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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강서연은 입가의 미소가 갑자기 굳어지더니 가슴속에 잔잔한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임유정의 말이 맞았다. 결혼은 평생에 연관되는 일인데, 제대로 된 연애조차 한번 해본 적 없이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시집오게 된 것은, 정말 자기 평생의 행복을 건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강서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현수 씨에게 감사하고 싶어요. 만약 현수 씨가 나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 거액의 혼수도 못 가질 거 아니에요?"

엄마의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동생이 공부를 계속할 수만 있다면, 가족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기만 하다면, 그것이 강서연의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다음에 얘기해요."

거의 다 도착한 것을 보고 강서연은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난 오늘 돈을 가지러 여기 온 거예요. 이제 돈을 받으면 언니한테 좋은 소식 전할게요."

강서연은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얼마 가지 않아 강주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에 도착했다. 그녀는 길가에 서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에 서 있는 자신에게 위화감을 느꼈다.

...

"어머, 동생! 왔어?"

강유빈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며 계단에서 내려오더니 오만한 태도로 그녀를 위아래로 한바탕 훑어보았다.

강서연이 요 며칠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녀가 시집간 상대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털터리에, 동네에서 유명한 망나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강유빈은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그녀는 항상 그 어떤 면에서도 강서연과 비교당하며 살아왔었다.

강서연이 오래된 낡은 옷을 입고 있어도 주변에서는 예쁘다는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강서연은 성격이 온화하여 사람들은 모두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 했다.

게다가 강서연은 성적조차 강유빈을 훨씬 뛰어넘었다.

강유빈은 어렸을 때부터 강서연을 눈엣가시로 여겼고, 비록 강서연은 그녀를 해칠 마음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강유빈은 강서연을 난처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이번 일로 강유빈은 큰 골칫거리를 피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강서연의 슬픈 꼴이 더 보고 싶었다.

"결혼한 느낌은 어때?"

강유빈은 걱정해 주는 척 강서연의 손을 잡았지만, 웃음 속에는 사악한 본성이 숨겨져 있었다.

"예전의 결혼은 합방하기 전에 서로 본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 이 결혼, 꽤 옛날식으로 재미있게 됐네?"

강서연은 웃으며 손을 천천히 빼냈다.

그녀는 이 집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단지 빨리 돈을 받고 떠나고만 싶었고, 더 이상 강씨 집안과 연관이 없게 살고 싶었다.

"듣는데 의하면 매부가 예전에 싸움 때문에 감옥살이를 몇 번 한 적이 있다며?"

강유빈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지금 매부는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제대로 된 직업이 있기는 있어? 없으면 어떻게 널 먹여 살려? 만약에 매부가 정 직업을 못 찾으면 이 언니가 도와줄 수도 있어. 그에 맞는 좋은 직업, 얼마든지 찾아줄 수 있어. 예를 들어 공사장에 가서 벽돌을 나르거나, 부두에서 물건을 메고 옮기는 건 어때?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니면 우리 회사 경비원이 마침 개를 하나 구한다고 하는데, 매부가 와서 대신해도 잘 어울리겠어."

강서연은 갑자기 머리를 들어 그녀를 노려봤다.

강유빈은 그 눈길에 움찔했다. 그녀의 기억 속의 강서연은 어떤 괴롭힘을 받아도 대꾸 한마디 없이 순순히 말을 듣던 사람이었다. 오늘의 강서연의 눈빛에는 다른 무언가가 더해진 것 같았다.

강서연은 깊이 한숨을 들이쉬더니 강유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 남편은 비록 몇 가지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단점들은 그가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아.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정말 일자리를 못 구한다고 해도, 절대 너한테 부탁하러 오지는 않을 거야. 네가 말한 그 좋은 일자리는 미래의 형부에게나 남겨주던지 해."

"너... "

강유빈은 얼굴빛이 파랗게 변했다.

"강서연, 너 지금 누구랑 이렇게 얘기하는 거야?"

"왜?"

강서연은 무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었다.

"공사장에서 벽돌 나르고, 부두에서 짐을 메고, 경비원의 개노릇 하고… 이것들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 건 언니잖아? 언니는 이런 일을 시키는 걸 우리를 돕는 것으로 생각하니, 미래의 형부에게 이 좋은 일들을 남겨주라고 하는 건 자매로서 서로를 생각해 주는 거로 생각해."

강유빈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강서연의 말주변이 이렇게 세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나 참, 그런 남자도 애물단지처럼 감싸주다니."

강유빈은 강서연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네가 무슨 일로 온 건진 알겠다만... 지금 아빠가 안 계시니 아무 소용이 없어!"

"뭐라고?"

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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