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미 옷을 갈아입었다. 옅은 회색의 운동복을 입은 그는 훤칠하고 깔끔하며 귀티가 넘쳤다.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구택은 다가와서 유민에게 말했다."너 먼저 가서 코치하고 연습해. 난 좀 있다가 너랑 칠게.”유민은 통쾌하게 대답하고는 코치를 따라 탁구 테이블로 향했다.구택은 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공 좀 칠래요?”소희가 말했다."난 배드민턴만 칠 줄 아는데 잘 치는 편은 아니에요.”그녀는 강성에서 고3을 다닐 때 배웠다.구택은 담담하게 그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난 소희 씨가 할 줄 모르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요!”소희는 말문이 막혀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럼 배드민턴 치러 가요." 구택은 배드민턴 구역으로 걸어갔다.소희는 미처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지 못했지만 남자가 거기로 가는 것을 보고 할 수 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따라갔다. ......유민을 가르치는 코치는 잠시 쉴 때 옆에 있던 배드민턴장을 보며 바로 눈을 떼지 못하며 배드민턴이 두 사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면서 유민에게 물었다."네 과외 선생님은 전문적인 운동선수야?”“아니요!" 유민은 물 한 모금 마시더니 그의 둘째 삼촌과 소희가 공을 치는 것을 보았다. 10분이 지났지만 공은 줄곧 떨어진 적이 없었다.“이 수준이면 정말 대단한걸!" 코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유민은 흥미진진하게 달려가서 관전했다."둘째 삼촌 화이팅, 소희 샘 화이팅!”코치는 웃으며 말했다."도대체 누구를 응원하는 거야?”유민이 대답했다."누구 편도 아니에요. 두 사람 다 화이팅!” 코치는 농담으로 말했다."그럼 응원하든 말든 차이가 없잖아.”구택도 맞은편에 있는 소녀를 보며 다소 놀랐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말한 잘 치지 못하는 편이란 말인가?소희는 머리를 높게 묶었고 흰 티셔츠에 회색 캐주얼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뛰어올라 동작은 깔끔하면서도 날렵했다.구택은 치면 칠수록 빠져들었다. 이때의 소희는 생기가 넘쳐 사람을 너무나도
구택과 유민은 탁구를 칠 때, 소희는 옆에서 잠시 그들을 바라보았는데 구택이 수시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소희는 유민이 눈치챌까 봐 더는 관전하지 않고 휴식 구역으로 가서 앉았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시작을 확인했다. 시간이 아직 이른 것을 보고 그녀는 혼자서 잠시 스도쿠를 했다.늦여름의 햇빛은 더 이상 뜨겁지 않았지만, 유리창을 통해 몸에 떨어지자 여전히 따가웠다.구택은 공을 치면서 눈빛은 늘 무심결에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오후의 햇빛이 소녀의 몸에 떨어지며 그녀를 밝은 햇빛에 감쌌다.그는 거의 그녀의 귀밑머리가 가볍게 날리는 볼 수 있었고 그녀의 길고 검은 속눈썹을 보았으며, 그녀의 윤기가 흐르는 얼굴이 하얗고 조금의 흠도 없는 것을 보았다.그 빛이 그녀의 몸을 비추자 그의 마음속에 반사되며 모든 불쾌감을 쓸어버렸다.소희는 스도쿠를 두 판 하고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유민은 방금 코치와 한 시간 연습한데다 또 구택과 30분 넘게 공을 쳤으니 얼굴이 땀투성이가 될 정도로 힘들어하며 휴식 구역으로 달려가 물을 마셨다.구택은 다가와서 소파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괜찮네, 진보가 있어!”유민이 말했다."아무튼 나 우승할 거예요!”구택은 기분이 아주 좋아서 모처럼 그를 응원했다."그래야지!”이때, 옆에 있는 핸드폰에 갑자기 문자가 들어왔고 구택은 힐끗 바라보았다. 그것은 소희의 핸드폰이었는데 그녀는 화장실에 전 핸드폰을 끄지 않아서 화면은 켜져 있었고 카카오톡 문자가 튀어나왔다.서인: [저녁에 올 거야?]구택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핸드폰 화면을 주시하면서 안색은 조금씩 가라앉았다.‘서인?’ ......소희가 돌아왔을 때, 구택과 유민은 여전히 공을 치고 있었고 유민은 우승을 하려고 힘들지도 않은 듯 줄곧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소희는 핸드폰을 들고 서인이 보낸 문자를 보고 문득 구택이 오늘 저녁에 얘기하자고 한 말이 생각나 눈빛은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저녁에 일이 있어서, 너 혼자 밥 먹어.]청아
