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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作者: 손이영
온다연은 더 긴장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까지 더듬었다.

“아니에요. 거짓말 아닌데요.”

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다. 온다연이 13살 때부터 심미진은 그녀를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프다는 일을 언급하지 말든지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사실 유하령이 온다연의 배를 찰 때 심미진은 아마 내장을 다쳤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미진은 온다연에게 4만 원을 주면서 스스로 진료소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 후, 온다연은 유씨 저택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고 심미진에게 자기가 괴롭힘을 당한 일도 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3년 전 유강후와 그 일이 있고 난 뒤 유하령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온다연을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유하령은 그녀의 머리채를 뽑고 뺨을 때리고 밥에 압정을 넣고 침대에 작은 동물까지 던졌다. 게다가 몇 번은 깡패들을 찾아 그녀를 골목에 틀어박고 죽을 때까지 때렸다. 그러면서 온다연의 내장은 더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가 이렇게 된 것은 유강후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온다연의 눈은 더 아래로 처졌고 도시락을 쥔 손도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던 유강후는 잡고 있는 그녀의 턱을 놨다. 그러자 온다연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생겼다.

피부가 이렇게 부드럽다고?

유강후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연아, 나는 누가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게 제일 싫어.”

그러자 온다연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삼촌, 저 거짓말 안 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온다연은 손을 앞으로 옮기면서 도시락으로 유강후의 손목을 스쳤다.

그러자 도시락의 뜨거운 온도에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온다연의 손바닥을 보자 이미 빨갛게 덴 것을 발견했다.

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도시락이 이렇게 뜨거우니 분명 엄청 아팠을 것이다.

유강후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고 턱선은 더 날렵해졌다.

“다연아, 안 아파? 아니면 아픈 걸 잘 참는다고 생각해?”

그러면서 유강후는 빨갛게 덴 그녀의 손바닥을 지그니 눌렀다. 그러자 온다연은 황급히 손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채 유강후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유강후는 이를 갈며 말했다.

“대답해!”

온다연의 목소리는 모기처럼 가늘었다.

“안... 안 뜨거워요.”

이때 갑자기 유강후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온다연을 한 번 째려보았지만 결국 전화를 받았다.

“소이섭?”

방은 조용했고 핸즈프리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온다연은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빨리 와. 은별이가 이상해.”

“알았어.”

유강후는 전화를 끊고 온다연을 쳐다봤다. 그 각도로 보면 그녀의 작은 두상과 귀연운 두 귀가 마침 보였다. 왠지 사람을 끌리게 했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조금 있다가 돌봐줄 사람이 올 거야.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한테 말해. 하지만 어제처럼 다시 도망치면 내가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온다연은 침대 시트를 꽉 붙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어제 도망치지 않았어요. 정말...”

“온다연!”

유강후는 갑자기 목청을 높였다.

“내가 말했지! 내 앞에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온다연은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움츠렸다. 그녀는 자기 유강후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지금 한 번 더 깨달았다.

그녀가 아무리 유씨 가문 사람을 싫어해도 감히 유강후는 싫어할 수가 없었다. 너무 두려워서 감히 그런 마음을 품기도 두려웠다.

온다연의 당황한 얼굴을 본 유강후는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

“쉬고 있어. 저녁에 보러 올게.”

저녁에 또 온다고?

온다연은 다급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삼촌. 은별 씨 곁에 있으세요. 저는 괜찮아요.”

유강후의 표정은 복잡했다.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다연을 잠시 쳐다보더니 의자 위에 있는 양복 재킷을 가지고 떠났다.

유강후가 떠나자 온다연은 마치 중형수가 사형 면제를 받은 것처럼 기분이 홀가분해졌고 공기마저 맑아지는 듯했다.

그녀는 간호사를 찾아 충전기를 빌리고 핸드폰을 켰다.

그러자 임혜린의 부재중 전화와 그녀가 보낸 수십 통의 문자를 발견했다.

온다연은 서둘러 임혜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연아, 어젯밤 어디 갔어? 전화도 안 되고 문자도 답장 안 하고. 너무 걱정했잖아.”

“어젯밤 술을 마시다가 삼촌을 만나서 같이 집에 왔어.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자동으로 꺼졌어.”

“삼촌? 넌 이모밖에 없잖아. 삼촌은 또 누군데?”

온다연은 임혜린에게 진실한 가정 상황을 말한 적이 없다. 심미진이 유자성과 재혼한 여자라는 말을 한 적도 없고 단지 이모와 함께 산다고만 말했다.

그래서 임혜린은 온다연의 부모님이 안 계시고 이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친삼촌이 아니라 이모부의 동생분이야.”

