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1화

Author: 손이영
온다연은 느껴지는 통증에 눈을 질끈 감았다. 입술은 여전히 앙다문 상태이다.

유강후는 고집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다만 그녀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저 고통만 주는 것으로는 그의 성이 풀리지 않았다.

눈을 가늘게 접었다. 두 눈에 담긴 음산한 한기는 더욱 짙어져 갔다.

몸집도 아담한 온다연은 자꾸만 그의 곁에서 도망칠 뿐 아니라 성격도 앙칼진 고양이처럼 사나웠다.

게다가 사람이 있을 수 있는 장소와 아닌 장소도 구분하지 못했다. 만약 오늘 그런 혼란스러운 곳에서 만난 사람이 그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무슨 짓을 당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정말로 분별력이라곤 하나도 없는 걸까?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었으면서 이번에는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말로 고집스러웠다.

보아하니 그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온다연을 보며 쌀쌀맞게 말했다.

“이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온다연.”

손에 힘을 주자 메추리를 잡는 것처럼 그녀의 팔을 대롱대롱 들어 올려 우유를 가득 풀어둔 욕조가 있는 방 입구까지 왔다.

집사가 뒤에서 나직하게 말했다.

“도련님, 다연 씨는 아직 저녁을 먹지 않은 상태입니다. 벌을 주더라도 뭐라도 먹고 주는 것이 어떨까요.”

유강후의 손이 멈추었다. 온다연을 내려놓으려던 순간 온다연은 유강후의 손에서 벗어나 도망가버렸다.

그러나 고작 두 걸음 만에 다시 유강후에게 옷깃 잡혀버렸다.

유강후의 분노는 더 심해져 갔다. 강아지를 들어 올리듯 그녀의 옷깃을 잡아 올렸다.

싸늘하게 굳어버린 그의 얼굴은 꼭 얼음 동굴에서 금방 나오기라도 한 듯했고 목소리엔 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문 열어!”

집사는 고집이 센 두 사람을 보더니 살짝 고개를 저으며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안에는 크기가 조금 작은 온천탕이 있었다. 당시 유강후의 요구에 따라 임시로 만든 것이었기에 설비는 완벽히 갖춰지었지만 크기가 조금 작을 뿐이었고 아직 물을 틀어두지 않았다.

유강후는 온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2화

    유강후와 그녀는 처음부터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다른 것을 바라서는 안 되었다.아무것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멍을 때린 지 한참 지났을까, 어느새 그녀는 몸을 웅크린 자세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온다연은 온천방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유강후도 방 밖의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그는 온다연이 있는 방을 한참이나 빤히 보고 있었다. 날씨가 변하고 바람이 불 때까지도 온다연은 문을 열어달라거나 잘못을 비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점점 더 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바깥의 나무들은 사락사락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집사는 열쇠를 들고 유강후에게 다가갔다.“도련님, 문을 열까요? 이미 4시간이나 지났습니다. 약도 안 드셨고요.”유강후는 검은색 문을 보았다. 그 순간 인내심이 거의 바닥을 보이는 것 같았고 어두운 기운을 내뿜으며 말했다.“약 한번 거른다고 해서 안 죽어. 언제까지 고집을 부리나 지켜봐야겠어!”집사도 고개를 돌려 온천방을 보다가 조용히 열쇠를 다시 주머니 속에 넣었다.이때 유강후의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 보던 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한참 지나고 통화를 마친 그는 핸드폰을 넣고 다시 방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의 눈빛엔 냉기가 돌았다.“난 잠시 나갔다 올 테니까 잘 지켜봐. 만약 잘못을 인정하면 꺼내주고 계속 고집을 부리면 계속 방안에 내버려 둬. 내 허락 없이 마음대로 문을 열었다간 너도 안에 가둬버릴 테니까!”말을 마친 그는 바로 거실로 몸을 돌렸다.집사는 굳게 닫힌 문을 보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내 방으로 돌아가 핸드폰을 꺼냈다.“사모님, 강후 도련님의 병세가 다시 발작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네, 나중에 오시겠습니까?”“네, 알겠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엔 갑자기 먹구름이 가득해지더니 번쩍 번개를 치면서 비가 쏟아져 내렸다.의자에 웅크리고 있었던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추위에 몸을 떨었다.주한의 장례식을 치르던 날도 이런 날씨였다.습한 공기에 비 냄새가 섞여 환풍기 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3화

