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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Author: 손이영
그러고 난 후 온다연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설명서엔 똑똑히 적혀 있었다. 임신테스트기가 두 줄을 가리킨다면 임신한 것이라고.

그러니까 지금 그녀의 배 속에 작은 아이가 있다는 말이었다.

아니, 지금은 아마 작은 콩알만 한 형태일 것이다.

당황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여러 감정이 휩싸이며 그녀는 제자리에 조각상처럼 우뚝 서서 멍하니 있었다.

장화연이 노크하는 소리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황급히 대답을 하곤 전부 갈기갈기 찢어 변기에 버렸다.

그녀는 두 줄을 나타내고 있는 그 종이를 한참을 보다가 물을 내렸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꼭 모든 계획이 망쳐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그녀는 자기가 사 온 임신테스트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 멍하니 서 있던 그녀는 그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

꼭 넋을 잃은 사람처럼 장화연이 물을 건네자 바로 마시고, 밥 먹으라고 하면 바로 얌전히 식탁으로 갔다.

심지어 자신이 뭘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밥을 먹은 후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역시나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었다.

장화연이 따듯한 우유를 가지고 들어왔을 때 혈색이라고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안색과 그녀의 멍한 눈빛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이마에 올리며 열이 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이내 온다연에게 말을 걸었지만, 온다연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천장만 보았다.

장화연은 하는 수 없이 유강후에게 연락했다.

“도련님, 온다연 씨가 이상합니다. 혹시 바쁘신 게 아니라면 일찍 돌아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유강후는 아주 중요한 회의를 열고 있었다. 그런데 장화연의 연락에 바로 회의를 중단했다.

그가 급히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 몽유병 환자처럼 거실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있는 온다연을 발견했다.

그녀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고 걸음걸이마저 다소 비틀거렸다.

그를 발견한 온다연은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든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오셨어요?”

유강후는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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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4화

    온다연의 몸이 경직되었다.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그녀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정말로 싫어하는 거예요?”유강후는 혈색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녀의 안색을 보았다. 표정도 이상했다.손을 뻗어 다시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어디 아파?”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자고 싶어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장화연을 보았다.장화연이 말했다.“오후에 한 번 외출하신 뒤로 쭉 이런 상태였습니다. 따라간 경호원에게 물었는데, 구월이가 뛰쳐나간 바람에 다연 씨가 찾으러 나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근처 약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멀리 나간 것은 아니니 아마 다른 사람은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유강후의 두 눈에 분노가 점차 드리워졌다.“따라간 놈들은 대체 뭐 하고 있었기에 고양이 한 마리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하는 거지?”장화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행동이 빠른 놈으로 골라 당장 찾아오라고 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장화연은 그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네, 알겠습니다.”며칠 전 화분 사건 이후로 유강후는 전보다 더 온다연을 감시하고 있었다.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전부 유강후에게 자세하게 보고해야 했고 무슨 일이 생겨서도 안 되었다.예전에는 온다연이 혼자 집 근처쯤은 돌아다니게 했었다. 비록 그때는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자유로웠다.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동네 산책하고 싶다고 해도 허락해주지 않았다.만약 나가고 싶다면 반드시 장화연이나 몇몇 경호원과 함께 나가야 했다.장화연은 여전히 넋을 잃은 상태인 온다연을 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도련님, 다연 씨는 이미 많이 얌전해졌습니다.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다면 오히려 더 문제가 생길 겁니다.”유강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안 돼. 지난번에 친구 사귀고 싶다고 해서 허락해줬더니 무슨 사달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그래? 장화연, 왜 점점 예전 모습 잃어가고 있는 거지?”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5화

