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그의 태도에 놀랐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구택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긴 다리에 팔을 걸치고 두 손을 맞잡았다."유림이는 사회 경력이 없지만, 소희 씨는 이 일을 나에게 말했어야죠.”소희는 맑은 눈으로 입을 오므리며 말했다."유림이 납치된 일을 안 거예요? 사실 이 일은,""난 이 일을 말하지 않았어요!"구택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 일은 주민이 한 것이고 서인과 무관하죠. 그래서 나는 서인과 그의 가게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그는 멈칫하더니 계속 말했다."하지만 서인 그들은 한 무리의 남자들이고, 게다가 그의 가게의 사람들은 대부분 전과가 있는 사람들인데, 유림이더러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게 하다니, 당신은 그 후과를 생각해 본 적 있나요?"소희는 침묵하다 담담하게 말했다."이건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이문 그들이 전에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들은 모두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게다가 그들은 모두 유림이를 여동생으로 여기고, 항상 그녀를 챙겨줬다고요!""나쁜 사람 아니라고요?" 구택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이죠? 의외가 생겨야 누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거냐고요! 서인을 믿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을 믿어도, 그들은 남자예요. 이런 남자들이 여자를 마주할 때 머릿속에 생각하는 게 뭔지 알아요? 정말 일이 생긴다면, 누가 유림이를 책임질 수 있냐고요!"소희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러니까, 당신은 서인 그들을 무시하는 거군요!"만약 유림이 그녀와 신분이 비슷한 그 남학생들과 친구로 지냈다면, 그는 이렇게 민감하지 않았을 것이다!구택은 비웃었다."내가 왜 그들을 무시하면 안 되는 거죠? 그들은 놀고 먹기 좋아하는 하찮은 사람들일뿐, 만약 당신만 아니었다면, 난 이런 사람이 연 가게에 들어가지도 않았을 거예요!"소희는 경악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서인과 이문 그 사람들을 위해 설명해야 할까? 아니, 그녀가
오늘, 그녀의 부모님은 또 출장을 갔고, 할아버지는 오랜 친구를 찾아 낚시를 하러 갔으며 유민이도 학교에 갔기에, 점심에 밥 먹을 때, 그녀는 할머니와 단둘이 집에 있었다.그녀는 숟가락으로 그릇의 국물을 휘저으며 입맛이 하나도 없었다.노부인은 그녀가 이러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어디 아파?""아니요!" 유림은 고개를 저었다."요 며칠 왜 외출하지 않는 거야?" 노부인은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집어주며 웃으며 물었다."그만 뒀어요!""그래? 하긴, 대학원 시험 준비나 잘 해.""네!"유림은 밥을 얼마 먹지 않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궤짝 안의 면도기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말할수 없는 초조함을 느꼈다.오후 2시에 노부인이 문을 두드렸다."유림아, 나 나가서 물건을 좀 살 건데. 너도 같이 나가지 않을래?"유림은 원래 가지 않겠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눈알을 돌리더니 문득 무슨 생각이 난 듯 일어나서 문을 열고, 기뻐하며 말했다."가요, 바로 옷 갈아입을게요!""그럼 아래층에서 기다리마!" 노부인은 자애롭게 말했다.유림은 얼른 옷을 갈아입고 노부인과 함께 외출했다.별장을 떠나 시내에 들어간 후, 기사는 그들을 백화점에 데려다 주었다. 유림은 사람들을 가리켰다."할머니, 나 반 친구 보았는데, 그녀와 이야기 좀 할게요. 졸업 논문에 관한 일을 상의할 겸이요. 할머니 먼저 들어가요!”"그래, 가봐!" 노부인은 그녀가 기뻐하는 것을 보고 시원스럽게 대답했다."우리 둘은 앉을 곳 찾아 얘기를 나눌 수 있으니 할머니는 먼저 쇼핑한 다음 피부 관리 받으러 가요. 조급해하지 마시고요!""알았어, 가봐!" 노부인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노부인은 길 맞은 편으로 걸어갔고, 뒤돌아보니 노부인이 백화점에 들어간 것을 보고 즉시 손을 들어 택시를 잡고 기사에게 영화성에 가라고 했다.그녀는 도중에 또 차에서 내려 서인에게 줄 보양식을 좀 샀다.오후에 가게에 손님이 없었고, 현빈과 이문 등은 함께 앉
