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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Author: 적매화
자신이 빌려 온 마차에 뱀이 숨어 있었다는 생각에, 김단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질문에도 최지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나 최지습이 마차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이 아닌가.

김단은 깜짝 놀랐다.

비가 아직 내리고 있으니, 나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무언가를 알아 차린 것 같았다.

자신의 가슴 가리개를 보고는, 순식간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서, 정상적으로 돌아 오기 쉽지 않았다.

한편, 비는 멈출 줄 몰랐다.

최지습이 계속 비에 맞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을 억누른 채로, 마차 천을 걷고, 최지습을 부르려 했다.

허나 마차 밖에는 최지습의 머리카락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김단도 최지습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부끄러운 탓에, 어딘 가 숨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길을 떠나는 중에, 뜻밖의 일이 있기 마련이다.

허나 모르는 척 하고 여정을 이어 나간다면, 어쩔 수 없이 어색함 만이 남게 될 것이다.

혹여 최지습은 그러한 이유로, 몸을 숨긴 것이 아닐까.

김단은 그를 기다렸다.

허나 서둘러 가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최지습은 몸이 빠르고,

눈이 보이기 때문에 아무 탈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잠시 뒤, 그녀는 홀로 남은 길을 떠났다.

마차를 버리고, 말에 올라 탔다.

초반처럼 마을에 도착하면, 말을 바꾸었다.

이렇게 사흘을 달렸다.

그녀는 그제야 변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허나, 김단은 알지 못했다.

지난 사흘 동안, 최지습은 줄곧 어두운 곳에서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

병영이 눈앞에 다다른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녀보다 한 발 먼저 병영 안으로 들어왔다.

병영 안의 상황은 그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가장 먼저 독에 걸린 이들은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한편, 군의관은 머리가 아파왔다.

최지습이 돌아온 것을 보고, 서둘러 그를 맞이했다.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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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단은 목설하와 목설원의 태연한 표정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만약 당국의 황제가 약재를 모두 저에게 준 것을 알고 목씨 가문을 책망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그 말을 들은 목설하와 목설원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마치 그녀가 목씨 가문이 당국에서 어느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듯이 말이다.이어서 목설원이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오. 매부도 잘 알겠지만, 밖에 나가면 황제의 명령도 어길 수 있는 법이오.”'매부'라는 단어에 최지습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졌고, 등에는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김단도 얼굴이 붉어졌다.목설하는 웃으며 말했다. “하늘은 높고 황제는 먼 곳에 계시니, 그 분이 이곳 상황을 알 리 없소. 설령 안다 해도, 우리에게는 이 일을 덮을 수 있는 많은 핑계 거리가 있소.”사실 목씨 가문의 사업은 이미 당국과 조선에까지 널리 퍼져 있었기에, 그들은 조선을 나누어 가졌을 때 얻게 되는 사소한 이익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그 말을 듣고서야 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목설하와 목설원을 바라보고 약간 부끄러운 듯 웃었다. “저는 이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분 오라버니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낭자에게만 잘 해 주는 것이오.” 목설원은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낭자가 고모할머니의 친손녀이지 않소! 그러고보니, 진산군 댁에 아들도 있다고 들었소. 낭자의 친오라버니이자 고모할머니의 친손자인 것이오? 맞지 않소?”목설원이 임학을 언급하자 김단의 표정이 약간 변했지만, 꿋꿋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저보다 세 살 많으십니다.”목설하와 목설원은 김단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고 속으로 이를 염두에 두었으나, 자세히 묻지는 않고 말했다. “그럼 둘은 언제 시간이 되는 것이오? 우리와 함께 집에 한번 들르시오.”김단은 깜짝 놀랐다. “들리다니, 목씨 가문으로 말입니까?”목설하와 목설원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목설하가 말했다. “목씨 가문 내 우리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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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05화

