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만약 아내와 첫사랑이 동시에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남편은 누구를 구할까? 변도영은 주저하지도 않고 첫사랑을 품에 안고 떠났다. 그날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와 신지아의 마음도 죽어버렸다. 단 한 장의 계약서로 그녀는 원하던 대로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이 결혼은 신지아가 변도영과 첫사랑 사이를 갈라놓고 빼앗아 얻은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녀는 굳게 믿었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나만 바라보겠지.’ 하지만 아직 3개월도 채 되지 못한 아이를 직접 묻어야 했던 그날, 신지아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혼하자.” 한 장의 서류로 모든 인연은 끝났고 두 사람은 이제 남남이 되었다. 3개월 뒤,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 위에서 상을 받는 신지아. 그 순간, 늘 무심하던 변도영의 시선은 그녀에게 3초간 머물렀다. 그러고는 담담히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제 아내입니다.” “아내라고요?” 신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죄송하지만 변도영 씨, 저는 지금 아내가 아니라 전 아내죠.” 늘 차갑고 냉정하던 남자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버렸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전 아내라고? 헛소리하지 마. 난 한 번도 인정한 적 없어!”
View More한숨을 쉬며 내뱉는 윤형우의 말에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윤형우의 신분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입 밖에 내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재빨리 윤형우에게 약을 건넸다.“제가 비밀 지켜드릴 수는 있지만 꼭 이쪽 분야에 유명한 의사나 전문가에게 연락해 보세요.”간호사가 떠난 뒤 윤형우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눈앞이 흐릿한 게 마치 하얀 안개가 낀 듯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괜찮을 거야.’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일주일 전, 김주리는 사무실에서 울면서 뛰쳐나온 후 줄곧 넋이 나간 상태였다.서인호의 말이 그녀의 귀에 맴돌았다.“김주리 씨, 난 그쪽 능력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사적인 이유로 업무상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진 않길 바라요. 데이터 유출 사건을 사실대로 전부 털어놓으면 회사에서 너그럽게 처리할 수 있지만 고집스럽게 회사 기밀 유출이라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다면... 일단 잘못을 추궁하기 시작하면 그쪽 앞날은 끝이에요. 그때는 나조차 그쪽을 구해주지 못해요.”서인호조차 믿어주지 않자 김주리는 일이 정말 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건물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돌렸던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부성 그룹 건물 아래로 향했다. 남자 친구 소우민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하지만 건물 아래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김주리는 소우민과 이나은이 가게 안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소우민은 반지 하나를 이나은 앞에 내밀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는데 그 속에는 아첨하는 기색도 섞여 있었다.유리창의 방음 효과가 그리 좋지 않아 김주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UME 데이터 유출 문제는 이미 해결했고 그쪽 데이터 기술 핵심도 파악했어요. 적당히 포장만 하면 문제없을 거예요. 전에 저와 했던 약속은 아직 유효한가요?”소우민의 시선은 오롯이 이나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이나은도 그 시선을 알아차렸지
