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을 마침 한걸음에 세 번 돌아보고 있는 임원한테 보였다.그녀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소한과 김단이 왜 갑자기 함께 안겼는지 몰랐다.머릿속에서 갑자기 소정원의 말이 생각났다.그녀는 김단이 일부러 소한을 꾀려고 한다고 말했다.그러니깐, 방금 김단이 그녀를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게 한 것은 그녀를 따돌리고 소한 오라버니를 꾀기 위해서인가?그녀는 마음이 몹시 당황하며 달려들어 그들 두 사람에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그녀는 또 매우 두려워했다.춘산거리에서 소한이 한 그 말은 여전히 귓가에 맴돌고 있다. 그녀는 소한이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다소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뛰어가서 질문하면 마치 화본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본처처럼 될까 봐 무서웠다.그녀는 소한이 김단의 곁에 서서 방금 자신을 감싸듯이 김단을 감싸줄까 봐 두려웠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자기와 김단이 소한의 마음속에 있는 위치는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는가?아니, 그렇게 될 수 없어!그녀는 소한의 마음속에 김단의 자리가 있는 것을 허락한다. 그러나, 그녀는 무조건 가장 많고 가장 큰 몫을 차지해야 한다!그리하여 그녀는 바로 자신의 시선을 거두고 뜨거운 눈물이 이 모든 것을 흐리게 하도록 내버려두었다.옆에 있던 명희는 걱정해서 말했다.“아씨, 나리와 마님을 찾으러 갈까요? 만약 그들이 큰 아씨가 이렇게 염치를 모르고 소 장군의 품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틀림없이 큰 아씨한테 책벌할 것입니다!”그러나 임원은 의외로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너는 내가 언니와 너무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싫느냐? 언니는 이미 나를 그렇게 미워하고 있는데...”“하지만......”명희는 또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임원이 끊었다.“됐어, 나랑 사당에 가자!”말을 마치자, 그녀는 성큼성큼 떠나가더니 다시는 감히 뒤돌아보지 못했다.그러나 만약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면, 다만 한 번만 더 봤더라도, 김단이 어떻게 소한을 밀어내고, 또 어떻게 연신 뒤로 몇 발짝 물러났는지 볼 수 있
소한의 시선은 숙희에게 끌려 드디어 김단의 얼굴에서 옮겨졌다.“네가 뭐라고?”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아주 가벼운 소리였지만 마치 큰 바위처럼 쉽게 숙희를 격퇴했다.숙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자신이 한마디만 더 했다간 소한이 자기 혀를 벨 것만 같다.어쨌든 여기는 진산군댁인데, 소 장군이 아무리 화가 나도 아씨에게 손을 대지 않을거라는 생각뿐이다.소한은 다시 김단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는 예전에 그를 보면 기쁨을 멈출 수 없었던 얼굴과 지금의 두려움이 가득한 이 얼굴이 점점 겹쳤다.마음속에는 이상한 느낌이 난데없이 떠올라 갈수록 짙어진다.그는 눈썹을 가라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이 오겠소? 아니면 내가 가오?”이런 위협적인 질문으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것 같다.하지만 김단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소한이 왜 이 말을 묻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답을 알고 있다.“소 장군이 올 필요도 없고. 저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의 거리가 바로 당신과 저 사이에 이후의 가장 좋은 거리입니다.”그녀는 소한이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지금의 소한이 아주 위험하다 해도, 그녀의 마음속에 소한에 대한 두려움이 이어도 이 말은 꼭 해야 한다. 이렇게 두세 걸음의 거리는 특별히 가깝지도, 멀지도 않아 그들이 표면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또 선을 넘지 않는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그녀는 결코 선을 넘을 수 없다.소한도 안 된다!소한은 당연히 김단의 뜻을 알아들었다. 바로 낮은 소리로 웃었다.“김 낭자는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오?”이 웃음소리에는 약간의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마치 김단이 착각했다고 비웃는 것 같다.김단은 약간 궁핍했다.맞아, 그가 그녀에게 뭘 할 수 있다고?그녀가 그토록 그를 사랑하고, 쫓고 있을 때도, 그는 그녀를 한 번도 더 보지 않았는데, 지금 그가 어떻게 그녀에게 무엇을 할 수 있다고?알 수 없는 슬픈 통증이 가슴속에 퍼지자, 김단은 입술을 깨
김단은 마침내 큰 마님은 만났다.그녀가 왔을 때, 큰 마님은 마침 방금 약을 마시고 있었다. 맥없이 침대 머리에 기대어 앉았는데, 수 나인이 김단이 왔다는 말을 듣고서야 큰 마님은 비로소 기력이 생긴 것처럼 몸을 일으켰다.“조모!”김단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오기 전에 그녀는 괜히 조모의 기분을 상할까 봐 조모를 만나면 절대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그러나 이때 조모의 이런 수척하고 허약한 모습을 보고 그녀의 눈물은 또 무기력하게 떨어졌다.이제 얼마 지났다고!조모는 그녀가 진산군댁에 돌아왔을 때와 비교하면 완전 다른 사람 같았다. 얼굴에는 아무런 생기도 없고,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배어 있었다.김단은 큰 마님을 보자 자신의 마음이 곧 깨질 것만 같았다.큰 마님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김단의 눈물을 닦았다.“내 귀한 손녀딸, 고생했어...”큰 마님은 김단이 임씨 부인에게 머리를 맞은 일을 모르고 있어, 지금 말한 것은 임학이 그녀를 해친 일이다.김단은 큰 마님을 달래기 위해 얼른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제가 도망쳤어요, 저 엄청 대단해요!”“그래, 그래!”큰 마님은 매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단이가 당연히 제일 대단하지! 절대 그 나쁜 놈에게 헤침을 당하지 않은 거다!”큰 마님은 자신의 유일한 친손자가 나쁜 놈이라고 한다.김단은 마음이 녹아서 참지 못하고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불렀다.“조모...”이렇게 부르기만 해도 그녀가 당한 그 억울함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큰 마님은 김단의 얼굴을 애틋하게 어루만졌다.“나는 네가 조모를 걱정해서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것도 알고, 네가 조모를 위해 네 오라버니를 고발하는 것을 포기한 것도 안다. 그러나 조모의 마음속에서 네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네가 무엇을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나는 단지 네가 평안하고 순조로운 것만 바랄 뿐, 다른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김단은 다소 놀라서 큰 마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원래 큰 마님이 진산군댁의