    최지습은 막 들어온 김단을 흘끗 보고 나서야 졸병에게 손짓했다. “알았다, 일단 나가 보거라!”“예!”졸병은 대답한 뒤 밖으로 나갔다.김단은 그제야 다가가 물었다. “어째서 한 포기도 못 사 온 것입니까?”“전부 목씨 가문 사람들이 사 갔다고 하오.”최지습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줏빛 서리풀뿐만 아니라, 응신초와 백옥화까지 모두 목씨 가문에서 대량으로 사들였소. 내 생각에 돌궐이 또 독을 쓴다면, 분명 이 두 가지 약초가 해독제일 것이오.”목씨 가문?김단은 어딘가 의아한 듯 물었다. “어느 목씨 가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옆에 서 있던 둘째 도령이 입을 열었다. “당국 제일의 부자인 목씨 가문 말이오. 듣자 하니, 재산이 나라 하나와 맞먹을 정도라더군. 심지어 당국의 황제조차 수시로 목씨 가문 가주와 국사를 논의하며 결정을 내린다고 하오. 그 재력이 얼마나 강한지, 목씨 가문이 쓰러지면 당국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정도라고 하더군.”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흠칫 놀랐다. 목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할 줄이야!옆에 있던 셋째 도령이 다소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지금 이건 무슨 뜻이란 말이오? 설마 당국이 돌궐과 함께 우리를 상대하려는 것이오? 그렇지 않고서야 왜 해독제를 사들인단 말이오? 우리랑 굳이 척을 지려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오?”최지습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정말 그렇다면, 이번 싸움은 쉽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이전 돌궐의 국경 침입은 그저 미끼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유인하여 출병하게 만들려는 미끼.어쨌든 돌궐족의 눈에는 조선에 소한 장군 외에 내세울 만한 장수가 없을 것이니 말이다.만약 소한이 군대를 이끌고 온다면, 당국이 갑자기 조선을 공격했을 경우 조선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렇게 되면 당국과 돌궐이 조선을 나누어 가질 것이다!다만 돌궐은 이번에 오게 된 사람이 최지습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당국 쪽도 아마 그 소식을 듣고 한참이 지나서도 군대를 보내지 않은 것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04화

    김단이 자객에게 습격당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최지습이 서둘러 달려왔을 때, 마침 육 군의관이 마침 김단에게 약을 발라주려 하고 있었다.최지습을 본 육 군의관은 급히 예를 갖춘 뒤 말했다. “대군, 안심하십시오. 낭자는 약간의 찰과상만 입었을 뿐, 큰 문제는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최지습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육 군의관은 밖으로 나갔고, 그의 시선은 옆에 있는 석두에게로 향했다. “어떻게 된 일이냐?”석두는 최지습을 두려워했다. 게다가 지금 최지습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고 심지어 약간 험악하기까지 하니, 더욱더 겁을 먹었다.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제, 제가 근처에 약초를 캐러 간 사이, 예상치 못하게 한 자객이 낭자를 공격했습니다...”자신의 잘못이었다. 낭자를 따라다니며 보호했어야 했는데, 어찌 이리 부주의하게 떨어져 있었단 말인가?석두가 죄책감에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자, 김단은 서둘러 그를 위로했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감사드려야 하지요.”그 말을 들은 석두는 김단을 보지 않은 채 되려 최지습의 표정을 살폈다.최지습도 김단의 말 뜻을 알아들었기에, 더 이상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최지습이 물었다. “자객이었소?”김단은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전에 저를 쫓던 자객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최지습의 시선은 김단의 목으로 향했다.자줏빛의 멍 자국이 선명했다.그때 김단이 물었다. “맞습니다, 석두 도령, 어제 저에게 비수를 준 걸 혹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 있으십니까?”석두는 그제야 김단을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내가 어찌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말하겠소! 남들이 알면 분명 내가 낭자에게 아첨한다고 비웃을 것이오! 무슨 일 있었소? 누가 낭자에게 뭐라고 한 것이오?”김단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도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 괜찮으니 도령도 어서 가서 쉬십시오!”그 말을 들은 석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03화

    석두는 줄곧 대열의 맨 뒤에 서 있었고, 모두가 산에 올라 흩어진 뒤에야 서둘러 김단을 따라갔다.“김씨 낭자!”석두가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김단은 고개를 들어 그를 흘깃 보고는 계속해서 수풀 속 자줏빛 서리풀을 찾으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아침 식사는 하셨소?”석두가 물었다. 김단이 급하게 온 것을 보고는 못 먹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김단은 고개를 저었다. “별로 배고프지 않습니다.”사실은 배가 고팠지만, 늦잠을 자 모두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괜찮은 척한 것이었다.하지만 김단에게 밥 한 끼 더 먹고 덜 먹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세답방에서 지내며 몇 끼 굶는 것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커다란 만두 하나가 김단의 눈 앞에 나타났다.아직까지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김단은 깜짝 놀라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석두를 바라보았다. 석두는 순박하게 웃으며 말했다. “헤헤, 원래 점심에 몰래 먹으려고 아껴 둔 것이오. 낭자,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아니 되오! 안 그러면 내 볼기를 맞을 것이 분명하오!”김단도 이를 마다하지 않고 만두를 받아 한입 베어 물었다. “안심하세요. 제가 만두를 먹었으니, 이제 한패가 된 것입니다. 혹시라도 볼기를 맞게 되시면, 저도 같이 맞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석두는 코웃음을 쳤다.“낭자가 그 작은 몸으로 몇 대나 맞을 수 있겠소? 됐소! 정말 볼기를 맞게 되면, 내가 낭자 대신 맞겠소!”소년의 표정은 진지했고, 김단의 입가에는 활짝 미소가 번졌다.만두를 다 먹은 뒤, 두 사람은 다시 수색을 이어갔다.산이 워낙 컸지만, 모두가 흩어져서 찾으면 충분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김단은 허리를 굽혀 무성한 수풀 속에서 자줏빛 서리풀 한 포기를 꺾어 바구니에 넣었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웃으며 물었다. “찾으셨습니까?”뒤에 있던 사람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김단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02화