    놀란 온다연은 온 힘을 다해 버둥거렸다.그러나 이미 늦은 후였다. 방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닫히고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꽉 막고 있었다.“조용히 해!”온다연은 자신의 입을 막아버린 그 손을 꽉 깨물었다. 남자는 고통에 바로 그녀의 턱을 확 움켜쥐더니 벽으로 밀쳤다.“움직이지 마. 난 널 해치러 온 게 아니니까.”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는 조금 허약하게 들려왔고 공기 중에는 짙은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피 냄새가 나든 말든 온다연은 발을 들어 마구잡이로 그를 차버렸다.남자는 다리로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압박하고는 차가운 흉기를 그녀의 허리춤에 가져다 댔다.“자꾸 움직이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남자가 들이댄 흉기에 온다연은 등골이 서늘해져 바로 행동을 멈추었다.얌전해진 그녀의 모습에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안으로 데리고 갔다.어둠 속에서 남자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번개가 내리칠 때 언뜻 보게 된 남자의 덩치와 생김새, 그리고 까만 착장까지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겁을 먹은 그녀는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진정하려고 애를 썼다. 그녀가 만난 납치범은 심지어 도망자 신세였다.이런 고급 호텔에 머무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였기에 그녀는 납치범이 돈을 노리고 자신을 납치한 것으로 생각했다. 정말로 그렇다면 사람을 잘 못 잡은 것이다.“전 돈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절 잡아도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요.”남자는 작게 목소리를 내면서 그녀를 다시 벽으로 밀었다.“핸드폰은 어디에 있지?”날카로운 칼이 목으로 다가오자 온다연은 함부로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핸드폰 안 가지고 나왔어요.”남자는 믿지 않았다. 그녀의 몸을 더듬으며 핸드폰을 찾아보았지만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그는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은 뒤 다시 말했다.“난 널 해치지 않아. 하지만 네 도움이 필요해.”남자의 커다란 덩치에 온다연은 두려움을 느꼈다. 이 순간 절망을 느끼며 만약 남자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그도 함께 저승으로 끌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4화

    온다연은 반항도, 거절도 하지 않았다. 그가 끌고 가는 대로 얌전히 욕실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염지훈을 옷을 벗었다. 피 묻은 옷은 그대로 욕조 안에 대충 던졌다.“왼쪽 어깨 뒤에 있어. 난 팔이 안 닿으니까 네가 이 칼로 틈을 만들어서 손으로 빼내 줘.”말을 마친 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온다연의 손에 쥐여주며 욕조 안으로 들어가 온다연을 등졌다.온다연은 이런 것을 할 줄 몰랐다. 그저 학생 시절 실험실에서 개구리를 해부해본 게 전부였다.비록 대학 시절 응급처치 수업을 듣긴 했었지만, 이론만 배웠을 뿐 실탄에 맞은 환자를 어떻게 처치해야 한다는 것은 배우지 못했다.그녀의 손과 목소리가 같이 덜덜 떨렸다.“전 할 줄 몰라요.”염지훈은 이를 빠득 갈며 다소 다그쳤다.“빨리해. 시간 없으니까.”온다연은 덜덜 떨리는 손을 가져다 대며 칼로 염지훈의 어깨 상처 쪽을 그었다. 그러자 피가 흘러나왔다.“빨리하라고. 대체 뭘 꾸물대는 거야? 만약 온몸에 독이 퍼져 내가 죽게 되면 너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반드시 널 죽여버리고 눈 감을 테니까!”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사나워졌다.“빨리하라고!”상처에 피가 말라붙어 어느 것이 탄알인지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온다연의 손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정말로 할 줄 몰라요...”염지훈은 몸을 확 돌렸다.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사납게 온다연을 노려보았다.“지금 당장 빼내지 않으면 널 절대 이곳에서 내보내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되면 나랑 이곳에서 죽는 건 물론이고 내가 죽기 전에 네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장기까지 전부 빼낼 테니 각오해!”온다연의 손은 더 심하게 떨려왔다. 쨍그랑, 결국 손에 있던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염지훈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이를 빠득 갈았다.“유씨 집안 사람이라고 했지? 유하령은 내 친구야. 네가 날 도와준다면 유하령을 도와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좀 도와줄래?”온다연은 빠르게 진정했다.“당신과 유하령은 대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5화

