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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윤도훈은 인제야 이진희가 왜 자신을 찾는지 알게 됐다.

‘어제 일로 사과하려고 하는 건가? 보아하니, 인 대표의 아들이 독 때문에 앓고 있는 게 분명하네!’

그럼 어제 이진희가 윤도훈한테 꺼지라고 했던 것은 너무 모욕적이고 무례한 발언이다.

윤도훈은 무례하고 공격적인 이진희의 물음에, 두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틀림없이 인 대표님의 아들은 어제 독 때문에 앓고 있었을 거야. 내 추측대로라면 죽진 않았을 것이고 나한테 엄청나게 고마워하고 있을 테야. 맞아? 그 뜻은 즉, 너와의 협력도 이미 떼놓은 당상이라는 것 아닌가? 내가 큰 도움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더러 꺼지라고 했던 거잖아. 맞지? 그럼 진실이 밝혀진 오늘, 내가 뺨 한 대를 돌려준다고 해도 할 말 없는 거 아니야?”

윤도훈은 담담할 말투로 맞고 옳은 소리만 해댔다.

그가 말을 마치자, 이진희는 어리둥절했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윤도훈이 이런 대답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웃기는 사람이네, 따귀라도 한 대 때릴 생각인가?’

이진희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윤도훈을 쳐다보는 눈빛마저 섭섭하고 원망 섞인 눈빛으로 바뀌었다.

전에 있었던 두 명의 꼭두각시 약혼자는 그녀의 앞에서 설설 기며 감히 큰 소리를 한 번 내지 못했다. 노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두 명의 전임 약혼자들뿐만 아니라, 그녀가 어릴 때부터 만나온 모든 남자들은 거의 똑같이 그녀한테 순종했다.

그녀의 미모 때문도 있지만, 그녀의 대단한 집안 때문인 경우가 더 많았다.

그녀한테 손을 댈 생각을 하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녀 또한 윤도훈을 전에 겪었던 남자들을 대하듯 대했고 그들처럼 꼭두각시 인형으로 쓰려고 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윤도훈은 전에 겪었던 남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굽신굽신, 순종하는 꼭두각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뺨을 때리겠다고 하다니?

말뿐이라고 해도, 이진희는 조금 서운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이전 두 사람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단지 딸을 구하기 위해서, 돈을 위해서 이 약혼자라는 미션을 수락한 것이고 그는 나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맞아요, 받은 대로 되돌려주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겠네요. 하지만, 된다는 말도 아닙니다! 우리의 신분을 제대로 파악하셔야 해요! 흥흥!”

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차갑게 말했다.

“그래, 그럼 왜 묻는 건데? 허허...”

윤도훈은 어깨를 으쓱했고 할 말을 잃었다.

이진희는 그를 노려보았고 조용한 룸에 들어갔다.

윤도훈은 눈앞의 이 여자가 여장부만큼이나 강하고 도도한 여자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런데도 그녀가 자신에게 사죄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이미 쉽지 않은 행동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

“빨리 드세요, 다 먹고 혼인 신고하러 가요. 그러고는 제 동생 만나러 가야 하고요!”

이진희는 무표정한 채, 차갑게 말했다.

“어? 혼인신고?”

윤도훈은 깜짝 놀랐다.

“맞아요, 그러기로 한 거 아닌가요? 결혼 연기, 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이진희는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약혼자 행세만 하는 줄 알았는데, 혼인신고를 하면 정말 부부가 되는 거 아닌가?”

윤도훈이 물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혼인신고를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우리한텐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이 점은 분명히 해둡시다!”

이진희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원래 명목상의 약혼자만 찾으려고 했는데, 이번 기회에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더 이상 나 때문에 누군가가 허승재의 손에 죽거나 다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이어서 이진희는 윤도훈한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윤도훈과 혼인신고를 하는 것은 이진희가 가족들에게도 허승재에게도 자신의 거절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하는 셈이고 마찬가지로 윤도훈한테는 일종의 보호가 될 수도 있다.

전에 그녀가 찾았던 가짜 약혼자 두 명 중, 한 명은 투신했고 다른 한 명은 아직도 식물인간이 된 채 병원에 누워있었다. 이진희는 모두 허승재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허승재가 이도록 거리낌 없이 그녀 주위의 남자들을 상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모두가 이 남자들이 가짜 약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윤도훈과 혼인신고를 한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 이진희는 진심이고 윤도훈은 진짜 그녀의 남편이고 이 씨 집안의 사위라고 공표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공표하고 나면, 윤도훈을 건드리려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저울질을 해봐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진희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은 이 관계 때문이라도 윤도훈을 보호해 줄 것이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진희의 친동생, 이원이다!

이 씨 집안에서 이번 일만큼은 유일하게 이진희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나에 대한 일종의 보호라고?”

윤도훈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앞에 있는 도도한 이진희를 쳐다보았는데,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어쩌면 이 여자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차가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흥, 딴소리하지 마세요! 내가 기르는 개라도 다른 사람이 함부로 괴롭히는 건 싫단 말이에요!”

이진희는 윤도훈을 째려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날 도운시 어둠의 세력은 삼파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원로 한 분과 도련님 두 분이라고도 하죠. 그중, 원로 한 분은 십여 년 넘게 유명한 타이거 문, 문 회장입니다. 그는 덕망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삼파전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갖고 있어요.”

“도련님 두 분이라면, 바로 송 씨 집안 도련님과 이 씨 집안 도련님 이렇게 두 분인데,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바로 제 동생인 이원입니다!”

“문천용이 괴롭히려는 사람을 다른 사람은 절대 보호할 수 없을지 몰라도, 내 동생은 할 수 있습니다! 원이는 그 세계에서 꽤 큰 세력을 장악하고 있어 부하들이 무수히 많아요. 게다가 저한테 유별난 애정을 가진 아이라, 당신을 제 남편으로 인정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보호해 줄 겁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남들 앞에서 저한테 다정다감하게 말하고 행동하세요. 원이가 당신을 매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말입니다. 알겠죠?”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윤도훈의 말에 이진희는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뾰로통하게 대답했다.

“이런 일까지 가르쳐야 해요? 조금 전, 당신 전처 앞에서는 잘만 연기하셨잖아요?”

윤도훈은 멋쩍은 듯이 코를 만졌다.

“그럼, 남들 앞에서는 진희를 마음껏 껴안아도 된다는 말이야?”

이진희는 고개를 끄덕였고 쑥스러운 듯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필요한 순간엔 당연히 가능해요! 하지만 감히 당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걸 들키기라도 한다면 고자로 만들어 버릴 겁니다!”

“어이쿠!”

윤도훈은 땀에 흠뻑 젖어 무의식적으로 두 무릎을 맞댔다.

...

한편, 송가네 저택에서 송가네 할아버지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중년 의사 한 명이 각종 검사를 해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이 불그스름한 송가네 할머니가 원망스러운 얼굴로 영감님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큰일을 치른 영감탱이를 차마 꾸중하지는 못했다.

“손 닥터, 우리 영감탱이 괜찮아요?”

송가네 할머니가 서둘러 물었다.

“어... 어떻게 된 일이죠?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손 닥터는 귀신을 보기라도 한 듯 놀란 얼굴을 하고 중얼거리더니, 송영태와 은표를 보고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아침에 큰 고비를 넘겼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할아버지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

송가네 할아버지와 같은 병세라면 한 번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한 번 더 악화할 것이다. 하지만 손 닥터가 정밀한 검사를 했더니, 송가네 할아버지의 상태는 악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적같이 호전됐다.

어... 어떻게 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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