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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구현수는 짐작이 갔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방에 가서 서랍장을 열면, 안에 상자가 있을 거야. 그걸 가져와."

강서연은 응하며 방으로 갔다. 그의 말대로 서랍을 열자, 가장 깊은 곳에 꽃이 조각된 나무 상자가 있었다. 상자의 꽃무늬는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는데 아주 아름다웠고, 상자에서 그윽하고 맑은 향기가 났다.

구현수가 그 상자를 받아서 여니, 안에는 금빛 찬란한 장신구들이 담겨있었다. 목걸이와 귀걸이, 반지, 특히 금과 옥으로 만들어진 팔찌는 매우 특별했다. 금에 박힌 양지옥은 부드럽고 투명하며 색이 풍부하였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한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쳐다봤다.

"이건…"

"결혼할 때 제대로 된 예물 하나 못 갖춰줬잖아."

구현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장신구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꺼내 보며 말했다.

"이것들은 너에게 보충하여 주는 거니 또 뭐가 부족한 것이 있다면 말해.”

강서연은 긴장한 듯 손을 쥐었다 폈다 하였다. 그녀는 구현수의 표정 없는 얼굴을 바라보며, 어쩐지 가슴속에서 약간의 달콤함이 흘러났다.

이 장신구들은 하나하나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그 어떤 흠도 잡을 수 없었다.

다만 그는 어떻게 이런 정교한 물건들을 가지고 있는 거지?

구현수는 그녀의 속심을 알아차리기도 한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훔친 것도 아니고 빼앗아 온 것도 아니니 안심해."

강서연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어떻게 자기 남편을 이렇게 의심할 수 있어...'

"자."

구현수는 상자를 덮어 그녀 앞으로 밀었다. 그는 깊은 눈동자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것들은 내가 꺼낼 수 있는 전부이자 이 집의 전부야. 우린 이미 결혼했으니, 너에게 이 집을 맡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구현수 씨, 전..."

"그리고 하나 더 말할 게 있어."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오늘 친정에 함께 가지 못할 것 같으니 나 대신 가족에게 사과 좀 부탁할게."

강서연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갑자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된 몸을 풀었다.

"네, 알았어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수 씨는 가서 현수 씨 일 보세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그제야 풀린 듯한 그녀의 표정을 보며 구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웃었다.

'참 재미있는 사람이야, 모든 걸 얼굴에 쓰고 있어서 걱정을 조금도 숨기질 못하네... 이런 성격으로 남에게 괴롭힘당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겠어. 잠깐... 괴롭힘을 당해?'

구현수는 뭔가가 생각난 듯 젓가락을 쥔 손을 갑자기 멈추었다.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오늘 친정에 돌아간 후 정말 그 가족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라도 하면 어쩌지? 아니, 괴롭힘을 당하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구현수는 마음이 어수선하여 대충 몇 입 먹고는 수저를 내려놓고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강서연은 집 안을 간단히 거둔 후 버스를 타러 나갔다. 길에서 임우정의 전화를 받았는데 임우정의 잔소리로 가득 찬 전화는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끊기지 않았다.

"넌 생각이 너무 없다니깐!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친정에 들르는 날에 네 남편은 어디 간 건데? 네 남편 널 관심하기는 하는 거야? 이 결혼을 마음에 두고 있기는 하는 거냐고!"

강서연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임우정은 강서연의 선배로 학창 시절 제일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녀의 성격은 정의로 가득 차, 강소연은 항상 임우정이 만약 고대에서 태어났으면 반드시 협녀로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 이 협녀는 참을 수가 없다는 듯 기관총처럼 쉴 새도 없이 말을 쏘아대고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 놈 주제에 널 아내로 얻은 것만 해도 조상님에게 감지덕지할 망정이지, 감사한 줄도 모르고 친정집에 다녀오는 것조차 못 해줘? 그자식..."

"됐어요."

강서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끊었다.

"내가 같이 가기 싫다고 말한 거예요. 나 오늘… 오늘 집에 가서 돈을 달라고 할 건데, 같이 가면 모든 것이 탄로 나잖아요.”

전화 저편에는 침묵이 흘렀고, 이어 임우정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서연아, 너 정말 평생의 행복을 다 걸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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