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43화

Author: 무안안
임현은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재빨리 심미연을 사무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변호사님은 우선 사무실로 들어가요. 제가 상황을 알아볼게요.”

목소리만 들어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임현은 혹시라도 누군가 심미연을 해치려는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경찰을 부르는 게 어떻겠어요?”

심미연이 말을 꺼내는 순간 한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이 못된 년! 내가 이혼 소송을 맡겼더니 감히 내 남편을 유혹해?!”

이 말에 로펌 내부는 금세 소란에 휩싸였다.

의뢰인의 남편을 빼앗다니? 변호사가 상대편과 짜고 의뢰인을 배신한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삽시간에 퍼졌다. 도덕적으로 파탄 난 변호사는 자격이 없지 않냐는 비난도 터져 나왔다.

임현은 급히 심미연 앞으로 나서서 그녀를 막아섰다. 거칠게 달려든 여자는 문틀을 붙잡고 가까스로 넘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이 상황을 참지 못한 임현은 낮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증거도 없이 이런 말씀을 하시면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저희도 법적 대응이 가능합니다.”

“증거 있어! 둘이 식사하는 사진이 내 손에 있다고!”

여자는 증오로 불타는 시선으로 임현 뒤에 선 심미연을 노려보았다.

“못된 년, 남의 남편을 꼬셨으면 당당히 나와서 나랑 맞서 보란 말이야!”

여자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내가 돈 주고 고용한 변호사가 내 남편 편을 들어 내 등을 치다니!’

그렇게 생각할수록 한이 치밀었다.

심미연은 임현의 어깨를 살짝 젖히고 앞으로 나섰다.

“그 사진에 나온 사람이 정말 저입니까?”

며칠 전만 해도 의뢰인은 정서적으로 불안해 심야에 상담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무슨 오해나 음모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누가 뒤에서 나를 음해하려는 건가? 정말 악랄하네.’

여자는 심미연의 담담한 태도에 더 화가 났다.

‘이 여자가 합의를 자꾸 권유했던 게 내 재산을 빼앗기 위한 속셈이었나?’

분노가 가슴속에서 다시 치밀어 올랐다.

“사진을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44화

    심미연은 여자가 누군가에게 끌려 나가는 광경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로펌 안에서 함부로 그 여자를 어떻게 할 리도 없었으니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사라진 이상 이제 본격적으로 이 일을 누가 꾸민 건지 밝혀내면 될 뿐이었다.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넘긴 심미연은 인파 속에 숨어 있던 주아연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은근한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뻗어 주아연의 가발을 확 잡아당겼다.“전에 도 대표님 차에서 정사하다가 사모님한테 딱 걸려서 머리를 밀리셨다던데... 가발을 쓰고 계셨군요.”이 업계에선 누군가 비밀을 만들면 또 누군가 그 비밀을 알아내기 마련이다. 한번 소문이 나면 금세 퍼져나가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된다.주아연은 항상 그녀보다 못했다. 그래서 돈 많은 유부남이라도 꼬셔보려고 했던 것인데, 하필이면 상대가 아내를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아내가 나타나자마자 그는 꼬리를 내렸다.주아연이 그런 일을 당한 날로 누군가 그녀에게 영상을 보냈다. 주아연이 가만히 있었다면 그녀도 이 영상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백현지 때처럼 말이다.주아연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고 로펌 내에서 아무 소문도 듣지 못했기에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심미연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줄이야. 증거까지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졌다.“그리고 아까 나간 제 의뢰인께 제가 그분 남편을 꼬셨다고 부추긴 사람도 주아연 변호사님 맞죠.”심미연은 여자가 보내준 사진을 휴대폰으로 열어 보였다. 사진 속 여성의 등에 있는 붉은 점을 짚으며 말했다.“주아연 변호사님 등에도 똑같은 붉은 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사진 속 얼굴은 분명 주아연이었지만 몸은 다른 여자였는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단숨에 달라졌다.“아까 의뢰인이랑 주아연 씨가 비상계단 쪽에서 속닥이던데 한패였나 봐.”“또 심 변호사랑 동시에 들어왔잖아. 심 변호사는 벌써 유명 변호사가 됐고 주아연 씨는 아직 재판도 못 나가봤다던데... 질투였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45화