구택은 돌핀 호텔의 꼭대기 층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의 야경을 보며 눈빛에도 마치 어둠이 스며든 것 같았다.“대표님!" 우행이 다가왔다."설 대표의 아들이 왔습니다!”구택이 몸을 돌리자 모두 그를 따라 룸으로 돌아갔다. 오늘 식사 자리를 마련한 사람은 금빈 실업의 대표 설준서로서 그는 특별히 자신의 아들 설정원을 데리고 구택을 만나러 왔다.정원이 문에 들어서자 그의 곁에 있는 여자는 구택을 보며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그 여자는 바로 서이연이었다.정원은 이연의 팬이었고 지금 그녀를 추구하고 있었다. 낮에는 촬영팀에 가서 만나보고 밤에는 야식을 배달해 주며 전 촬영팀은 지금 설 씨네 도련님이 이연를 무척 총애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연의 태도는 줄곧 애매모호했다. 그녀는 설가네 집안이 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감히 정원의 미움을 사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또 좀 달갑지 않았다. 필경 정원은 구택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같은 차원에 있지 않았다.그리고 그녀가 직접 거절하지 않았던 것도 여자의 허영심 때문이었다. 돈을 아끼지 않고 또 그나마 잘생긴 재벌 집 도련님이 하루 종일 그녀가 좋다고 따라다녔으니 그녀는 체면이 섰던 것이다.그녀의 이 미적지근한 태도 때문인지 정원은 오히려 더욱 그녀에게 빠져들었다.오늘 정원이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이연은 그다지 거절하지 않고 따라왔는데, 뜻밖에도 구택을 만날 줄이야.정원은 이연이 임 씨 엔터테인먼트의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구택이 버는 앞에서 이연의 체면을 세워주며 부드러운 태도로 그녀에게 무슨 술을 마시냐고 물었다.이연은 구택의 안색을 살피며 그저 테이블 밑으로 숨고 싶었다.하필이면 정원은 또 고의로 사람들 앞에서 애정을 과시하며 이연을 무척 챙겨줬으니 이연은 더욱 불안해했고 정원의 아첨을 이토록 싫은 적이 없었다.동행한 사람은 또 다른 두 회사의 대표님이 있었는데 그들은 구택에게 한바탕 아첨하고 아부하며 술을 권했다.구택은 연속 몇
45층은 모두 스위트룸이라서 인테리어가 럭셔리하고 고급스러우며 복도의 두꺼운 카펫도 발로 밟으면 소리가 나지 않고 무척 고요했다.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야식이 도착하자 도시락을 들고나가며 45층을 담당하는 웨이터를 찾아가 웃으며 말했다."임 대표님 어느 방에 있는지 알아요? 내가 야식을 가져다주려고 왔는데, 샤워하고 있는지 내 전화를 받지 않아서요.”웨이터가 말했다."4501은 임 대표님의 전용 스위트룸입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아니에요, 나 혼자 가면 돼요!" 이연은 웃으며 4501호 룸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입구에 서서 문을 두드렸고 잠시 후 문이 열리자 구택은 다소 의외를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죠?”이연은 야식을 들고 눈을 깜빡이며 부드럽게 말했다."대표님이 저녁에 별로 드시지 않은 거 같아서 내가 특별히 야식을 주문했어요!”“필요 없어요!" 구택은 바로 문을 닫으려고 했다.“대표님!" 이연은 손으로 문을 막고 입술을 깨물었다."사실, 대표님께서 나 좀 도와줬으면 해서요. 설정원 씨가 지금 나를 따르고 있는데 자꾸 촬영팀에 가서 매달리고 있거든요. 오늘도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 왔지만 그는 지금도 아래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만약 이때 내가 내려간다면, 그는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구택은 그녀를 한 번 보더니 책상 위에 있는 전화를 들고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고 프런트는 그에게 정원이 확실히 아직 로비에 앉아 있다고 알려주었다.그는 전화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겁낼 필요 없어요, 내가 지금 바로 설 대표한테 전화하죠!”“하지 마요!" 이연은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대표님께서 전화를 하시면 설 대표님은 대표님이 두려워서 틀림없이 설정원 씨한테 뭐라 할 거예요. 그는 오늘 떠나도 속으로 원한을 품을 수 있고요. 그럼 나는 더 이상 촬영팀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대표님도 계속 나를 보호할 수 없잖아요. 나는 여전히 촬영을 잘 하고 싶기 때문에 제발 그에게
이연은 인차 전화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 아는 그 소희라는 것을 깨달았다.지난번 넘버 나인에서 구택이 소희에 대한 태도가 미적지근해서 그녀는 두 사람이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핸드폰에 저장한 이름이 뜻밖에도 이렇게 애정이 넘칠 줄은 몰랐다.그녀는 머리를 돌리더니 손가락으로 가볍게 수신 버튼을 눌려 일부러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그쪽은 멈칫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임구택 씨 찾으려고요.”이연은 간드러진 말투로 말했다."대표님은 샤워하러 갔어요!”그쪽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마워요"라고 말하고는 인차 전화를 끊었다.이연은 처음에는 다소 득의양양했지만 바로 불안해지며 통화기록을 삭제하고는 핸드폰을 조심스럽게 원래대로 놓았다.구택은 샤워를 마치고 안방으로 돌아와서야 핸드폰을 밖에 뒀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는 특별히 벗은 옷을 다시 입은 다음 문을 열고 나갔다.“대, 대표님!"이연은 일어서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었다."그, 내가 방금 매니저한테 전화를 했는데, 설정원 씨가 아직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어요. 