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만약 아내와 첫사랑이 동시에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남편은 누구를 구할까? 변도영은 주저하지도 않고 첫사랑을 품에 안고 떠났다. 그날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와 신지아의 마음도 죽어버렸다. 단 한 장의 계약서로 그녀는 원하던 대로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이 결혼은 신지아가 변도영과 첫사랑 사이를 갈라놓고 빼앗아 얻은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녀는 굳게 믿었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나만 바라보겠지.’ 하지만 아직 3개월도 채 되지 못한 아이를 직접 묻어야 했던 그날, 신지아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혼하자.” 한 장의 서류로 모든 인연은 끝났고 두 사람은 이제 남남이 되었다. 3개월 뒤,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 위에서 상을 받는 신지아. 그 순간, 늘 무심하던 변도영의 시선은 그녀에게 3초간 머물렀다. 그러고는 담담히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제 아내입니다.” “아내라고요?” 신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죄송하지만 변도영 씨, 저는 지금 아내가 아니라 전 아내죠.” 늘 차갑고 냉정하던 남자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버렸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전 아내라고? 헛소리하지 마. 난 한 번도 인정한 적 없어!”
View More신지아의 이야기를 들은 김주리 역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날 내가 직접 문과 창문을 다 닫고 대문까지 확실히 잠그고 나온 건 맹세할 수 있어요.”신지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상대가 열쇠를 구해서 문을 열고 들어왔으면서, 정작 장비를 훔쳐 간 게 아니라 창고에 그대로 뒀다는 건 확실히 앞뒤가 맞지 않네요.”김주리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너무 무거워서 가져가지 못했거나, 아니면 공장 단지 사람 중에 UME에 원한을 품고 화풀이를 한 걸지도 모르죠.”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방금 언급한 두 가지 가능성 모두, 결국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생각하면 그 자식 짓일 수도 있어요! 나한테 누명을 씌우려고 작정한 거죠!”김주리는 분을 참지 못하고 차 뒤편을 쏘아보았다.소우민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판을 이렇게 크게 짰다는 생각에 김주리는 더 울화가 치밀었다. 방금 뺨을 더 세게 때리지 못한 게 한으로 남을 지경이었다.신지아는 침묵을 지켰다. 일리 있는 말 같으면서도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듯 영 미심쩍었다.“이제 저 어떡해요?”김주리는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UME에서 손해 배상을 청구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밀려왔던 것이다. 피해 액수가 워낙 커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넣어도 턱없이 부족할 것이 뻔했다.신지아는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에서 그 불안감을 읽어냈다.실제로 이번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중대한 사안이었다. 약속된 기한 내에 납품하지 못한다면 김주리 개인의 배상 능력을 넘어 UME 자체에 치명적인 위기가 닥칠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이미 심적으로 지쳐있을 김주리에게 신지아는 더 이상 압박을 가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입을 닫은 채 김주리를 자취방 앞까지 바래다주었다.트렁크에서 캐리어를 꺼낸 김주리는 잠시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나직하게 인사했다.“도와줘서
말을 마친 김주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발걸음을 옮겼다.소우민이 끈질기게 다시 그녀를 뒤쫓으려던 찰나, 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끼이익 비명 같은 마찰음을 내며 두 사람 옆에 멈춰 섰다.차창이 내려가고 신지아가 창밖으로 김주리를 바라보며 말했다.“타요.”김주리는 아주 잠깐 멈칫했을 뿐, 이내 망설임 없이 캐리어를 뒷좌석에 밀어 넣고 조수석에 올라탔다.신지아는 가속 페달을 밟아 넋이 나간 소우민을 저 멀리 뒤로 따돌렸다. 차에 탄 김주리는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앉아 붉어진 눈으로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았다.“울고 싶으면 울어요. 계속 꾹꾹 누르고 있으면 속에서 병나니까.”신지아는 전방을 주시하며 조용히 차 안의 음악을 켜고 콘솔 박스 위에 티슈를 얹어주었다.신지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주리는 얼굴을 감싸 쥔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음 같은 울음을 참아내려 애쓰는 듯하더니, 이내 참아왔던 둑이 터진 것처럼 오열을 터뜨렸다. 그간 마음속에 쌓여온 모든 원망과 슬픔을 남김없이 쏟아내는 듯한 통곡이었다.“그 사람이랑 정말 오랫동안 만났어요. 참 다정한 사람이었거든요. 예전에 좁고 어두운 지하방에서 같이 살 때, 제가 생리통으로 너무 아파하면 밤새 손으로 배를 문질러서 따뜻하게 해주던 사람이었어요. 부성 그룹 들어가서 첫 월급 탔을 때는, 제가 지나가다 예쁘다고 했던 수백만 원짜리 목걸이를 덜컥 사 오기도 했고요...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전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김주리는 눈물이 범벅이 된 채 가슴속 이야기를 쉬지 않고 쏟아냈다.신지아는 앞만 응시한 채 일부러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녀에게 마음을 추스를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함이었다.얼마나 달렸을까, 울음소리가 차츰 잦아들더니 김주리의 감정도 서서히 진정되어 갔다.그녀가 신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저번에 제가 팀장님한테 그렇게 무례하게 굴었는데, 왜 절 도와주시는 거예요?”“전 그저 배신당해서 오갈 데 없는 여자를 도와주는 것뿐입니다