    온다연은 본능적으로 유강후를 보았다.유강후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그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에 놀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어 걸음 뒷걸음질 쳤다.“전, 전 잘못한 게 없어요. 의사한테 검사받기 싫다고 전 이미 말했어요. 약도 먹지 않을 거예요. 전 아프지 않아요. 다 아저씨가 억지로 먹이니까 먹은 거라고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반드시 여기서 도망쳐야 해!'‘여긴 너무 숨 막혀!'‘저 사람이랑 함께 있는 1분 1초가 숨 막혀서 살 수가 없어!'입구까지 뛰쳐나온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옷걸이에 있던 겉옷을 입었다.밖에 있던 경호원은 무슨 상황인지 몰랐던지라 온다연이 나오자 막지도 않고 그저 따라갈 뿐이다.온다연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도착했을 때 갑자기 몸을 돌려 뒤에 있는 경호원을 노려보았다.“따라오지 마세요!”두 사람은 유강후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고 있었기에 그녀의 곁에서 한 시도 떨어질 수 없었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온다연이 유강후가 애지중지하고 있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고, 매번 온다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분위기부터 싸늘해졌기에 두 사람은 온다연에게 미움을 살 용기도 나지 않았다.연약한 온다연이 갑자기 노려보자 두 사람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대체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이때 유강후가 나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온다연을 보았다.“지금은 밤이야. 밖에 눈도 내리는데 어디를 가겠다고 그러는 거지?”온다연은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문이 곧 닫히자 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따라가. 멍하니 서서 뭐해?”두 경호원은 얼른 따라가려고 했다.그러나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혀 버렸다. 두 사람은 얼른 계단으로 내려갔다.로비에 도착했을 때 온다연은 이미 밖으로 나가버렸다.두 사람은 깜짝 놀라 얼른 따라갔다.만약 온다연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두 사람의 밥줄도 끊기게 될 것이니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6화

    두 경호원은 차가 떠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따라갔다.그러나 택시 기사는 영원 토박이였고, 또 택시 운전을 몇십 년 하고 있었던지라 빠르게 뒤따라오는 경호원의 차를 따돌렸다.곧 영원을 벗어날 것으로 보이자 기사는 다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가씨, 아까 그 사람들은 누구예요? 덩치가 참 크던데, 아가씨가 나온 그 호텔에 경원에서 온 엄청난 인물이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온다연은 담담하게 답했다.“전 잘 몰라요. 제가 저 사람들 돈 좀 빌렸거든요. 그래서 도망치고 있었던 거예요.”기사는 더는 묻지 않았다.한참 지나자 온다연이 갑자기 물었다.“기사님은 아이가 있으세요?”기사는 웃으며 답했다.“당연히 있죠. 자식이 둘이에요. 큰아이는 경원에서 대학교 다니고 있고, 작은 아이는 아직 중학교 다니고 있어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지 않았다면 이런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온다연은 손을 배에 올리며 작게 말했다.“아이가 있다는 기분은 어떤 기분이에요?”기사는 백미러로 그녀를 힐끗 보았다.“혹시 임신했어요?”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사는 눈치챈 듯 한숨을 내쉬었다.“임신한 거라면 낳아요. 아이가 있는 생활도 나쁘지 않으니까. 아이는 아가씨를 더 오래 살게 해줄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존재예요. 아이가 있음에 삶에 동력이 생기고 희망도 생기게 되는 거죠. 어쨌든 나는 그랬어요.”그의 말에 온다연은 다소 경직되었다. 평평한 배를 만지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다만 유강후는 분명 이 아이를 원치 않을 것이다.환영받지 못하는 아이였던지라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아마 그녀를 제외하고 누구도 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길 바라지 않을 거다.그녀는 순간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자신보다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시간만큼은 기대를 받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만약 누군가 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억지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7화

    “절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만약 다시 붙잡힌다면 아이는커녕 제 목숨도 지켜낼 수 없을 거예요!”택시 기사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얇은 옷차림이었던지라 확실히 어딘가 불쌍하게 보여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이 차는 이미 들켰어요. 지금 우리 기사들만 있는 단톡방에서도 모든 게이트가 막혔다고 문자가 올라오고 있어요. 이 차 색깔만 골라 전부 검사한다고 하더군요. 어휴, 한번 마음 쓴 김에 끝까지 써보죠. 내가 다른 차를 불러줄게요.”말을 마친 그는 누군가에게 연락했다.5분 정도 지났을까, 자가용 한 대가 그들이 탄 차 옆에 멈춰 섰다.기사가 말했다.“얼른 타요. 저걸 타면 안전할 거예요.”온다연은 머뭇거리다가 택시 기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곤 승용차로 올라탔다.안전하든 아니든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이곳에만 있다가 유강후에게 붙잡혀 돌아가는 것보단 나았다.가는 길은 아주 순조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원으로 돌아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검은색 승합차가 그녀를 향해 빵빵 소리를 냈다.그녀는 빠르게 승합차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그 안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임정아가 앉아 있었다.임정아의 어깨는 훤히 드러나 있었고 목에는 비싼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눈썹을 꿈틀거렸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병원에 같이 가 달라니요. 전 연예인이에요. 그런데 저한테 그런 부탁을 하시면 어떻게 해요?”온다연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뒤 생수를 꺼내 마셨다.“이렇게 하면 돼요.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 써요. 그러면 아무도 정아 씨인 걸 모를 거예요.”임정아는 말문이 막혔다.“만약 파파라치한테 사진이라도 찍혀 내일 아침 대문짝만한 기사라도 나면 저더러 어떻게 하라고요!”온다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이따가 신분증도 빌려줘요.”임정아가 말했다.“안 돼요!”온다연은 멈칫했다.“그럼 정아 씨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을 거예요.”임정아는 혀를 하며 눈을 가늘게 접었다.“전에는 연약하고 만만한 상대인 줄 알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8화