    진아리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심미연은 요즘 계속해서 증거를 모으고 진아리 남편 주변 인물들을 몰래 조사하고 있었다. 그녀는 진아리를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돌아온 건 뒤통수에 칼을 꽂는 배신이었다.그런 사람이라면 평생 고통받아 마땅하다고 여겼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사람을 힘든 상황에서 구해줄 필요도 없었다.임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변호사님, 이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심미연은 옷차림을 가다듬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차를 기다리며 심미연은 신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신하린의 목소리에는 죄책감이 묻어났다.“미연아, 미안해!”“나 배 아파. 의사한테서 약 받아서 법정으로 좀 가져와 줘. 지금 당장. 재판 시작 전에 꼭 먹어야 해!”아까 그 여자가 달려들었을 때 손으로 막은 덕에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났다. 아니었으면 더 심하게 아팠을 것이다.요즘 들어 왜인지 자꾸 배를 다치는 일이 많았다.‘이러다 뱃속 아이가 언젠가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면 어쩌지...’그녀는 속으로 불안감이 스쳤다.“배 아픈데도 법정에 가겠다는 거야? 그렇게까지 해야 해?”신하린은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심미연이 안쓰러워서 한마디 했다.임신한 사실을 강지한에게 들키지 않으려니 입원조차도 미리 가짜 진단서를 준비해야 했다. 배가 아파도 일을 미룰 수 없었고, 혹시라도 임신 사실이 드러날까 매일 전전긍긍이었다.“지금은 참을 만해. 걱정 말고 빨리 병원 가.”심미연은 미간을 짚으며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몸 상태 계속 신경 쓰고 이상하면 당장 병원 가는 거다, 알지?”신하린은 조바심 가득한 목소리로 당부했다.“응, 알겠어.”마침 차가 도착하자 심미연은 전화를 끊었다.차에 오르자 임현이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물었다.“변호사님, 어디 불편하신가요? 제가 대신 신청이라도...”“아니에요, 괜찮습니다.”오늘 이 재판은 반드시 치러야 하고 미룰 수 없었다.임현은 더 묻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46화

    심미연은 무심결에 휴대폰을 꽉 쥐었다.시어머니가 그녀에게 리우를 떠나라고 하는 건, 온지유를 위해 걸림돌을 치워주는 걸까? 마치 이전에 그녀가 누군가를 시켜 수액에 유산약을 주입했던 것처럼 말이다. 온지유가 임신했으니 그녀의 아이는 죽어야 하는 건가 싶었다.“내가 통보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 어머님한테 직접 전화하게 할게!”수화기 너머로 거칠어진 숨소리를 들은 온지유는 속으로 크게 흡족해하며 말했다.“내가 임신했으니, 넌 무조건 나한테 양보해야 해. 알겠어?”심미연은 힘껏 심호흡을 하고 나서 답했다.“지한 씨가 리우의 대표예요. 해고 건은 지한 씨가 직접 말하라고 하세요!”강지한이 가라고 하면 그녀는 주저 없이 떠날 것이다.온지유는 콧방귀를 뀌었다.“심미연, 너 지금 어머님한테 대놓고 대드는 거야? 아니면 강씨 가문의 늙은이가 널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그녀는 속으로 심미연이 문소영과 갈라서길 바랐다. 그래야 강준형이 보호하고 싶어도 못 보호할 테니까. 심미연이 집안에서 쫓겨나는 것도 시간문제다.그렇게 되면 그녀가 강지한의 합법적인 아내가 될 수 있고, 뱃속에는 강지한의 아이까지 있으니 강씨 가문에서 가장 귀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 지위는 강지한 바로 다음이다.온지유는 강지한과 함께하는 수많은 장면을 마음속에서 그려봤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장면들이었고, 강지한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갈수록 강렬해졌다.심미연은 온지유가 강준형을 그렇게 험담하는 걸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지한 씨와 결혼한 3년 동안, 제가 여기까지 온 건 할아버지 도움 아니라 제 힘입니다! 팀장님, 마지막으로 말씀드릴게요. 본인 위치를 똑바로 하세요! 지한 씨와 저는 부부고, 리우는 저희 거예요! 제가 떠나는 건 아무나 결정할 수 없고 오직 지한 씨만 할 수 있어요!”온지유가 리우에 온 첫날부터 심미연은 자신이 언젠가 해고당하리란 걸 예감했다. 다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을 뿐이다. 그렇지만 온지유 앞에서만큼은 절대 기죽지 않을 것이다.임현은 그 말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47화