그가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르니까 나도 대표님 방해하지 않을게요. 난 이미 매니저더러 호텔에 방 하나 예약하라고 했으니까 먼저 거기로 갈게요.”구택은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무덤덤하게 "음"하고 대답했다."나갈 때 문 잘 닫고요.”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안방으로 들어갔다.이연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에 땀이 났고 남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서야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자신이 예약한 방으로 돌아오자 매니저는 즉시 다가오며 놀란 말투로 물었다."왜 돌아왔어? 너란 대표님…….”이연은 좀 당황했고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몸이 불편해서 먼저 돌아왔어.”그녀는 오늘 밤 원래 구택과의 관계를 확실히 하려고 했지만, 소희의 전화를 받은 후, 그녀는 유난히 겁이 났고, 게다가 구택은 그녀에 대한 태도가 냉담할 뿐만 아니라 전혀 그런 방면의 의향이
파란색 벤틀리 뮬산에서 명우는 전화 한 통을 받고는 구택에게 말했다."대표님, 방금 호텔 밖에서 기자가 있었는데, 아마도 대표님과 서이연 씨가 함께 호텔에서 나온 사진을 찍은 것 같습니다.”구택은 담담한 눈빛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 눈 밑은 차가운 비웃음이 스쳤다.서이연은 3류 스타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명성이 자자해졌지만, 기자가 몰래 따라다니며 그녀를 찍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제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일은 아마 모두 그녀의 자작극일 것이다.이 바닥에 들어서면 아무리 순수한 사람이라도 점점 더 교활해졌다!굳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항상 이런 걸 가르치는 사람이 있었다. 명우는 구택의 대답을 듣지 못해서 또 한 번 물었다."대표님, 사진을 없애 버릴까요?”구택은 그러라고 말하려다 갑자기 눈빛이 깊어지더니 생각을 바꾸며 낮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냥 둬.”명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잠시 멈칫하고서야 대답했다."예!” ......한 시간 뒤, 장 감독의 영화 주인공인 서이연과 임 씨 그룹 대표님이 이른 아침에 함께 호텔에서 나왔다는 뉴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구택이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 칼리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았다.그는 물었다."뭘 보고 있지?".칼리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구택은 손을 내밀었다."한 번 줘봐!” 칼리는 구택에게 핸드폰을 건넬 수밖에 없었고 어색하게 웃었다."대표님, 이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이 기자들은 소문을 퍼뜨리려고 함부로 사진을 찍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뿐입니다.”구택은 빠르게 뉴스를 읽더니 사진 속의 그가 서이연과 함께 돌핀 호텔에서 나온 것을 보았다. 이연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보기에 정말 그럴듯했다.기자도 임 씨 그룹에서 책임을 따질까 봐 구택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설아는 힐끗 쳐다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칼리를 질책했다.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자 구택은 본능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상대방은 시원이었다.“왜!" 구택의 목소리는 낮았다.시원은 히죽거리며 물었다."뉴스 봤어?”“응." 구택은 안색이 점점 더 보기 흉해졌다. 시원까지 봤으니 그녀도 틀림없이 봤을 것이다.어젯밤 그는 그녀와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는 밤새 가지 않았고, 아침에 또 이런 뉴스가 터져 나왔는데, 그녀는 정말 조금도 개의치 않는 단 말인가?“웬일이래? 입맛 바꿨어?" 시원은 웃으며 물었다."아니면 일부러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거야?”구택은 간파당해서 화가 좀 났지만 목소리는 무덤덤했다."누구한테 보여주라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너 이 반응을 보면 보통 두 가지 상황이 있는데, 하나는 정말 개의치 않는 것이고, 하나는 극도로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상대방이 너를 상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나서 개의치 않는 척하는 거지."시원이 웃으며 말했다."넌 어느 상황이지?”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너 언제 감정 전문가가 됐어?”시원이 말했다."숙능생교라고, 이것도 다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거야.”구택이 말했다."그럼 네가 자신을 위해 계산해 봐, 어떤 여자한테 당할 거 같은지.”