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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作者: 적매화
“보지 마시오.”

낮고 깊은 목소리에 김단은 본능적으로 손을 내렸다. 놀라움과 두려움에 멎어 있던 심장이 다시금 뛰기 시작했고 그제야 살아 있다는 감각이 천천히 돌아오는 것 같았다. 넓은 삿갓이 조심스레 그녀의 머리에 씌워졌고 챙이 넓어 세상이 어둑하게 가려졌다.

“먼저 말 위에 올라가시오.”

분명 최지습의 목소리였다. 김단은 어떻게 그의 품에 안겨 말 등에 올라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칼끝이 자신을 겨누었던 그 순간, 죽음을 직감했던 그 순간, 모든 감각이 새하얗게 날아갔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산속 움막 안에서 있었다. 모닥불의 따뜻한 기운이 퍼져오고 젖은 몸이 서서히 녹아들면서 비로소 이게 꿈이 아님을 깨달았다. 지금 이곳에는 최지습이 앉아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다섯 번째 도령이 경 씨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었으며 숙희가 임학의 팔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었다.

“이리 와서 앉으시오.”

최지습이 가볍게 그녀를 불렀다. 김단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모닥불 쪽으로 다가갔다. 불빛에 손을 비추자 서늘했던 손끝에도 온기가 퍼졌다. 젖은 옷이 타닥거리며 마르는 소리가 귀에 스치자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최지습을 바라보았다.

“도령님께서는 어찌…”

그는 분명 변방에 있어야 하는데 어째서 이런 숲속에 나타난 것일까? 김단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본 다섯 번째 도령이 웃음을 터뜨렸다.

“낭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오. 낭자가 떠나기 전, 전하께서 이미 우리에게 밀서를 보내셨소.”

전하는 김단보다 훨씬 먼저 중전과 세자의 음모를 간파하고 있었다. 최지습은 밀서를 받자마자 다섯 번째 도령을 데리고 달려온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비를 피해 들르려던 폐사 근처에서 칼부림 소리가 들렸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가서 확인해 보다가 김단일행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운 좋게 낭자를 찾은 것이오.”

도령이 웃으면서 말하자 김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얼굴에는 여전히 얼떨떨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 최지습은 지그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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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84화

    이튿날 새벽, 아직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김단 일행은 길을 나섰다. 한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은 인근의 작은 읍내에 도착했다. 연이은 도주와 전날 밤의 암살 위협으로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조용한 마을에 머물며 이틀쯤 휴식을 취하기로 뜻을 모았다. 무엇보다 부상을 입은 임학과 경 씨를 생각하면 더는 무리할 수 없었다.여인숙의 작은 별채 안, 식탁에 둘러앉은 일행 앞에는 따끈한 밥상과 맛깔스러운 찬이 차려졌다. 그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말없이 젓가락만 놀렸다. 긴장이 풀리고 저마다 조심스레 웃음을 띠기 시작했을 때, 다섯 번째 도령이 감자기 배를 움켜쥐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큰일 났소. 나 어디 좀 다녀오겠소!”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헐레벌떡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의 발걸음이 어찌나 성급했던지 문짝이 덜컥거리기까지 했다. 절박한 그의 모습에 숙희는 깜짝 놀라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설마, 음식이 잘못된 걸까요?”김단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모두 같은 걸 먹었으니 음식 탓은 아닐 거다. 아마 어젯밤 찬 기운을 심하게 맞은 탓이겠지. 좀 이따 내가 진맥해보마.”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배탈 정도라면 그녀도 쉽게 다스릴 수 있는 병증이었다. 하지만 그때 임학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군자가, 무슨 일 있습니까?”김단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최지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패었고 눈빛에는 말 못 할 무거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 김단은 본능적으로 위화감을 느꼈다. 겨우 배탈 하나 때문에 최지습이 저런 얼굴을 할리 없었다. 최지습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병영을 떠나기 전, 병사들 사이에 복통과 설사가 퍼지기 시작했었다. 너의 세 번째 도령, 네 번째 도령, 그리고 여덟 번째 도령도 모두 같은 증상을 보였지. 초기에 군의관이 처방한 약으로 병세가 완화되었었지만 병에 걸린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김단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83화