    자신처럼 존재감이 없는 사람은 리우에 온 첫날부터 심미연이 봐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임현은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심미연의 사과를 받겠는가.“전에 제가 리우에서 어떤 신분이었든 앞으로도 마찬가지고, 이건 임현 씨 혼자만 알고 계시면 돼요.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요!”심미연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사모님이라고 부르지도 말고 계속 변호사님이라고 부르면 돼요.”사모님이라는 호칭도 그저 하나의 호칭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임현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로펌의 다른 사람들은 줄곧 온지유를 미래의 사모님으로 떠받들어왔는데, 진짜 사모님은 이미 모두 곁에 있었다고 말이다.심미연이 너무 꽁꽁 잘 숨기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즉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 안달이었을 소식을 말이다.하지만 임현은 걱정되었다. 이제 심미연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었으니 예전처럼 함부로 대할 수는 없고, 당연히 어느 정도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로펌 사람들은 눈치가 빠른 편이라 언젠가 이 변화를 눈치챌 수도 있었다. 그러면 심미연의 비밀을 지키기 어려울지도 몰랐다.“임현 씨, 오늘 사건 꼼꼼히 검토해 봤나요?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면 승률을 더 높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심미연이 임현에게 물었다.법정에서는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관건이다. 상대방이 언제든 새로운 증거나 증인을 내세울 수 있다. 강한 멘탈과 빠른 대응력이 없으면 승소하기란 정말 어렵다.“아니요...”임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심미연을 따라 법정에 나갔을 때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갑자기 의견을 묻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생각해 보지 않았어도 괜찮아요. 다음에 사건 자료를 정리할 때는 좀 더 고민해 보세요.”만약 심미연이 리우를 떠나게 된다면 임현은 혼자 성장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가능한 한 많은 걸 익혀두는 게 그녀에게 유리했다.임현은 심미연이 진지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괜히 마음이 불안해졌다.“변호사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48화

    심미연은 한참 지나서야 천천히 숨을 내쉰 뒤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유가 뭐야?”‘온지유가 한마디 했다고 바로 휴가를 주는 거야?’“몸이 안 좋다며. 병원에 좀 더 있어.”강지한의 답변은 배려심 많은 이유처럼 들렸지만 심미연은 발밑에서부터 한기가 스며들 뿐이었다.예전이라면 감동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몸속까지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다.“지한 씨, 편애는 당연히 할 수 있어. 근데 아무것도 모르고 남 말만 믿고 날 죄인 취급하는 건 아니지 않아? 이번 일은 리우 직원 중 누군가가 일부러 날 곤란하게 했고, 난 그냥 조금 반격했을 뿐이야. 근데 온지유 전화 한 통에 내일 출근하지 말라고? 이게 말이 돼?”심미연은 억울함에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자신이 잘못한 게 없는데 왜 휴가를 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지한 씨가 날 사랑하든 말든 난 아직 지한 씨 아내야. 내 체면은 지한 씨와도 이어져 있어. 온지유가 정신을 못 차린다 쳐도, 지한 씨 머리까지 안 돌아가는 건 아니잖아?”리우 직원들은 온지유를 미래 사모님으로 여기며 알랑대고 있다. 평소 심미연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이들은 얼른 그녀가 나가떨어지길 바라며 온지유에게 험담을 부풀려 전했을 것이다.온지유는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써서 심미연을 겨냥하고, 강지한은 심미연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인물이다.강지한의 한 마디로 온지유는 목적을 달성하고, 심미연은 온지유가 권력을 과시하는 희생양이 된 꼴이었다. 생각만 해도 우스웠다.“심미연, 넌 왜 자꾸 지유 탓만 해? 너 자신부터 돌아봐. 지유는 줄곧 네 칭찬을 하면서 나한테 너랑 싸우지 말라고 했어. 근데 넌 지금 하는 말이나 행동이나 그게 뭐야?”심미연은 헛웃음을 지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내 손에 있는 사건들 다 처리한 뒤에 휴가 들어갈게. 그러면 됐지?”‘온지유가 나를 칭찬을 했다고?’웃기는 소리다. 그건 그냥 겉치레 말일 뿐이다. 눈치 있는 사람이면 바로 알 텐데, 강지한은 진짜 몰라서 이러는 건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49화