마치 수십 층 높이에 서 있다가 갑자기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것처럼 신지아는 몸을 흠칫 떨며 벌떡 잠에서 깼다.“악몽 꿨어?”윤형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신지아는 고개를 들고서야 비로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몸을 일으켜 관자놀이를 문지르자 몸에 덮여 있던 담요가 흘러내렸다. 윤형우는 그녀를 깨울까 봐 조심스러우면서도 감기 걸릴까 봐 걱정되어 담요를 덮어준 것 같았다.신지아는 담요를 집어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10분 넘게 잤지만 이상하게도 피로감이 사라지는 대신 오히려 더 지친 기분이 들었다.“잠시 쉬어.”윤형우가 침대에서 내려와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 주었다.“일주일 동안 연달아 야근했는데 아무리 튼튼한 몸이라도 휴식이 필요하지.”신지아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기운을 냈다. “괜찮아요. 방금 푹 자서 지금 기운이 넘쳐요.”이번 프로젝트는 UME의 존폐를 결정짓는 일이라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게다가 이 프로젝트 때문에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어떻게 그녀만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나.신지아는 고개를 돌려 두 손으로 윤형우의 도자기처럼 하얗고 잘생긴 볼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환하게 웃었다.“착하게 혼자 놀고 있어요. 누나가 돈 벌면 사탕 사줄게요.”신지아의 눈이 반짝거렸다.윤형우는 웃으며 그녀에게 맞춰주었다.“고마워요, 누나. 하지만 난 사탕보다 누나가 더 좋아요.”말하며 윤형우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신지아의 입술에 머물렀다.신지아의 입술은 정말 예뻤다. 연분홍빛 입술에 은은한 물기가 반짝이는 모습이 유난히 매혹적이었다.신지아는 남자의 시선과 그 의도를 알아차리고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장난치지 마요.”윤형우는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눈동자에 갑자기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 표정이 굳어졌다.눈꺼풀이 세차게 떨렸고 두 눈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신지아는 얼굴이 붉어진 채 차마 그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어 이상한 낌새를
양민석의 눈이 반짝였다. “뭐든지 물어봐도 돼요?”“네.” 고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뭐가 됐든 지금은 양민석과 한배를 탔다.사실 처음엔 혼자 연성으로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양민석이 걱정되는 마음에 곁에 남아 지켜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고이진은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양민석도 알아야 할 일이 있을 터였다.고이진은 상대가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동원해 그녀를 잡으려 하는지, 생명의 위협을 받는 건 아닌지, 아니면 탈출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질문을 던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양민석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소 어색한 어투로 물었다.“윤재혁이 약혼자 아니었어요? 왜 그 사람을 피해요?”“약혼자요?” 고이진은 당황했다.“누가 그래요, 그 사람이 내 약혼자라고?”부정하는 고이진의 말에 양민석의 두 눈이 반짝이다가 곧 혼란스러운 기색을 보였다.과거 변도영은 고이진의 약혼자가 윤재혁이라고 말했었다.마음속으로 수백 번이나 되뇌었던 이름이라 틀림없이 기억하고 있었다.고이진이 그를 윤재혁 곁으로 보냈을 때 거듭 확인했고 게다가 윤재혁도 실제로 고이진의 이름을 몇 번이나 언급했었다.하지만 고이진의 표정을 보니 자신을 속이는 것 같지도 않았다.“아닌가요?” 양민석이 의아해하며 묻자 고이진의 눈빛에 혐오감이 스쳤다.“그 사람이 어떻게 내 약혼자예요? 내 약혼자는 다정하고, 착하고, 강인한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은 내 약혼자를 죽인 나의 원수예요.”양민석은 잠시 멈칫했다.고이진 눈동자 속의 슬픔과 눈가에 맺힌 흐릿한 눈물이 보였다.마치 오래전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살아난 듯했다.“미... 미안해요.” 양민석의 말에 고이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다 지나간 일이에요.”고이진은 윤형우의 말이 옳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윤재혁은 경계심이 강해서 설령 그녀가 윤재혁에게 접근한다 해도 성훈의 복수를 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한때 감금되어 있던 그 기간에도 복수를 시도해 보았지만 매번