    “정말 정확했소.”곁에 있던 경 씨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낭자가 아니었다면 난 벌써 저세상 사람이었을 것이오. 그러니 응당 숙희 아가씨에게 깊이 감사드려야 마땅하겠지.”“아, 그런 뜻은 아닙니다.”숙희는 부끄러운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지만 얼굴 가득 번지는 웃음은 끝내 감추지 못했다.“제가 맞추는 것도 잘하고 힘도 좋으니까 스승을 모시면서 제대로 무공을 배운다면 엄청난 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알고 보니 이 아이는 이미 마음속으로 무림 고수가 되는 상상을 한참 펼쳐놓고 있었던 것이다. 경 씨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숙희 낭자가 원한다면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소.”“정말입니까?”숙희의 두 눈이 반짝였다.“경 도령님께서 진짜로 가르쳐 주시는 겁니까?”경 씨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숙희는 망설임 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향해 두 번이나 있는 힘껏 절을 올렸다.“그럼 이제, 스승님께 큰 절을 올리겠습니다.”그 광경에 경 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렇게 쉽게 정하는 것이오?”숙희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어쨌든 절까지 했으니 이제 도령님은 제 스승이십니다. 이 결정을 절대 후회하지 마세요!”“후회하지 않을 것이오.”경 씨는 쾌활하게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똑똑한 제자를 두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소.”숙희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며 김단을 바라보았다. 무공을 익히게 된다면 김단에게 짐이 되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그녀를 지켜주리라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밤은 점점 깊어갔고 움막 안의 공기는 한결 포근해졌다. 젖었던 옷가지들도 모닥불의 열기에 바짝 말라 사람들은 하나둘 편안한 자리를 찾아 쓰러지듯 눕거나 기대어 잠이 들었다.김단도 역시 숙희 곁에 기대에 눈을 감았지만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감정에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소리 없이 움막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비는 이미 그쳤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82화

    모닥불의 따스한 기운이 금세 움막 안을 가득 채웠다. 서늘했던 공기마저도 이내 온기를 머금었고 연이어 사람들의 얼굴에는 안도와 미소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며칠 동안 생사를 넘나들며 자객들의 추격에 시달리던 불안과 두려움은 마치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린 듯했다.임학과 경 씨는 약을 다 바른 뒤 조심스레 모닥불 옆에 자리를 잡았다. 다섯 번째 도령은 품에서 기름종이에 곱게 싼 고기전을 꺼내어 하나씩 나누어주었다.“낮에 앞마을에서 산 것이오. 상하기 전에 얼른 먹자고.”다행히도 기름종이 덕분에 고기전은 빗물에 젖지 않았다. 고된 여정에 지쳐있던 일행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음식이었다. 죽을 고비를 넘긴 그들은 하나같이 허기에 지쳐 있었고 고기전을 손에 쥔 순간 아무 말 없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움막 안에는 오직 음식 씹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김단 일행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저마다 가슴속에는 다른 파문이 조용히 일고 있었다.경 씨는 김단을 힐끗 바라보며 가슴 한편에서 따스한 감정이 번져나가는 걸 느꼈다. 병사는 본디 목숨을 걸고 주군을 지키는 자리이다. 과거 최지습을 위해 그랬듯, 지금은 김단을 지키는 것이 그의 사명이었다. 그렇기에 김단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임학 또한 김단을 향해 자꾸만 시선을 흘겼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김단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경 씨만도 못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김단은 분명 경 씨만 데리고 멀리 떠날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녀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다시 자객들과 맞섰다. 어릴 적부터 쌓아온 남매의 정이 아직 김단의 가슴 한편에 남아 있었던 것일까? 임학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그는 너무 약했다. 몇몇 죽음의 사내들조차 온전히 상대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만약 김단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그녀를 지킬 수 있겠는가?임학은 자신을 자책하며 손에 쥔 고기전을 크게 베어 물었다. 거친 한 입에 고기전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81화