    온다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눈앞에 있는 차를 노려보았다.자세히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안도할 수 있었다.하지만 임정아의 안색이 변했다.그녀는 그 차를 빤히 보다가 기사한테 말했다.“그냥 들이박아요!”기사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럴 수 없습니다. 저 차는 송 시장님 차에요. 전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요.”임정아의 표정은 한껏 일그러졌다.“그냥 박으라면 박아요. 대체 뭘 두려워하는 거죠?”기사는 여전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임정아는 차에서 내린 뒤 기사를 운전석에서 끌어냈다.“정말 쓸모없네요. 꺼져요!”그러고 난 후 시동을 걸었다.두 사람이 탄 차는 그대로 앞차로 달리고 있었다.앞에 있던 차는 승합차가 정면으로 달려오자 바로 핸들을 꺾어 피해버렸다.임정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속도를 끝까지 올리며 빠르게 병원으로 달렸다.온다연은 뒤를 보다가 작게 말했다.“따라오고 있어요.”임정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다연은 송지원을 만난 적 있었다. 경원에서 아주 젊은 나이로 부시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었고 집안 배경도 빵빵했다.게다가 송지원은 유강후와도 깊은 사이였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마련한 식사 자리에 여러 번이나 송지원을 봤었다.만약 송지원이 임정아의 차에 자신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모든 것이 들통나게 될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온다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송지원 씨는 아저씨 친구에요. 만약 제가 여기에 있다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끝장날 거예요.”임정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이따가 연기 좀 해줘요. 제 매니저인 척하면 못 알아볼 거예요.”온다연이 또 물었다.“송지원 씨랑은 무슨 사이에요? 왜 따라오는 거죠?”임정아는 입꼬리를 픽 올리며 말했다.“전 약혼자예요. 그리고 지금은 원수지간이죠. 딱히 무슨 사이라고 할 건 없죠.”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빠르게 병원에 도착했다.내리기 전 온다연은 마스크를 착용한 뒤 모자를 푹 눌러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9화

    임정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나은별 그 여자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에요. 저도 상대하기 버거운 사람이라고요. 교활하고도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나은별 같은 타입이 취향이죠.”온다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말을 하려던 순간 고개를 드니 차 앞에 누군가 서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그 사람은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아주 점잖아 보였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임정아에게 고정되었다.송지원이다.온다연은 황급히 마스크를 착용하며 작게 말했다.“앞에 사람 있어요.”임정아도 고개를 들어 보았다. 안색이 바로 굳어지며 빈정댔다.“언제부터 송지원 씨에게 사람을 미행하는 취미가 생긴 거죠? 전 아주 대단하신 송지원 씨가 절대 이런 볼썽사나운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송지원의 시선이 온다연이 들고 있던 진단서로 옮겨졌다.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매니저랑 이 밤에 병원에 왜 온 거지?”온다연은 안도했다.송지원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임정아의 비서로 오해하고 있었다.임정아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송지원 씨랑 무슨 상관이죠?”송지원은 그녀를 빤히 보았다.“아픈 거야? 어디가 아픈 건데?”임정아는 그를 무시하며 온다연에게 말했다.“타요.”이때 송지원이 갑자기 다가오며 온다연 손에 들고 있던 진단서를 확 빼앗아 갔다.훑어보던 그는 안색이 변했다.“임수아, 임신했어?”임정아의 본명은 임수아였다. 임정아는 예명일 뿐이다. 방금 온다연은 그녀의 신분증으로 검사를 받았다.임정아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그래요, 뭐가 문제 있어요?”송지원은 진단서를 꽉 잡았다. 온다연은 송지원 손등으로 튀어나온 퍼런 핏줄을 보았다.갑자기 고개를 들던 그는 임정아를 무섭게 보았다.“누구 애야.”임정아는 픽 웃었다.“어차피 송지원 씨 아이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 결혼은 이미 없던 일이 되었잖아요. 제가 누구 아이를 배든 무슨 상관인데요. 계속 이러시면 저한테 마음이 있는 거로 간주할 거예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400화