    유강후는 다급하게 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었다.온다연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고개를 돌려 염지훈을 보았다.“제가 방금 살려주었으니까 이젠 저를 살려주셔야겠죠?”염지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문 쪽을 힐끗 보곤 다소 어두워진 눈빛으로 혀를 찼다.“바깥에 있는 저 사람은 누군데?”온다연은 아랫입술을 틀어 물었다.“유강후에요.”염지훈은 다소 의외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다연을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그는 잘 감아둔 붕대를 다시 풀었다. 욕조에 담가두었던 옷도 건져내어 축축한 그대로 몸에 걸쳤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또다시 방 안에 울려 펴졌다. 염지훈을 짜증스레 혀를 찬 뒤 욕조 커튼 뒤로 숨은 온다연의 두 발을 보며 수건으로 가렸다.“소리 내지 마.”그는 몸을 돌려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마자 염지훈은 바깥에서 들어온 사람과 부딪쳐 비틀댔다.유강후와 몇몇 경호원이 문밖에 서 있었다. 다른 방도 하나씩 열어보는 중이었다.몇몇 경호원들은 염지훈을 밀치고 들어와 안을 대충 살펴보았다. 욕실로 들어가려 하자 염지훈이 막아섰다.염지훈은 욕실 앞에 서서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유강후를 보았다.“이러시면 안 되죠. 저도 체면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막 들어와서 수색하면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하얀 셔츠에 까만 바지를 입고만 있어도 유강후는 담담하고도 고귀한 태가 났다.하지만 염지훈의 눈에는 그의 분노와 자신을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고 싶은 듯한 잔인함만 보였다.유강후는 가만히 서서 염지훈을 보았다.“온다연은 어디에 있지?”차가운 목소리엔 분노가 가득 느껴졌다.염지훈은 혀를 차곤 자신의 몸을 가리켰다.“만약 사람을 찾고 있는 거라면 다른 방에 가서 찾아보세요. 보다시피 지금 제 상태가 말이 아니라서요. 유강후 씨를 상대할 힘도 없네요.”그의 어깨에선 다시 피가 흘러내려 팔을 타고 그대로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방안에는 온통 피 냄새뿐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흉기도 챙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유강후는 그를 빤히 보았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6화

    염지훈이 말을 이었다.“넌 대체 누구지? 유강후랑 대체 무슨 사이인 거냐?”온다연은 시선을 내리깐 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삼촌 겸 아저씨예요.”염지훈은 다소 의외라는 듯 몸을 돌려 온다연을 보았다.“정말로 유씨 집안 사람이었어?”온다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그를 보았다.불빛 아래 그녀의 얼굴 윤곽은 더 선명해졌다. 검은 두 눈동자엔 꼭 깊은 애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염지훈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넋을 잃고 보다가 몸을 돌려 피식 웃었다.“유씨 집안 사람들은 역시 미모가 뛰어나네.”온다연은 시선을 내리깐 채 계속 약을 발라주었다.염지훈도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담뱃불은 어느새 꽁초까지 내려왔고 이내 새로운 담배를 꺼냈다. 그러나 입에 물며 불을 붙이기도 전에 온다연이 확 빼앗아 재떨이에 구겨버렸다.“몸에 안 좋아요.”염지훈은 웃는 둥 마는 둥 미묘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날 이렇게나 걱정해 주는 거야?”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 탓에 그녀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한참 지난 후 그녀는 하얀 손을 내밀며 그의 어깨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얼른 병원에 가 봐요. 세균에 감염되면 엄청 귀찮아지거든요.”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 꼭 갓 태어난 고양이 같은 목소리였다.두 사람의 거리는 너무도 가까워 염지훈은 그녀의 체향마저 맡을 수 있었다. 그녀의 체향은 달콤한 우유 사탕 같은 향이었다.그는 눈썹을 움찔거렸다. 온다연은 피를 닦은 티슈를 던지곤 염지훈을 보았다.“염지훈 씨 맞죠? 유하령이 새로 사귄 남자친구라고 들었는데 맞아요?”염지훈은 어깨를 으쓱였다. 대답하지 않았다.온다연의 눈빛에선 막막함이 느껴졌다.“두 사람 약혼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저흰 친구가 될 수 없겠네요.”염지훈의 얼굴에 잠깐 흥미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왜 될 수 없는데?”온다연은 고개를 떨구었다. 하얀 손을 꼼지락대며 부드럽고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7화