    “보지 마시오.”낮고 깊은 목소리에 김단은 본능적으로 손을 내렸다. 놀라움과 두려움에 멎어 있던 심장이 다시금 뛰기 시작했고 그제야 살아 있다는 감각이 천천히 돌아오는 것 같았다. 넓은 삿갓이 조심스레 그녀의 머리에 씌워졌고 챙이 넓어 세상이 어둑하게 가려졌다.“먼저 말 위에 올라가시오.”분명 최지습의 목소리였다. 김단은 어떻게 그의 품에 안겨 말 등에 올라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칼끝이 자신을 겨누었던 그 순간, 죽음을 직감했던 그 순간, 모든 감각이 새하얗게 날아갔다.그러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산속 움막 안에서 있었다. 모닥불의 따뜻한 기운이 퍼져오고 젖은 몸이 서서히 녹아들면서 비로소 이게 꿈이 아님을 깨달았다. 지금 이곳에는 최지습이 앉아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다섯 번째 도령이 경 씨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었으며 숙희가 임학의 팔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었다.“이리 와서 앉으시오.”최지습이 가볍게 그녀를 불렀다. 김단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모닥불 쪽으로 다가갔다. 불빛에 손을 비추자 서늘했던 손끝에도 온기가 퍼졌다. 젖은 옷이 타닥거리며 마르는 소리가 귀에 스치자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최지습을 바라보았다.“도령님께서는 어찌…”그는 분명 변방에 있어야 하는데 어째서 이런 숲속에 나타난 것일까? 김단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본 다섯 번째 도령이 웃음을 터뜨렸다.“낭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오. 낭자가 떠나기 전, 전하께서 이미 우리에게 밀서를 보내셨소.”전하는 김단보다 훨씬 먼저 중전과 세자의 음모를 간파하고 있었다. 최지습은 밀서를 받자마자 다섯 번째 도령을 데리고 달려온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비를 피해 들르려던 폐사 근처에서 칼부림 소리가 들렸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가서 확인해 보다가 김단일행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운 좋게 낭자를 찾은 것이오.”도령이 웃으면서 말하자 김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얼굴에는 여전히 얼떨떨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 최지습은 지그시 그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80화

    경 씨의 상처는 심각했고 시간을 끌수록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다. 김단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를 부축하며 달렸다.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본 검은 그림자들은 다시 무리를 지어 덤벼들었다. 임학은 곧장 검을 쥐고 그들과 맞섰다. 비를 뚫고 퍼지며 부딪히는 칼날 소리가 귀를 찔렀다. 숙희도 김단을 돕기 위해 말에서 뛰어내렸다. 김단은 곧바로 숙희에게 경 도령을 맡기며 입을 열었다.“말에 태우거라. 감색 뚜껑이 달린 병, 그게 바로 치료 약이다. 얼른 상처를 치료하고 안전한 곳으로 모시거라.”짧게 명령을 내린 김단은 몸을 돌려 다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숙희는 다급하게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외쳤다.“아가씨!”숙희의 얼굴은 눈물과 빗물로 얼룩져 있었다. 김단은 잠시 멈칫했지만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도련님만 두고 갈 수 없어.”그녀는 짧게 대답한 뒤 힘껏 숙희의 손을 뿌리치고 임학이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그곳에서 임학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몇 번 공격을 막아냈지만 임학의 무예는 경 씨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거의 검은 곧 자객들에 의해 땅여 내동댕이쳐졌다. 검이 임학의 가슴을 향해 내리꽂히려던 순간,‘퍽!’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가 자객이 들고 있던 검을 튕겨버렸다. 임학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 명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러나 또 다른 칼날이 그를 향해 날아들면서 그의 오른팔을 스쳤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검은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김단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크나큰 충격에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했고 나무 뒤에 숨어있던 그녀는 결국 앞으로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한 명의 자객이 그녀 앞으로 달려왔다. 피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자객의 칼끝이 그녀의 심장을 겨누려던 찰나 어디 선간 손이 튀어나오더니 그녀의 눈을 가렸다. 바로 이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무언가가 땅에 떨어지더니 뜨거운 액체가 그녀의 발등을 적셨다.“모두 죽이거라.”뒤에서 울려 퍼지는 낮고 깊은 목소리. 그 목소리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9화