    누군지 떠올리기도 전에 송지원의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달려왔다.그는 힘겹게 송지원을 임정아에게서 떼어냈다.그리곤 힘을 써 빨개진 얼굴로 임정아를 향해 소리 질렀다.“얼른 가요. 멍하니 서 있지 말고 가세요!”임정아는 기침을 했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송지원이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을 순간 느꼈다.‘정말 미쳤어!'그녀는 기침해대며 말했다.“타요, 얼른!”차는 빠르게 주차장을 벗어났다. 운전기사는 여전히 이성을 잃은 남자를 붙잡고 있었다.온다연은 조수석에 앉아 임정아를 힐끗 보았다.임정아의 목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고 여전히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온다연이 작게 말했다.“조금 쉬다가 다시 운전할래요? 지금쯤이면 아마 못 쫓아 올 거예요.”임정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길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린 그녀는 담배를 꺼내 피우다가 전화를 받았다.한참 지나서야 다시 차로 돌아왔다.임정아는 진정을 되찾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유강후 씨가 지금 다연 씨를 못 찾아서 이성을 잃은 상태라고 하네요. 영원 전체를 지금 다 막아버렸다고 해요. 당시 다연 씨를 태워줬던 택시 기사님도 찾았대요. 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건지 모르겠지만 기사님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유강후 그 미친놈과 지금 경원으로 오는 중이라고 해요.”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유강후가 자신을 빨리 찾을 줄은 예상하였지만 운전기사까지 난처하게 할 줄은 몰랐다.핸드폰을 꺼낸 뒤 미리 빼버린 유심 카드를 다시 넣었다.그리고 전화를 걸었다.몇 번의 신호음 끝에 유강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야.”온다연은 핸드폰을 꽉 잡았다.“기사님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말해, 어디야.”온다연은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웠다.“얼른 기사님 풀어줘요!”유강후의 목소리는 아주 싸늘했다.“온다연, 내가 지난번에도 말했지? 또다시 말도 없이 사라지면 그땐 벌을 내려줄 거라고!”온다연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401화

    그는 단지 말을 잘 듣지 않는 애완동물이 도망갔는데, 아직 데리고 놀기 좋아서 찾으러 나왔을 뿐이다.“저도 송지원 씨가 정아 씨한테 마음 쓰는 것을 보면 장난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요.”온다연의 말에 임정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런 징그러운 얘기는 하지 말아 줄래요?”“정아 씨가 먼저 했어요.”이 말에 임정아는 혀를 내둘렀다.“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쉴 곳을 찾아줄까요?”온다연은 창밖을 내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아니에요. 그 사람이 제 휴대폰 번호를 통해 위치를 추적할 수 있어요. 아까 휴대폰을 켰을 때 이미 제가 어디 있는지 알아냈을 거예요.”임정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정말 개자식이네요. 그들 무리는 유강후부터 한이준, 송지원, 그리고 봉현수까지 좋은 놈이 하나도 없어요.”온다연은 침묵을 지켰다.임정아의 말이 맞다. 이 네 사람은 집안 형편이 비슷하고 젊은 세대에서 출중한 인물들이라 이들이 손잡으면 경원시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빨리 발을 빼지 않으면, 앞으로 유강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정아 씨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지만, 제 조건도 만만치 않습니다.”온다연의 말에 임정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무슨 조건인데요?”온다연의 눈에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유하령이 지위도 명예도 다 잃고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해주세요.”임정아가 눈살을 찌푸렸다.“그건 너무 어려워요. 유씨 가문은 고씨 가문이나 이씨 가문과 차원이 달라요.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유재성과 유자성의 말 한마디면 아무도 유하령을 건드리지 못해요.”“사실 그동안 유씨 가문의 두 골칫덩어리 유민준과 유하령이 황당한 일을 많이 저질렀는데 증거가 하나도 없어요. 지난번 이효진의 일도 봐요. 이씨 가문이 망했는데, 유민준은 언론에 한 번도 오르내린 적이 없잖아요. 왜 그런지 알아요?”“유씨 가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거의 입도 뻥끗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감히 폭로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유씨 가문은 다연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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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7화