    심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 이제 들어갈게. 너 먼저 가.”신하린은 등 돌리고 두어 걸음 갔다가 다시 달려와 심미연을 꼭 안으며 숨 가쁘게 말했다.“미연아, 나 그 사람한테 부탁해서 네 병원 바꿨어. 이제 병실에 몰래 들어와서 널 해치려는 사람 걱정 안 해도 돼!”그렇게 말한 뒤 신하린은 재빨리 달려가 버렸다.심미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가가 붉어졌다.겨우 그 사람에게서 벗어난 신하린이 그녀를 위해 다시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성인이 된 그녀가 둘 사이에 무슨 거래가 오갔는지 모를 리 없었다.‘신하린, 정말 바보 같아...’...인하병원, VIP 병실.온지유는 아직 얼굴이 부어 있어 좀 우스꽝스럽게 보였다.뱀독은 제거했지만 몸에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상태였다.요 며칠 뱃속이 불편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스러웠다.그녀는 이 모든 불편과 고통을 심미연 탓으로 돌리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지한 씨, 미연 씨가 한 말 너무 신경 쓰지 마. 오늘 리우에서 기분 상했다잖아. 지한 씨가 남편이니까 화풀이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아? 이따 가서 좀 달래줘.”온지유는 살기가 서린 강지한의 얼굴을 보고도 나긋나긋하게 말했다.“넌 계속 걔 편만 들고, 걔는 널 마음에 안 들어 하잖아! 앞으로 내 앞에서 걔 칭찬하지 마. 듣기 싫어!”강지한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빛도 점점 험악해졌다.요즘 심미연은 왜 이렇게 성질이 거센지 의아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온 배짱이란 말인가?“둘이 부부잖아. 서로 이해하고 품어줘야지.”온지유는 강지한의 말을 듣지 않고 듯 계속 부드럽게 말했다.“이번에 미연 씨가 리우에서 의뢰인이랑 싸우고 소란 피운 건 사실 영향이 커. 며칠 쉬게 한 뒤, 일이 잠잠해지면 다시 출근하게 하는 게 오히려 보호하는 거야.”강지한은 미간을 주무르며 답했다.“심미연은 네가 말한 대로 처리할게. 의뢰인 쪽은 네가 사람 시켜서 얘기할 거야. 리우가 무료로 소송 맡아준다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50화

    온지유는 속으로 깜짝 놀라며 무심결에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둘이 사이 안 좋았잖아. 지한 씨가 왜 심미연 편을 들어주지? 심미연 그 천한 년이 분명히 나 몰래 지한 씨를 유혹한 거야. 뻔뻔하네!’“몸조리 잘하고 회복되면 퇴원해. 어머니한테 말해뒀으니 네가 가서 같이 지내. 성 비서한테 영양사랑 도우미 구하라고 했어. 돌아가면 널 보살펴줄 사람 있으니 신경 쓸 거 없어.”강지한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나갈 준비를 했다.요즘 회사가 정말 바빴다. 지자체 입찰 건도 마쳐야 하고 해외 지사도 상장 준비를 해야 한다.“지한 씨, 나 어머님이랑 같이 살기 싫어. 혼자 살면 안 돼?”온지유는 정말 문소영과 한집에서 지내기 싫었다.문소영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서 시간이 지나면 뱃속 아이에 대한 비밀을 알아챌까 걱정이었다. 이 아이는 애초부터 강지성의 아이가 아니니까.강지한은 그녀 말을 듣고 돌아보며 물었다.“왜?”그는 전에 온지유가 일 안 하면 굶는다길래 먹고살 걱정 없게 해주려고 한 말이었다. 이제 와서 왜 또 싫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의사가 임신 기간 내내 기분 좋게 지내야 한다고 했어. 그래야 아이한테 좋대. 근데 어머님이랑 같이 있으면 사이가 안 좋을 것 같고, 그러면 아이 키우는데도 안 좋아!”온지유는 다급하게 설명했다.그녀는 강지한이 진짜로 문소영과 살게 할까 봐 두려웠다.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성 비서한테 매달 생활비 넣으라고 할게.”온지유는 잠시 안도했지만 곧 다시 불안해졌다.“네가 내게 생활비 보내는 건 명분이 없잖아. 나중에 미연 씨가 알면 법적 수단으로 돈 돌려달라 할 거야!”온지유는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사실 빨리 강씨 가문의 정식 안주인이 되고 싶었지만 이런 말은 못 했다.강지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일단 갈게. 이건 다시 생각해 보자.”병실을 나서며 강지한은 이번 달 심미연에게 생활비 2000만 원 더 주라고 성무진에게 말하는 걸 깜박했다고 생각했다.‘회사 돌아가면 바로 송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51화