현빈은 유림이 지금 이미 가게에서 일하지 않으니 단지 친구를 보러 왔을 뿐이라 생각하고 그녀가 올라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유림은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거실이 이전처럼 더럽고 혼란스럽지 않고 그런대로 깨끗한 것을 보고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서인의 방문은 닫히지 않았는데, 유림은 그를 놀라게 하려고 소리를 내지 않고 직접 문을 밀고 들어갔다.그러나 그녀는 문을 열자마자 남자의 눈을 마주쳤다.서인은 침대에 기대어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고, 고개를 들어 유림을 보고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유림도 꼼짝 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보지 않은데다, 아마 요 며칠 동안 그녀는 줄곧 그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갑자기 그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고, 왠지 모르게 약간 울고 싶었다.두 사람이 몇 초 눈을 마주친 다음, 서인은 옅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왜 왔니?"유림은 모든 감정을 거두고 히죽히죽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사장님 보러 왔죠!"서인은 게임을 끄고 담담하게 웃었다."염려할 필요 없어. 상처도 거의 다 나았거든. 다만 이문 그들이 너무 소란을 피워서 내려가지 않은 거야!""나도," 유림은 두 손을 맞잡고 눈빛을 반짝이며 웃었다."한가해서 친구랑 놀러 나왔다 여기를 지나는 김에 들어와 봤어요.""오현빈 그들과 인사했으면 얼른 가!"서인이 말했다.유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왜요, 오자마자 나를 쫓아내다니!""너를 내쫓는 게 아니야!"서인은 담배를 들고 불을 붙였다."네 가족들이 알면 안 좋잖아!"유림의 얼굴에 부자연스러움이 스쳤다."우리 둘째 삼촌은 단지 이곳에 와서 일을 하지 못하게 했을 뿐, 내가 여기에 와서 오빠들 보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니잖아요."서인은 그녀를 바라보며 한 쌍의 눈동자는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 같았다.유림은 그의 눈빛에 마음이 찔려 즉시 화제를 돌렸다."담배 좀 적게 피우라니까요!""내일부터 적게 피우면 되지!" 서인은 얼버무리며 대답했다."지금부터요!" 유림은 콧방귀를 뀌
"네, 갈게요. 다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돈 벌어요!" 유림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다음에 봐요!"현빈 이문 등은 그녀를 문 앞까지 바래다 주었고, 그녀가 택시를 타는 것을 보고 나서야 가게로 돌아왔다.현빈은 위층으로 올라가 서인에게 물 한 잔 따르고 웃으며 말했다."림이 갔어요!""음." 서인은 핸드폰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림이 이 계집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특별히 우리를 보러 오다니!"서인은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고개를 들어 물었다."특별히 왔다고? 친구들과 이 부근에서 놀고 있다 하지 않았어고 말했다."아닐걸요!"현빈은 의혹을 제기했다."방금 스스로 택시 타고 가는 거 봤는데, 아마 특별히 여기에 왔을 걸요. 다른 사람은 없었어요."서인은 깊은 눈동자에 냉기를 숨긴 채 담담하게 말했다."앞으로 임유림 또 오면, 그녀 혼자 올라오지 못하게 해. 네가 같이 올라와."현빈은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형님, 경각심이 너무 높으시군요. 다 큰 남자인데 여자아이가 뭐 할까 봐 두렵긴요."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의 차가운 눈빛으로 보고 즉시 입을 다물고 말머리를 바꿨다."그래요, 기억했어요!"밤.은서는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시간은 이미 밤 10시가 되었다. 그녀는 조수를 보낸 후, 창문 앞으로 가서 명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명원아, 내가 너에게 찾으라고 한 사람, 찾았니?"명원은 웃으며 말했다."누나, 내가 일 처리하는 것을 걱정하는 거예요? 사람은 이미 찾았으니 내일 강성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그래, 명원아, 고마워!""에이, 천만에요!"명원은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내일 도착하면 전화할게요.""응, 수고했어!"은서는 전화를 끊고 창밖의 짙은 야색을 보면서 입술은 저절로 구부려졌다.......촬영을 마치기 전에 주 감독은 또 제작진의 사람들을 청하여 넘버 나인에 가서 회식을 했다. 이번에 은서도 왔는데, 주 감독과 몇 명의 프로듀서와 한 테이블에 앉았다.밥을
이현은 멈칫하더니 무의식적으로 좌우를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요 며칠 대표님은 소희를 데리러 오지 않았는데, 나는 그들이 싸운 줄 알았어요. 그러나 방금 소희가 전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잠시 후에 대표님이 그녀를 데리러 오는 것 같아요."은서의 손에 있는 립스틱은 입가에 멈추더니 눈 밑에 차가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소희를 증오하는 동시에 구택도 미웠다!분명히 소희가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심지어 유림까지 하마터면 연루될 뻔했는데, 그는 뜻밖에도 그녀를 놓아주지 못하다니!하지만 괜찮아, 그녀의 손에는 아직 비장의 카드가 있으니까!구택이 손을 놓으려 하지 않는 이상, 그녀는 다른 사람더러 그에게 손을 놓으라고 강요할 것이다!모임이 끝난 후, 구택의 차는 이미 넘버 나인 밖에 도착했는데 지난번 경력이 있어 이번에 많은 사람들은 소희가 구택의 차를 타고 떠난데 대해 이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이현은 가로등의 어두운 그림자 아래 서서 두 눈은 그윽하게 반짝이며 실의에 빠져 남자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구택이 차를 운전했고, 소희는 조수석에 앉아 차창밖을 바라보았는데 차안은 줄곧 조용했다.