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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심씨 가문이 몰락하기 전, 심윤아를 쫓는 남자들이 부지기수였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모두 심씨 가문의 큰아가씨가 가식적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한 무리의 남자들은 심윤아를 희롱하며 은밀히 그녀의 몸값을 부르기까지 했다.

그녀가 가장 초라하고 굴욕을 당하고 있을 때, 진수현이 돌아왔다. 그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호들갑을 떨던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비참하기 짝이 없는 대가를 치르게 하고 나서, 심씨 가문의 빚을 대신 갚아 준 다음 그녀에게 청혼했다.

“윤아야, 나랑 약혼해 줘.”

심윤아는 깜짝 놀랐고 한참 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진수현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놀라긴? 내가 덮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지 마, 가짜 약혼일 뿐이야. 할머니가 아프셔서 급하게 약혼해야 해. 그런데 할머니는 너를 많이 좋아하시니까, 우리 둘이 가짜 약혼이라도 해서 어르신을 즐겁게 해드리는 게 어떨지 싶어. 대신 내가 심씨 가문을 되살릴 수 있게 도움을 줄게.”

‘아, 가짜 약혼이었구나.’

알고 보니 진수현은 심윤아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할머니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가짜 약혼을 하자는 말이었다.

진수현의 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심윤아는 기꺼이 승낙했다. 진수현의 마음속에 자기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약혼 후 심윤아는 진수현과 지내는 것이 사뭇 어색했다.

두 사람은 죽마고우였지만, 줄곧 친한 친구로 지내왔다. 하루아침에 진수현이 약혼자가 되어버리자, 심윤아는 설명할 수 없는 어색함을 견딜 수 없었다.

반면, 진수현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각종 연회 행사에 모두 그녀를 데리고 다녔다.

1년 후, 진씨 가문 큰 사모님의 병세가 다시 악화되자, 두 사람은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다. 그렇게 심윤아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진시 가문 작은 사모님이 되었다.

이런 사연도 모르고, 죽마고우 한 쌍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심윤아는 갑자기 피식 웃었다.

‘애석하게도 우린 마침내 결실을 본 게 아니라, 단지 네가 원해서 거래했을 뿐이네.’

“아직 안 잤어?”

갑자기 진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심윤아는 주변 공기에 진수현이 풍기는 상쾌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심윤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진수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이때, 진수현이 입을 열었다.

“우리 이혼하자.”

이미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심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언제?”

그녀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담담한 어조와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누워 있었다.

그녀의 이런 모습에 진수현은 눈썹을 찡그렸지만, 입으로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곧, 할머니 수술이 끝나면 이혼해.”

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진수현은 어이가 없었다.

“... 더 할 말은 없어?”

이 말을 듣고 심윤아는 곁눈질로 그를 한 번 보았다.

“뭐라고?”

그녀의 맑은 눈빛을 보며 진수현은 그녀의 물음에 목이 메었다가 잠시 지나고 나서야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 내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 무심한 여자야.”

어쨌든 두 사람은 2년 동안 부부 행세를 해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진수현이 갑자기 이혼을 제의했음에도 심윤아가 의외로 이렇게 평온하다니.

하긴, 원래 두 사람은 서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거래하듯 진행한 결혼이었을 뿐이었다. 진수현의 존재는 단지 그녀 주변의 추종자들을 잊게 했을 뿐이다.

2년 동안 할머니의 건강 때문이 아니었다면, 진수현은 심윤아가 아마 오래전에 이 관계를 종료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진수현은 심윤아의 평온한 반응으로 인한 마음의 불편함을 지우고 그녀 곁에 누운 채 눈을 감았다.

“진수현.”

심윤아가 갑자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진수현은 눈을 번쩍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심윤아의 깊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 빛났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심윤아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핑크빛 입술을 벙긋대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2년 동안... 고마웠어.”

진수현의 눈 밑이 그림자가 드리우듯 어두워졌고 심윤아의 말을 듣고 나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

“딴소리하지 마!”

심윤아는 고개를 돌렸다. 이혼하고 나면 이런 말을 할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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