신지아가 카드를 건네자 변도영은 그것을 받아드는 대신, 그대로 그녀의 가방 안에 밀어 넣었다.“이건 도로 가져가. 내 자의로 준 거니까 그동안 내가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해. 정말 갖기 싫으면 버려도 좋아. 한번 준 걸 다시 받는 건 내 취향이 아니거든.”말을 마친 변도영이 눈을 감았다.신지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고민하다가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병실을 나섰다.그런데 병원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의 휴대폰으로 알림이 울렸다. 방금 전의 돈이 다시금 고스란히 그녀의 계좌로 입금된 것이다.이어서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안심해. 끝내기로 했으면 끝내는 거야. 이 돈으로 널 붙잡거나 협박할 생각은 없으니까.]발신자 번호가 없는 익명의 메시지였다. 아마 변도영이 새 번호를 이용해 보낸 모양이었다.그녀가 받지 않을까 염려했는지, 뒤이어 메시지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예전에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해 줘. 그래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할 것 같아서.]거기까지 말하니 신지아도 굳이 돈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한편, 온라인상에서는 부성 그룹과 UME의 표절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양측 팬들의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세상을 발칵 뒤집을 만한 폭로가 터져 나왔다.김주리가 소우민과 이나은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그 안에는 매우 노골적이고 부적절한 대화들이 가득했고, 순식간에 여론의 흐름은 급변하기 시작했다.뒤이어 김주리가 사진 한 장을 더 게재했다. 카페에 마주 앉아 애틋한 눈빛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는데, 소우민은 이나은의 손을 탐욕스럽게 움켜쥐고 있었고 이나은 역시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그의 손을 뿌리칠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다.이 사진들은 순식간에 표절 관련 이슈를 덮어버렸고 그 화제성은 표절 시비보다 훨씬 더 폭발적이었다.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소식은 변씨 저택까지 전해졌다.이때 변씨 가문은 이미 이나은이 변도영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사실을 파악한
‘선배와 윤해원의 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왜 굳이 내 생각을 묻는 거지?’신지아는 잠시 고민하다 담담하게 답했다.“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은 오직 선배와 UME가 그 내기에서 이기길 바랄 뿐이에요. UME는 선배의 피와 땀이 어린 곳인데, 남의 손에 넘어가게 둘 수는 없잖아요.”고우빈은 그녀의 표정을 세심히 살폈다. 억지로 웃음을 짓는 기색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그제야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아마 윤형우가 그녀에게 다른 데 신경을 쓰도록 조언했거나, 혹은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적어도 그가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보다는 나았으니까.고우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했다.“그렇게 될 거야.”고우빈과 헤어진 뒤, 신지아는 변하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다행히 변도영의 상처는 동맥을 빗겨 나가 단순 외상에 그쳤다. 고열에 시달리긴 했으나 발견이 빨랐던 덕분에 금세 기력을 회복하고 있었다.병실에 나타난 신지아를 보고 변도영은 처음엔 또 꿈을 꾸는 줄만 알았다.혹여 환상일까 싶어 상처 부위를 은근슬쩍 눌러보았으나 밀려오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나서야 비로소 꿈이 아님을 실감했다.“왔어?”의식이 흐릿해지기 전의 상황을 떠올린 변도영은 이나은과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을 다급히 해명하려 했다.“신지아, 그게 아니라... 난 정말 아무 일도...”하지만 신지아는 그의 말을 바로 잘라냈다.“알고 있어요.”그 말에 변도영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신지아가 옆 의자에 앉자, 변도영의 팽팽하게 긴장했던 신경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방금 꿈을 꿨는데, 예전 별장에서 지낼 때 기억이 나더라고. 기억나? 내가 아팠을 때 네가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줬던 거. 할머니 말씀이 맞았어. 사람은 잃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아나 봐. 그동안 내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정리해 봤어. 네가 예전에 말했던 재결합
Ratings
reviews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