알록달록한 네온사인이 차 앞 유리에 비치더니 빠르게 양쪽으로 미끄러졌다. 소희의 정교한 이목구비도 짙은 화장을 한 듯 사람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 뒤, 순식간에 암담해졌다."밥은 입에 맞아요? 야식 좀 더 먹을래요?" 구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니요, 배불리 먹었어요!"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비록 달고 매운 것을 좋아하지만 일반적으로 음식을 가리지 않았기에 어떤 모임이든 잘 먹을 수 있었다.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을 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전에도 두 사람은 조용히 함께 있던 적이 있었지만, 아무런 어색함도 없었고, 지금은…… 소희는 자꾸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어정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희는 신발을 갈아신고 안으로 들어갔고 구택은 갑자기 뒤에서 그
유림의 일은 이미 지나갔고, 두 사람은 예전처럼 사이가 좋아졌으며, 그도 예전처럼 그녀에게 잘해주었다. 그러나 소희는 늘 어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간격이 두 사람 사이를 막아 그녀를 실망시키고 또 영문 모르게 했다.바람이 한바탕 불어와 차가운 빗줄기가 목덜미에 닿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몸서리를 쳤다.창문을 닫고 소희는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이튿날, 소희가 일어났을 때, 구택은 주방에서 아침밥을 짓고 있었다.남자는 베이지색 얇은 스웨터에 같은 색 긴 바지를 입고 앞치마를 두르고 우유를 데우고 있었다.소희는 마음이 움직이더니 앞으로 가서 남자의 허리를 껴안고 얼굴을 그의 등에 붙였다.구택은 컵을 든 손이 멈칫하더니 우유컵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소희를 안았다. 잘생긴 얼굴에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왜요? 하룻밤 같이 안 잤는데 내가 보고 싶은 거예요?"소희는 그를 부둥켜안고 조용히 말했다."유림의 일에 아직도 화가 나고 있는 거예요? 서인에게 화가 나든, 나에게 화가 나든, 나에게 말해줄래요? 문제 있으면 우리 함께 해결해요."구택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만졌고 마음이 약해지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아니에요, 나는 자기에게 화 나지 않았어요. 어젯밤에 내가 회의를 너무 늦게 끝내서 자기 깨울까 봐 돌아가지 않았어요."소희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도 마음속의 이상한 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감정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목표가 명확하고 상대방의 행방을 파악한 다음 계획을 세우면 만전을 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감정의 일은 정반대였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머리에 키스했다."내가 뭘 잘못해서 자기 불편하게 했어요?""아니요!" 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확실히 잘못한 게 없었다. 아마도 그녀가 너무 예민했기 때문일지도!"헛된 생각하지 마요!" 구택은 그녀의 하얀 얼굴을 어루만지며 주물렀다."씻으러 가요, 곧 아침 먹을 수 있어요."소희는 고개를 들어 웃었다."그래요.""얼른
하인은 당연히 소희를 알고 있었고, 자기 집 주인이 소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감히 눈앞의 청년을 막지 못하고 줄곧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었다."그럼 먼저 거실에 가서 앉으세요. 제가 가서 어르신께 여쭈어 드리겠습니다."별장에 들어가 그 안의 우아하고 진귀한 인테리어를 보고 청년은 멈칫하더니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한 쌍의 눈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따라오세요!" 하인이 말했다.청년은 눈빛에 탐욕을 품고 하인을 따라 거실로 걸어갔다.하인이 물었다. "커피 드릴까요, 아니면 주스 드릴까요?"청년은 소파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며 입을 벌리고 말했다."커피 한 잔 가져와요!""네!"하인은 양식 주방에 갔다가 곧 커피를 들고 돌아왔는데, 청년이 탁자 위의 과일과 과자를 먹고 있는 것을 보았고, 입은 불룩해진 채, 과자는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하인은 어안이 벙벙해지며 어딘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소희처럼 온화하고 예쁜 아가씨에게 어떻게 이런 동생이 있을 수 있겠는가?남자는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고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머리를 돌려 뱉었다.하인은 눈을 부릅뜨고 막을 겨를도 없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커피를 카펫 위에 토하지 마세요!"