    지예솔이 다른 것을 물어보기도 전에 그는 계속 말했다.“걱정하지 마. 봉현수는 아직 내가 귀국 한 걸 몰라. 내가 새로운 이름과 신분을 바꿨고 또 경원시에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지예솔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여기는 어떻게 찾은 거예요?”정연석은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보고 마음속에 깊은 미련이 남아있었다.“솔아, 넌 나한테 그렇게 신뢰가 가지 않았어? 그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어?”지예솔이 말했다.“저는 원래 모든 일이 잠잠해지면 예전의 친구들에게 연락하려고 했어요. 연석 오빠가 찾아올 줄을 몰랐어요. 예전에 이미 많은 폐를 끼쳤기 때문에...”정연석은 마음이 아팠지만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폐를 끼치고 말고가 어디 있어? 너도 전에 나를 도와줬던 것이 기억이 안 나?”지예솔이 말했다.“제가 도와준 것은 모두 작은 일이에요. 게다가 매번 제가 도와준 후 현수 씨가 찾아와서 괴롭혔잖아요.”정연석이 웃으면서 말했다.“맞다. 아직 너랑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이번에 귀국하고 다시 외국에 가지 않으려고 해. 최근 나는 운산시에 머물면서 이쪽 시장 상황을 둘러보고 적절하다면 본사를 이쪽으로 옮길 생각이야.”지현우는 갑자기 몸을 돌리며 말했다.“연석이 형, 운산시에서 회사를 차릴 생각인가요?”정연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는 수출입 무역을 하는 사람이라 2년 사이에 과일도 수출해 볼 생각이야. 내가 전에 2년 동안 조사해 봤는데 이곳은 과일 시장이 좋고 발전 전망도 커. 그런데 시장 조사를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우연히 너희들의 사진을 보게 될 줄을 몰랐어.”그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찾아냈다.“이건 내 친구가 저번 주 이곳에 과일나무 보러 왔다가 우연히 찍은 거야.”사진 속에는 지예솔과 지현우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이 어두웠지만 지예솔의 그 얼굴은 유난히 눈에 띄어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밖에 없었다.지예솔은 안도의 숨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6화

    지예솔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닐 거야, 단지 개발부만 왔을 거야·현수 씨는 이런 산업을 많이 하고 있으니 직접 오지는 않았을 거야.”지현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됐어.”저녁이 될 무렵 마당 입구에 갑자기 검은색 벤츠 두 대가 와서 멈추어 섰다.이 마을에는 이런 고급 차가 거의 오지 않았다. 차가 갑자기 문 앞에 멈추는 것을 본 지현우는 깜짝 놀라서 문을 닫으려고 하자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검은색 외투를 입은 그 사람은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은색 테두리 안경을 쓰고 있어 매우 점잖게 보였다.지현우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곧 놀라 소리를 질렀다.“연석이 형?”알고 보니 몇 년 동안 소식이 없었던 정연석이었다.정연석은 웃으면서 말했다.“현우 키 컸네.”지현우는 달려가 정연석을 끌어안고 기뻐서 울었다.“연석이 형, 몇 년 동안 어디에 계셨어요?”정연석은 대답 대신 그의 어깨를 툭 치면서 웃었다.“곧 스무 살이 다 되어가는 애가 왜 아직도 이리 어린아이 같은 거야? 너의 누나가 또 뭐라고 하겠어.”이때 인기척 소리를 듣고 나온 지 예술은 정연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달빛이 흐릿한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저 평범한 검은색 패딩을 입었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정연석은 그녀를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웃으면서 말했다.“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겨우 찾았어.”지예솔은 문 앞에 서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현우는 기뻐하며 말했다.“밖이 추워요. 곧 비도 올 거 같으니 얼른 들어와요, 연석이 형.”정연석은 트렁크를 열고 말했다.“현우야, 와서 도와줘.”또 다른 차의 문도 열리자 두 명의 비서가 내려오더니 물건을 함께 집안으로 옮겼다.잠시 후 두 차의 물건을 모두 옮겨 거실에 가지런히 쌓았다.정연석은 다른 차를 돌려보내고 혼자 남았다.지현우는 흐뭇해서 그 물건들을 지켜보았고 그들이 필요한 좋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가볍고 부드러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5화