임혜린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알아? 어젯밤 어떤 대단한 분이 우리 학교 여학생이 술 시중을 드는 일에 대해 화를 버럭 냈대. 교장 선생님이 겁을 먹고 바지에 오줌을 쌀 뻔했대. 그 대단한 분이 도대체 누구지? 그 사람 한마디에 학교 선생님들이 이렇게 벌벌 떨다니.”

온다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혹시 유강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강후는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고 더욱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는데 어떻게 학교에서 누가 술을 마시는지 이런 일에 참견할 수 있겠는가? 온다연은 유강후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임혜린이 말했다.

“아, 참. 유하령이 돌아왔어. 다연아, 너라아 유하령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걔가 왜 자꾸 너를 귀찮게 해? 빨리 졸업해서 그 계집애를 멀리 해.”

유하령은 혼자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하령이 돌아오면 온다연은 계속 입학 면제권을 지킬 수 있을까?

온다연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이미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임혜린과 몇 마디 나누다가 누군가가 병실로 들어왔다.

40대 초반의 여자였고 평범한 몸매에 TV에서 자주 보는 집사 옷을 입고 있었다. 단정하게 머리를 묶었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녀는 쇼핑백을 온다연에게 건네며 말했다.

“다연 아가씨, 이건 도련님이 다연 씨에게 드리라는 옷입니다. 어울리는지 입어보세요.”

온다연은 쇼핑백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치마 두 벌과 속옷 두 벌이 들어 있었다. 속옷을 보자 그녀의 얼굴은 후끈 달아올랐다. 하나는 레이스가 달린 옅은 파란색의 면 소재의 속옷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얀색 레이스에 꽃무늬가 있는 속옷이었다.

모두 소녀다운 스타일이고 디자인이 깔끔하고 예뻐서 온다연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유강후가 이걸 샀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유강후가 설마 직접 이걸 골랐을까? 그럼 이 옷들을 모두 만졌겠네? 그럼 이 옷에 그의 냄새가 묻었을까?

온다연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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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8화 자제와 기다림

    유강후는 자제력이 강한 사람이었고 그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그녀가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다짐했다.그는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자신의 마음을 어렴풋이 깨달은 후부터 그는 점점 유씨 가문에 돌아가는 횟수를 줄였다.유강후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동시에 그녀가 나중에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그는 평생 후회할 말을 내뱉었다.“온다연은 유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누구도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마치 운명의 톱니바퀴가 갑작스럽게 맞물리듯 인위적인 힘으로는 바뀌지 않는다.사실 그 정도 술로는 그가 취할 리 없었다.하지만 젖은 머리카락과 옷을 반쯤 벗은 모습은 쉽게 그의 이성을 흔들었다.유강후는 너무나 쉽게 그녀의 숨결과 입술을 빼앗았다.부드러운 입술과 혼란스러워하며 의지할 곳 없이 두려워하는 모습은 그의 모든 정신을 사로잡았다.그는 달콤함에 빠져 거의 자제력을 잃을 뻔했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눈물이 이성을 되찾게 했다.이내 그녀의 섬세한 뺨에 입을 맞추고 낮은 목소리로 약속했다.“두려워하지 마. 너에게 손대지 않을게. 착하지. 울지 마.”온다연은 여전히 겁에 질려 침대 가장자리에 웅크린 채 눈물을 흘렸다.유강후는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 했지만 그녀는 피했다.온다연을 안아 위로하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모습이 그를 망설이게 했고 그녀는 아직 어리고 시간이 필요했다.그는 옷을 제대로 여미고 자리를 떠났다.유강후는 직접 온다연이 좋아하는 브랜드 매장에 가서 몇 벌의 옷을 고르고 하인을 시켜 보냈지만 그녀는 그날 이후 계속 그를 피해 다녔다.그녀는 유강후가 보낸 옷조차 입지 않았다.며칠 후 그는 유자성을 찾아가 은근히 온다연의 상황을 물었다.유자성은 하나하나 상세히 대답해 주었고 심미진도 옆에서 거들었다.그들의 말뜻은 분명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씨 가문이 온다연에게 잘 대해줬다는 것이었다.입고 먹고 자는 모든 것 비록 유하령만큼은 아니었지만 모두 명품이었고 외출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7화 시간의 흐름과 성장