또 만나자고 약속하는 편지다.지난번의 약속에 대해, 비록 명정대군의 잘못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녀에게 약간의 안 좋은 기억을 가져다주었고, 그녀는 정말 만나러 가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자신이 그 이후로 명정대군을 만난 적이 없고, 상대방이 자신의 약혼자로서 그녀를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가지 않는 것 또한 인정에 어긋나는 것 같았다.머뭇거리고 있는데, 숙희의 소리가 들렸다.“아씨, 곧 봄이 오는데, 아씨께서 별당에 계속 있는 것도 좋지 않아요. 차라리 나가서 구경하고, 기분을 좀 풀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그렇기도 하지, 온종일 이 별당에서 있으면 조용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답답했다.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명왕은 그녀와 동쪽에 있는 대수 옆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오늘은 날씨가 좋아 바람도 없고 해가 몸에 비추는데 온기도 느껴졌다.물결이 반짝이는 호수면, 그리고 호수가 옆에는 드문드문 푸른 것이 보였다. 김단은 곧 봄이 올 것이라 확실했다.“아씨, 명정대군님 오셨어요.”숙희가 조용히 알렸다.김단은 그제야 몸을 돌려 명정대군의 마차가 먼 곳에서 천천히 오는 것을 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호숫가에 멈추었다.명정대군이 차에서 뛰어내리자, 곧 빠른 걸음으로 김단을 향해 걸어왔는데, 걸음걸이가 매우 초조했다.김단은 그의 이런 모습에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명정대군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갑자기 그녀를 안을까 봐 두려웠다.다행히도 명정대군은 자제했다.“며칠 전 일은 다 들었소. 어떻게 됐소? 상처가 아직도 아픈지오?”명정대군의 말투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부드러운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마치 그녀를 녹이려 하는 것만 같았다.어느 순간, 김단은 명정대군이 정말 자신을 걱정한다고 생각할 뻔했다.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이익 위에 세워진 것이기 때문에 그의 관심이 어떻게 진심일 수 있겠는가?김단은 마음속에 계산이 있다. 천천히 몸을 숙이고 인사를 하고서야 입을 열었다.“
김단은 사실 명정대군의 뜻을 이해한다.그들 두 사람의 혼인은 진산군댁과의 연결 위에 세워졌다.임학은 진산군댁의 후계자이다. 만약 그녀가 임학과 사이가 너무 나쁘면 명정대군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다만 김단은 그들을 보고 정말 좋은 표정을 짓지 못해 몸을 돌려 다시 호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사실 오늘 임 씨와 소 씨의 두 남매 외에 또 다른 아씨와 도련님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소정온과 관계가 아주 좋은 병부 판서의 둘째 아씨 송백선도 있다.이 사람들은 오늘 모두 명정대군의 체면을 보고 온 것이다.듣기 좋게 말하자면, 봄 나들이지.대놓고 말하면, 명정대 군이 사람이 많은 것을 빌어 김단과 임학의 관계를 완화하려 한 것이다.그러나 예전에 명정대군은 그녀를 위해 임학을 심하게 다치게 하기도 했는데....그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니 김단의 마음속에 한기가 솟아올랐다.도련님과 아씨들이 다가와서 명정대군에게 인사를 하였는데, 다만 오늘은 봄나들이니, 예의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조금이나마 인사가 예의 바르지 못했다.소정온은 명정대군에게 인사를 한 후 곧장 김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김단의 옆모습을 살펴보다가, 그녀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김 낭자는 왜 돌아서지 않소? 설마 명정대군과 결혼하기도 전에 명정빈의 허세를 부리기 시작한 것은 아니지오?”그녀는 김단을 비웃으려 하는 것이다.그러나 김단은 여전히 그녀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네가 지금 나에게 명정빈의 인사를 하고 싶어도 난 그만한 자격이 있소.”“너!”소정온은 무의식적으로 화를 내고 싶었지만, 곁눈질로 옆에 있는 명정대군을 보고 결국 참았다.오늘 오기 전에 아버지와 오라버니 모두 그녀에게 일을 일으키지 말라고 했다.오히려 송백선이 웃으며 소정온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김 낭자는 보아하니 여전히 임 낭자에게 화가 나 있는 것 같소. 우리 여기서 끼어들지 말고 저쪽으로 가서 구경이나 하오!”말하면서 소정온을 끌고
김단이 여전히 자기를 상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정온은 더욱 화가 났다.마치 자신이 최선을 다한 주먹이 솜에 부딪힌 것처럼 그 무력감은 그녀의 마음속 분노를 갑자기 증폭시켰다.그러자 소리를 높여 물었다.“김 낭자는 도대체 내 오라버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소? 왜 이미 명정대군과 혼약을 맺었고, 우리 오라버니와 혼인한 사람이 임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여전히 여러 번 내 오라버니의 품에 뛰어든 거지오?”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거의 놀라 멍해졌다.멀지 않은 곳에서 구경을 기다리던 도련님 아씨들도 하나같이 놀란 기색을 보였다.김단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소정온을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매서운 경고가 배었다.그러나 소정온은 여전히 정의로운 모습으로 턱을 약간 들어올렸다.