    “넌 이쁘고 이런 그림도 그릴 줄도 아는데, 이렇게 좋은 여자아이가 왜 아직도 남친이 없는 거야? 아니면 이모가 남자 친구 한 명 소개 해줄게...”정신을 차린 지예솔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이모,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전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결혼을 못 해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죠.”그녀가 집에 돌아온 반년 동안 중매를 하러 온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외숙모들도 그녀를 설득하면서 자신의 조카를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 그녀는 그 사람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하려고 애를 낳을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장미연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아이고! 넌 이쁘게 생기고 성격도 좋은데, 만약 이런 문제가 없다면 며느리로 들이고 싶었는데...”장미연은 채소 바구니에 담긴 채소를 꺼냈다.“여기엔 방금 뜯은 채소야, 무와 배추 뭐 이런 것들이 있어. 그리고 달걀도 금방 주운 거야.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나으니 가져다 먹어. 너의 남매는 절약하느라 채소도 별로 사지 않는 것 같더구나.”“가련한 것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집안의 모든 가구도 중고 시장에서 사 온 거고…”“밖에 고기를 파는 노점상이 너희가 매번 고기를 반 근만 산다고 했어. 게다가 매일 사서 먹는 것도 아니라며, 이렇게 큰 성인들이 그것으로 먹자면 부족하지 않아?”...한동안 수다를 떨던 장미연은 끝내 떠났다.지예솔은 한참 넋이 나가 있다가 지현우에게 말했다.“현우야, 그 차가 정말 봉씨 그룹의 것인지 가서 한번 보고와.”지예솔은 스쿠터를 타고 떠나려는 지현우를 붙잡고 말했다.“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가.”지현우가 말했다.“누나, 그렇게 조심할 필요 없어. 반년도 지났어, 아마 우리를 찾는 걸 포기했을 수도 있어. 며칠 전 연예 뉴스를 봤는데 그 주연아란 연예인이 또 새로운 영화를 찍었어.”“그런 연기력으로 이렇게 큰 투자가 들어간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은 걸 보면 현수 형이 투자한 것일 거야. 주연아는 자신이 현수 형과 죽마고우이며 약혼할 것이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4화

    봉현수가 말했다.“그러지 않을 거야, 이번엔 반드시 철저히 조사할 거야.”비슷한 시각 남쪽의 읍내 마을에서 지예솔과 지현우가 정원에서 바삐 일하고 있었다.작은 정원이 딸린 농가는 반년의 시간을 거쳐 제대로 리모델링되었다.원래 낡았던 벽돌담은 다시 흰 페인트를 칠했고 진흙투성이였던 앞마당은 절반을 낡은 벽돌로 메웠으며 나머지 절반에는 채소를 조금 심어서 깔끔하고 생기가 넘쳐흘러 보였다.벽 쪽에 있는 몇 그루의 과일나무에는 겨울 대추와 감귤 그리고 감이 가득 달려서 열매들이 나뭇가지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질 필요가 없는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다.집안도 다시 페인트를 칠했고 집에 쓸 수 있는 나무 가구도 다시 다듬어서 칠했다. 중고 시장에서 구매해 온 오래된 가구는 지현우가 사포로 갈아서 페인트를 새로 칠했더니 꽤 괜찮아 보였다.당연히 지씨 가문의 환상적인 럭셔리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남매 둘 다 마음이 편안하고 안심이 되었다.작은 마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일하러 나갔고 외부인들도 적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택배는 도시와 별 차이가 없어서 남매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지현우는 마을의 중고 시장에서 몇백만 원을 주고 중고 승합차를 샀다. 가끔 지예솔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읍내에 생활용품을 사러 나갔다.천천히 남매는 느린 템포의 마을 생활에 적응했다.지현우는 원래 읍내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었지만 대학 졸업장을 아직 받지 못했고 심장병도 있는 데다 봉현수에게 실마리라도 들 키울까 봐 연말까지 집에 머물면서 다시 생각해 보려고 했다.요즘 남매는 온라인 액세서리 가게에서 서서히 주문을 받고 있다. 비록 많이 벌지는 못하고 제일 큰돈도 몇만 원 밖에 안되지만 이는 남매에게 좋은 시그널이었다.지예솔은 오늘 또 다른 주문을 받았는데 재료비를 제외하고도 몇만 원 정도를 더 벌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이른 아침부터 마당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도면을 수정했다.점심쯤 정원의 문이 열리더니 이웃인 장미연이 채소 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3화