카펫 자체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고, 한 번 씻어도 가치가 만만치 않았다!그리고 바닥에 함부로 음식을 뱉다니!"너무 써서 마실 수가 없잖아요!" 청년은 커피잔을 탁자 위에 세게 놓더니 하인을 시켰다. "가서 주스 한 잔 따라와요. 좀 달게!""그래요, 잠깐만 기다려요." 하인은 더 이상 그를 모시고 싶지 않았지만 또 그가 정말 소희의 동생일까 봐 다른 말하지 않고 돌아서서 주스를 따랐다.청년은 고개를 들어 창밖의 잔디밭을 바라보았는데, 개 한 마리가 옆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고, 지금 경계하며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도 두려워하지 않고 신선하기만 해서 과일을 들고 먹이려 했다."개야, 이리 와!"하인이 마침 이것을 보고 즉시 막았다."죄
"날 찾는다고?" 어르신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우리 누나는 당신 아들 임구택, 즉 임 대표님의 여자 친구인데, 그들이 결혼하려는 이상, 내가 또 친정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예단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어요?" 구웅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은 멈칫하더니 그제야 안색이 변했다."지금 뭐라고 했지?""그들이 결혼하는 거, 아직 모르는 것은 아니겠죠?" 구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입을 헤벌렸다. 그것은 어르신이 일부러 모르는 척한다는 뜻이다.어르신은 재차 물었다."소희가 구택의 여자친구라고 했는가?”"그래요, 그들은 오랫동안 함께 있었어요!" 구웅은 소파에 기대어 다리를 꼬고 있었다."우리 누나는 그녀가 임구택과 결혼하면, 당신들이 나에게 회사에 별장 한 채를 선물하고, 또 나에게 차랑 기사 한 명, 비서 두 명을 선물한다고 했는데, 언제 실현할 수 있는 거죠?"어르신은 웃지 않았고, 얼굴에도 아무런 정서가 보이지 않았으며 나지막이 물었다."이건 소희가 너에게 알려준 것인가?""맞아요, 우리 누나가 직접 나에게 말했어요,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고요!"구웅은 맹세했다.어르신의 눈빛은 엄숙했다."이 일은 알았으니 먼저 돌아가봐!""먼저 나에게 도대체 언제 회사와 별장을 주는지 알려줘야죠. 회사를 주지 않으면 먼저 비서 두 명을 줘도 돼요!"구웅은 또 비위를 맞추는 태로도 바꾸었다.어르신은 냉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결혼에 대해 나는 구택과 상의해야 하니까, 상의 끝나면 자연히 너에게 알려줄 거야!""그래도 이렇게 날 보낼 수는 없잖아요?" 구웅은 눈알을 돌렸다."내가 친정 집 사람으로 당신들 집안에 찾아왔으니, 답례를 좀 해야죠!"어르신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분노를 억누르고 뒤돌아서서 하인에게 분부하였다."집사한테 가서 현금 50만 들고 오라고 해.”하인은 자신의 주인이 정말 교양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조차 차마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가 응답하며 가려고 하자, 구웅이
“역시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될 줄 알았어요.”은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하자, 손기수가 물었다.[이제 어떻게 하죠?]구은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장말숙한테 손자가 있잖아요. 그 애를 데려가요.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지켜여.”이에 손기수는 비죽 웃으며 말했다.[그건 납치 아닌가요?]“이건 우리 엄마 뜻이에요.”은서는 그 말을 강조하듯 단호하게 말했다.“일만 제대로 끝내면, 보수는 두 배로 줄 거예요.”그제야 손기수는 만족스레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저한테 맡기세요.]은서는 다시 신신당부했다. “숨겨두기만 해야 해요.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돼요.”이에 손기수는 급히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하겠어요!]은서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엄마 말씀만 잘 따르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모든 게 은정을 내쫓는 날까지만 버티면 그만이었다. 장말숙의 아들이 위협되지 않게 만들어야 했고, 지금 중요한 건 은정을 최대한 빨리 강제로 떠나게 만드는 일이었다.두 시간 후.오현빈이 급히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큰일이에요. 장말숙 아주머니 손자가 납치당했어요!”은정의 눈빛이 차갑게 되었다. 그와 유진의 계획은 장말숙의 아들이 철없는 무뢰한이라는 걸 이용해, 서선영 쪽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나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서선영은 한 수 더 앞질렀다. 직접 손자를 납치해 버린 것이다. 은정은 느긋한 듯 말했지만, 말투엔 서늘한 살기가 묻어났다.“왜 못 막았어?”현빈이 대답했다.[도착했을 땐 이미 데려가고 난 뒤였어요. 아이는 집에 혼자 있었고요.]장말숙은 요즘 일을 그만두고 손자를 돌보고 있었다. 자기 아들은 놀기 좋아하고 도박을 일삼으며 최근 큰 빚까지 졌고, 며느리는 친정으로 들어가 버렸다.장말숙이 서선영의 돈을 받은 것도 빚을 갚고 며느리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다.그날 점심을 먹고 잠시 슈퍼에 다녀온 사이, 손자가 납치된 것이다.은정은 알고 있