    “네가 남으면 너도 죽는다!”임학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거역을 하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압박이 담겨 있었다.“안 됩니다. 저는 경 도령을 혼자 남겨둘 수 없어요.”김단은 온 힘을 다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임학은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렸다.“경 씨는 원래부터 너의 곁을 지키라는 명을 받은 사람이다. 너를 위해 죽는 것은 그가 해야 할 일이야.”김단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경 씨는 한결같이 김단의 뒤에서 묵묵히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런 그를 죽음으로 내모는 임학에 그녀는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김단은 참지 않고 말 등에서 몸을 비틀어 그대로 떨어졌다. 임학은 놀라 고삐를 당겼고 말은 불안하게 울부짖으며 멈춰 섰다. 비틀거리는 김단의 모습을 본 숙희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허둥지둥 말을 멈춰 세웠다.김단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쏟아지는 비로 인해 그녀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눈빛만은 맑고 또렷했다. 그녀는 비바람을 가르며 울부짖듯 외쳤다.“임학! 이 세상에는 태어날 때부터 죽어야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도, 경 도령도, 아무도! 그럴만한 이유는 없어요!”그 말만 남기고 김단은 경 도령을 향해 달려갔다. 그 순간 경 씨는 이미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다. 몇 명의 자객들은 긴 검을 번쩍 들어 억지로 그의 몸을 누르고 있었다.경 도령이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날 틈조차 없었다. 김단은 허리에 찬 은침을 꺼내들고는 그들을 향해 던져버렸다. 하지만 비가 너무 셌던 탓일까? 침은 그들을 빗겨나갔다.숨이 막힐 듯한 순간, 어디선가 벽돌 하나가 휙 날아들었다. 잠시 후 자객 하나가 비틀거리더니 힘없이 쓰러졌다. 김단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맞췄어요! 제가 맞췄습니다”숙희는 말 위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정확한 한 방이었다. 그 충격에 자객들은 잠시 얼어붙었다. 경 씨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있는 힘껏 검을 밀어냈다. 그는 억눌렸던 몸을 비틀며 가까스로 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8화

    임학은 본능적으로 허리에 찬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김단에 의해 제지되었다. 숙희는 겁에 질려 눈을 모닥불에 고정시켰다. 그녀는 불길 속에서 타오르는 장작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만약 싸움이 벌어진다면 이 장작을 집어 자객들에게 던져버릴 것이다. 경 씨 또한 천천히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자객들의 눈빛은 이미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바로 덤벼들 기세였다. 김단은 숨조차 삼키기 힘들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그러나 날카롭게 자객을 노려보았다.“참으로 염치없군요. 어찌 여인의 귓볼을 훔쳐보는 것입니까?”선두에 선 자는 그녀의 말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그의 뒤편에 서 있던 동료들까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김단은 물러서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여인이 길을 나선다는 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말입니다. 그래서 제 몸종과 남장을 했을 뿐인데 왜 다들 이렇게 날이 서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무슨 권리로 따지고 드는 겁니까?”말을 마친 김단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이 거짓말이 통할지 그녀도 알지 못했으나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자객은 당황해 이마를 찌푸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경솔했습니다. 아가씨께 무례를 범했군요.”김단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에 자객 역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허름한 사찰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자객 중 누군가가 불쑥 입을 열었다.“혹시 그 둘도 남장을 한 게 아니겠소?”“그럴 수도 있소. 방금 전 마을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수상했으니 다시 조사해 봐야겠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은 폭우를 뚫고 달려나갔다. 김단은 지체하지 않고 숙희의 손을 끌어당기며 소리쳤다.“곧 눈치챌 것이다. 서둘러야 해!”임학과 경 씨도 간단히 짐을 챙겨 빗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네 사람은 폭우를 뚫고 전력질주했으나 자객들도 머지않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7화