    유강후가 18살이 되던 해 집에 아주 재미있는 작은 인물이 굴러들어 왔다.보드랍고 쫀득하며 색이 바랜 낡은 치마를 입은 채 유씨 가문의 대청 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은 한없이 괴롭히기 쉽고 어딘가 맛있어 보이기까지 했다.그가 당시 막 서재에서 나왔을 때 계획 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2층 계단에서 거실 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알고 보니 큰형이 새로 맞이한 형수가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왔고 유하령과 유민준은 몹시 불쾌해하고 있었다.원래 그는 이런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 어린 여자아이의 순진한 모습과 밤하늘의 별처럼 깨끗한 두 눈을 보고 순간적으로 세상을 떠난 누이가 떠올랐다.유하령이 또다시 어린 여자아이의 치마를 잡아 뜯으려 하자 그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유민준, 유하령, 너희 예절 선생님은 손님을 대할 때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어?”거실 안의 질책과 꾸짖음은 즉시 멎었고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어린 여자아이도 그를 쳐다봤지만 딱 한 번뿐이었다.곧 고개를 숙이고 얼굴에 방금 맞아 생긴 붉은 자국과 함께 그림자 속으로 숨어버렸다.그 연약한 모습을 본 유강후는 처음으로 유하령과 유민준이 방금 한 행동이 정말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다.어린 여자아이를 훑어보며 그는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새로 시집온 형수 심란옥은 그를 보자마자 아첨 섞인 미소를 지으며 어린 여자아이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이분은 네 아저씨, 유강후야. 어서 아저씨라고 불러.”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한참 만에 고양이 같은 작은 목소리로 “아저씨”라고 불렀다.유강후는 처음으로 마음이 간지러운 듯했으며 묘하게 그 목소리가 귀엽다고 생각했다.그것은 그가 창밖에서 보던 길고양이 새끼를 떠올리게 했다. 새끼 고양이 역시 솜털 같은 머리와 순진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원래 그는 큰형이 맞이한 형수를 매우 싫어했지만 그녀가 데리고 온 작은 짐짝은 꽤 귀여웠다.그는 그 아이의 이름을 묻고 싶었지만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저 냉담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6화 해피엔딩

    격분한 남운필은 결국 병까지 얻었다.기침이 멈추지 않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져 무려 보름이나 입원한 끝에야 겨우 회복되었다.남하윤은 그제야 두려움을 느끼고 주희에게 조금은 부드러워졌지만 결혼에 대한 마음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어느덧 연말이 다가오고 남씨 가문은 역대 최대 규모의 단합 대회를 열었다.지난 반년 동안 남씨 가문은 엄청난 수익을 올려 작년의 세 배에 달했고 남하윤은 성과를 낸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남해로 7일간의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해변가에 있는 대규모 장원을 통째로 빌린 소식에 모두 들떠 있었다.처음에는 축복 같은 휴가였지만 그곳에 간 지 사흘째 되던 날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남하윤이 납치된 것이다.놀랍게도 납치범은 그의 친동생 남서진이었다. 알고 보니 남서진은 남쪽으로 파견되어 경영하던 회사 세 곳이 반년도 안 돼 줄줄이 무너졌고 현재는 한 곳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 처지였다.그는 남하윤이 이곳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200억을 요구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복수를 결심한 남서진은 지역 조폭들을 불러 남하윤이 물건을 사러 외출한 틈을 타 그를 배에 태워 납치했다.주희가 사람들을 이끌고 달려왔을 때 남하윤은 갑판 위에 매달린 채로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주희가 보이자 남하윤은 크게 외쳤다.“남서진이 남씨 가문의 모든 주식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했어. 주면 안 돼. 그 손에 들어가면 1년도 못 가서 다 탕진할 거야.”남서진은 걸어가더니 남하윤의 뺨을 두 차례 때렸다.“어리석은 년, 네 엄마처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네가 여자인데 왜 남씨 가문을 쥐고 흔들어? 돈을 벌면 뭐해? 결국 남자한테 몸이나 팔 텐데.”남하윤은 혀를 차며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꺼져.”남서진은 다시 손을 뻗어 뺨을 때렸고 남하윤은 피 섞인 가래를 뱉어냈다. 주희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그만둬. 한 번만 더 건드리면 너 한 푼도 못 가져간다고 보장해.”남서진은 냉소적으로 대꾸했다.“웃기지 마. 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5화 문이 잠긴 이유