    석두와 헤어진 후, 김단은 군의관 처소로 갔다.오늘 모두 하루 종일 바빴던 터라 약탕 옆에는 세 사람만이 지키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벌써 잠자리에 들었다.김단이 오는 것을 본 세 사람은 모두 그녀를 반갑게 맞으며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육 영감이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다가와 말했다. “오늘 일은 모두 김 낭자 덕분이오. 얼른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고 앉아 쉬시오.”김단은 감사 인사를 하고 차를 받았지만, 자리에 앉지는 않았다.그녀는 달여지고 있는 몇 개의 약탕을 바라보며 물었다. “전에 자줏빛 서리풀이 없어 대군께서 사람을 보내 사 오라고 하셨지요, 얼마나 사 온 것입니까?”이 말을 들은 육 군의관은 서둘러 김단을 옆으로 데리고 갔다. “이걸 보시오. 달여지고 있는 것을 빼고이것밖에 남지 않았소.”“이렇게 적단 말입니까?”김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정도로는 이틀도 못 버틸 것입니다.”“근처 고을은 이미 다 알아봤고, 대군께서 더 먼 고을로 사람을 보내 사 오라고 하셨소. 하지만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소.”“자줏빛 서리풀은 강수량이 적은 곳에서 주로 자랍니다. 이 지역이라면 넘쳐나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김단은 그 말과 함께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누군가가 고의로 시장에 나온 자줏빛 서리풀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이다!김단의 표정이 굳어진 것을 본 육 군의관은 다급히 말했다. “우리도 상의를 해보았는데, 내일 근처 산에 가서 찾아볼 생각이오. 김 낭자 말이 맞소. 이 지역이라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오.”김단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좋소.”그렇게 정하고 김단은 돌아가 쉬었다.막사는 다시 재배치되었고, 증세가 비슷하고 가벼운 환자들은 함께 배치되어 여러 개의 막사가 비어졌다.김단은 어명을 받고 온 것이기도 했고, 여자인지라 불편한 점이 많아 최지습의 막사 옆 막사로 배정되었다.시간이 아직 이르다는 것을 안 김단은 의서를 좀 보다가 자려고 했지만, 두 장도 넘기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01화

    그들이 한 일이 그토록 대단한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석두는 김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끝내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러고는 김단을 따라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다른 병사들 역시 그를 따라서 무릎을 꿇었고, 절을 올리고 난 뒤에야 다시 군영으로 돌아갔다.사람이 죽어 나간 막사는 정리가 필요했고, 그들에게는 아직 할 일이 많이 있었다.김단도 군의관을 찾아 도와야 할 일이 있는지 알아보려 했고, 그때 석두가 문득 그녀를 불렀다.“김 낭자!”김단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석두는 머뭇거리며 다가와 입을 벙긋거리며 망설였다.그의 그런 모습을 본 김단은 그가 자신에게 사과하러 왔다는 걸 알아차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보이셨던 행동은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소중한 사람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이성을 잃었던 적도 있었고요. 안심하세요, 마음에 두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를 떠나려 했다.그런데 그때 석두가 다급하게 말했다. “줄 것이 있소!”김단이 그를 바라보니, 석두의 손에는 비수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이전에 김단에게 묘비에 글을 새기라고 했던 바로 그 비수였다.비수는 꽤나 날카로웠다. 석두가 이것으로 오랫동안 글씨를 새겼음에도 날이 무뎌져 있지 않았다.김단은 다소 의아했다. “왜 이걸 저에게 주시는 겁니까?”석두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고맙소.”김단은 깜짝 놀랐다.석두가 말했다. “이 비수는 내 형님이 직접 만든 것이오. 대장장이셨는데, 내 생일 선물로 주셨지. 내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오. 부디 낭자께서 싫어하지 않았으면 하오.”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당연히 싫지는 않지만, 형님께서 주신 것이라면 제가 가질 수 없습니다.”“받으시오!”석두가 서둘러 말했다. “낭자가 아니었다면, 형님은 지금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결국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것이오... 낭자가 형님에게 고통 없는 죽음을 선물한 것이오. 마지막까지 비참하게 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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