    김단은 이 자객을 더 오래 붙들어둘 이유가 없었다. 가능한 한 빨리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에 임학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신호에 임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마른 빵을 쥔 채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자객에게 건넸다.“길 위에서는 서로 돕는 게 인지상정이지요. 허나 두 조각뿐이라 괜찮겠습니까?”자객은 빵을 받아들며 고개를 숙였다.“그저 배만 살짝 채우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형님.”임학도 예를 갖춰 답례했다. 하지만 자객은 빵을 건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익숙한 빵이군요. 형님들도 혹시 한양에서 오셨습니까?”김단의 심장이 움찔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심장박동이 조금 전보다 더 빨리 뛰는 게 느껴졌다. 임학의 얼굴빛도 미세하게 변했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답했다.“그렇습니다. 한양에서 왔지요.”자객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역시 그랬군요. 형님의 말투에서 한양 특유의 억양이 느껴졌거든요.”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단 일행을 훑어보았다.“한양에서 오신 분들인데 어쩌다 이런 변방까지 오신 겁니까?”임학은 모른 척 한숨을 쉬었다.“가세가 기울어 집이며 전답이며 모두 처분하고 양성에 있는 먼 친척을 찾아가는 길입니다.”“오? 어떤 변고가 있었길래?”자객은 대수롭지 않게 묻는 듯했지만 매섭게 그를 쏘아보았다. 그러자 임학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는 대답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때, 경 씨가 투박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이보시오, 자네. 왜 남의 집안일에 그리 관심이 많은 겁니까? 우리 도련님께서 빵을 줬으면 고맙다고 하고 가서 먹으시오.”경 씨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자객은 당황한 듯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그제야 김단은 아주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하지만 그 자객은 이미 뭔가를 눈치챈 것 같았다. 아직 확신은 없는 듯했지만 한양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의심을 사기 충분했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76화

    어느덧 시간은 흘러 또 반달이 훌쩍 넘어버렸다. 깊어가는 가을, 공기 속의 냉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 마침 오늘은 큰비까지 내려 세상은 더욱 싸늘하게 가라앉은 것만 같았다. 김단은 허름한 사찰의 처마 밑에 서서 장대비가 퍼붓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마를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언제쯤 그치려나...”임학은 곁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답했다.“아마 내일까지 이어질 거다. 그러니 몸부터 녹이거라.”김단의 마른 어깨를 흘끗 본 그는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아가씨, 고뿔에 걸리시면 안 됩니다.”숙희는 짐 보따리를 헤집더니 두툼한 망토 하나를 꺼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김단의 어깨에 걸쳐주고 그녀를 부드럽게 안으로 이끌었다.“오늘 밤은 여기서 묵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가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좋은 자리 마련해 드릴게요.”경 씨도 가방을 뒤져 마른 빵 몇 조각을 꺼냈다. 네 사람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앉아 말없이 허기를 달랬다. 그때 고요한 숲 저편에서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빠르게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네 사람은 모두 숨을 죽이고 사찰 바깥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빗속을 가르며 열댓 명의 사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사찰 앞에 멈춰 섰고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왔다.“제길,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갑자기 피가 퍼붓다니!”그들은 거칠게 투덜대며 사찰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이 김단 일행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숙희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김단의 팔을 꽉 붙잡았다.저 선두에 선 사내, 틀림없이 며칠 전 유곽에서 자신들을 쫓던 바로 그 자객이었다.김담도 그 얼굴을 알아보았다. 가슴이 밑바닥으로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침착하게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다행히도 그 자객들은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예의 바르게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사찰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모닥불을 피웠다. 떠도는 길 위에서 낯선 이들과 마주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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