“김 낭자, 놀랄 필요가 없소. 모두 임원이 직접 본 것이오. 자네가 그날 고의로 임원을 따돌리고, 결국 임원이 가자마자 당신이 내 오라버니의 품속으로 파고들었지 않았소? 그리고 그날 춘산 거리에서도 자네가...”“조심하세요!”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에 소정온의 말이 끊어졌다.이에 따라 물 한 주전자가 모두 소정온의 얼굴에 뿌려졌다.“아!” 소정온이 비명을 지르며 즉시 숙희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천박한 년아, 감히 나에게 물을 끼얹어?”숙희는 무고한 얼굴로 김단의 뒤로 숨느라 바빴다.“아닙니다, 아닙니다, 소인이 하마터면 걸려 넘어질 뻔해서 실수로 뿌렸습니다!”그러나 김단은 숙희의 그 무고한 얼굴에 나타난 교활함을 보았다.이 계집애가 일부러 그런 거다!그녀는 마음속으로는 웃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소정온을 주시하고 있었다.“내 시녀가 무심한 실수로 자네에게 뿌렸지만 자네는 고의라고 말하고 있소. 마치 그날 내가 실수로 걸려 넘어질 뻔한 걸 소 장군이 구해줬는데, 당신은 기어코 내가 일부러 소 장군의 품에 뛰어들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소. 소 낭자, 당신도 어쨌든 대갓집 규슈인데, 계속 이렇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면,
이 한마디로 임원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그녀는 소한이 김단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안다.그래서 그날 자신이 본 것은 사실 소한이 주동적으로 김단을 안았단 말인가?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쪽에서는 작은 소리의 조롱이 들렸다.“옛날에 김 낭자가 소 장군의 뒤를 쫓아도 쫓아낼 수 없이 따라다녔는데, 지금 어떻게 염치없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송백선이다.그녀의 말소리와 함께 자리에 있는 아씨 도련님들은 잇달아 웃었다.맞아, 옛날의 김단은 오로지 소한을 따랐고, 눈에도 소한만 보였다.그녀의 사랑은 뜨겁고, 맹렬하고, 광명정대했다!그래서 온 한양 사람들이 그녀가 소한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러나 3년 후, 그녀의 사랑은 우스갯소리가 되었다.슬픈가?당연하다.자신의 그 사랑이 언젠가 웃음거리가 될 줄 알았다면...그녀는 분명히 소한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다!지금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송 낭자도 '옛날'이라는 두 글자를 알고 있군요. 옛날에 송나리가 아직 병부 판서가 아니었을 때 송 낭자가 진산군댁에게 보낸 선물이 하마터면 하인에게 던져버릴 뻔한 것 기억도 있는데...”사람들 앞에서 옛날의 난감한 사실을 들먹이니, 송백선은 김단처럼 굳은 정력이 없어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김단은 차갑게 그녀를 힐끗 보고, 마지막에 임원을 바라보았다.“더군다나, 너희들은 명정대군의 면전에서 나와 소 장군을 모독하는데, 도대체 무슨 속셈이오?”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일은 모독이다.임원은 그날 김단이 주동적으로 소한의 품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심지어 그날 자신이 본 것이 소한의 주동이라는 것까지 의심하고 있다.김단이 이렇게 묻는 것을 듣고, 그녀는 제 발 저려 고개를 숙였다.그녀 눈 밑의 당황함이 이렇게 분명한데, 임학은 마침내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나섰다.“김단, 너!”다시 또 명정대군을 바라보며 말투가 공손해졌다.“모독을 말하는 것도 너무 심각합니다. 생각해
임원은 오늘 특별히 두 개의 비녀를 썼는데, 하나는 임학이 직접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작년 생일 때 소한이 선물한 것이다.이 두 개의 비녀는 모두 그녀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기 때문에 비록 두 개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어도 그녀는 함께 차고 왔다.임원이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소정온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김단을 한번 보았지만, 김단의 얼굴이 배 밖으로 향해 마치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지 못한 것 같았다.임원은 왠지 좀 실망했다.그러자 소정온이 또 말하는 것을 들었다.“생각해 보니, 원이, 네 생일이 곧 다가오는데 올해 오라버니가 너에게 무슨 선물을 할지 모르겠소!”말이 떨어지자, 명정대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단이도 임 낭자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소. 이렇게 말하면 단이의 생일도 곧 다가오는데, 무엇을 갖고 싶소?”명정대군의 말투가 너무 부드러워서 김단도 그를 상대하지 않을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려 명정대군을 향해 살짝 웃었다."소인은 생일을 보내는 것을 싫어합니다. 갖고 싶은 것도 없사옵니다. 대군자가의 관심에 감사할 뿐입니다.”그녀가 말한 것은 사실이다.세답방에 들어간 첫해에 그녀는 생일날 세답방에서 꼬박 하루를 기다렸다.뭘 기다리냐고?임학이 그녀를 데리러 오기를 기다릴 수도 있고, 소한을 기다릴 수도 있다.아니면, 진산군댁에서 보내온 작은 선물을 기다리거나!그것은 적어도 그녀가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그러나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부터 자정의 달빛이 그녀에게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으나, 결국 생일 축하 한마디 기다리지 못했다.그녀는 이전의 생일은 모두 그녀의 일방적으로 기대한 것이고, 그 생일의 축복도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이미 그들에게 잊혀졌다..그래서 그녀는 더 이상 생일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그러나 이 말은 임학의 귀에는 억지스럽게 들렸을 뿐이다!그는 김단이 생일 쉬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기억한다.매번 거의 보름
