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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Author: 손이영
온다연은 꼼짝도 못 하고 눈을 감고 못 들은 척했다. 유강후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다.

온다연은 놀라서 심장이 멎을 것 같았고 그녀가 막 눈을 뜨려고 하자 유강후는 다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그는 온다연을 침대 안쪽으로 조금 옮긴 후 신발을 벗고 그녀 옆에 누웠다. 병원의 침대는 매우 작았다. 두 사람은 불편하게 누워 있었다. 특히 온다연은 유강후를 매우 두려워했다.

유강후의 카리스마와 그의 체향이 공기 속을 가득 채웠다. 온다연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그의 냄새로 가득했다. 유강후의 몸은 그녀의 등에 달라붙었고 온다연은 그 열기로 인해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고 나무처럼 굳어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그녀의 침대에 누울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이런 작은 병원 침대에 말이다. 유강후는 결벽증이 있지 않았던가?

온다연은 긴장해서 울고 싶었고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하지만 유강후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문자도 몇 개 보냈다.

시간은 그렇게 1분 1초 지났고 온다연은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다가 약의 작용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나른해지자 그녀의 손은 자기도 모르게 유강후의 무릎 위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늘고 작고 부드러웠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손톱은 짧았고 매니큐어 같은 것을 바르지 않아 깨끗해 보였다. 손가락은 통통했고 귀여웠다.

이때 온다연이 갑자기 손을 빼갔고 몸을 뒤척이며 유강후에게 얼굴을 대고 돌아누웠다. 그리고 손과 발도 그의 몸에 걸치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니야, 기다려...”

그녀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젖은 상태로 얼굴에 붙어있었다. 머리카락이 검었기 때문에 얼굴이 유난히 하얘 보였다.

온다연의 이목구비는 유난히 예뻤고 피부도 하얗고 입술 옆에 보일락 말락 하는 점마저도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두 눈은 수줍게 생겼고 눈동자가 유난히 까매서 사람을 쳐다볼 때 홀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유강후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잠시 멈추더니 그는 헤여나오지 못했다.

그는 손으로 그녀의 입술 옆에 있는 점을 살짝 다치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니? 아직도 그 고양이 생각해?”

유강후는 그 고양이를 기억한다.

검음색과 흰색 털이 섞인 고양이이다. 온다연이 어디서 주워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고양이는 뒷마당 창고에 숨어 살았다. 유강후도 가끔 온다연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봤다. 유강후를 보면 온다연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고양이를 뒤에 숨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니야. 도망가.”

당시 그는 그 고양이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귀여운 어린애가 자기 장난감을 숨기려고 하는 것 같은 엉뚱한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그때는 일이 너무 많고 바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덧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그 여자아이가 이미 이렇게 컸다.

사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책임지려고 했지만 그날 밤 미국에서 급한 일이 있어서 그는 서둘러 떠다.

어차피 온다연은 유씨 가문에 있고 아직 열여덟이 채 되지 않았으니 더 기다려도 된다고 생각했다.

헤어진 지 3년 뒤, 다시 돌아왔을 때 온다연은 그를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이때 온다연이 갑자기 움직이면서 온기가 나는 방향을 유강후 쪽을 향해 다가왔다.

유강후는 온다연을 잠시 쳐다보다가 머리맡의 얇은 이불을 끌어당겨 그녀의 몸에 걸쳤다.

온다연이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다.

공기 중에는 좁쌀죽의 향긋한 냄새가 가득했으며 그녀는 이미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처럼 배가 고팠다.

유강후가 전화를 받자 그녀는 계속 자는 척했다.

“심각해? 은별 아버님을 뭐라고 하셨어?”

“먼저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해. 내가 나중에 갈게.”

“소이섭, 내 일에 참견하지 마.”

...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온다연은 여전히 들었다. 아마 어젯밤 나은별의 병이 발작해서 칼로 자신을 베었고 지금 의사의 치료에 협조하지 않아 유강후가 잠시 후에 그녀를 보러 갈 것이다.

사실 온다연은 나은별을 매우 부러워했다. 금수저 출신의 나은별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유강후처럼 차갑고 냉정한 사람조차도 그녀를 받들어 주면서 지냈다.

이런 여자는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을까?

하지만 씩씩해 보이는 나은별이 왜 우울증에 걸렸을까? 그 생각을 하며 온다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기척을 들은 유강후는 전화를 끊고 잠든 척하는 온다연을 돌아봤다.

“깼으면 그만 연기하고 일어나서 뭐 좀 먹어.”

온다연은 더 이상 연기 할 수 없을 것 같아 눈을 뜨는 수밖에 없었다.

눈을 뜨자 유강후의 늘씬한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 검은색 셔츠로 갈아입었는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원단 때문에 더 분위기 있어 보였고 차가워 보였다.

온다연은 감히 그를 볼 수 없어서 머리를 숙이고 침대 머리맡에 놓인 도시락을 들고 죽을 조금 마셨다.

유강후는 반찬도 밀어주며 말했다.

“방금 배달시켰어. 지금은 이것밖에 먹을 수 없을 수 없대. 좀 나아지면 다른 것을 보낼게.”

그러자 온다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만 앞으로 이러지 마세요.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

유강후는 도시락을 들고 있는 부드러운 그녀의 손을 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너 혼자 위 천공도 해결할 수 있어?”

그러자 온다연은 고개를 더 숙였다. 사실 도시락은 뜨거웠고 이렇게 오래 쥐고 있으면 데어서 견딜 수 없었겠지만 그녀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심미진은 네 위가 안 좋은 거 알아?”

온다연은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유강후가 쳐다보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아요.”

유강후는 한눈에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녀의 작은 턱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며 차갑게 말했다.

“다연아, 거짓말하는 게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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