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다들 어서 날 부러워해 봐.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양은지는 자신을 향한 시선들이 쏟아질수록 짜릿한 만족을 느꼈다.옆자리 학생들이 수군거리며 다가왔다.“은지야, 너 혹시 교수님과 아는 사이야?”“그러게,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진 거지? 무슨 일 있어?”“은지는 예쁘고 교수님도 잘생겼는데... 두 분 같이 있으니까 괜히 분위기 묘하더라.”“설마 네가 교수님 여자 친구야?”모두가 백시후에게 연인이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정체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양은지는 일부러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입가를
엄수아는 고개를 들었다.그 순간, 백시후의 곧고 단정한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학교에서 이미 여러 차례 강의했지만, 그때마다 학생들의 열기는 사그라들 기미가 없었다.오히려 만남이 거듭될수록 더 열광적으로 변해, 그의 존재만으로도 강의실 전체가 술렁였다.“교수님, 안녕하세요!”“교수님, 오랜만이에요!”“다시는 강의 안 하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시다니!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학생들의 환호가 이어지며, 모든 시선은 단숨에 백시후에게 쏠렸다.오늘 그는 맞춤 제작한 검은색 슈트에 하얀 셔츠, 단정한 넥타이
“수아야, 네 약혼자는 참 좋은 남자인 것 같아.”“둘이 아직 좋을 때라서 그런 건가?”“만약 내 남자 친구가 씻고 있을 때 낯선 여자가 들이닥친다면 정말 화나겠지. 남자 친구가 그 여자한테 물건을 던졌다면 기쁠 것 같아.”뭇사람들은 엄수아와 약혼자의 사이가 좋다면서 부러워했다. 양은지는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내쉬었다.엄수아를 내리깎기 위해 연기했지만 양은지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오히려 백시후는 이 기회를 통해 여자 친구를 무척 사랑하는 남자로 각인되었다.“수아야, 뜸을 들이지 말고 말해 봐. 네 약혼자는 도대체 누
엄수아의 말은 비수가 되어 양은지의 가슴에 꽂혔다. 양은지는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은 언젠가는 들통나기 십상이다. 엄수아는 양은지의 허술한 점을 찾아내서 학생들에게 알려주었다.주위에 있던 학생들은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말했다.“양은지,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거야? 어떻게 300만 원짜리 잠옷을 샀냐고 물어보잖아.”“엄수아의 말을 들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곳이 아니야.”“처음에 네가 엄수아한테 무릎을 꿇고 있어서 동정했어. 그런데 이제는 네 말을 믿고 싶지 않아.”
학생들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수아의 약혼자가 씻고 있을 때 양은지가 들이닥쳤다는 거야?”“오해할 법한 일이잖아.”“양은지는 엄수아의 집에 신세 졌어. 왜 늦은 밤에 엄수아의 방에 함부로 들어간 거지?”“엄수아랑 약혼자가 한방에서 지낸다는 것을 알면서 선을 넘었어.”“게다가 얇은 잠옷 치마를 입고 있었대.”양은지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연기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었지만 엄수아의 말 몇 마디에 상황이 역전되었다.양은지는 눈물을 흘리면서 이마의 상처를 매만졌다.“수아야, 나는 너를 찾으러 방에 간
그중 한 학생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얘들아, 저기 좀 봐!”학생들은 무릎을 꿇고 있는 양은지를 보고는 두 눈을 의심했다.“왜 무릎을 꿇고 있는 거지?”“저 여자애는 누구야?”“양은지라는 여자애인데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대. 며칠 전에 양은지의 아버지는 학교에 와서 소란을 피웠어. 도박할 돈이 없어서 양은지를 재벌가 노인네한테 팔아버리려고 했어.”“너무 불쌍해.”“양은지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은 거지? 저쪽에 가보자.”학생들은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엄수아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고 양은지를 쳐다보았다.소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