    잠시 후 봉현수가 나왔다.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비록 야위어 보였지만 적어도 사람같이 보였다.유강후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어.”봉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먹고 싶지 않아. 지금 바로 예솔이 엄마의 산소에 가봐야 해.”유강후가 말했다.“내가 이미 사람을 보냈어. 조금 있으면 소식이 올 거야, 먼저 밥 먹고 있어. 네 모습 좀 봐봐. 찾았다고 해도 정연석이 그 자리에 있으면 주먹 하나로 너를 이길 수 있어.”봉현수는 대충 몇 입만 먹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제대로 식사하지 않은 탓에 몇 걸음을 가지 못하고 체력이 달려서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전면 검사를 받았다.검사를 받고 보니 장기 음주한 탓에 위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게다가 몸에 있는 상처들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일부는 염증이 생기고 헐어서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이런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었던 봉현수는 주삿바늘을 뽑자마자 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에게 경고했다.“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예솔 씨를 찾는다고 해도 소용없어.”그는 사람을 시켜 거울을 가져오라 하고 봉현수를 거울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지금, 이 거짓꼴을 봐봐, 어딜 봐서 사람 같아 보여?”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봉현수는 멍해졌다.거울 속의 남자는 말라서 모양이 빠졌고 이전에 건장했던 몸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몇 달 전 산 셔츠는 마치 빌려서 입은 옷처럼 헐렁하게 몸에 걸쳐있었다.얼굴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눈언저리가 푹푹 꺼져 들어가 있었다.머리는 너무 오래 정리하지 않은 탓에 스타일이 하나도 없었다.“내가 왜 이렇게 된 거야?”봉현수의 비서인 안시현이 말했다.“대표님, 최소 30근은 빠지셨어요. 사람이 달라 보여요.”“제가 지금 바로 가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사 올게요.”봉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직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 있다가 한참 후에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2화

    봉현수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그 당시 나는 솔이를 다치지 않았지만, 온몸이 항상 상처투성이였어. 그 사람들이 한 짓인가? 그러나 솔이는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까?’“하지만 나와 헤어졌다고 하여도 바로 정연석이랑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거야.”유강후는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예솔 씨는 너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을 지경에 이르렀고 또 아픈 동생까지 데리고 있었어. 오직 정연석만이 그녀에게 잘해줬고 도움을 줄 수 있었어. 예솔 씨가 정연석의 호감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면 동생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해?” “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그해는 너의 생일이었어. 우리가 호텔에서 너의 생일을 축하해줬는데 중간에 주연아가 왔어. 넌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예솔 씨를 난처하게 하면서 화나게 하려고 했어. 너는 그때 예솔 씨에게 기어 와서 술을 마시라면서 너무 지나치게 괴롭혔었지, 누가 너처럼 그렇게 사람을 괴롭혀?”봉현수는 중얼중얼 말했다.“솔이는 돈을 위해서 그랬어. 나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했어...”유강후가 말했다.“그래서 빌려줬어?”봉현수는 머리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이렇게 돼도 싼 거야. 그때 그렇게 싸운 상황에서 예솔 씨가 너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건 너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돈이 간절히 필요했다는 거야. 네가 예솔 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면 분명 정연석이 돈을 빌려줬을 거야.”“네 손으로 직접 예솔 씨를 밀어낸 거지.”“현수야, 네가 지금 여기서 죽든지 말든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예솔 씨는 볼 수 없으니까.”“그 정력이면 예솔 씨를 찾으면서 그때 일을 다시 한번 조사해 봐. 오직 그때 일을 낱낱이 파헤쳐서 밝혀야 모든 오해가 풀릴 수 있고 화해할 기회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전혀 기회가 없어.”“아니면 찾아서 뭘 할 건데? 계속 죽을 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1화

    봉현수는 무기력해서 말했다.“차라리 거지였으면 좋겠어. 제정신이 아니라면 마음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 거니까. 나는 솔이가 지금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아.”“함께 지옥에나 가라!”자포자기하는 봉현수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퉁명스럽게 웃으면서 샤워기를 들고 그를 향해 마구 물을 뿌렸다.“얼른 죽어버려. 예솔 씨가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 돌아올 거야. 네가 남겨준 재산으로 너의 별장에서 기생오라비들과 함께 매일 같이 술을 먹고 애도 낳아서 행복한 삶을 살 거야.”봉현수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중얼중얼 말했다.“네 말이 맞아. 이미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아마 솔이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유강후는 투지가 전혀 없는 봉현수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그를 또다시 한번 발로 찼다.“일어나!”“예솔 씨가 진짜 결혼했다면 넌 포기 할 수 있어? 만약 포기할 수 있다면 이 죽을상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야?”“예솔 씨 옆에 다른 사람이 생겼다면 너도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 서로 각자 자신의 갈 길을 가면서 서로에게 미련 버려.”“안, 안돼!”봉현수는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솔이가 결혼하고 애를 낳았다고 하여도, 나는 솔이를 내 곁으로 돌아오게 할 거야.”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반년도 지났어. 만약 예솔 씨가 결혼했다면 너는 가정 파괴범이라도 될 생각인 거야?”봉현수의 몸은 굳어져 버렸고 눈빛은 마치 넋 나간 듯 어두웠다.“아닐 거야. 솔이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유강후는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너한테 그렇게 학대받았는데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면 애초에 도망을 왜 갔겠어?”유강후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봉현수는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아니야, 솔이는 나를 속이지 않을 거야. 절대 속이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어.”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0화