이튿날 아침, 김단은 궁무를 맡지 않았기에 평양관저에 머물며 맹영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맹영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김단의 곁에 있을 때만큼은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조용한 정원, 김단은 맹영지와 함께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계수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숙희가 건네준 과자가 들려 있었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있었다. 맹영지는 고개를 들어 만개한 계화를 바라보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소하가 평양관저를 찾아왔으나 그는 맹영지와의 만남을 최대한 피하려 애썼다. 아마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김단은 맹영지를 바라보며 과거 소하가 왜 그리도 그녀를 칭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한때 소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인답게 그녀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가까웠던 두 사람이었는데 맹영지는 어쩌다 소하에게 독을 먹이려 했던 것일까?김단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맹영지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김단이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평양관저의 겸인이 급히 달려와 말했다.“아가씨, 맹가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이런 큰일이 발생했으니 맹씨 집안에서 그녀를 보러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단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겸인에게 말했다.“알겠소. 이리로 모셔오시오.”잠시 후, 맹씨 부인이 정원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김단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한 뒤 슬픈 눈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김 의원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의원님이 아니었다면 제 딸이 그 짐승 같은 자에게 학대받으며 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맹씨 부인의 눈동자가 붉어졌다.김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하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과찬이십니다, 맹씨 부인. 민태훈, 그 자의 말에 따르면 맹영지 아가씨의 병은 이미 4~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완전히 회
소한은 코웃음을 치며 말없이 등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하의 조용한 목소리가 방안의 침묵을 깨뜨렸다.“이번에는 정말 잘했어.”영의정 저택에서 벌어진 일은 소한이 형벌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소하의 귀에 들어갔다. 만약 소한이 과감하게 영의정 저택에 침입하지 않았다면 김단은 쉽게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민씨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김단을 해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녀가 겪었을 모욕과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소하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소한은 많이 당황한 듯했다.“제가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때로는 그 충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소한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김단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에 그녀도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듯했지만 곧 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였다. 김단은 마차에 오를 때까지 자신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과거의 그녀였다면 그가 나타나자마자 바로 그의 품에 안기며 그를 향해 미소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렸다. 자신을 외면하는 그녀가 소한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며 굳게 결심했다.그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이미 어떤 대가든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반 시진 후, 김단은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러자 숙희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아가씨?”김단은 정신을 차리고 숙희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냐?”“두 도련님께서는 모두 돌아가셨습니다.”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 발생한 일을 되새겨 보았다. 그녀는 소한이 오랫동안 계획해 온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도 그는 소가를 위해, 전하를 위해 심지어 임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그녀만은 제외였다.그녀는 소한이 자신의 어머니를 걱정하는 척하며 평양관저로 따라온 것도 단지 자신의 동정심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상처