시원은 코웃음치며 말했다."난 경험에서 말하는 거지 점쟁이가 아니야! 그리고,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난 평생 여자한테 당하지 않을 거라고!”구택은 싸늘하게 웃었다."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야!”“난 이런 자신감이 있어도 돼!”구택은 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몇 마디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구택은 또 명우에게 전화를 걸어 검색어를 지우게 했다.명우는 이미 준비가 다 되었고 전화를 받자마자 곧 처리하러 갔다.냉정해지자 구택은 자신이 가소롭다고 느꼈고 마음도 극도로 차가워졌다.시원은 구택과 전화를 끊자마자 은서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 뉴스는 어떻게 된 일이야? 구택한테 물어봤어?”시원은 농담으로 말했다."그렇게 관심을 하는
금자가 말했다."서이연은 몇 달 전에 LS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는데, 그 후에 자원이 어찌나 많은지 사람들은 줄곧 그녀의 스폰서가 임 대표님이라고 하고 있어.”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오늘 일이 정말 사실이라고?’그녀는 안색이 어두운 채 전화를 끊었고 서이연이라는 사람을 마음속에 새겼다. ......소희는 확실히 구택과 이연의 뉴스를 보았다. 오전 첫 수업이 끝났을 때, 하나는 이 뉴스를 소희에게 보여주었고 말투는 다소 실망했다."서이연은 노력파라서 나 정말 팬이었는데. 난 지금 그녀가 따낸 모든 성적이 완전히 자신이 노력해 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배후에 스폰서가 있을 줄은 몰랐어.”그녀는 또 이연의 인스타그램을 뒤졌다. 그녀의 인스타는 이미 터졌고 모든 사람들은 아침의 뉴스가 진짜인지 아닌지 추궁하고 있었다.이연은 최근 포스터를 올려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어젯밤 줄곧 자신의 방에서 극본을 외우고 있었고, 매니저도 함께 있었으며 아침에 임 대표님과 함께 호텔을 떠난 것은 우연으로서 소문을 퍼뜨린 기자의 법적인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일부 팬들은 믿었지만 다른 일부 팬들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며 포스트 아래에서 끊임없이 다투고 있었다.이렇게 되자, 이연의 열기는 오히려 많이 상승했다.소희는 핸드폰을 보며 마음은 무척 차가웠다. 어제 오후, 구택은 그녀와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 후 그는 줄곧 어정에 오지 않았다.그녀는 전화를 했지만 한 여자가 받았다. 그녀는 즉시 그 사람이 바로 서이연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오늘 아침에 뉴스에서 보도한 사진까지 더하면 또 무슨 오해가 있겠는가?소희는 전화를 걸어 질문하지 않았다. 그녀는 구택이 자신에게 그의 사적인 일에 관여할 자격도 입장도 없다고 말할까 봐 두려웠다!침대에서 내려가면, 그들의 사생활은 모두 서로와 무관했다!이미 가을이 되었지만 날씨는 여전히 매우 더웠다. 소희는 태양 아래에서 걸으며 마치 자신이 해부된 채로 태양 아래에서 굽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딘가 아팠지
구은정이 임유진을 데리고 올 거라는 말을 미리 들은 오현빈은, 가게 문 앞에 오늘 휴업이라는 팻말을 걸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지난번처럼, 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현빈은 직원들을 이끌고 줄지어 나와 마치 상사를 맞이하듯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유진은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가게에 손님이 없네요? 장사가 이렇게 안 돼요? 음식이 맛이 없는 거 아닌가요?”이에 현빈은 허둥지둥 손사래를 치며 설명했다.“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오늘은 영업 안 하고, 사장님하고 아, 아가씨를 모시려고 일부러 준비하고 있었어요!”그 말에 은정은 이마를 짚으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유진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쓱 문질러보고는 먼지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이런 조그마한 가게에서 잘 안 먹어요. 지난번도 성연희 씨 체면 봐서 온 거였지. 근데 오늘 음식 맛없으면, 사장님한테 말해서 다 자르라고 할 거예요!”현빈은 비위를 맞추며 활짝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만든 음식은 분명히 만족하실 거예요!”“흠.”이에 유진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사장님 체면 한 번 더 봐줄게요! 근데 저 위가 좀 예민하니까, 음식은 깨끗하게 만들어요. 더러운 건 못 먹으니까.”“특별히 신경 썼어요. 고기도 오늘 막 들여온 거고, 채소도 세 번 씻었어요!”현빈이 서둘러 설명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얼른 가서 준비해요. 난 배고파서 먹을 것만 기다리니까!”현빈은 은정을 힐끔 바라보고, 바로 이문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준비를 지시했다. 유진과 은정이 앉은 자리에만 한 명의 직원이 남아 차와 물을 챙겼다.“당신도 가서 도와요. 여긴 신경 안 써도 되니까!”유진이 말을 하자, 젊은 직원은 바로 물러났다.“네!”사람들이 다 빠져나가자, 유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나 좀 잘했죠?”은정은 오래 참았던 웃음을 드디어 터뜨리며 말했다.“오스카 여우주연상감