    그렇게 되면 강 대표한테는 말할 수 없다. 사무실에 돌아온 뒤, 성무진은 문을 닫고 박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에 가서 강지한에게 알린 다음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사실 그의 매달 월급은 꽤 높은 축이지만 업무 강도가 세고 또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요즘 바쁘고 힘든 데다가 강지한의 컨디션도 안 좋은 바람에 그는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해서 머리가 한 웅큼씩 빠지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가 왠지 서른도 안 되어 대머리가 될 것 같았다.오전 근무가 끝난 뒤 그는 냉큼 컴퓨터를 끄고 강지한의 사무실로 향했다.“대표님, 가실까요?”박유진 쪽에서 이미 식당을 예약해서 12시까지 가면 된다.하여 지금 출발해도 12시가 넘을 것 같았다.“이 서류만 보고.”강지한은 성무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서류만 봤다.하여 그는 옆에 서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맞다, 이번 달부터 심미연에게 매달 5000만 원 씩 생활비로 보내. 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그 미용실을 매물로 내놨는지 확인하고 내놨으면 그걸 사서 지유에게 넘겨.”방금 고민해 봤는데 매달 온지유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미용실 하나를 넘겨서 직접 운영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미용실로 돈을 벌게 되면 앞으로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성무진은 당연히 이유를 묻지 않았다. 강지한의 결정이라 당연히 물을 이유도 없었다.그러다 문득 심미연이 안쓰러웠다.포브스 랭킹 3위 안에 드는 최고 부자와 결혼했지만 그에게 주는 생활비 5000만 원으로는 다른 부잣집 사모님의 가방 하나도 사지 못한다. 문서를 보고 있는 강지한이 혹시나 그의 속내를 알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그는 서류에 사인한 뒤 다시 펜 뚜껑을 닫고 일어서더니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고 성무진은 그저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식당 룸 안에서 박유진은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모든 행동에 우아함이 배어있어 한눈에 봐도 귀하게 자란 도련님 느낌이 들어 괜스레 보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그러다가

Pinakabagong kabanata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0화

    심미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기색을 담아 물었다.“무슨 일이길래 그래요?”이지연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차분하게 말했다.“온지유 씨가 도망쳤어요.”“언제요?”심미연의 눈빛이 반짝이며 날카로워졌다. 누가 이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스쳤다.“어젯밤에요.”이지연의 목소리는 한껏 가라앉아 있었고 자책감이 가득 배어 있었다.“죄송해요. 제가 방심했어요.”심미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미안해하지 마요. 이건 지연 씨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이지연은 입술을 꼭 깨문 채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제가 당장 찾아올까요?”심미연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휴대폰을 천천히 만지며 생각했다.“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요.”어젯밤 강지한이 교통사고를 당한 장면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혹시 온지유의 실종과 강지한이 관련 있는 걸까? 만약 강지한이 온지유를 구한 거라면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은 거지?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의문들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참, 보스. 어젯밤에 스승님 못 보셨어요?”이지연이 물었다.심미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사실은 봤었다. 그녀는 진운혁이 차를 몰고 떠나는 걸 보고 따라붙었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제가 분명히 확인했는데... 스승님께서 이진영 씨랑 같이 식사하고 계셨어요!”이지연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심미연은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렸다.문득 이전에 마주쳤던 진운혁의 모습들이 떠올랐고 그 순간 한 가지 의심이 그녀의 마음속을 훑고 지나갔다.‘그때 내가 본 스승님은... 정말 스승님이 맞았을까? 만약 누군가가 스승님을 사칭하고 있었다면 그 목적은 대체 뭘까?’그때 이지연의 흥분한 목소리가 심미연의 생각을 끊어냈다.“보스! 새로운 정보를 발견했어요!”“무슨 정보예요?”심미연은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귀를 기울이자 이지연의 들뜬 목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9화

