다.“다 지난 일이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앞으로 잘 살아.”정민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하온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이 지나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지막에 그는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하게 미소 지으며 몸을 돌려 떠났다.정창호는 다시 소파에 깊숙이 앉았고 그의 표정에는 짙은 피로가 묻어났다.“할아버지, 괜찮으세요?”정윤재와 심하온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정창호는 손을 올려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괜찮다.”이내 그는 다시 눈을 들어 두 사람을 가만히 응시했다.“내일 나는 다시 산속 절로 돌아갈 생각이다. 앞으로 정씨 가문과 정진 그룹은 너희 두 사람에게 맡기마.”그 말을 들은 심하온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자신과 정윤재는 아직 약혼만 했을 뿐, 법적인 부부조차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창호는 집안의 이 껄끄러운 치부를 보여주는 것을 꺼리지 않았고 이제는 가문의 미래까지 당부하고 있었다.정창호는 정말로 그녀를 완전한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할아버지... 걱정 마세요.”심하온과 정윤재는 조용히 시선을 교환한 뒤, 정중하게 대답했다.정창호는 안심한 듯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참, 그리고 네 형... 윤택이 쪽은 어떻게 돼가냐?”정윤재의 눈빛이 다소 어두워졌다.“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습니다.”“그 녀석이 대체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돌아다녔는지 도통 알 수가 없구나.”정창호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그의 눈가에는 지우지 못한 걱정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부디 앞으로는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소규민은 형을 데리고 마침내 강운시를 떠났다.떠나기 직전, 그는 거금을 들여 부모의 변호를

  • 내 남편의 아내   제987화

    정영훈이 애처롭게 빌고 또 빌었으나, 정창호의 얼굴에는 눈곱만큼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정영훈의 가슴속에 서늘한 공포가 밀려왔다.“말했을 텐데. 난 이미 기회를 주었다고.”정창호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정영훈, 사람을 시켜 널 다른 곳으로 보낼 테니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일 생각 마라.”“예? 아, 아버지!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절 쫓아내시면 안 돼요! 전 아버지 아들이잖아요!”정영훈이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사정없이 떨며 절규했다.“네가 내 아들이 아니었다면 다른 곳으로 갈 기회조차 없었을 게다.”정창호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냉혹했다.하지만 심하온은 소파 팔걸이를 쥔 그의 손끝이 하얗게 굳어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비록 겉으로는 냉정하게 아들을 내치고 있으나, 지금 정창호의 가슴속 역시 피눈물로 얼룩져 있을 터였다.“아버지!”“이 모든 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정영훈, 난 진작에 너에게 공평하게 경쟁할 기회를 주었다. 네 실력이 부족했던 것뿐인데, 넌 끝내 인정하지 않고 가족에게 더러운 수작을 부렸지. 집착에 눈이 멀어 미쳐버린 널 여기에 더 두었다간 더 큰 화를 부를 뿐이야.”정창호는 지친 기색으로 눈을 지그시 감았다.“걱정 마라. 평생 먹고사는 데는 지장 없게 해 줄 테니.”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대기하던 경호원 두 명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정영훈의 처절한 비명과 애원을 매몰차게 무시한 채 억지로 끌고 나갔다.정민재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 정영훈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끝내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아버지...”아버지가 끌려가는 모습을 넋 놓고 보던 정민재는 이내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찬 정창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그는 정창호 앞에 무릎을 꿇고 이마가 찧어지도록 큰절을 올렸다.“할아버지,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헛된 망상을 품어서 그래요. 아버지는 저를 도우려다 이런 잘못을 저지르신 겁니다. 제발 저를 벌해 주세요!”“그만해라. 네 아비를 대변해 줄 필요

