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만약 아내와 첫사랑이 동시에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남편은 누구를 구할까? 변도영은 주저하지도 않고 첫사랑을 품에 안고 떠났다. 그날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와 신지아의 마음도 죽어버렸다. 단 한 장의 계약서로 그녀는 원하던 대로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이 결혼은 신지아가 변도영과 첫사랑 사이를 갈라놓고 빼앗아 얻은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녀는 굳게 믿었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나만 바라보겠지.’ 하지만 아직 3개월도 채 되지 못한 아이를 직접 묻어야 했던 그날, 신지아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혼하자.” 한 장의 서류로 모든 인연은 끝났고 두 사람은 이제 남남이 되었다. 3개월 뒤,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 위에서 상을 받는 신지아. 그 순간, 늘 무심하던 변도영의 시선은 그녀에게 3초간 머물렀다. 그러고는 담담히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제 아내입니다.” “아내라고요?” 신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죄송하지만 변도영 씨, 저는 지금 아내가 아니라 전 아내죠.” 늘 차갑고 냉정하던 남자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버렸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전 아내라고? 헛소리하지 마. 난 한 번도 인정한 적 없어!”
View More그래도 그녀는 외투를 벗지 않은 채 소매를 여미며 윤형우와 대화를 이어갔다.그녀가 남자 정장을 걸친 모습은 또 그 나름대로 색다른 분위기가 있었다.멀지 않은 곳의 부스석, 양준명은 맞은편에 앉은 변도영의 눈치를 보며 속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신지아를 발견한 순간부터 변도영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게다가 지금 신지아가 윤형우의 재킷까지 걸치고 있는 모습을 보자, 변도영의 손에 들린 숟가락이 거의 휘어질 지경이었다.“변 대표님, 아니면 우리 다른 식당으로 옮길까요?”양준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는 단지 인터넷 여행 후기를 보고 이 식당을 예약했을 뿐이었다.세상이 이렇게 좁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밥 한 끼 먹으러 왔다가 하필 신지아를 마주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신지아 혼자였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이다.문제는 윤형우까지 같이 있었고, 두 사람의 사이가 누가 봐도 무척 좋아 보였다.변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거둔 채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변 대표님?”양준명이 다시 조심스럽게 불렀다.변도영이 느릿하게 고개를 들며 혼잣말하듯 읊조렸다.“이나은이 귀국했을 때 클럽에서 환영 파티를 열어준 적이 있었지. 그날 밤 신지아가 날 찾아왔는데 난 귀찮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사람을 시켜 문밖으로 쫓아냈어.”“그 뒤에 신지아는 클럽 문 앞 화단에 앉아서 밤을 꼬박 새우며 날 기다렸어.”‘그때의 신지아도 지금 이런 기분이었을까?’양준명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지난 몇 년 동안 비슷한 일이 너무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사실 그가 줄곧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 하나 있었다.변도영이 아무리 애써 다시 쫓아간다 해도, 신지아가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식사를 마친 뒤 신지아는 윤형우와 근처 시장도 구경하며 고우빈과 연미주 일행에게 줄 현지 기념품도 몇 가지 샀다.그렇게 볼일을 모두 마친 뒤에야 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왔다.그 후 이틀 동안 신지아와 윤형우는 근처
신지아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창밖에서 어스름한 노란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침실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신지아는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저녁이라는 걸 보자 거의 침대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서둘러 욕실에서 씻고 나오니 거실 소파에 윤형우가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살며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잠이 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쉬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신지아는 얇은 담요 하나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가 그의 몸 위에 덮어 주었다.막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윤형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예상치 못한 힘에 휘말린 신지아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그의 몸 위로 쓰러졌다. 놀란 가슴을 안고 상체를 일으키려 했지만, 윤형우의 팔이 단단하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놓아주질 않았다.“널 먹고 싶은데 당장은 먹지도 못하니 잠깐만이라도 안고 있게 해 줘.”윤형우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신지아는 조금 어이없었지만 더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막 잠에서 깬 탓인지 윤형우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조명을 받아 맑고 예쁜 빛이 번졌다.이 얼굴만큼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나가서 뭐 좀 먹을래요?”신지아가 물었다.하루 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한 탓인지 신지아도 허기가 느껴졌다.