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대학 4년 동안,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뜨겁게 사랑했던 두 사람. 하지만 결혼한 지 겨우 2년 만에 이혼했다. 한인우가 물었다. “내가 고작 며칠 떠나 있었다는 이유로 이혼하자는 거야? 그동안 나랑 연락이 안 됐다고?” 윤혜니는 차갑게 대답했다. “내 사랑이 식었어. 이제 너한테 질렸어. 그리고 한인우, 너 너무 가난하잖아.” 그렇게 두 사람은 정말로 끝났다. 그날 이후,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4년 뒤. 한인우는 수십조 원대 자산가가 되어 돌아왔다. 혜니가 다니는 회사를 인수한 것도 모자라, 하루아침에 혜니의 직속 상사가 되었다. 겉으로는 사적인 감정을 일로 되갚기라도 하듯 사사건건 비꼬고 몰아붙였지만, 이상하게도 인우는 혜니를 누구보다 귀한 공주처럼 꾸며 주었다. 혜니는 인우가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인우는 말없이, 회사 안팎에서 혜니를 향해 날아드는 칼날을 막아 주고 있었다. 혜니는 인우가 냉소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우는 오래전 혜니가 적어 두었던 소원 목록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고 있었다. 혜니는 자기 마음이 이미 차갑게 식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인우의 거침없는 공세 앞에서 심장은 다시 제멋대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혜니가 그저 평범한 직장 동료 사이로 남자며 선을 긋자, 인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아이를 낳아 줘. 우리, 평생 함께하자.” 이 전남편, 속셈이 너무 위험하다!
View More경서는 무대에 올라서도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반주팀에게 짧게 몇 마디만 전달했다.피아니스트가 뜻을 알아듣고 건반에 손을 얹자 경쾌하게 뛰는 전주가 흘러나왔다.경서는 바이올린을 우아하게 턱 아래에 받치고 긴 손가락을 현 위에 올렸다.곧 활이 부드럽게 움직였다.밝고 생기 넘치는 음표가 쏟아져 나왔다. 즐거운 빛 조각들이 연회장 곳곳을 뛰어다니는 듯한 선율이었다.곡은 강렬하고 경쾌한 ‘퍼플 러시’였다.조금 전까지 어색하고 무겁던 연회장 분위기가 단숨에 살아났다.경서의 연주는 자유롭고 여유로웠다. 현을 다루는 손끝에 막
단아한 공연 의상을 입은 문여진이 무대 중앙에 앉아 있었다. 앞에는 정갈하고 아름다운 가야금이 놓여 있었다.하얀 손이 가볍게 올라가고 손끝이 현 위를 스쳤다.팅-맑고 청아한 음색이 길게 흘러나왔다. 깊고 여운 있는 소리가 금세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다.손님들은 숨소리까지 줄인 채 연주에 빠져들었다. 넓은 연회장이 가야금 선율로 가득 찼다.곡이 끝나자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사회자가 다시 무대에 올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문여진 연주자님의 멋진 무대였습니다! 다음은 특별한 바이올린 연주 순서입니다. 심 대표님께서
말이 끝나자마자, 연회장 입구에서 다시 작은 소란이 일었다.조승구가 젊은 여자애의 팔을 잡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그 여자애는 단아한 흰색 미디 드레스를 입고 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늘어뜨렸다.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가 돋보였다.조승구를 알아본 손님들이 놀라며 앞다퉈 인사를 건넸다.“박사님, 오늘 오셨군요!”“이런 자리에서 뵙다니 정말 반갑습니다.”“박사님,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조승구 주변으로 모여들었다.조승구는 정신건강의학계에서 손꼽히는 권위자였다. 진료를 한 번 받으려면 N시는 물
은서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은 채 디저트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등을 돌리자마자 웃음이 싹 사라졌다. ‘망고는 무슨 망고야. 진짜 지긋지긋해!’그때 입구 쪽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인우가 혜니의 팔을 끼고 들어왔다. 한 손에는 고급스러운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다.혜니는 짙은 파란색 별빛 드레스를 입었다. 치맛자락을 수놓은 작은 다이아몬드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반짝여 마치 은하를 그대로 두른 듯했다.인우는 군더더기 없는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훤칠한 체격과 차분한 분위기가 한층 더 귀해 보였다.두 사람이
혜니는 이를 악물고 보고서를 다시 확인했다.한 번으로는 부족해 두 번이나 더 들여다보았다.그렇게 시계가 밤 9시 반을 가리킬 때가 되어서야, 겨우 보고서 검토를 끝낼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확인해도 결과는 같았다.오류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혜니는 보고서를 챙겨 다시 대표실로 향했다.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보고서를 정중히 올려놓았다.“검토 끝났습니다.”인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보고서를 한 번 훑더니, 태연하게 말했다.“미안해. 윤 비서. 내가 잘못 본 것 같다.”혜니는 할 말을 잃었다.‘
인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아이는?”“없습니다.”“좋군.”인우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혜니는 그런 인우를 한 번 바라보았다.‘좋긴 뭐가 좋아.’‘그때 남겨 놓은 네 ‘보물’ 때문에 내가 죽을 뻔했어!’“됐어. 회의 있습니다.”인우가 새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소 비서, 따라와.”“네, 대표님.”새연은 기쁜 얼굴로 회의록을 적을 노트를 챙기러 갔다....결국 회의는 세 시간이나 이어졌다.새연의 키보드는 불꽃이라도 튈 듯 쉴 새 없이 두드려졌다.‘우리 새 대표님... 확실히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그대로 굳어 버린 듯했다.사실 혜니는 어젯밤에도 인우의 꿈을 꾸었다....은행나무 아래, 매트, 별빛, 이혼하던 날의 마지막 작별. 혜니가 울부짖었고, 인우는 뜨거운 숨을 귓가에 뿌리며 끝을 정하는 건 자신이라고 했다. “한인우, 이제 그만해.”혜니가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마음까지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인우는 낮게 숨을 내쉬며 혜니를 내려다보았다.뜨거운 기운이 가까이 닿았지만, 인우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렇게 소리칠 힘은 남아 있
“공주님, 얼른 신발 신자. 늦겠다!” 바쁜 아침, 시간에 쫓기는 윤혜니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싫어! 오늘 어린이집 안 갈래!” 나래는 미꾸라지처럼 몸을 비틀며 말랑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아이고, 우리 착한 아가. 오후에 엄마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 사 줄게. 딸기 맛이야.” 혜니는 온갖 방법을 다 써 목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낮췄다.달콤한 회유가 통하자 나래는 마지못해 조그만 발을 내밀었다.혜니는 잽싸게 신발을 신기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핸드폰을 꺼내 소새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새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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