“아주머니는 분명 그날 일에 대해 알고 있어요. 그 사람한테 직접 확인하러 갈 거예요!”임유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대로 뛰쳐나갔다.“유진아!”구은서는 몇 걸음 뒤쫓았지만, 유진은 이미 계단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은서는 굳게 이를 악물며 눈살을 찌푸렸다.서선영이 집에 없다는 걸 알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장말숙 아주머니 잘 지켜봐요. 유진이 그날 일 알아보려고, 지금 그 사람 찾으러 갔으니까.”그러나 서선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걔가 뭘 안다고 찾아?]은서는 차분히 말했다.“유진은 임씨 집안 사람이야. 찾으려면 못 찾을 사람이 없죠.”이에 서선영의 말투도 조금 무거워졌다.[알았어. 내가 금방 사람 붙여서 장말숙 감시하라고 할게.]은서는 이어서 냉랭하게 따져 물었다.“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면서요? 근데 걔는 어떻게 안 거예요?”유진이 알았다는 건, 임씨 가족들까지도 이미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이에 은서는 불안감에 입술을 꾹 눌렀다.서선영은 얼버무리며 말했다.[아마 도우미 중 누가 말실수했을 거야. 다시 철저히 단속해 둘게. 걱정하지 마. 소문 좀 난다 해도 너한테까지 영향은 안 가. 넌 그냥 조용히 대본 연습이나 해.][이번 영화, 내가 네 외삼촌 꼬드겨서 겨우 투자받은 거 알지? 이번 기회 잘 잡아야 해. 딴 건 신경 쓰지 마. 연기만 잘하면 돼.]은서는 그 말에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번 영화는 유명 감독의 대작이었고, 은서에게는 이미지 회복의 유일한 기회였다. 그렇기에 서선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 곧 촬영 들어가요. 그러니까 이번 일 절대 망치지 마요.”[알았어!]서선영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유진은 급히 차로 돌아와 깊게 숨을 들이쉰 후, 곧장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선영 쪽에서 곧 움직일 거예요.”[알고 있어. 이미 준비해 뒀어.]은정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유진은 안심하며 숨을 내쉬었다.이윽고,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고생 많았어.]이에 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
“아파요!”유진은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팔을 뻗어 구은정의 목에 매달리듯 안으며, 자기 얼굴을 숨기려 했다.이에 은정은 그녀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웃었다.“왜 예전 같지 않아? 예전엔 몰래라도 키스하려고 했으면서, 이젠 실컷 하라고 해도 도망치기 바쁘네.”유진은 은정을 꼭 안으며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속은 터질 듯 행복했다. 이제는 몰래 키스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은정은 유진의 발그레한 귀에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전에 난 늘 걱정했어. 네가 그냥 어린 마음에 나한테 끌리는 거라고. 그저 신기하고 새로워서, 가질 수 없으니까 더 마음이 가는 거라고.”“우리가 진짜로 사귀게 되면 금세 질릴 거라고. 나는 사실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야. 총 쏘고 싸우는 것 빼곤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것도 몰라. 마음도 더 이상 젊지 않아.”“그래서 넌 언젠가 내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그 마음이 식을까 봐 두려웠어.”유진은 목이 메어,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기억 잃었을 때, 왜 다시 나한테 다가왔어요?”은정은 예전엔 그렇게 차갑게 거절했던 사람인데, 교통사고 한 번 났다고 갑자기 사랑하게 된 걸까? 혹시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을까?그런 생각이 유진을 계속 불안하게 했다. 잠시 침묵하던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아마 너 없는 세상이, 정말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어둡고 차가웠기 때문일 거야.”그 말에 유진의 가슴은 요동쳤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어둠을 걷어내고 자신의 빛으로 은정의 세상을 덮어주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유진은 다시 한번, 은정에게 입을 맞췄는데, 이번엔 더욱 깊고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은정은 곧 유진을 세게 안았고, 불같이 뜨거운 열기가 유진을 감쌌다. 죽음 같은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 사람처럼, 은정의 키스는