    갑자기 확 당겨진 온다연은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피부가 맞닿은 순간 그녀는 위장 속에서부터 울렁거리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염지훈을 밀어냈다.그녀는 시선을 내리깔았다.“전 이제 정말로 가야 해요.”염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한참 보다가 다소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날 이렇게 밀어낸 사람은 네가 처음이네.”온다연은 두어 걸음 물러나면서 옷자락을 꽉 쥐었다.“염지훈 씨, 전 다른 일이 있어 먼저 가볼게요.”하지만 몇 걸음 못가 염지훈에게 옷을 잡혀버렸다.“창문으로 가!”온다연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염지현은 그녀를 창문 쪽으로 끌고 왔다.“유강후가 아직 복도에 남아 있어. 네가 문으로 나간다면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을 거야. 창문으로 나가서 앞에 있는 작은 정원을 지나면 바로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길이 나올 거야.”말을 마친 그는 온다연을 한쪽 팔로 안아 올려 창턱에 앉혔다.“이젠 알아서 내려가.”온다연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바로 뛰어내렸다.바깥의 화단은 아주 축축했다. 온다연은 몇 걸음 못가 신발이 벗겨졌다. 허리를 굽혀 신발을 주우면서 뽀얀 속살이 드러나는 맨발로 젖은 잔디 위를 걸어 다녔다. 피부가 너무 하얀 나머지 눈에 튀었다.염지훈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2초간 빤히 보다가 목울대를 굴렸다.“혹시라도 갈 곳이 없으면 날 찾아와도 돼.”온다연은 감사 인사를 한 뒤 빠르게 신발을 들고 달렸다.호텔은 비록 아주 컸지만, 그녀가 갈 곳은 없었고 커다란 대문 밖도 나가지 못했다. 게다가 혼자의 힘으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그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결국엔 아주 조용한 구석을 찾아 숨어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번개와 요란한 우렛소리에 덜덜 떨면서도 숨어 있었다.비는 계속 내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머리가 점차 어질거렸고 추위에 몸이 달달 떨려왔다. 온몸이 불덩이가 되어 버렸다.한 손으로 벽을 짚으면서 천천히 더 깊은 구석으로 들어갔다.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8화

    손바닥 가득 느껴지는 뜨거움에 위압감이 흘러넘치던 기세는 사라지고 다정하게 그녀를 불렀다.“다연아.”온다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품으로 꽈악 파고들었다.얼음장처럼 차가워졌던 심장도 녹아버리고 유강후는 몸을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다.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옆 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가서 의사 불러와!”온다연은 유강후의 목을 꼬옥 끌어안고 있었다. 번개가 내리칠 때마다 화들짝 놀라면서 덜덜 떨고 있었다.호텔까지 돌아가는 길은 멀지 않았지만 온다연을 안고 있던 유강후는 꼭 몇 년이 걸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집사가 문을 열었을 때 물에 빠진 듯한 모습의 두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팔을 뻗어 온다연을 받으려고 했지만 유강후는 피하면서 직접 안고 욕실로 들어갔다. 바닥에는 두 사람의 몸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가득했다.그는 직접 욕조에 따듯한 물을 담은 뒤 온다연을 내려놓고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부드럽고 커다란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감싼 뒤 침대에 눕혔다.온다연의 몸은 불덩이였다. 입술도 붉고, 건조해져 껍질이 일고 있었다. 작은 얼굴은 창백했고 아주 아픈 모습이었다.분명 아프면서도 그의 팔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유강후가 막 그녀의 손을 떼어놓았을 때 그녀는 다시 감겨들었다.이번에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리고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마세요. 무서워요.”유강후가 나직하게 말했다.“가서 드라이기만 가져올게. 너 지금 머리 말려야 해.”온다연은 이미 정신이 흐릿한 상태였다.“절 혼자 두지 말아요. 무서워요.”유강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그냥 드라이기만 가져올 거야. 저기 서랍에 있으니까 3초면 다시 올 수 있어.”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면서 손을 떼어냈다.“착하지, 얼른 가져올게.”“아니야, 싫어요.”“봐, 저기 서랍 안에 있어.”“안 돼요. 가지 마세요.”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온다연은 팔을 풀었다.유강후가 막 드라이기를 들고 오던 순간 창밖으로 번개가 번쩍거렸다. 겁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9화

    유강후의 말에 온다연은 가슴이 흔들렸다. 눈을 뜨니 더 이상 눈앞이 흐릿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끌어안고 있는 사람이 유강후라는 것을 알아채고 당황한 모습으로 뒤로 물러났다.“아니요. 그 사람들이 아니에요...”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떨어지지 못하게 했다. 그의 눈빛을 보는 온다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다연아, 앞으로...”“아저씨!”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말허리를 잘랐다.“목, 목이 말라요...”유강후는 방금 가져온 생강차를 그녀의 입가로 가져다 대며 천천히 먹여주었다.온다연은 몇 모금 마시더니 밀어내고는 그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결국 손이 힘없이 내려갔다.그녀는 유강후를 보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유하령이 부럽네...”유강후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유하령이 뭐가 부러운 거지?”그를 바라보는 온다연의 눈빛엔 막막함이 깃들어 있었다.“아껴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괴롭힘당하지 않게 말이에요...”힘이 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유강후는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입가로 가져가 뽀뽀를 한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긋하게 말했다.“걔가 있는 건 너도 있어. 걔한테 없는 것도 전부 너에게 줄게.”온다연은 그를 빤히 보았다. 마치 그가 한 말의 진위를 판단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모든 게 힘들고 벅찼던 그녀는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녀는 더는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애원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유하령 너무 예뻐하지 말아주면 안 돼요...?”유강후는 꼭 지금 작은 동물을 품에 안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고 연약하여 병들면 바로 버려지는 그런 작은 동물 말이다. 그녀는 그를 향해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예뻐하지 말라면서 말이다.얼어붙었던 심장은 사르르 녹아버리고 손을 들어 올려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유하령은 내 조카야.”온다연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면 웅얼거렸다.“나도 예전에는 조카였잖아요.”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Latest chapter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3화