    현관 앞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유강후를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색하며 달려들었다.“유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봉 대표님이랑 봉씨 가문이 지금 엉망진창이에요. 대표님은 안에서 안 나오고 우리한텐 들어오지도 말라고 하니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유강후는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문 열어.”그러자 집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열쇠가 저한테 없어요. 대표님이 직접 챙겨가셨어요. 누구든 들어오려고 하면 때려죽이겠다고 하셨어요.”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이딴 식으로 손 놓고 있다가 진짜로 저 안에서 죽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당장 열쇠 따는 사람 불러와.”“네. 지금 바로 부르겠습니다!”곧이어 자물쇠를 따는 기술자가 도착했고 특수 잠금장치가 되어 있던 그 문을 여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잠금장치가 풀리는 순간 유강후는 힘껏 문을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문을 여는 동시에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밀려왔다.술 냄새, 곰팡냄새, 그리고 피비린내까지... 도저히 숨쉬기 힘들 지경이었다.유강후는 얼굴이 굳은 채 거실을 훑어보았다.거실 안은 술병과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소파 옆 바닥엔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었다.죽은 건지 산 건지도 알 수 없었다.유강후는 바닥의 술병을 발로 밀어내며 다가갔다. 그리고 그 사람을 발끝으로 툭 찼다.“죽었어?”바닥에 누운 사람이 조금 움찔하더니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신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씨X... 누가 들어오래? 다 꺼져!”그가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 확인한 유강후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발로 툭 찼다.“죽긴 뭐가 죽어. 안 죽었으면 일어나. 이 자식아.”비로소 얼굴을 들어 유강후를 확인한 봉현수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일어날 기운도 없어요.”유강후는 싸늘하게 받아쳤다.“정말 죽고 싶으면 한강 다리 밑으로 데려다줄까? 여기서 죽으면 집만 더럽혀.”몇 달 만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9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안타깝게 말했다.“이런 여자랑 그렇게 길게 말할 필요 없어. 온준휘 엄마에 대한 걸 알고 싶으면 그냥 바로 로운한테 넘기면 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사람 마음이 이렇게까지 썩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 엄마 돌아가시기 전까진 겉으로는 저한테 잘해주는 척했거든요. 근데... 설마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내가 온준용이 동남아에서 데려온 아이란 것도 알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떨궜고 유강후에게 안기며 얼굴을 그의 코트에 묻으면서 깊은 한숨이 내쉬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외투를 열어 온다연을 안쪽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다희랑 단오 데리고 들어가서 아버지 뵙게 해. 나는 좀 이따 들어갈게.” “네, 대표님.”아이들이 병실로 들어간 뒤 유강후는 온다연을 품에 안은 채 차 안으로 데려갔다.온다연이 겪었던 모든 고통은 이제 유강후의 가슴속 깊이 새겨진 상처이자 죄책감이 되었다.그는 수도 없이 바랐다.‘시간이 되돌려질 수 있다면 어린 시절의 다연 곁으로 돌아가 직접 품어주고 상처 입은 다연을 안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는 앞으로의 시간으로 그녀를 보살펴주고 보상해 줄 수밖에 없었다.병원을 나서자마자 유강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봉현수의 비서였다. “유 대표님,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대표님 상태가 심각합니다. 저희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요.”그제야 유강후는 자신이 몇 달째 봉현수를 보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무슨 일인데요?”상대방 목소리는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대표님께서 자택에 자신을 가둔 지 벌써 2주째예요. 몸에 상처도 심각한데 치료도 거부하고 약도 안 드세요. 지금은 아예 일주일째 방문도 안 열어줘요. 계속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고요...”“주소 보내.” “그... 영운산에 있는 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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