  • 내 남편의 아내   제986화

    서재 문 앞에 선 정윤재가 가볍게 노크를 했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연미정이었다.굳어 있던 그녀의 표정은 두 사람을 보고서야 겨우 온화하게 누그러졌다.“엄마.”“어머니.”“왔구나, 어서 들어오렴.”연미정은 말하며 두 사람이 들어올 수 있게 길을 비켜주었다.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정영훈과 정민재 부자였고 소파에 앉은 정창호는 그들을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할아버지.”정창호가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왔느냐.”이때 정영훈과 정민재는 고개를 들지 않고도 방금 들어온 이들이 심하온과 정윤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두 사람의 마음속에 걷잡을 수 없는 굴욕감이 치밀어 올랐지만, 정창호 앞에서는 꼼짝없이 고개를 숙이고 꿇어앉아 있을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너희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정녕 알고는 있느냐?”정창호가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의 시선은 정영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정영훈은 이를 악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정창호를 올려다보며 비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버지,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잠시 판단력이 흐려져 어리석은 짓을 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이번에도 그는 정윤재가 공들이던 몇몇 사업과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뒤에서 몰래 망치려고 수작을 부렸다.하지만 수작을 시작하자마자 정창호에게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정민재와 함께 본가로 전격 소환된 것이었다.하지만 정창호가 보통 사람인가.정영훈의 얄팍한 사과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닌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정창호는 정영훈을 한참 동안 무겁게 응시하더니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영훈아, 너도 윤택의 전철을 밟고 싶은 게냐?”그 이름을 듣는 순간, 연미정의 등줄기가 눈에 띄게 뻣뻣하게 굳어졌다.그 변화를 즉각 눈치챈 심하온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연미정을 바라보며 속으로 가슴을 졸였다.“아버지!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전 절대 그런

  • 내 남편의 아내   제985화

    사실 공재범이 처음 전화를 걸어왔을 때부터 정윤재는 곁에 지키고 서 있었다.그녀와 공재범이 나눈 대화를 모조리 듣고 있었던 것이다.정윤재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도망치는 와중에도 전화를 걸어 널 성가시게 하다니, 제 명에 못 살고 빨리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군.”심하온은 피식 웃을 뿐 더 대꾸하지 않았다.공재범에게 동정심이 생겨서가 아니었다. 다만 그가 방금 약속한 대로 앞으로 남은 생 동안 타인을 돕고 속죄하며 살아간다면 그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일이라 여겼을 뿐이다.하지만 정윤재는 그녀의 웃음을 보는 순간, 억누르던 질투가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불쑥 손을 뻗어 그녀를 자신의 허벅지 위로 끌어올려 앉히고는 고개를 낮춰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집어삼켰다.“앗...”심하온이 신음을 흘리며 미간을 찌푸렸다.“정윤재! 왜 사람을 물고 그래?”정윤재가 힘을 조절했기에 정말 세게 문 것은 아니었지만, 따끔한 아픔은 고스란히 느껴졌다.“내 앞에서 딴 남자 생각하지 마.”심하온을 지그시 바라보는 그의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에는 짙은 소유욕이 일렁이고 있었다.“내가 언제 딴 남자 생각을 했다고 그래?”심하온은 기가 차서 웃음이 터졌다.“또 괜한 질투 시작이네.”그녀는 정윤재의 뺨을 살며시 콕 찌르며 말했다.“내 마음에도, 눈에도 온통 누구로 가득 차 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몰라.”정윤재는 아주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대꾸했다.“직접 내 귀로 듣고 싶어.”“모른다고?”심하온이 미소를 지우며 쏘아붙였다.“다시 한번 말해봐.”정윤재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고개를 휙 돌리며 짐짓 슬픈 척 한숨을 내쉬었다.“내 지극한 진심은 다 헛수고였어. 내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다니!”정윤재는 할 말을 잃었다.가볍게 놀려주려다 되레 발목을 잡힌 꼴이었다.“장난 그만하고 제대로 얘기해.”그는 심하온의 턱을 부드럽게 쥐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췄다.“윤재 씨가 먼저 장난쳐놓고 이제 와서 누굴 탓해? 아주 괘씸해 죽겠어!”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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