    잠시 후 봉현수가 나왔다.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비록 야위어 보였지만 적어도 사람같이 보였다.유강후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어.”봉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먹고 싶지 않아. 지금 바로 예솔이 엄마의 산소에 가봐야 해.”유강후가 말했다.“내가 이미 사람을 보냈어. 조금 있으면 소식이 올 거야, 먼저 밥 먹고 있어. 네 모습 좀 봐봐. 찾았다고 해도 정연석이 그 자리에 있으면 주먹 하나로 너를 이길 수 있어.”봉현수는 대충 몇 입만 먹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제대로 식사하지 않은 탓에 몇 걸음을 가지 못하고 체력이 달려서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전면 검사를 받았다.검사를 받고 보니 장기 음주한 탓에 위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게다가 몸에 있는 상처들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일부는 염증이 생기고 헐어서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이런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었던 봉현수는 주삿바늘을 뽑자마자 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에게 경고했다.“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예솔 씨를 찾는다고 해도 소용없어.”그는 사람을 시켜 거울을 가져오라 하고 봉현수를 거울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지금, 이 거짓꼴을 봐봐, 어딜 봐서 사람 같아 보여?”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봉현수는 멍해졌다.거울 속의 남자는 말라서 모양이 빠졌고 이전에 건장했던 몸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몇 달 전 산 셔츠는 마치 빌려서 입은 옷처럼 헐렁하게 몸에 걸쳐있었다.얼굴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눈언저리가 푹푹 꺼져 들어가 있었다.머리는 너무 오래 정리하지 않은 탓에 스타일이 하나도 없었다.“내가 왜 이렇게 된 거야?”봉현수의 비서인 안시현이 말했다.“대표님, 최소 30근은 빠지셨어요. 사람이 달라 보여요.”“제가 지금 바로 가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사 올게요.”봉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직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 있다가 한참 후에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2화

    봉현수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그 당시 나는 솔이를 다치지 않았지만, 온몸이 항상 상처투성이였어. 그 사람들이 한 짓인가? 그러나 솔이는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까?’“하지만 나와 헤어졌다고 하여도 바로 정연석이랑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거야.”유강후는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예솔 씨는 너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을 지경에 이르렀고 또 아픈 동생까지 데리고 있었어. 오직 정연석만이 그녀에게 잘해줬고 도움을 줄 수 있었어. 예솔 씨가 정연석의 호감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면 동생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해?” “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그해는 너의 생일이었어. 우리가 호텔에서 너의 생일을 축하해줬는데 중간에 주연아가 왔어. 넌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예솔 씨를 난처하게 하면서 화나게 하려고 했어. 너는 그때 예솔 씨에게 기어 와서 술을 마시라면서 너무 지나치게 괴롭혔었지, 누가 너처럼 그렇게 사람을 괴롭혀?”봉현수는 중얼중얼 말했다.“솔이는 돈을 위해서 그랬어. 나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했어...”유강후가 말했다.“그래서 빌려줬어?”봉현수는 머리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이렇게 돼도 싼 거야. 그때 그렇게 싸운 상황에서 예솔 씨가 너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건 너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돈이 간절히 필요했다는 거야. 네가 예솔 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면 분명 정연석이 돈을 빌려줬을 거야.”“네 손으로 직접 예솔 씨를 밀어낸 거지.”“현수야, 네가 지금 여기서 죽든지 말든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예솔 씨는 볼 수 없으니까.”“그 정력이면 예솔 씨를 찾으면서 그때 일을 다시 한번 조사해 봐. 오직 그때 일을 낱낱이 파헤쳐서 밝혀야 모든 오해가 풀릴 수 있고 화해할 기회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전혀 기회가 없어.”“아니면 찾아서 뭘 할 건데? 계속 죽을 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1화

