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임신 25주 차, 연지아는 임신 정기검진을 받다가 남편의 외도를 목격했다. 그녀는 몸매가 뚱뚱하고 얼굴도 가꿔지지 않았다. 무거운 몸으로 배를 끌어안은 채 아름다운 내연녀에게 아주머니 소리나 들으며 남편의 무시를 받았다. 하지만 연지아와 성유원이 처음 만났을 때, 그녀 역시 만인의 여신이었다. 연지아가 몸을 이용해 결혼을 요구했다고 믿는 성유원은 먼저 이혼 얘기를 꺼냈다. 그 순간, 연지아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학교에서 직장까지, 8년에 달한 짝사랑과 헌신은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 아이를 낳고 난 연지아는 단호하게 이혼협의서에 사인하고 떠났다. ... 5년 후. 연지아는 억대의 몸값을 가진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아름다운 데다가 능력까지 뛰어난 그녀는 많은 이의 호감을 샀다.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낸 남자는 끝까지 절차를 끝내지 않았다. 연지아는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과거 그녀를 그토록 혐오하던 남자가 이제 와서는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일일히 복수했다. 결국 연지아는 다른 남자의 팔짱을 끼고 우아하게 약혼 소식을 알렸다. 성유원은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이며 넋을 잃은 채 말했다. “연지아, 다른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꿈도 꾸지 마.”
View More연지아는 침대에서 옆으로 누워 쉬고 있었다. 손바닥을 아랫배 위에 얹고 아이가 톡톡 차는 움직임을 느끼다 보니 흔들리던 감정도 조금씩 가라앉았다.그런데 머릿속에서는 아까 서안성이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성유원은 정말로 그녀 뱃속 아이까지 싫어하는 것 같았다.김미현이 지금은 이 아이를 챙긴다 해도, 언젠가 안연청이 성씨 가문 아이를 낳게 되면 그녀의 아이가 얼마나 대접받을까.그 생각은 더는 못 하겠다 싶을 만큼 두려웠다.연지아는 결심 했다.이 아이를 자신을 원하지 않는 집안에 남겨두고 혼자 버티게 할 수는 없었다.아이를 데리고 떠나야 했다.그때.똑똑똑.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연지아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온 뒤, 문으로 가서 열었다. 문 앞에는 유미연이 서 있었다. 얼굴에는 날이 서 있었다.“도련님이 부르세요.”연지아가 거실로 나가자, 소파에 앉아 있는 성유원이 보였다.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분위기는 숨이 막힐 만큼 냉정했다.연지아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남자의 표정 하나만으로 공기가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걸음이 굳어졌고, 눈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그녀가 남자 앞에 멈춰 섰을 때, 예상하던 꾸중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더 차갑고 잔인한 말이 떨어졌다.“이 서류, 다 끝내고 자.”말을 마친 성유원은 길게 뻗었던 다리를 거두고 다이닝룸 쪽으로 걸어갔다.연지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두꺼운 자료 뭉치를 바라봤다. 이건 오늘 밤 잠은 포기하라는 뜻이었다.그에게 연지아는 임산부도 아니었다.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는 정말로 그녀를 이렇게까지 미워했다.연지아는 손끝을 꽉 쥐었다. 그리고 갑자기 몸을 돌려 남자의 등을 향해 말했다.“나 사직서 냈어. 이제 안 해.”성유원이 발걸음을 멈췄다.몸을 반쯤 돌린 채, 차가운 시선이 연지아 위로 떨어졌다.연지아는 온 힘을 모아 그 눈빛을 받아냈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성유원이 유미연
성유원은 작게 웃으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안연청을 바라봤다.“연청이 너한테 친여동생이 있다는 걸 알면 큰일 나지. 네가 아직도 그렇게 그리워하는데 분명 질투할 거야.”송나겸이 말했다.“네가 연청이랑 만나는 걸 반대하지는 않아. 하지만 네 일 정리되기 전에는, 나는 연청이랑 네가 같이 사는 건 절대 못 봐.”성유원은 입꼬리를 옅게 올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빠,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송나겸이 웃었다.“별 얘기 아니야.”...“연지아 씨, 무슨 뜻이에요? 본인이 뭐라도 된 줄 알아요?!”주이빈이 자료 뭉치를 연지아 앞에 탁 소리 나게 내던졌다.조금 전에도 주이빈은 늘 그랬듯 연지아의 일이 아닌 업무를 연지아에게 처리하라고 넘겼고, 연지아는 대놓고 거절했다.연지아는 화가 난 주이빈을 보며 비웃듯 웃었다.“주이빈 비서님, 그 일도 못 하셔서 남한테 떠넘기실 거면... 그만두시는 게 낫겠어요.”“...”사무실 다른 직원들이 이쪽을 힐끗거리며 상황을 지켜봤다. 연지아의 말이 너무 직설이라 다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진짜로 더는 참을 생각이 없는 얼굴이었다.주이빈은 분이 치밀어 성큼 다가오더니 손을 들어 연지아의 뺨을 때리려 했다.연지아는 책상 위 물컵을 집어 먼저 주이빈에게 확 끼얹었다.얼굴에 물을 뒤집어쓴 주이빈은 그대로 굳어 있다가 이내 비명을 질렀다.“연지아, 이 뻔뻔한... 이 더러운 뚱보!”“뭐가 이렇게 시끄러워요?”주민우의 목소리가 들렸다.주이빈은 달려들려던 걸 멈췄고, 주민우는 기세 좋게 걸어와 주이빈의 젖은 몰골을 훑어봤다.“무슨 일이에요?”주이빈이 숨을 고르고 말했다.“제가 연지아 씨한테 일을 맡겼는데 안 하겠대요.”주민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눈빛에 불쾌함이 짙게 올라왔다. 그는 연지아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여기서 왜 혼자 예외를 만들려고 하죠? 여기는 회사예요. 연지아 씨 집이 아니라고요.”연지아는 목에 걸린 사원증을 뗐다. 그리고 탁 하고 책상 위로 던졌다. 그녀는 주민우를 노려보며 차갑