    남하윤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할아버지,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남씨 가문에 방이 이렇게 많은데 그가 어디서든 묵을 수 있잖아요. 왜 제 방에서 자야 하죠?”남운필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왜 내가 이제 너를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남씨 가문에 방이 없다고 했으면 없는 거야.”“여기, 아가씨를 방에 데려다주고 문을 잠가라.”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인들이 다가와 남하윤을 억지로 방으로 밀어 넣었다.문이 ‘철컥’ 닫히며 잠기자 남하윤은 화가 치밀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주희를 매섭게 노려봤다.“너 우리 할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말할게. 우리 사이엔 절대 아무 일도 없어. 제발 이쯤에서 그만해.”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그 얼굴엔 냉정함이 서려 있었다.“항상 고고한 이미지로 통하던 톱스타가 이렇게 뻔뻔하게 우리 집에 눌러앉을 줄은 몰랐네.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온다연 씨에게 들러붙었던 거야? 어쩐지 유 대표님께서 그렇게 싫어하더라.”그 말에 주희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하윤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다연 누나에게 들러붙은 적 없어. 비열한 수단을 쓴 적도 없고... 남하윤, 난 그저 내 마음을 네 앞에 보여줬을 뿐이야.”남하윤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대신 주희의 시선을 피했다.주희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 알아. 예전에 내가 엉망이었던 것도 지금 네가 나를 믿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 그래도... 사람이 죄를 지었다고 해서 다시 시작할 기회조차 없어야 해? 남하윤, 너는 나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안심해. 네가 허락하기 전엔 네 침대에서 자지 않을게. 네 방에 작은 거실이 있으니까 나는 그 밖에서 잘 거야.”하지만 남하윤은 데인 듯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그대로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잠금쇠가 채워지는 소리가 울리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4화 할아버지의 계략

    남하윤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말했다.“내려.”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당장 내 차에서 내려. 주희야, 내가 너를 정말 싫어지기 전에...”주희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내가 말했잖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남하윤, 내 진심을 보여줄 기회를 줘.”남하윤은 혼란스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내리라고 했잖아.”주희는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그녀의 차가 쏜살같이 도로를 질주해 멀어지는 모습을 그는 묵묵히 바라봤다.그녀의 차 등이 점점 멀어질수록 주희의 눈빛은 더 단단해졌다.한편 남하윤은 회사로 향했고 쌓여 있던 서류를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깊은 밤이 되어 있었다.남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가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강민규의 집에 계속 머무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사무실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한 뒤 창가에 앉아 도시의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맞은편 대형 쇼핑몰 외벽의 전광판에는 끊임없이 광고가 바뀌고 있었다.그런데 열 개 중 세 개는 주희의 얼굴이 나오는 광고였다.하나하나가 그녀가 직접 촬영 현장에서 지켜본 장면들이었다. 그가 화장대를 마주 앉아 메이크업을 받던 모습 빛 아래에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던 표정까지 생생했다.남하윤은 점점 불편해져 커튼을 확 닫아버렸다.그 순간 휴대폰 벨이 울렸고 발신자는 저택이였다.“큰아가씨, 어르신께서 천식이 도지셨습니다. 빨리 돌아오셔야 합니다.”집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남하윤은 숨이 멎는 듯했다.“지금 바로 갈게요. 주 의사 선생님을 당장 모셔 와요.”그녀는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차 열쇠를 움켜쥐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하윤은 허둥지둥 남운필의 방으로 들어갔다.그러나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놀란 그녀가 하인에게 묻자 하인은 서재 쪽을 가리켰다.“어르신은 저 안에 계십니다.”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남하윤은 믿기 힘든 광경을 보았다.남운필과 주희가 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3화 거절할 수 없는 인연

    남하윤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너 이런 짓까지 할 필요 없어. 주희야, 가져가. 너의 물건은 받지 않을 거야.”주희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잠시 남운필을 향해 가련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남운필은 냉정하게 그 시선을 받아내며 단호히 말했다.“나는 이 혼사를 찬성한다. 내일부터 약혼 준비를 시작해.”남하윤의 눈썹이 깊이 찌푸려졌다.“할아버지, 왜 이러세요?”남운필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네가 어릴 때부터 내가 키웠으니 내가 결정할 수 있어. 다가 네가 이 녀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어? 년 동안이나 주희를 쫓아다닌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남하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말을 잇지 못했다.“할아버지, 아니에요... 저는 그런 적 없어요...”남운필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네가 몇 년 동안 그를 쫓아다니며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지 그 모든 걸 내가 다 알고 있다. 지금 내가 너를 시집보내려는 건 단지 그동안 들인 본전을 조금이라도 회수하려는 것뿐이다. 너희가 알든 모르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 내가 이 혼사를 승낙한 이유는 이 녀석이 유씨 가문의 사람과 어느 정도 연이 있어 앞으로 남씨 가문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게다가 주희는 그나마 성의라도 보여 전 재산을 다 털어 넣었다더군. 남자의 돈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이 혼사는 이미 내 결정으로 끝났다. 네가 동의하지 않아도 동의해야 할 거야.”남하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주희를 노려볼 뿐이었다.주희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남하윤이 저를 쫓아다닌 게 아니라 제가 남하윤을 필요로 하고 남하윤 없이는 살 수 없어서 그래요. 지난 몇 년간 남하윤이 저와 함께해 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남운필은 말했다.“나는 너희들 일은 상관하지 않아. 너희는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나에게 증손자를 안겨줘라. 다른 일로는 나를 귀찮게 하지 말고.”말을 마친 후 탁자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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