오직 은정만이 회의실 주석 자리에 앉아 조금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 전화를 받고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모든 것이 질서 정연했다. 회의실 안의 다른 사람들 역시 서성의 사건이 구씨그룹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던 마음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고,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며 침착을 되찾았다.한 시간이 지나, 몇 개 부서가 함께 조사를 마치고 구은정의 허락을 받은 후, 확인된 정보를 주주들과 회사 고위층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의실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서성은 직무상의 편의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갈취하고, 타인에게 이익을 몰아준 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으며, 회사의 핵심 기밀과 기술을 팔아 이익을 챙긴 일이 네다섯 번에 달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금액은 회의실에 있는 모든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마저도 확실한 증거가 있는 내용에 한한 것이고, 아직 명백한 증거가 부족한 것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금액은 상상 이상이었다.서성은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질 정도로 얼어붙었지만, 여전히 발버둥 치듯 억지 변명을 이어갔다.“난 안 했어. 누군가가 가짜 증거로 나를 모함한 거야. 오늘 이 사건, 너무 우연하지 않아?”“김서나가 도대체 어떻게 입사했는지, 어떻게 사장실까지 들어온 건지, 그리고 내 아내도 누가 전화를 해서 부른 거야. 누가 의도적으로 함정을 판 거라고!”“억울한 일인지 아닌지는, 누군가 다시 밝혀줄 거예요.”은정은 그렇게 말한 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여기에 연루된 사람이 또 있겠지만, 당장은 책임을 묻지 않을 거예요. 각자 어떻게 행동하는지 볼 거예요.”회의 테이블 옆에 앉아 있던 몇몇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서성이 자신에게 시킨 일들을 조용히 되짚어보기 시작했다.서성은 점점 더 초조해져 소리쳤다.“은정아, 지금 너 이거, 협박하는 거야!”하지만 은정은 그에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법무팀을 향해 말했다.“고소하세요.”“네.”법무팀은 은정의
은정은 넓은 회의실 테이블 앞에 서서 조용히 비서를 향해 말했다.“한경아 씨, 김서나 씨 손에 있는 USB 받아오세요.”“네!”경아는 곧장 서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에 서성은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그 역시 재빨리 서나를 향해 달려들어 USB를 빼앗으려 했다.그러나 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성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집어 들어 서성을 향해 내던졌다.회의실 테이블 끝에서 문 쪽까지 약 7,8미터 거리였다. 그런데도 그 물병은 정확히 서성의 머리에 날아가 박혔고, 그는 휘청이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사람들이 일제히 놀라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서성을 부축하려 들지 않았다.결국 도민숙이 달려가 그를 부축했고, 이마가 부어오른 서성의 얼굴을 본 그녀는 놀람과 분노가 교차하며 표정을 몇 번이고 바꿨다.하지만 더는 서성을 향해 욕을 하지 않았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명확해졌기 때문이었다.아침 일찍 누군가 도민숙에게 전화를 걸어, 서성과 얽힌 여자가 회사에 찾아와 난리를 치고 있다고 알려왔다.원래 구씨그룹 본사에 들어가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이고, 특히 사장실 쪽은 출입 통제가 매우 철저한 편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무 제지도 없이 회의실 문 앞까지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도민숙은 지금에야 깨달았다. 이 모든 게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계략이었다는 걸.경아는 이미 서나에게서 USB를 받아 은정에게 전달했고, 은정은 무심하게 스캔하듯 USB를 쳐다본 뒤 차분하게 말했다.“법무팀이랑 총무팀 사람들 전부 회의실로 부르세요.”“네!”경아는 곧장 나가 전화를 걸었고, 서성도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오늘따라 유독 강성 지사에 있는 주주들이 모두 본사에 모여 있는 걸 이상하게 여겼는데, 이 모든 게 은정의 사임이 아니라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철저한 판이었던 것이다.서성은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은정을 노려보았다.“은정아, 김서나는 회사에서 해고된 뒤 앙심을 품고 날 모함하는 거야. 너 설마 그 말을 곧이곧