김단은 아무 말 없이 소한을 부축하며 걸었다. 궐에서 나오는 길은 유난히 길고 고요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느렸으며 말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궐문에 도착했을 때 소한의 마차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아마도 말을 타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상태로 다시 말을 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된 김단은 곁에 있던 경씨에게 부탁했다.“도령님, 장군님을 먼저 집으로 모셔다 주실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소한이 놀란 듯 김단을 바라보며 물었다.“내게 약을 발라주지 않겠다는 것이오?”김단도 당황해하며 되물어 보았다.“소가에는 의원이 없습니까?”소한은 김단의 물음에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니께서 내가 또 다쳤다는 걸 아시면 얼마나 걱정하겠소? 그러니 그냥 근처에서 치료받을 것이오. 낭자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돌아가시오.”김단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먼저 평양관저로 함께 가서 약을 바르시죠.”소한은 그녀의 제안에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불편하지 않겠소?”김단은 그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괜찮습니다.”그렇게 소한은 김단과 함께 평양관저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김단의 몸종 숙희였다.소한을 발견한 그녀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러자 김단이 숙희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숙희야, 장군님을 객실로 안내해 주거라. 나는 약을 준비하러 가야겠구나.”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김단의 지시를 따랐다.객실에 혼자 남은 소한은 조심스럽게 상의를 벗고 등을 드러냈다. 그의 등에는 형벌로 인한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등을 바라보며 오늘의 형벌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음을 깨달았다.하지만 그는 김단이 이 상처를 보면 마음 아파할 것이라 생각하며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잠시 후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약을 들고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 속에서 전하는 이해 안 되는 듯한 어투로 물었다,“조선의 장군인 네가, 수많은 전공을 세운 네가, 원하는 여인 하나 얻는 것이 그리 어렵단 말이냐? 어찌 김단 하나 때문에 수년간 공들여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야? 그 낭자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전하의 말투는 엄중했지만 그 속에는 실망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그러자 소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그렇습니다.”전하는 눈썹을 찌푸리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김 의원, 들었소?”그 순간 소한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조용히 서있는 김단이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소한은 그녀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이 모든 대화를 들었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소한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김단, 왜 이곳에 있는 것이오?”그녀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전하에게 예를 올렸다.“소녀 김단, 전하를 뵙습니다.”전하는 손짓으로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일어나거라. 오늘 발생한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해 보거라.”김단은 소한을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차분하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다. “제가 직접 목격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민대부를 제외하고는 영의정 댁 장남의 부인에게 감히 손을 댈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전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맹 낭자의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두 명의 궁녀를 보내겠다. 평양관저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거라.”학대의 이유가 무엇이든 맹영지는 필시 중전의 친척이었다. 만약 폭력을 가한 사람이 민대부라고 할지라도 이는 중전의 가문을 모욕하는 행위와 다름없었기에 결코 그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전하는 소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쩌면 네 죄가 묻힐 수도 있겠구나.”민씨 가문의 잘못이 드러나게 된다면
소한은 곧바로 병사들과 함께 어서재에서 물러났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향 한 자루가 탈 정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소한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본 전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냉랭하게 물었다.“영의정이 너를 더 때리라고 명하지 않았느냐?”소한은 조용히 전하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대답했다.“전하의 깊은 뜻을 아는 자입니다. 그러니 더 심한 처벌을 요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전하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물었다.“그렇다면, 내 뜻이 무엇이더냐?”소한은 고개를 들어 전하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전하께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영의정을 불러 제가 벌을 받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하셨죠. 그리고 동시에 제가 전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셨습니다. 전하께서는 영의정이 이 사실을 눈치채기 바라신 것 아니었습니까?”전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붓을 책상에 내던지며 소리쳤다.“이 불경한 자식아! 내 너를 아낀다고 해서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영의정 저택 외에 또 어디에 첩자를 심어두었느냐?”소한은 눈을 내리깔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3품 이상의 모든 관료의 집에 첩자를 두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전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소한을 가리켰지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였다.그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참 동안 방안을 서성이었다.잠시 후 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네가 감히! 그렇게 많은 곳에 첩자를 심어두고 무슨 일을 꾸미려는 것이냐? 이렇게 행동하면 내가 소씨 집안을 멸문시켜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소한은 여전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조용히 말했다.“저도 위험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다섯 해 전, 저희 소가는 거의 멸문 당할 뻔했습니다.”그 해 소하가 지닌 병권은 다른 집안의 탐욕스러운 먹잇감이 되었고 그로 인해 조정의 문
