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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진수현은 그녀를 욕조에 내던지고 밖으로 나갔다.

심윤아는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진수현이 떠나자 비로소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손을 뻗어 얼굴에 얼룩진 눈물을 가볍게 닦았다.

잠시 후, 그녀는 욕실 문을 잠그고 병원에서 받은 임신 진단서를 주머니에서 꺼냈다.진단서 내용은 이미 빗물에 씻겨 얼룩졌고 글씨가 흐릿해졌다. 서프라이즈로 보여 주고 싶었는데, 이제 전혀 쓸모가 없어졌다.

진수현과 한 이불을 덮고 잔 지도 2년이 되었는데, 그녀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진수현은 한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편인 것은 맞지만, 굳이 그녀에게 일부러 그런 메시지를 보내어 우산을 가져오라고 해놓고 다시 돌아가라고 농락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심윤아는 분명히 누군가가 그의 핸드폰을 가져가서 그녀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그녀를 우스꽝스러운 꼴로 만들려 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그녀가 우산을 쓰고 클럽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위층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키득거렸었다.

심윤아는 비에 젖은 진단서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자기 자신을 비웃으며 천천히 진단서를 찢어버렸다.

30분 후, 심윤아는 조용히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진수현은 소파에 앉아 늘씬한 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무릎에 노트북 하나를 올려놓고 못다 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심윤아가 나오는 것을 보고 진수현은 옆에 있는 생강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생강차야, 식기 전에 마셔.”

“알았어.”

심윤아는 앞으로 걸어가 생강차를 집어 들었다. 차를 마시려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심윤아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진수현을 불렀다.

“진수현.”

“왜? 할 말 있어?”

진수현의 말투는 냉담했다. 그는 대답하면서도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심윤아는 진수현의 날카로운 턱선을 바라보며 창백해진 입술 삐쭉 내밀었다. 그리고 진수현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다가 짜증이 났는지 별안간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심윤아는 핑크색이 겉도는 뽀얀 피부를 드러내고 있었고 입술 색도 금방 비를 맞고 돌아왔을 때처럼 창백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를 맞은 탓에 약간 아파 보이는 안색이었다.

그런 심윤아와 눈이 마주친 순간, 진수현의 마음속에서 욕망이 들끓어 올랐다.

심윤아는 마음이 복잡하여 진수현의 감정변화에 전혀 관심을 기울일 겨를이 없었고, 어렵지만, 하고 싶은 말을 꺼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 윽!”

심윤아가 핑크빛이 감도는 입술이 막 열렸을 때, 진수현은 주체할 수 없다는 듯 그녀의 턱을 꼬집으며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고 거칠게 키스했다.

그의 거친 손가락이 그녀의 하얀 피부에 순식간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진수현의 숨결은 매우 뜨거웠는데, 이 순간만큼은 마치 불덩이가 된 것 같았다. 심윤아는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진수현과의 키스에 거의 질식할 뻔했다.

심윤아가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어내려고 할 때, 마침 책상 위에 올려놓은 진수현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수현은 흠칫하더니 격렬한 키스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다시 심윤아의 입술에 가볍게 쪽하고 입술을 포개고 나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강차야, 식기 전에 마시고 일찍 자.”

그리고 일어나서 핸드폰을 들고 나갔다.

그는 전화하러 발코니로 나가더니 문을 닫았다.

심윤아는 키스에 정신이 팔려 잠시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일어났다.

그녀는 침실로 들어가지 않고 발코니로 향했다.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불어오는 밤바람과 함께 진수현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떠나지 않을 거야. 딴소리하지 말고 얼른 자.”

진수현의 목소리는 사르르 불어오는 밤바람처럼 부드러웠다.

심윤아는 잠시 서서 통화 내용을 엿듣다가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수현 씨도 이렇게 다정할 때가 있었구나. 애석하게도 그 상대는 내가 아니네.’

그녀는 침실로 돌아가서 침대 옆에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의 결혼은 원래부터 잘못된 선택이었고 단지 하나의 거래에 불과했다.

2년 전에 심윤아네 집이 파산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온 남성에게서 웃음거리가 되었다.

심씨 가문은 예전에 한창 잘나가는 시절에 너무나 많은 적수를 두게 되었기에 몰락한 후에 무수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심씨 가문의 큰딸을 자기 노리개로 만들 수만 있다면 대신 심씨 가문의 빚을 갚아줄 수도 있다고 호언장담하기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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