    백선영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진은숙의 팔을 살짝 끌어당기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제 가요.”진은숙은 손바닥 위에 놓인 봉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망설이면서 입을 열었다.“이건... 어쩌죠?”백선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 난처한 상황을 심미연에게 넘기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봉투를 조심스럽게 심미연 앞에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마음은 충분히 받았지만... 이 돈은 받을 수가 없어요.”심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눈길을 봉투 위로 흘렸다.“오빠가 직접 드린 건데 마음 편히 받으세요. 저한테 돌려주실 필요는 없어요. 자, 얼른 가서 일 보세요. 저 벌써 배가 고파졌는걸요.”그러나 말하다가 알 수 없는 서운함이 스르르 마음 한쪽에 올라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박유진은 예전에 밤하늘을 보며 수없이 약속했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그녀와 아이를 평생 지키겠다고. 그런데 지금 그 약속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금세 꺼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오빠, 나랑 약속한 거 잊은 거야?’“정말 감사합니다, 사모님! 사모님과 사장님 두 분 다 참 요즘 보기 드물게 좋은 분들이세요. 두 분,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영원히 행복하시길 빌게요!”진은숙은 기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백선영의 팔을 붙잡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오늘 정말 행운이 따랐다 싶었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다니.심미연도 가볍게 한숨을 쉬고 나서 주방으로 들어가 컵에 따뜻한 물을 따라 목을 축였다. 어쩐지 목이 바싹 마른 게, 감정이 몰려서 그런 걸까.막 물을 다 마셨을 무렵 문밖에서 귀엽고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어디 있어요?”그 소리는 마치 봄날에 막 피어난 꽃처럼 듣는 사람 마음을 몽글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심미연은 표정이 풀렸고 얼른 얼굴을 내밀며 따뜻하게 웃었다.“우리 태하, 엄마 여기 있어!”심태하는 쏜살같이 달려와 그녀 품에 안겼다.“엄마, 아빠가 나 버렸어요!”심미연은 깜짝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8화

    백선영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모깃소리만큼이나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장님께서 떠나시기 전에... 집에 안 계시는 동안 꼭 사모님과 도련님을 잘 챙기라고 당부하셨습니다.”진은숙도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맞아요, 맞아요!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바로 캐리어 들고 곧장 나가셨거든요.”심미연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박유진의 말뜻을 곱씹어 보았지만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 선명하게 와닿지 않았다.“그런데요, 사모님...”진은숙이 심미연을 흘끗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눈빛에는 망설임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왜 그러세요?”심미연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언제나 그래왔듯 도우미 아주머니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고 태도가 마치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너그러웠다.진은숙은 잠시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마음을 굳힌 듯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어젯밤에 제가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나왔는데 계단 모퉁이에서 사장님을 마주쳤었어요. 사장님도 물 마시러 나오신 것 같았어요.”곁에 서 있던 백선영도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저도요!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길래 문 열고 나왔더니 사장님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계셨습니다.”심미연은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어젯밤에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진은숙은 마음을 가다듬고 이어서 말했다.“불빛이 비쳐서 얼핏 봤는데 사장님 눈가가 벌겋게 부어 있더라고요. 꼭 방금 울기라도 한 사람처럼요. 아마 제가 눈치챌까 봐 인사만 툭 하고는 곧장 자리를 피하셨어요. 전 그냥 물만 마시고 방으로 돌아갔는데 보니까 사장님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멍하니 서 계셨어요. 제가 방에 들어간 뒤에도 안 들어오시더라고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오늘 아침에 사장님께서 나가신 뒤에 서재를 청소하러 들어갔는데 휴지통에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었어요. 어젯밤 내내 잠도 못 주무시고 담배만 피우셨던 것 같아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7화

    휴대폰 화면이 켜지고 그 익숙하면서도 가슴을 죄는 번호가 뜨는 순간, 박유진의 심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움켜잡힌 듯 조여들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일렁이며 축축한 솜처럼 뭉쳐져 목덜미를 틀어막았고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말은 더더욱 나올 리 없었다.그 번호는 마치 꿈결 속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유령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 그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의 고통과 갈등을 다시 불러냈다.박유진은 손을 떨며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결국 전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공기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과 묘한 압박이 가득했다. 박유진은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고 손끝으로 천천히 휴대폰 키보드를 두드려 문장을 써 내려갔다.[진성에 가서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돌아가면 다시 이야기하자. 그래도 되지?]그 메시지엔 그의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현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언젠가 다시 마주하길 바라는 희미한 기대도 모두 그 짧은 문장 안에 섞여 있었다.메시지 전송을 마친 박유진은 망설임 없이 전원을 꺼버렸고 휴대폰을 한쪽으로 툭 던졌다. 마치 그렇게 하면 마음속 어지러운 생각들까지 함께 던져버릴 수 있을 것처럼.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텅 빈 공간엔 그의 심장 뛰는 소리만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규칙적이고도 묵직한 박동이 마치 그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려는 듯했다.박유진은 눈을 감았다. 피로한 몸은 본능적으로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아갔고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찾고자 했다.비록 밤새 한숨도 못 잤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정신만큼은 유난히 또렷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지탱해 주듯 그는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하지만 피하고 싶을수록 심미연의 모습은 그의 머릿속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그녀의 미소는 때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따스했으며 때로는 눈빛 하나로도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또 부끄러워하던 그 순간순간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6화