“그 사람들이 설마...”유진은 커다란 눈을 뜨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구은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생각한 그대로야.”유진은 믿기지 않는 듯 놀람과 동시에 깊은 자책의 기색을 띄웠다.“결국 내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자꾸 그런 식으로 네 탓 하지 마.”은정은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너는 둘 사이의 더러운 사정도 몰랐잖아.”유진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서선영은 그래도 이해가 가. 근데 구은서는 왜 그렇게까지 자기 엄마한테 협조한 거예요?”“자기 명예가 달린 문제인데, 게다가 지금은 연예인이잖아요. 설령 피해자라 해도, 그런 얘기 퍼지는 게 좋을 리 없잖아요.”은정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답했다.“십몇 년 전 그 일 땐, 은서는 진짜로 몰랐던 것 같아. 내가 샤워 끝내고 나왔을 땐 자고 있었고, 서선영이 소리 지르고 난리 쳐도 안 일어났거든.”“그땐 그냥 서선영한테 이용당한 거지. 근데 이번엔 서선영이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나도 몰라.”유진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서선영은 정말 너무 악랄했다. 자기 딸까지도 그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못 할 짓이 뭐가 있을까?더구나 서선영은 알고 있었다. 이런 식의 루머가 은정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게 바로 구은태에게도 가장 아픈 약점이라는 것을. 그래서 서선영은 또다시 그 수를 썼다.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그때 전화받은 아주머니, 그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찾을 수는 있어. 하지만 서선영한테서 돈을 받았고, 아마 협박도 받았을 거야.솔직히 말해줄 가능성은 작아.”은정은 냉정하게 말하자, 유진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그래도 찾아봐야죠. 당장 데리고 가서 집에 가서 진실을 말하게 해야 해요!”은정은 유진의 손목을 붙잡았는데,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다.“서두르지 마.”“어떻게 안 서둘러요! 지금 이미 밖에선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고요!”유진이 답답해하며 소리치자,
“그날 밤 전화했을 때 말이야.”유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게 바로 그날이었어요?”“그래.”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는 서선영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몰랐다. 혹시 다시는 유진을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워,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사실은 유진에게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유진은 자책하듯 말했다.“나도 그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어. 근데 안 찾아갔어요.”은정은 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그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유진은 단지 모호한 한 통의 전화로 구씨 저택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무겁고 미안했다.“내가 갔더라면, 그 여자의 계략이 통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요.”“유진아, 우리 이제 과거에 대해 그만 후회하자. 응?”은정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요한 건, 서선영 모녀의 거짓말을 어떻게 밝혀낼지였다.“그 여자가 떠나라고 하니까, 진짜 떠나려던 거예요?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됐어?”유진이 화가 난 듯 말하자, 은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내 명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 네가 그 일 알고 나서 날 더 미워할까 봐, 그게 무서웠지.”호텔에서 유진이 여씨 집안 가족 모임에 참석한 걸 봤을 때, 그는 마음이 무너졌다.자신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앞으로도 더러운 과거 때문에 손가락질받을 인생인데, 그런 자신의 곁에 유진을 두는 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유진은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은 두 손으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안개 낀 듯한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은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밀어내고 그 마음속까지 빛으로 채우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번에는 유진이 먼저 입을 맞췄는데, 그 키스는 애틋하고 따스했