    봉현수는 무기력해서 말했다.“차라리 거지였으면 좋겠어. 제정신이 아니라면 마음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 거니까. 나는 솔이가 지금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아.”“함께 지옥에나 가라!”자포자기하는 봉현수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퉁명스럽게 웃으면서 샤워기를 들고 그를 향해 마구 물을 뿌렸다.“얼른 죽어버려. 예솔 씨가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 돌아올 거야. 네가 남겨준 재산으로 너의 별장에서 기생오라비들과 함께 매일 같이 술을 먹고 애도 낳아서 행복한 삶을 살 거야.”봉현수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중얼중얼 말했다.“네 말이 맞아. 이미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아마 솔이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유강후는 투지가 전혀 없는 봉현수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그를 또다시 한번 발로 찼다.“일어나!”“예솔 씨가 진짜 결혼했다면 넌 포기 할 수 있어? 만약 포기할 수 있다면 이 죽을상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야?”“예솔 씨 옆에 다른 사람이 생겼다면 너도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 서로 각자 자신의 갈 길을 가면서 서로에게 미련 버려.”“안, 안돼!”봉현수는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솔이가 결혼하고 애를 낳았다고 하여도, 나는 솔이를 내 곁으로 돌아오게 할 거야.”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반년도 지났어. 만약 예솔 씨가 결혼했다면 너는 가정 파괴범이라도 될 생각인 거야?”봉현수의 몸은 굳어져 버렸고 눈빛은 마치 넋 나간 듯 어두웠다.“아닐 거야. 솔이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유강후는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너한테 그렇게 학대받았는데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면 애초에 도망을 왜 갔겠어?”유강후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봉현수는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아니야, 솔이는 나를 속이지 않을 거야. 절대 속이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어.”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0화

    현관 앞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유강후를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색하며 달려들었다.“유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봉 대표님이랑 봉씨 가문이 지금 엉망진창이에요. 대표님은 안에서 안 나오고 우리한텐 들어오지도 말라고 하니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유강후는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문 열어.”그러자 집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열쇠가 저한테 없어요. 대표님이 직접 챙겨가셨어요. 누구든 들어오려고 하면 때려죽이겠다고 하셨어요.”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이딴 식으로 손 놓고 있다가 진짜로 저 안에서 죽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당장 열쇠 따는 사람 불러와.”“네. 지금 바로 부르겠습니다!”곧이어 자물쇠를 따는 기술자가 도착했고 특수 잠금장치가 되어 있던 그 문을 여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잠금장치가 풀리는 순간 유강후는 힘껏 문을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문을 여는 동시에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밀려왔다.술 냄새, 곰팡냄새, 그리고 피비린내까지... 도저히 숨쉬기 힘들 지경이었다.유강후는 얼굴이 굳은 채 거실을 훑어보았다.거실 안은 술병과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소파 옆 바닥엔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었다.죽은 건지 산 건지도 알 수 없었다.유강후는 바닥의 술병을 발로 밀어내며 다가갔다. 그리고 그 사람을 발끝으로 툭 찼다.“죽었어?”바닥에 누운 사람이 조금 움찔하더니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신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씨X... 누가 들어오래? 다 꺼져!”그가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 확인한 유강후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발로 툭 찼다.“죽긴 뭐가 죽어. 안 죽었으면 일어나. 이 자식아.”비로소 얼굴을 들어 유강후를 확인한 봉현수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일어날 기운도 없어요.”유강후는 싸늘하게 받아쳤다.“정말 죽고 싶으면 한강 다리 밑으로 데려다줄까? 여기서 죽으면 집만 더럽혀.”몇 달 만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9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안타깝게 말했다.“이런 여자랑 그렇게 길게 말할 필요 없어. 온준휘 엄마에 대한 걸 알고 싶으면 그냥 바로 로운한테 넘기면 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사람 마음이 이렇게까지 썩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 엄마 돌아가시기 전까진 겉으로는 저한테 잘해주는 척했거든요. 근데... 설마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내가 온준용이 동남아에서 데려온 아이란 것도 알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떨궜고 유강후에게 안기며 얼굴을 그의 코트에 묻으면서 깊은 한숨이 내쉬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외투를 열어 온다연을 안쪽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다희랑 단오 데리고 들어가서 아버지 뵙게 해. 나는 좀 이따 들어갈게.” “네, 대표님.”아이들이 병실로 들어간 뒤 유강후는 온다연을 품에 안은 채 차 안으로 데려갔다.온다연이 겪었던 모든 고통은 이제 유강후의 가슴속 깊이 새겨진 상처이자 죄책감이 되었다.그는 수도 없이 바랐다.‘시간이 되돌려질 수 있다면 어린 시절의 다연 곁으로 돌아가 직접 품어주고 상처 입은 다연을 안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는 앞으로의 시간으로 그녀를 보살펴주고 보상해 줄 수밖에 없었다.병원을 나서자마자 유강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봉현수의 비서였다. “유 대표님,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대표님 상태가 심각합니다. 저희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요.”그제야 유강후는 자신이 몇 달째 봉현수를 보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무슨 일인데요?”상대방 목소리는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대표님께서 자택에 자신을 가둔 지 벌써 2주째예요. 몸에 상처도 심각한데 치료도 거부하고 약도 안 드세요. 지금은 아예 일주일째 방문도 안 열어줘요. 계속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고요...”“주소 보내.” “그... 영운산에 있는 별장입니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8화