    박유진은 자신의 앞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심미연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언제나 그녀의 편이 될 것이란 사실.만약 그녀가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는 가진 것을 다 내어주어서라도 그녀를 돕고 그 아이를 보살필 것이다. 마치 자신의 친딸인 양 지극정성으로.박유진은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은 심미연을 사랑하고 그녀의 아이와 그녀가 지닌 모든 것을 함께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음을.심미연의 눈가는 어느새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녀의 두 손은 마치 물에 빠진 이가 살고 싶어서 지푸라기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박유진의 옷깃을 꼭 움켜쥐었다. 수많은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박유진에게 진 빚은 너무나도 많고 무거웠다. 그 빚을 다 갚기 위해서는 평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랐다.“시간이 늦었으니까 이젠 좀 쉬어. 나도 방으로 돌아갈래.”박유진의 목소리엔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떨림이 묻어났다. 그는 본능적으로 심미연을 더욱 꼭 안았다. 마치 그녀를 자신 뼛속 깊이까지 끌어안고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어쩌면 이 다정함이 그들 사이 마지막 남은 따뜻함이 될지도 모른다...박유진의 마음속은 쓸쓸함으로 가득했다. 머릿속 이성은 매서운 바람처럼 그를 휘감으며 이제는 놓아줄 때라며 끊임없이 속삭였다.하지만 감정은 뿌리 깊은 덩굴처럼 박유진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얼마나 바랐던가. 단 한 순간이라도 더 심미연의 곁에 머물 수 있기를. 이 찰나의 시간이 남은 생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만 있다면...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박유진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박유진의 마음속 한기를 모두 녹이는 듯했다.심미연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부드럽게 말했다.“이생에 오빠를 만나 알아가고 수많은 인파를 뚫고 함께 걸을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복이었어. 앞으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우리 손 놓지 말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5화

    박유진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빛이 그녀를 감쌌고 낮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말해 봐.” 심미연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과 마주친 순간, 마음 한켠에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마치 오래도록 감춰온 비밀이 이제야 드러날 것만 같은 예감처럼. “왜 그래, 미연아?” 박유진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뜻했다. 그녀의 불안을 감싸 안으려는 듯 아주 섬세하게 묻는 말이었다. 심미연은 입을 열 듯 말 듯 망설였다. 떨리는 입술이 달싹이기만 할 뿐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고 있는 건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던 진실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결심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강지한의 딸, 강상미. 들어본 적 있지?” 박유진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 아이가 왜?” 툭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그의 마음속에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 ‘미연이랑 강지한의 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지금에서야 그 아이를 말하는 걸까.’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다짐하듯 눈을 감았다가 뜨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 예전에 내가 잃어버린 내 딸... 그 애는 세상을 떠난 게 아니었어.” 그 말 한마디를 꺼내기 위해 그녀는 거의 모든 용기를 다 쏟아부었다. “정말이야?” 박유진의 목소리는 놀라움에 젖어 있었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때 너 분명히 말했잖아. 아이 숨 안 쉬고 있었다고. 직접 확인했었잖아... 확신했었어.” 그 순간, 박유진의 머릿속을 스친 단 하나의 가능성. ‘설마... 지금 미연이가 말하려는 게... 그 아이가 강상미라는 말이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껏 맞춰지지 않던 조각들이 하나로 이어지고 복잡하게 얽혔던 퍼즐이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박유진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손끝이 얼어붙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4화