송나겸은 서안성 쪽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 줄로만 생각해서 굳이 끼어들지 않으려 했다.그런데 송나겸이 큰 걸음으로 다가가 연지아를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 서안성은 그를 막아섰다.“형, 신경 쓰지 마. 저 사람은 그럴 만해서 그런 거야.”송나겸은 결국 연지아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낮게 물었다.“괜찮아요?”연지아는 너무 아파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앞에 선 남자를 쳐다보지도 못한 채, 그저 고개만 저었다. 그리고 절뚝거리며 튕겨 나가 버린 도시락 쪽으로 걸어갔다.송나겸은 서안성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산부인 거 안 보여? 여긴 유원이 회사야. 여기서 사고 나면 어떡하려고 그래?”서안성은 연지아의 둔중한 뒷모습을 보며 냉소했다.“멀쩡하잖아. 진짜로 문제 생기면... 애가 유산돼도 차라리 좋지.”그 말을 들은 연지아는 몸이 굳었다. 심장이 쿵 하고 조여 오듯 아팠다.서안성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성유원 역시 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몰랐다.송나겸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때, 맑고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오빠.”송나겸은 생각에서 돌아와 고개를 들었다. 안연청이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베레모를 쓰고, 질 좋은 울 니트를 입은 채 주름치마를 매치했으며, 가느다란 다리에는 흰 부츠를 신었다. 청춘의 빛이 튀는 듯 당당하고 예뻤다.그 뒤에는 잘생긴 남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남자는 팔에 안연청의 겉옷을 걸쳐 들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송나겸이 말했다.“그렇게 뛰어오면 어떡해. 넘어지면 어쩌려고.”안연청은 송나겸의 팔을 붙잡고 투정하듯 말했다.“나 애도 아닌데, 그렇게 쉽게 넘어지지 않아.”서안성이 다가와 한마디 얹었다.“연청이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우리 성 대표님이 회사 통째로 부숴서 다시 지을지도 모르겠네.”안연청은 얼굴이 붉어져 흥 하고 말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그때 성유원이 다가왔다.“가자. 밥부터 먹자.”서안성과 송나겸은 원래 여기서 성유원과 안연청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지아는 그날 밤 연씨 가문에 머물렀다. 그날 밤은 오랜만에 깊고 편안하게 잠든 밤이었다.아침에 일어나니, 배난화가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연지아를 위해 닭곰탕도 따로 끓였고, 회사에 가져갈 영양 도시락도 담아두었다.연지아는 어젯밤 사직서를 내고 강현수 곁에서 한 달 동안 교수로 일하겠다고 말했다.처음에는 다들 반대했다. 몸부터 챙기며 태교에 집중하라고 했다.하지만 연지아는 끝까지 고집했다. 몸이 좀 무거워진 것 말고는 크게 불편한 데가 없었고, 간단한 일 정도는 무리 없었다. 무엇보다 환경을 바꿔서 좀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오히려 쓸데없는 생각만 늘어날 것 같았다.결국 연무현은 더 말하지 않았다.연지아는 부엌에 가서 돕고 싶었지만 배난화가 못 하게 했다.연지아도 더 고집하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들고, 임산부에게 맞는 필라테스 수업을 검색했다.마음에 드는 곳 하나를 골라두고 시간 잡아서 상담을 가볼 생각이었다.계속 화면을 넘기다가 연지아의 얼굴빛이 순간 굳었다.SNS에 올라온 글 하나가 보였다.누군가가 9장짜리 모임 사진을 올렸는데, 배경은 어느 고급 프라이빗 클럽이었다.글을 올린 사람은 서안성. 성유원 주변 사람 중 하나였다. 예전에 연지아가 성유원 비서로 있을 때 연락처를 추가했던 인물이었다.사진 제목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모임의 밤. 또 염장 구경한 하루, 대체 언제 결혼식 올리냐.]사진 속에는 성유원과 안연청의 투 샷이 세 장이나 있었다.가운데 사진에서는 안연청이 볼을 가리고 부끄러운 듯 성유원 품에 기대 있었고, 잘생긴 남자는 큰 손으로 그녀 어깨를 감싸며 고개를 숙여, 품 안의 여자를 다정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달콤한 기운이 화면 밖으로 넘칠 것만 같았다.성유원 주변 사람들은 그가 이미 혼인신고를 했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 눈에는 연지아가 어울릴 자격이 없었을 뿐이다.서안성이 이 글을 올린 건 어쩌면 일부러 연지아에게 보이게 하려는 걸지도 몰랐다.연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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