윤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몇 군데 있어. 네 입맛에도 잘 맞을 거야.”“그럼 옷 갈아입고 올게요.”신지아는 몸을 일으켜 침실로 돌아가 검은색 슬립 원피스로 갈아입었다.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위에 작은 숄을 하나 더 걸쳤다.“숄 없는 게 더 예쁜데.”윤형우가 문틀에 느긋하게 기대선 채 의견을 냈다.신지아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정말요?”윤형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뽀얀 피부를 가진 신지아가 검은색 슬립 원피스를 입으니 피부가 한층 더 눈부시게 만들었다. 청순한 얼굴과 은근히 요염한 몸매가 어우러져 시선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신지아는 윤형우의 얼굴이 전보다 조금 더 창백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크게 다친 뒤부터 윤형우의 몸 상태는 계속 그다지 좋지 않은 듯했다.그런데 오늘은 유독 평소보다 더 가냘프고 병약해 보였다.“왜 그래? 아까부터 계속 그렇게 쳐다보고.”윤형우가 웃으며 신지아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내가 그렇게 잘생겼어?”신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형우 씨가 연예계에 안 간 건 정말 연예계의 큰 손실인 것 같아요.”윤형우가 웃었다.신지아는 잠시 망설이다 슬쩍 떠보듯 물었다.“요즘 몸은 좀 어때요?”윤형우는 잠시 멈칫하며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이후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오늘 밤 네가 직접 확인해 볼래?”신지아는 할 말을 잃었다.하지만 그날 밤은 확인해 볼 기회가 없었다.신지아는 생리가 시작되었다.윤형우는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지난번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무척 능숙하게 몸보신용 보양식까지 끓였다.그것도 수십 가지의 값비싼 재료를 한데 때려 넣은 것이었다.덕분에 신지아는 그걸 마시고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고, 새벽이 되어서야 비몽사몽인 상태로 겨우 잠이 들었다.원래 윤형우는 그녀를 데리고 밖에 나가 구경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신지아가 너무 피곤하게 잠든 모습을 보고는 깨우지 않았다.대신 그녀의 곁에 누워 책 한 권을 들고 조용히 읽었다.오후가 되자 윤해원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윤형우는 신지아가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가 전화를 받았다.연결되자마자 윤해원이 물었다.“지아 씨와 변도영 씨는 어떻게 된 거야?”윤형우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다 윤해원이 기사 하나를 보내주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했다.어떤 매체가 비행기 안과 공항에서 신지아와 변도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찍은 것이었다.그리고 그 사진만 가지고 두 사람이 재결합하려는 게 아니냐며 제멋대로 추측성 기사를 써낸 모양이었다.“지
공항 대합실.양준명은 전화를 끊은 뒤 카드 위에 펜으로 몇 줄을 적어 변도영에게 건넸다.“변 대표님, 여기가 윤형우 씨의 현재 거주지입니다.”말을 마친 양준명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신지아를 힐끗 바라봤다.순간 마음속에 온갖 감정이 뒤섞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어느 순간 변도영마저 자신이 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자기가 전처에게 현 남자친구의 주소를 알려주고 있다니?하지만 조금 전 비행기에서 그 여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자, 변도영은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내쉬며 미친 짓이라는 생각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과거 신지아가 그를 그렇게 오랫동안 쫓아다녔으니 이 정도는 자신이 빚진 셈 치면 됐다.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게 이토록 괴로운 일일 줄은 몰랐다.변도영은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뜬 뒤 신지아에게로 걸어갔다.그때 신지아는 고개를 숙인 채 윤형우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신지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가 눈앞의 사람을 확인하고 잠시 멍해졌다.“형우 씨가 왜 여기 있어요?”신지아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연락조차 닿지 않던 사람이 지금 그녀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흰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윤형우는 여전히 우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겼다.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더니 신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꿈에 지아가 여기 나오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해서 공항에 와봤지. 그런데 정말 왔네.”윤형우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리고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여전히 멍하니 있는 신지아를 바라봤다.“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안 안아줄 거야?”신지아는 몇 초간 넋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곧장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윤형우를 힘껏 끌어안았다.윤형우는 아예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공중에서 두 바퀴나 빙글빙글 돌았다.신지아를 내려놓은 뒤에는 볼을 살짝 꼬집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살 빠졌네.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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