    박시훈은 눈을 깜빡이며 바로 앞에 있는 얼굴을 바라봤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을 수가 있지?’ 심장이 터질 듯 뛰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심장 박동이 너무 빠른데요? 정상은 아닌 것 같네요.” 심미연은 이마를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시훈은 민망해서 땅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왜 비정상이야... 완전 정상이거든...’ 심미연은 아무렇지 않게 그의 상처를 확인했다. 상처는 붉게 부어 있었고 피도 조금 배어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약을 꺼내 상처 위에 다시 발라주었다. 상처는 쓰라렸지만 박시훈은 이 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곁에 있는 지금이 너무도 소중했다. 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상처를 감싸고 도구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마무리를 한 뒤 장갑을 벗으며 병실을 나갈 준비를 했다. “저... 방금 야식 시켜놨는데... 같이 먹고 가주면 안 돼요?” 박시훈은 괜히 목이 메여 말끝이 흐려졌다. 자신이 이렇게 소심한 사람이었다니, 스스로도 놀라웠다. ‘내가 왜 이 사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거야...’ “저는 밤에 야식 먹는 습관 없어요.” 심미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야식 너무 자주 먹지 마요. 건강에 안 좋아요. 전 이만 갈게요. 야식 먹고 푹 쉬세요.” 그녀의 말에 박시훈은 마치 한겨울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얼어붙었다. 심지어 발끝까지 저릿했다. 그녀가 간다. 그를 남겨두고 그냥 떠나버린다. 속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심미연은 이미 등을 돌린 채 병실을 나서고 있었고 박시훈의 낙담한 얼굴은 그녀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병실을 벗어난 심미연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깊게 숨을 들이켰다. 몇 시간째 이어진 수술에, 온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강지한을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로비로 걸어 나왔을 때 문 앞에 서 있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3화

    심미연의 시선이 하얗게 눈처럼 샌 강준형의 머리카락에 머물렀다. 가슴 어딘가가 저릿하게 아려왔다. 만약 시간이 되돌릴 수 있다면. 그저 아무 걱정 없이 웃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땐 주저 없이 말했을 것이다. ‘네. 할게요.’그때 그녀는 강지한을 사랑했고 그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강지한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강준형이 걱정된다고 해서 그 바람을 무조건 들어줘야 할 이유도 없었다. 곁에서 조용히 그녀를 훔쳐보던 가정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은 역시 마음이 떠나신 거구나...’ ‘이러다 어르신 또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시겠네...’강준형도 그녀의 침묵에서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다. 인연이란 게 억지로 붙잡는다고 이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비록 아쉬움은 남지만 그 역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사실 저랑...”“딩.” 심미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든 그녀는 곧장 부드러운 눈빛을 머금은 박유진과 눈이 마주쳤고 그 말은 다시 목구멍 깊숙이 삼켜졌다. “오빠, 여긴 어떻게 왔어?”박유진은 따뜻한 미소로 대답했다. “너 데리러 왔어.” 그리고 곧 예의를 갖춰 강준형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강준형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유진아, 너랑 미연이...?” 어딘가 모르게 다정해 보이는 둘의 분위기. 설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심이 스쳤다.“할아버지, 제가 차까지 모셔다드릴게요.” 심미연은 사실 내일 박유진과 혼인신고를 하러 갈 거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조금 전, 강준형이 ‘강지한과 다시 잘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자 그 말을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말하지 말자. 괜히 말했다가 할아버지 마음만 상할 수도 있어.”그 순간, 박유진의 손이 저절로 움켜쥐어졌다. ‘할아버지한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2화

    하지만 정작 온지유의 칼끝을 막나낸 사람은 그다지 친하다고 할 수 없었던 박시훈이었다. 심미연의 진지한 얼굴을 본 강준형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더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그를 의자에 앉히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 앉아 계세요. 옷만 갈아입고 금방 나올게요.” “그래. 다녀오너라.” 강준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냈다. 심미연이 등을 돌려 복도로 사라지자 그는 그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곁에 서 있던 가정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요즘 사모님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예뻐지신 것 같아요. 성격도 훨씬 부드러워지셨고요. 만약 사모님이 도련님과 다시 재결합하신다면 어르신께서도 도련님 혼자 남을까 봐 걱정 안 하셔도 될 텐데요.” 강준형은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다. 미연이가 돌아온다면 지한이도 지금처럼 외롭진 않겠지. 상미도 엄마 손길이 필요하고... 지한이가 아무리 잘 챙긴다 해도 아빠는 아빠일 뿐이지. 엄마처럼 섬세하긴 어렵잖니. 게다가 지한이는 이노하이브를 이끄는 입장이라 상미를 온전히 돌보기엔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고 말이다.” “나중에 사모님께 슬쩍 한번 말씀드려보시는 건 어떠세요?” 가정부는 늘 심미연을 좋게 봐왔다. 도련님과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요즘 세상에 외모, 인품, 성격, 효심까지 갖춘 여자를 다시 만나긴 정말 쉽지 않으니까. 강준형은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분위기 봐서 말해보지. 미연이가 듣기 싫어하면 더는 꺼내지 않을 거다.”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가정부도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심미연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다가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가시죠. 할아버지.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