“정말 못됐어요. 그런데도 난, 이렇게 좋아하니까.”유진은 코끝을 훌쩍이며 속삭이듯 말하자, 은정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고, 유진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유진은 흐느낌 속에 물었다.“그래도 또 떠날 거예요?”“안 떠나.”은정은 마치 유진의 몸이 자기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꼭 끌어안았다.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가엔 참을 수 없이 번지는 미소가 피어올랐다.멀찍이서 둘을 바라보던 소희는 마침내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고,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돌아섰다.은정은 티켓 환불을 마치고, 유진의 손을 꼭 잡고 공항 로비를 빠져나왔다.그때 소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진이는 맡길게. 잘 달래줘. 난 먼저 갈게.]은정은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소희, 정말 고마워.”[혹시 집안 문제,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은정은 원래의 냉정한 눈빛을 되찾으며, 대답했다.“아니, 내 일은 내가 해결할게.”[그래.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임씨 집안 쪽 설득도 내가 도와줄 수 있어.]은정은 낮게 웃었다.“혼자 힘으로 안 되면 그때 부탁할게.”전화를 끊은 뒤, 유진이 옆에서 물었다.“소희, 갔어요?”“응. 우리 집에 가자.”은정은 다시 유진의 손을 꼭 잡았다.유진은 그날 회사에 가지 않고, 전화를 걸어 휴가를 냈다. 이경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선 은정은 유진을 번쩍 안아 들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유진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세게 은정을 끌어안고 입맞춤에 응했다.유진의 반응은 은정을 더욱 자극했고, 입술은 불꽃처럼 뜨거웠다. 은정은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며 끊임없이 유진의 반응을 확인했고,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었을 때에야 숨을 고르며 입술을 떼었다.유진은 숨을 헐떡이며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언제 기억난 거야?”은정은 유진의 입술 위에서 낮게 물었다.유진의 커다란 눈동자엔 얇은 안개 같은 물기가 맺혀 있었고, 눈가엔 눈물 자국이 남아 붉
“나쁜 놈!”유진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내뱉으며,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닦고는 그대로 뛰쳐나갔다.허둥지둥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던 중, 예상치 못하게 1층 현관 앞에서 막 차에서 내리는 소희와 마주쳤다.유진은 달려가 소희를 끌어안으며, 눈물로 목소리가 떨렸다.“소희야. 그 사람, 갔어.”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침착하게 말했다.“지금쯤 공항 도착했을 거야. 얼른 차 타. 우리가 가서 막자.”유진은 울먹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응.”차에 올라탄 후, 소희는 아침 출근길 교통체증을 피해 가능한 한 빠른 길로 달렸다. 조수석에 앉은 유진은 여전히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소희는 유진을 스치듯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이번엔, 걔가 지구 반대편까지 도망친다 해도 내가 꼭 데려올게.”유진은 이를 악물며 눈물 맺힌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공항에 도착하자, 소희는 시계를 확인했다.“지금쯤이면 막 보안 검색대 들어갔을 거야. 넌 안으로 들어가. 난 밖에서 기다릴게.”유진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항 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탑승 게이트 앞, 마침내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토록 익숙하고, 아프도록 그리운 구은정의 뒷모습을 발견했다.너무 긴장한 탓일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은정이 거의 들어가려던 순간, 유진은 겨우 목을 눌러 뜨거운 한마디를 토해냈다.“서인!”이에 은정의 발걸음이 멈췄고, 순간 고개를 홱 돌렸다. 사람들 사이 너머로, 유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소음, 움직임. 모든 게 멀어지고, 과거와 현재가 한꺼번에 겹쳤다.처음 만났던 순간.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 건네주던 은정의 등.“정말 대단해.”감탄하던 유진의 눈빛. 차가웠던 은정의 반응.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은정이 궁금했고, 따랐고, 그렇게 샤브샤브집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유진은