“김서나가 서성 아이를 가졌다고? 원래 김서나가 서성 사람이었어?”“이런 일이 회사까지 와서 난리 칠 일인가?”...서나는 그 틈을 타 서성이 붙잡은 팔을 뿌리치고 경계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서성은 얼굴이 굳어진 채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김서나, 네가 잘못해 놓고 해고당한 걸 가지고 날 모함하겠다고? 명심해, 이건 불법이야.”그렇게 말하고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김서나, 진정해. 우리 나가서 얘기하자. 오늘 바로 명의 이전 처리해 줄게.”“당신이 여기서 전화하는 걸 봐야 안심이 되죠.”서나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담담하게 말하자, 서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음험하게 물었다.“김서나, 지금 나 일부러 엿먹이러 온 거야? 어떻게 회사에 들어온 거지? 누가 널 들여보낸 거야?”서나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내가 몰래 들어왔죠. 당신은 나를 보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고, 심지어 사람까지 붙여 감시하게 했잖아요. 내가 나를 위해서라도 설명을 들어야 하잖아요.”서성은 냉랭한 목소리로 위협했다.“지금 당장 나가. 안 그러면 가만 안 둬.”서성은 말하면서 서나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회의실 문을 열어 억지로 끌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턱을 넘기도 전에,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서성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서성의 아내 도민숙이 문 앞에서 싸늘한 눈빛으로 둘을 노려보고 있자, 서성은 당황해하며 물었다.“당신, 여기 웬일이야?”서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사모님, 아주 잘 오셨어요. 우리 셋이 같이 얘기 좀 해요.”도민숙은 얼굴이 확 굳더니, 서나의 웃는 얼굴을 보자마자 분노로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고는 그대로 서나에게 달려들어 손을 휘둘렀다.“이 뻔뻔한 계집애!”서나는 서성 뒤로 재빨리 피하며 말했다.“당신 부인 좀 잘 붙잡아요. 저 맞는 건 괜찮은데, 혹시라도 뱃속 아이까지 잘못되면 그땐 당신이 제일 속상할걸요?”도민숙의 표정이 그 말에 확 바뀌었다.“아이?”서나는 가방에서 진단서를 꺼내 두 사람 앞에 내밀었다.“이
하늘은 훤히 밝아졌고, 출근할 시간이었기에, 서성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그런데 회사에 도착하자 비서가 다급하게 말했다.“사장님이 방금 회의 소집 공지를 내리셨어요. 일찍 오시라고 하셨어요!”그 말에 서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구은정이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 어젯밤에 발표하지 않은 걸 보니, 오늘 아침 회의에서 사직을 발표하려는 건가?서성운 차 한 잔을 마시고, 숙취로 인한 불쾌감이 조금 가신 뒤에야 정장을 정리하고 총재실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에 들어서자, 오늘은 회사 고위 임원뿐 아니라 몇몇 주주들도 와 있는 걸 보고 마음이 놓였다. 확실히 사장의 사임 발표가 있어야 가능한 규모였다.서성은 회사에서의 지위가 높았고, 주주들조차도 그가 들어오자 모두 일어나 인사했다. 서성은 온화하고 겸손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 지었고, 안경 뒤의 눈빛은 온통 자신감으로 차 있었다.오늘 이후 은정이 회사에서 쫓겨나면, 구씨 그룹은 철저히 서씨 집안의 차지가 될 터였다.서성은 자리에 안정감 있게 앉았다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문득 어제 서선영이 자신에게 열 통이 넘는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에 은근한 불안이 기분이 서성을 휩싸였다.곁에 앉은 한 주주가 몸을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갑자기 회의를 소집한 건 무슨 중대한 일 때문이죠?”서성은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저도 오늘 아침에야 급히 회의 공지를 받았어요.”주주는 놀란 듯 말했다.“아니, 이제야 아셨다니!”서성은 웃으며 말했다.“아마 사장님께서 중요하게 발표하실 내용이 있으신가 보죠. 조금 기다려 봅시다.”주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약 십여 분이 지나자, 회의실에는 참석자들이 전원 도착했지만 은정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즈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긴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며 군데군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김서나 비서, 이미 사직한 거 아니었나? 어떻게 다시 온 거지?”“그러게