김단은 그제야 잊고 있었던 민태훈을 떠올렸다.그녀는 맹영지를 몸종에게 맡기고 민태훈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허벅지에 박힌 은침을 뽑아냈다.침이 빠져나가자마자 민태훈은 마치 고통에서 해방되기라도 한 듯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한 가닥의 은침이 이토록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큰 마님은 김단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그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말이다.그때 경씨가 마차를 몰고 도착했다. 김단과 몸종이 맹영지를 부축하며 걸어 나오자 경씨는 놀란 얼굴로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낭자, 괜찮소?”방금 전 김단이 영의정 저택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소한은 급히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덕분에 한발 늦게 도착한 경씨는 자신이 더 일찍 김단을 챙기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말했다.“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소.“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저는 괜찮습니다. 먼저 맹 아가씨를 평양관저로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김단과 몸종이 맹영지를 부축하며 마차에 오르자 경씨는 바로 마차를 출발 시켰다.김단은 마차에 오르기 전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조용히 서 있는 소한에게로 향했다. 소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김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소한은 그런 김단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 후 소한은 곧장 궁으로 향했다.어서재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오늘 영의정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에게 보고했다.그의 말을 들은 전하는 노여움을 감추지 못하며 소한을 꾸짖었다.“네가 감히 허락도 없이 영의정 저택을 침입했단 말이냐? 정말 대담하구나! 내가 너를 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느냐?”그러나 소한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벌을 달게 받겠습니다.“전하는 그의 담담한 태도에 더 분노하며 외쳤다.“민가
김단은 민씨 부인의 말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파악했다.보내서는 안 된다라...오늘 이 자리에서 맹영지뿐만 아니라 김단 자신도 민가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김단은 민씨 부인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릴 줄 몰랐다.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김단의 눈빛이 서서히 날카롭게 변해갔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분노와 실망이 교차했다.큰 마님은 민씨 부인의 표정을 보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했다.맹영지의 몸에는 증거가 남아있었고 그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하지만 지금 김단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분명 궐로 들어가 이 일을 고발할 게 뻔했다.지금 김단을 적으로 돌린다면 그에 따른 후과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큰 마님은 사랑하는 손자를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김단을 보내면 민태훈의 입지가 위험해질 것이고 보내지 않는다면 민가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기에 그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그때, 한 하인이 급히 달려와 외쳤다.“큰 마님! 소 장군님께서 오셨습니다!”소 장군? 소한을 말하는 것인가?그의 이름이 언급되자 큰 마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소한이 이렇게 빨리 이곳에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김단도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가 생각에 잠긴 사이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큰 마님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되어 송구합니다.”모두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당당하게 정원으로 걸어 들어오는 소한의 모습이었다.“소한, 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대체 영의정 저택을 무엇으로 보시는 것이오? 이곳은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오.”소한은 그 말을 한 사람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이런 무례를 범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곧 전하 앞에서 사죄드리지요.”그는 정원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큰 마님에게 다가가 정중히 인사했다.