방연하는 어이없다는 듯 여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지금 진심이에요? 머리 괜찮아?”여진구는 연하를 째려보았다. 연하는 주변의 예쁘게 꾸며진 꽃길과 풍선을 둘러보며 부러움 섞인 말투로 말했다.“이거 진짜 예쁘네요. 나도 나중에 이런 대접 한번 받아볼 수 있을까요?”“너한테 고백할 남자가 이런 것도 못 하면, 내가 대신 해줄게.”진구는 시원하게 말하자, 연하는 헛웃음을 지으며 받아쳤다.“미리 감사 인사드릴게요, 여진구 사장님.”그 시각, 유진은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했고, 계속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그날 밤은 뒤척이기만 하다가, 새벽이 되자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아침 7시가 되자, 임유민이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문에 기대선 그는 느슨하게 말했다.“누나, 이번 주 금요일 우리 학교 축구 경기 있어. 내가 수비수로 나가는데, 학교에서 가족 참관 받는대. 올래?”유진은 고개를 들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좋지. 꼭 응원하러 갈게.”유민은 그녀가 짐을 싸는 걸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근데 누나, 짐은 왜 싸?”유진은 노트북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이젠 다시 이경 아파트로 돌아가려고.”유민은 조금 놀랐다.“안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았어?”유진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가고 싶어졌어.”유민은 문에 기댄 채 웃으며 중얼거렸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근데 이번에는 그렇게 바보처럼 굴지 마.”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이에 유민은 씩 웃었다.“엄마는 아침 일찍 나갔고, 할머니한테는 꼭 인사하고 가. 안 그러면 또 가출했다고 난리 나실걸.”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집에 없을 땐, 네가 좀 더 착하게 굴어. 할머니 기분 잘 맞춰 드리고.”유민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그건 숙모한테나 하라고.”유진은 참지 못하고 푸흐 웃음을 터뜨렸다. 짐을 정리한 후, 운전기사에게 짐을 차에 실어달라 부탁하고 자신은 할머니에게 인사드리
유진은 은정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다시 호텔 위층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여씨 집안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대비해야 했다.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졌고, 유진이 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여씨 집안의 두 명의 며느리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셋째네는 평소에 그렇게 거칠게 굴더니, 오늘 자기 아들이 그렇게 당했는데도 조용하네?”다른 여성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들었는데 인후가 아가씨를 모욕해서 그렇게 된 거라더라고요. 이 일, 임씨 쪽이 알게 되면 여인후 가만두지 않을걸요?”“그래서였구나! 근데 때린 사람이 누군데?”“그건 잘 모르겠어요.”유진은 고개를 돌려 벽에 기대었다. 그 순간, 조금 전 은정의 어두운 눈빛과 먹먹한 표정이 머릿속을 스쳤고, 가슴이 다시 시리게 아파왔다.그때 여진구가 메시지를 보내오자, 유진은 핸드백을 챙겨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진아!”호텔 정원에서 진구가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꺼내려 했지만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선배!”이에 진구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말해봐.”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전 늘 당신을 선배로, 좋은 친구로 생각했어요. 그 이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오늘 가족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부디 오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할아버지랑 어른들께는 확실히 말씀드려 주세요.”진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유진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간파하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유진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표정엔 피곤함이 묻어났다.“조금 피곤해서 먼저 갈게요. 할아버지께는 대신 인사 부탁드려요.”유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몇 걸음만 걸었을까? 그 순간, 뒤쪽 정원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형형색색의 하트 모양 꽃장식이 환하게 빛났고, 수많은 풍선과 조명이 하늘로 떠올랐다.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