“미안.”은정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유진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그 역시 지금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던 터였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유진은 조용히 그를 끌어안았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저 조금 당황하고 어쩔 줄 몰랐을 뿐인데, 은정이 단 한 마디만 더 다정하게 말해줬다면, 어쩌면...유진은 눈을 감았다. 조심스러움과 후회의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오늘 출근해?”은정의 물음에 유진은 여전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그의 품에 기대어 낮게 대답했다.“네.”“그럼 조금만 더 자. 시간 되면 깨울게.”은정은 유진의 몸을 조심스레 놓고 일어섰다.“어디 가?”유진이 얼른 고개를 들어 묻자, 은정은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주우며 말했다.“아무 데도 안 가. 계속 네 옆에 있을 거야.”유진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더 붉어졌다. 눈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근데 정말 급해요?”이내 은정의 목젖이 움직였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낮고 거칠어졌다.“안 급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아직 때가 아니야. 난 기다릴 수 있어.”사실, 두 사람은 이제 막 연인이 된 사이였다. 유진의 부모님이나 집안 어른들 모두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유진은 은정의 어깨를 바라보다 입술을 깨물었다.“급하다면 나도 생각해 볼게요.”은정은 놀라 유진을 바라보았다. 시선은 점점 깊어지고, 은정의 손이 유진의 턱을 살며시 감쌌다.“유진아, 이런 말은 아무 남자한테나 하면 안 돼. 그 말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 알아야지.”유진은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눈가가 조금 붉어졌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단단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우린 결혼할 수 있을까요?”“할 거야.”단호한 은정의 대답에, 유진은 웃으며 입술을 살짝 벌렸다.“결혼 안 한다고 했으면, 계속 쫓아다녔을 거예요. 소희가 도망가 봐야 소용없다고 말했거든
은정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 유진은 보이지 않았다. 욕실을 들여다봐도 텅 비어 있었다.심장이 순간 쿵 내려앉는 듯했다. 유진이 어디로 간 걸까 싶어 급히 문을 열려던 찰나, 침대 위 이불이 조용히 부풀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은정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침대 곁에 앉았다. 천천히 이불을 들추자, 이불 속에 파묻혀 고요히 잠든 임유진이 모습을 드러냈다.그 순간, 은정의 마음이 말할 수 없이 부드럽게 무너져 내렸고, 한동안 유진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으로 유진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리해 귀 뒤로 넘기자, 복숭아처럼 말간 유진의 얼굴이 드러났다.은정의 손끝은 어느새 유진의 반쯤 열린 입술에 닿았다.‘내가 외롭고 힘들까 봐 곁에 있어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본인이 그런 말을 해놓고선, 혼자 먼저 잠들어 있었다. 은정은 오늘 유진이 서선영을 향해 울분에 차 분노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품에서 붙잡고 있어도 다시 뛰쳐나가려 했다. 그렇게까지 분노한 건, 은정을 위했던 마음 때문이었다. 유진의 울음과 격분은 모두, 은정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그 따뜻함에 은정은 처음으로, 마음속 깊이 응어리졌던 미움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유진은 서인이었든 은정이든, 언제나 그 어두운 마음속 깊숙한 곳까지 비춰주는 빛이었다.은정의 손끝이 유진의 입술에 닿자, 잠든 유진이 무의식중에 혀끝으로 그의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 순간적인 전류처럼 온몸을 휘감는 감각에 은정은 숨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유진은 계속해서 그 손을 입술로 애무했고, 그는 이내 손가락을 빼고는 자기 입술을 갖다 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래도록 그렇게 입을 맞췄다.결국 유진은 그 입맞춤 속에서 다시 깊은 잠에 들었고, 은정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 뒤,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돌아와 유진의 곁에 누운 은정은, 유진이 이불 속에서 몸을 돌려 자신에게 안겨드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알았다. 유진이 입은 잠옷 안엔 속옷이 없다는걸.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이성을 붙잡