신지아는 결국 말을 삼켰다.당시 변도영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그에게 난제를 던져주며 이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알려주기 위해서였지, 진심으로 그와 재결합할 생각은 없었다.변도영이 약속을 지키기 전에 혼자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윤씨 가문 저택.눈 부신 태양이 서서히 기울어지며 점차 핏빛 노을로 변해갔다.줄지어 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윤재혁 앞을 지나가면서 감히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대열에 합류했다.경호원들은 대열 주변을 순찰하며 그 누구도 떠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대열의 맨 뒤까지 다다랐음을 눈으로 확인하자 윤재혁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둡고 험악해졌다.마지막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도 고이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윤재혁 주변에 얼음처럼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 여자가 없어.”윤재혁의 말에 곁에 서 있던 송민기가 서둘러 답했다.“저택 밖은 이미 사람을 배치해 두어서 파리 한 마리도 날아갈 수 없습니다. 만약 고이진 씨가 저택 안에 있다면 밖으로 나가지 못했을 겁니다.”나갈 수 없다면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이미 저택 구석구석을 샅샅이 수색했고 쓰레기통 하나까지 빠짐없이 뒤졌지만 고이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설마, 고이진이 애초에 윤씨 가문에 없었던 걸까? 추측이 틀렸던 걸까?’아니면...“아직 찾아보지 않은 곳이 있어?” 윤재혁이 차갑게 묻자 송민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망설이며 말했다.“어르신과 아가씨 방이요. 하지만 고이진 씨 찾는 걸로 어르신께서 화가 많이 났습니다. 무턱대고 찾아가면 화만 돋울 뿐이고 아가씨는 어제 막 귀국해서 시차 적응 중입니다. 쉬는 데 방해하는 걸 제일 싫어하셔서...”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유재혁은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 모습을 본 송민기는 서둘러 뒤를 따랐다.저택 한가운데 있는 집은 웅장하고 기품이 넘쳤는데 고이진과 양민석이 그 안의 한 침실에 숨어 있었다.윤세은은 문 앞에 서서 바깥 인기척에 귀를 기
하민재는 술을 한 모금 맛보고는 일부러 심오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질질 끌었다.“그것은 말이지...”그가 입을 열자 여러 사람이 귀를 쫑긋 세웠다.“이혼은 언젠가 하겠지만 언제 어떻게 할지는 형 마음이지.”즉 하민재조차도 정확히 모른다는 뜻이었다.사람들은 동시에 쯧 하고 혀를 차며 그를 바라봤다.“변도영 씨와 그렇게 친하면서도 모르는 걸 보니 아직 이혼에 성공하지 못한 모양이네.”어떤 사람이 말했다.“하지만 더 이상 변도영 씨 뜻만으로 이혼을 결정하진 못할 거야.”“무슨 뜻이야?”궁금해하는 사람에게 방금 말을 꺼
윤씨 가문 저택.짙은 어둠이 가라앉은 듯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두꺼운 문밖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들이 줄지어 서 있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숨소리 하나 크게 내지 못했다.문이 열리자 윤형우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거실 한가운데 윤해원이 서 있었다.차가운 조명 아래, 그녀의 얼굴은 유리처럼 매끄럽고 차디찼고 손에는 채찍이 들려 있었다.이내 윤해원이 팔을 휘두르자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순간, 유리 테이블이 산산이 부서지며 날카로운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윤형우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지만 곧 깨달았다
신지아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정신이 다른 데 팔려 변도영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무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다만 사방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자신에게 쏠려 있다는 걸 느꼈을 뿐이었다.당황스러웠지만 신지아는 습관처럼 미소를 지었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 가볍게 손뼉을 쳤다.무대 위에서 그 모습을 본 변도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조금 전, 이나은이 느닷없이 그에게 다가와 사람들 앞에서 볼에 입을 맞췄던 순간 청중은 환호했고 박수가 터졌다.그런데 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쏠렸다.윤형우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큰 키에 여유로운 발걸음, 그리고 입가에는 예의 바른 미소가 살짝 걸려 있었다.“어르신, 장수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그는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고개를 들어 이나은을 잠시 바라봤다.말 한마디 없이.그 한 번의 시선만으로도 이나은은 마치 숨이 막히는 듯 입을 다물었다.얼마 전 윤형우에게 논리적으로 완전히 눌려 말을 잃은 기억이 순식간에 되살아났기 때문이다.이 자리에서 감히 더 말해봤자 자신에게 불리할 게 뻔했다.하지만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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