    그러자 심미진의 눈빛이 흔들렸다.“아... 아냐. 난 그런 거 몰라. 그냥 네가 언니 친딸이 아니라는 것만 알고 있어. 집에 데려왔을 때 벌써 한두 살쯤 됐었지. 근데... 그때 네가 입고 있던 옷이 최고급 명품 아동복이었어. 몸에 착용한 액세서리들도 다 외국 브랜드였고. 온준용이 그거 팔아서 꽤 많은 돈을 챙겼어. 그걸로 그 시절 경원시에 작은 집 한 채는 살 수 있었을 거야. 난 그 정도만 알아. 진짜로.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전부 다 온준용이 한 짓이야.”온다연은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심미진, 넌 정말 끝까지 구제 불능이야. 내 진짜 신분... 넌 분명히 알고 있었지? 그런데 왜 신고하지 않았어? 왜 온준용과 함께 짜고 다 숨겼냐고? 설마 너랑 온준용이 같이 잤다는 걸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어?”심미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다연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온준용은 내 형부야. 내가 어떻게 형부랑 그런 일을 해!”온다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응수했다.“너희 둘 사이가 어떤 사인지는 관심 없어. 하지만 유씨 집안 사람들이 바보라고 생각하지 마. 널 왜 갑자기 내쫓았을 것 같아?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너 자신이 제일 잘 알잖아.”심미진은 얼굴이 새하얘져 거의 몸을 못 가눴다.“아니야... 난 그런 일 없었어. 온준용은 그냥 양아치잖아.”온다연은 서늘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온준용은 예전에 동남아에서 마약 유통으로 큰돈 벌었어. 넌 우리 엄마가 그런 사람 따라다니며 돈 쓰는 거 보면서 질투가 났고 결국 네 형부를 꼬셨어. 언니를 두 번 죽이는 짓을 해놓고 온준용이랑 같이 엄마를 협박했지. 경찰에 신고하거나 내 출생 관련한 말을 꺼내기만 하면 둘 다 죽이겠다고 말이야.”“우리 엄마는 약한 사람이었어. 내가 친딸이 아닌 걸 알면서도 날 진심으로 아끼고 지켜줬어. 하지만 너... 심미진, 넌 인간도 아니야. 네 형부를 꼬시고 또 네 선생님 남편까지 건드려? 겉으론 착한 척하면서 날 친딸처럼 키워주겠다고? 네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7화

    유재성의 상태는 며칠간 고비를 반복하다가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유민준은 유자성의 장례를 정리한 뒤 줄곧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유자성의 죽음은 둘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특히 유재성에게는 타격이 더 컸다. 비록 유자성은 친아들이 아니었고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40년 가까이 곁에서 함께해온 사람이었다.그를 일으켜 세운 것도 하나하나 가르치고 이끌어온 것도 유재성이었다.심지어 유강후에게 쏟은 시간보다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을 들인 존재였다.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유강후와의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었다.요 며칠은 쌍둥이들도 종종 병문안을 왔다.막 말을 배우고 걷기 시작한 시기인지라 유재성을 보면 할아버지하고 앵앵거리며 다가와 안기곤 했다.그 모습에 유재성의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두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럽게 생겼기에 마치 광고 속 아기 모델처럼 예뻤고 병원 안에서도 늘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아이들이 병실에 나타날 때마다 간호사들이 몰려들어 구경하는 게 일이었다.그럴 때마다 유강후는 은근히 신경 쓰였다.속으로는 우리 애 좀 그만 봐요라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 했다.일주일이 지나 유재성의 건강이 더 안정되자 유강후는 병문안을 조금씩 줄였다. 그리고 유민준에게 지분 문서를 돌려주며 단 한마디만 남겼다.“경원시에서 떠나.”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더는 유민준을 만나지 않았다.유민준은 그 말을 곱씹으며 유재성이 퇴원하자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경원시를 떠났다.그리고 유재성 퇴원 당일에 온다연은 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그런데 병원 복도 끝에서 낯익은 얼굴을 마주쳤다.바로 심미진이었다.몇 년 전만 해도 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하며 번쩍거리던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낡은 옷차림에 머리는 하얗게 변했고 얼굴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초췌해졌다.병원 입구에서 경비원들에게 붙잡혀 있는 그녀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온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6화