갑자기 몸이 공중에 들리자, 임유진은 반사적으로 그를 꼭 껴안았다. 구은정은 그녀를 안고 침실로 향했다. 불은 켜지지 않았고, 방 안엔 희미한 달빛만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은정은 유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샤워하고 와. 내가 우유 데워줄게. 마시고 자자.”이에 유진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그럼, 당신은 어디서 자요?”이에 은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나도 여기서 잘 거야.”유진은 작게 말했다.“저, 그냥 집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조금 전의 분위기가 떠오르자, 유진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런 일이 또 반복되면 둘 다 감정에 휩쓸릴까 봐 걱정스러웠다. 어둠 속에서 은정은 유진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마. 우리 아무것도 안 할게. 그냥, 너 좀만 안고 있자.”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였다. 은정이 방을 나가자, 그녀는 몰래 숨을 내쉬고 욕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속에서도, 은정의 온기와 체취가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온몸에 얽히는 듯한 그 감정들은 마치 장미 덩굴처럼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욕실 안엔 수건이 하나뿐이었는데, 은정이 평소 쓰던 것이다. 유진은 그 수건을 몸에 둘러보며 얼굴을 붉혔다.은은하게 배어 있는 박하 향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간지럽혔다. 유진의 새하얀 피부는 수증기 속에서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갔다. 그러다 문득 현실로 돌아왔다.‘아, 속옷이랑 잠옷 안 챙겨왔네. 이대로 나가야 하나?’‘아까까지만 해도 되게 뻔뻔했는데, 이제 와서 이러는 건 체면이 상하잖아.’‘나 오늘 왜 이러지? 계속 실수하잖아. 정신 좀 차리자, 유진아!’유진은 두 뺨을 살짝 쳐내며 마음을 다잡았다.그때, 문밖에서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유진아?”익숙한 은정의 목소리가 들렸다.“잠옷 침대에 뒀어. 나 나갈게. 다 씻고 입어.”“아 네!”유진은 놀란 듯 대답했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혀를 깨물 뻔했다. 은정이 나간 걸 확
베란다에 누워 자고 있던 애옹이는 인기척에 눈을 떴다. 거실에 나와 두 사람이 키스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다가, 다시 몸을 말고 잠들었다.하루 종일 요동치던 일들이 지나간 이 고요한 밤, 이 키스는 수많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유진을 향한 갈망, 어린 시절에 겪었던 상처, 은정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했던 분노와 억울함은 결국 이곳에서, 유진에게서 위로받고 구원받았다.유진은 은정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을 내어주었다. 은정이 가졌던 상처를 달래주고, 세상의 모든 부드럽고 따뜻한 것을 그에게 쏟아주며 약속했다. 앞으로는 항상 함께할 거라고, 언제나 그의 곁에 서 있겠다고.수많은 굴곡과 고난을 지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멈춰 선 은정은, 이마를 유진의 이마에 맞댄 채 낮고 거친 숨결로 속삭였다.“우리, 연애하자.”유진은 촉촉한 눈동자에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조금 물기 어린 입술을 살짝 깨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응?”은정이 긴장과 초조가 섞인 음색으로 다시 물었다. 유진은 살짝 발을 들어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부드럽게 말했다.“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연애 아니에요?” 친구끼리 서로 이렇게 위로하던가? 은정은 깊게 웃으며, 유진을 품에 안고 거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유진은 은정의 어깨에 살포시 엎드려, 귀에 바람을 불듯 속삭였다.“지금 시간 늦었어요.”“응.”은정은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응답했다.“이젠 가야 하지 않을까요?”유진은 한 손으로 은정의 어깨를 토닥이며 조심스레 말했다.“혼자 있고 싶다면 그냥 말해요. 전 억지로 안 남아요. 그냥, 그냥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면, 그땐 제가 옆에 있어 줄게요.”은정은 잠시 숨을 참았다. 유진을 소파에 내려놓고, 한 손으로 소파 등받이를 짚으며 내려다봤다.둘의 눈빛이 마주쳤고, 유진은 갑자기 숨을 참았다. ‘말릴까? 아니면 붙잡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보내줄까?’은정의 그림자는 본래 어두운 거실의 조도보다도 더 짙었다. 유진의 눈에는 오직 그 사람, 그 눈동자만이 또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