머뭇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김단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마님,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저를 막으신다면 저는 곧장 궐로 가 이 모든 일을 고할 것입니다.”그녀의 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그 안에는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김단의 말이 끝나자 민가의 사람들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큰 마님은 눈썹을 찌푸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그녀는 김단이 단순한 의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김단은 진산군 댁의 적녀이자 평양원군의 의남매이다. 그리고 그녀는 소가의 두 형제와도 깊은 인연이 있었다. 지금 그녀를 적대시하는 것은 곧 여러 권세 있는 가문을 적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큰 마님은 민태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통에 찬 얼굴로 땀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그러나 동시에 마음속에는 김단에 대한 의심도 피어올랐다. 만약 그녀의 말이 과장된 것이라면 민씨 가문은 부당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한참을 고민하던 큰 마님은 굳게 결심한 듯 민씨 부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네가 직접 확인해 보거라. 만약 낭자의 말이 거짓이라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민씨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단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김단은 조심스럽게 맹영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녀의 팔 안쪽에는 선명한 멍 자국이 여러 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민씨 부인은 숨을 들이켰다.“이런 상처가… 정말로…”그녀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김단은 차분하게 말했다.“다리 쪽은 더 심각합니다. 보시겠습니까?”민씨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이 상처, 정말로 태훈이의 짓입니까?”김단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닙니다.”그 말에 민씨 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태훈이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착하고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었단 말입니다.”김단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공주의 이름이 거론되자 민씨 일가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스쳤다. 그러나 큰 마님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낭자가 공주의 명을 받고 우리 영의정 저택에 들어와 병자를 돌보는 것은 알겠소. 허나 공주의 허락 없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무엄한 일이오. 공주라 할지라도 국법을 지켜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함부로 공주의 이름을 빌어 협박하지 마시오.”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단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참으로 옳은 말씀이십니다.”민가의 큰 마님은 김단이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신을 치켜세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단의 입가에는 더욱 짙은 미소가 떠올랐고 눈빛에는 경멸이 스쳤다.“공주님께서도 국법을 지키셔야 하는데 민가의 사람들은 더욱 그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민가의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높이며 반박했다.“그게 무슨 뜻이오? 우리 민씨 일가는 예로부터 법을 준수하며 국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소!”“김 의원께서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우리 민가에 누명을 씌우려는 것 아니오?” 김단은 그저 조용히 서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김단의 이런 차분한 태도가 큰 마님의 신경을 건드렸다.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김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큰 며늘 아씨는 중전마마의 친조카이시며 공주자가의 사촌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의 치료를 맡게 되었지요. 원래는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으나 오늘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누군가가 큰 며늘 아씨의 회복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의원으로서 제 환자가 이곳에서 고통받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니 제가 데려가야겠습니다. 만약 제 앞을 가로막으신다면 다음번에는 민대부님의 다리에 은침을 꽂아 버릴 것입니다.”이에 큰 마님은 지팡이를 바닥에 세게 내리치며 외쳤다.“허튼소리 마시오! 낭자의 의술이 부족해서 생긴 일을 왜 우리한테 덮어씌우려는 것이오?”“맞소! 무슨 명의의 제자라더니... 다 헛소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