    유강후는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숙여 온다연에게 입을 맞췄다.“이제 큰 문제는 없어. 네가 준 약 덕분에 상태가 꽤 안정됐어. 지금 병실 안에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그 약을 분석하느라 정신없어. 하나만 실험용으로 가져가겠다고 하던데 내가 거절했어.”온다연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곽 박사님이 주신 약이니까 당연히 귀하겠죠. 그러니 그 사람들은 아마 분석해도 별 소득 없을걸요.”“맞아.”유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꼭 필요하다니까 며칠 정도는 맡겨둘까 해.”온다연은 그의 옷깃을 가지런히 정돈해 주고 발끝을 살짝 들어 그의 턱에 입을 맞췄다.
“점심 준비가 다 됐어요. 일단 밥부터 먹어요. 그리고... 수염 좀 정리해요. 이따가 다희랑 놀다가 얼굴 찔리면 어쩌려고 그래요.”마침 그때 복도 끝에서 다희가 기어 나오더니 유강후를 보자마자 벌떡 앉아 흔들흔들 달려오기 시작했다.하지만 몇 걸음 채 가지 못하고 쿵 하고 넘어졌다.“다희야!”유강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바로 달려가 딸을 안아 올렸다.“아빠 보고 싶었어?”다희는 입을 삐죽이며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고 조그만 손바닥을 펴 보였다.
손바닥엔 희미한 붉은 자국이 두 줄 남아 있었다.유강후는 금세 눈치를 챘다.“엄마가 자로 손바닥 때렸어?”다희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더니 입만 우는 소리를 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리만 컸고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딸이 아빠에게 고자질하듯 안겨 있는 모습에 온다연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장난이 너무 심했어요. 큰 우유 잔을 통째로 내 노트북에 다 쏟아버렸어요. 지난 이틀 동안 만든 데이터가 다 날아갔으니 다시 해야 해요.”유강후는 아이 손을 잡고 후후 불며 말했다.“때리지는 말지. 아직 어려서 잘 모르잖아. 천천히 말해주고 가르쳐야지.”그의 딸바보스러운 모습에 온다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러다가 얘 완전 버릇 나빠지겠어요. 지금도 거의 날뛰는 수준이죠. 서재 한 번 가보지 그래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5화

    겉보기로만 보면 유민준은 유강후의 저렴한 복사본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는 감추지 못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고 온다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고 무거웠다.그는 더 이상 다가서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미안해. 내가 예전에 정말 많은 잘못을 했어. 하령이랑 같이 널 괴롭히기도 했고... 근데 난 그냥 장난인 줄로만 알았지. 그렇게 더럽고 비열한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좀 더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너 그런 고통 안 겪었을 텐데...”온다연은 한치의 감정도 없이 단칼에 잘랐다.“이제 와서 그런 말 해서 뭐해요? 원래는 오빠를 죽일 생각이었어요. 근데 오빠가 날 한 번 살려줬으니 그걸로 끝내고 싶어요. 이제부터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니 다시는 제 눈앞에 나타나지 마세요.”그 차디찬 말 한마디가 유민준 마음속 마지막 환상마저 산산이 부숴버렸다.
그는 손에 쥔 서류를 꼭 움켜쥐며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다.“처음... 네가 본가에 들어온 그날... 내가 널 지켜줬다면... 지금 이 결말은 달라졌을까? 네 곁에 있는 사람이 나였을 수도 있었을까?”온다연은 냉정하게 쏘아붙였다.“오빠는 유강후의 발톱 하나만큼도 못 해요. 그러니 오빠 손에 쥔 그 주식 들고 지금 당장 꺼지세요. 그게 오빠가 살길이에요.”유민준은 말없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자신이 완전히 끝났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든 서류를 이권에게 건넸다.“이권 씨, 이 서류를... 작은아버지께 전해주세요. 본가의 재산은 이젠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아요. 다만... 아버지 유골만이라도 묘지에 모시게 해주세요. 명절마다 인사드릴 수 있게만 해주시면 돼요.”그러자 이권은 냉정하게 답했다.“서류는 전달하겠습니다. 다만 대표님께서 받아들이실지는 모르겠고 부탁을 들어주실지도 장담 못 드립니다.”유민준은 고개를 숙였다.“알아요. 부탁드릴게요.”그와 말하는 동안 온다연은 이미 차에 올라탔다.“이권 씨, 출발해요.”차는 곧 조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