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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Author: 돈나무
육하린이 나타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듯 제멋대로 강서연의 맞은편에 앉더니,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이 받은 선물들을 훑어보았다.

"보아하니 다들 보주각 물건을 꽤 마음에 들어 하시는 모양입니다. 보주각의 주인으로서 참으로 기쁘네요."

사람들은 저마다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해 영남으로 유배를 갔던 것이 아닌가? 죄인의 딸이 경성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보주각의 주인까지 되었다는 말인가?'

"그해 우리 집안에 변고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 제 부군을 만난 덕분에 살길이 열렸습니다. 이년 전, 그는 저를 위해 거금을 들이고 온갖 연줄을 동원한 끝에 상점 스물여섯 곳을 열어 주었습니다. 아, 깜빡했네요. 여기도 제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육하린은 소지훈을 스치듯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도발하듯 강서연을 향해 웃어 보였다.

강서연은 숨이 턱 막혔다.

강서연은 이년 전, 한동안 소지훈이 유난히 바빴던 때를 떠올렸다. 밤이 되어도 집에 돌아오는 일이 드물었다.

그때 그는 군무로 바쁘다 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육하린에게 상점을 마련해 주느라 바빴던 것이다.

갑자기 가슴이 아파 오자,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서연아, 왜 그러느냐. 어디가 불편한 것이냐?"

소지훈이 곧바로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육하린은 부채를 흔들며 말했다.

"세자비께서는 여전히 몸이 약하시군요. 늘 이리 병약한 몰골이시니, 혼인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아직 자식 하나 없는 것이지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지훈은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어찌 감히 세자비에게 이토록 방자하게 구느냐! 썩 꺼져라!"

육하린의 뺨은 심하게 부어올랐다. 그녀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억울한 얼굴로 뛰쳐나갔다.

그녀가 떠나자 별실 안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지만, 강서연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소지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서연아, 대체 어디가 불편한 것이냐? 어의가 곧 도착할 것이다."

강서연은 그의 손을 밀어냈다.

"괜찮습니다. 바람을 좀 쐬면 나아질 것입니다. 따라오지 마십시오."

강서연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육하린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육하린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자께서 너 때문에 나를 때렸다 해서, 그의 마음속에서 네가 대단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나는 이미 그에게 아들딸을 낳아 주었고 그의 마음은 결국 내게 기울 수밖에 없다. 내가 아이들이 풍한에 걸렸다고 한마디만 하면, 그는 곧장 내게 달려올 것이다."

강서연이 별실로 돌아왔을 때, 아니나 다를까 소지훈의 얼굴에는 몹시 다급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서연아, 급한 일이 생겨 군영에 다녀와야겠다."

강서연은 그의 소매를 꼭 붙잡았다.

"오늘은 제 곁에 있겠다고 하셨잖습니까. 가지 마십시오. 제발요."

애원하는 듯하면서도 담담한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는 순간, 소지훈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치밀어 올랐다.

오늘 이곳을 떠나면, 아주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육하린이 아이들이 아프다고 했다. 그의 핏줄이니, 반드시 가 봐야 했다.

결국 그는 강서연이 붙잡은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 내며 말했다.

"서연아, 밤에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마. 알겠느냐?"

강서연은 눈을 감았다. 소지훈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연회를 이어 갈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세자부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기에, 근처 객잔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하지만 막 위층으로 올라간 순간, 반쯤 열린 옆방 문틈 사이로 낯익은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육하린은 억울한 듯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세자를 한순간이라도 뵙지 못하면 살 수가 없습니다. 너무 뵙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 그 연회에 찾아간 것입니다. 그런데 세자께서 강서연과 그토록 다정한 모습을 보이시니 질투가 나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괜히 모진 말을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저를 때리시다니요..."

소지훈은 그 말이 꽤 만족스러웠는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따뜻한 달걀을 가져다 붉게 부어오른 그녀의 뺨에 대 주었다.

"됐다. 더 울면 얼굴이 상하겠어. 네게 보상을 해 줄 테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해 보거라."

"그럼... 두 아이의 생일이 곧 다가오잖아요. 폐하께서 완남 땅을 하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땅을 우리 아이들에게 주십시오."

소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안 된다. 그곳은 서연의 아이에게 주려던 곳이다."

"제발요, 세자. 제가 도사에게 점을 보았는데, 그 땅이 우리 아이들의 사주와 아주 잘 맞아 두 아이에게 큰 복을 가져다준다고 했습니다. 제게 보상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소지훈은 결국 허락하고 말았다.

강서연은 문밖에 멍하니 서 있었다.

예전에 자신이 다쳤을 때도, 소지훈은 이렇게 고통을 덜어 주곤 했다.

그런데 다른 여인에게도 똑같이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것마저도, 육하린이 몇 마디만 애원하면 곧바로 마음을 바꿔 넘겨 버렸다.

그 순간, 강서연은 완전히 지쳐 버렸다.

하지만 소지훈을 떠나기만 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다.

내일이면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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