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니, 그 품에 중독되다

아주버니, 그 품에 중독되다

Por:  높은 하늘Actualizado ahora
Idioma: Korean
goodnovel4goodnovel
No hay suficientes calificaciones
30Capítulos
326vistas
Leer
Agregar a biblioteca

Compartir:  

Reportar
Resumen
Catálogo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재벌가의 가장 막내 며느리가 된다는 것은 축복이 아닌,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지아는 시어머니에게 한낱 부속품이나 가정부 취급을 당하며 끊임없이 완벽만을 강요 받았고, 남편이라는 남자는 그 지옥 같은 수모를 방관할 뿐 단 한 번도 그녀를 편들어주지 않았다. 그 거대하고 숨 막히는 저택 안에서, 모든 이들의 잔인한 시선이 그녀를 옭아맸다. 하지만 그녀를 가장 깊게 뒤흔들고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든 것은, 오직 아주버니이자 이 가문의 지배자인 준현의 차갑고도 압도적인 시선이었다. 절망만이 가득한 저택에서 숨이 차오를 때마다 남자는 그녀의 삶에 불쑥 끼어들었고, 결코 피어나서는 안 될 위험한 갈망의 불씨를 지폈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이 감정은 파멸을 부를 금기였고, 신을 배반하는 죄악이었다. 그러나 준현의 거친 손길이 그녀의 살결에 닿는 순간, 지아는 깨달았다. 자신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죄악에 발을 들였으며, 이제는 영영 되돌아갈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Ver más

Capítulo 1

1장

“다른 남자를 찾아서 아이를 가져, 지아.”

그날 아침, 수현이 내뱉은 한마디는 거대한 쇠망치가 지아의 가슴을 정통으로 내리치는 것만 같았다.

아직 순결을 지키고 있던 그녀는 순간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잃고 말았다.

어떻게 자신의 남편이 이렇게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지… 진심이야... 오빠?”

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목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 목소리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 농담하는 거지? 왜 내가 다른 남자랑 아이를 가져야 하는데?”

수현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눌렀다.

“나도 이제 지긋지긋해. 엄마가 계속 후계자 이야기를 꺼내면서 압박하는 것도, 네가 언제 임신할 거냐고 묻는 것도 전부 지겨워 죽겠다고.”

지아는 간신히 침을 삼켰다.

“그럼... 오빠랑 가지면 되잖아. 나한테는 남편이 있는데, 왜 다른 남자랑 아이를 가져야 하는 건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그녀를 향해 수현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너? 웃기지 마. 내가 너랑 밤을 보내면서까지 그럴 생각은 없어.”

그 한마디는 이번에야말로 지아의 심장을 깊숙이 후벼 팠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목 끝까지 차오른 충격 때문에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가능하면 품위 있는 남자를 찾아. 못 찾겠으면 내가 직접 찾아주고.”

수현의 목소리는 끝까지 차갑기만 했다. 이미 결론이 내려진 일을 통보하는 사람처럼 단호했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난 협상하는 게 아니야.”

지아는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답답함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쥐고 천천히 비틀어대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양손은 옆구리에서 꽉 쥐어져 있었고, 손마디는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지아는 입을 열어 항의하려 했지만 수현이 먼저 말을 이어갔다.

“넌 무조건 임신해야 해. 방법은 상관 안 할 테니까.”

“너랑 결혼한 것만으로도 이미 형들 앞에서 충분히 창피했는데, 이제는 자식도 못 낳아서 나를 더 망신시키겠다는 거야?”

수현은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겉보기에는 담담한 눈빛이었지만, 그 안에는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드는 압박감이 서려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아니면 네 할아버지 병원비 지원 당장 끊어버릴 테니까.”

지아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오빠! 제발 할아버지한테는 그러지 마. 완치될 때까지 병원비가 많이 필요하단 말이야.”

수현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망설임 때문이 아니라, 그저 대화를 끝내기 위한 행동에 가까웠다.

“그럼 오늘 안에 결정해. 내가 할아버지 병원비를 끊지 않게 말이지.”

예, 또는 아니오.

그것은 지아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선택지였다. 무엇보다도 그 선택의 끝에는 할아버지의 목숨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혼 생활은 이제 겨우 1년. 그리고 그 1년 동안 지아는 남편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강요된 결혼.

그렇다. 수현은 할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와 결혼했다.

수현의 할아버지와 지아의 할아버지는 오랜 친구 사이였고, 두 사람은 생전에 손주들을 서로 혼인시키기로 약속했었다.

만약 지아가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았다면, 무엇을 걸고 맹세하더라도 그녀는 절대로 수현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진심으로 남편을 사랑하려고 노력해 왔다. 언젠가는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단 한 번도 그녀의 마음을 받아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수현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 채 아내의 대답을 기다렸다.

지아는 무겁게 침을 삼킨 뒤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나는... 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 오빠.”

수현의 눈빛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좋아. 지금부터 사흘 줄게.”

그 말을 남긴 채 그는 미련 없이 침실을 떠나버렸다.

지아는 방 한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었다.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 탓인지 다리에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의 말도 안 되는 요구까지 더해지자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지아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어디서 품위 있는 남자를 찾으라는 거야...? 게다가 그 아이는 결국 진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텐데...”

혼란과 절망이 뒤섞인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그러다 벽시계로 시선이 향한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오전 6시 30분.

아침 식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이었다.

“세상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아는 황급히 방을 뛰쳐나와 거의 달리다시피 부엌으로 향했다.

남편과의 충격적인 대화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일상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형님들, 그리고 조카들까지, 진씨 일가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진씨 가문은 가부장적인 혈통 중심 전통을 엄격하게 고수하는 재벌 가문이었다.

시부모와 자식들, 며느리들까지 모두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언제나 사람을 짓누르는 서열이 존재하는 집안이었다.

그리고 다른 두 며느리와 달리 직업이 없는 막내 며느리 지아는 자연스럽게 집안일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되었다.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집안의 모든 일이 완벽하게 돌아가도록 관리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몫이었다.

물론 그녀 혼자서만 일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하인들이 함께 일을 도왔고, 이처럼 넓고 화려한 저택을 관리하는 일도 그들과 함께라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위치에 있는 지아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방들과 넓은 공간들.

그리고 그 모든 구석구석은 언제나 완벽함을 요구하고 있었다.

약 30분 뒤.

지아는 다른 하녀 두 명과 함께 아침 식사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제 그녀의 역할은 시어머니와 남편 수현을 직접 시중드는 것이었다.

“어머니, 녹차 나왔어요.”

지아는 따뜻한 녹차를 시어머니 명희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고맙구나.”

명희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무심하게 대답했다.

이제 남편을 챙길 차례였다.

하지만 그녀가 수현 앞에 토스트를 놓아주려는 순간, 그는 곧바로 접시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난 혼자 할 수 있어. 그냥 앉아.”

차갑고 냉담한 목소리였다.

지아는 애써 작은 미소를 지은 뒤 남편의 왼쪽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막 손을 뻗어 토스트를 집으려던 순간, 시어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식탁 위의 정적을 산산조각 내며 울려 퍼졌다.

“1년이다!”

명희가 입을 열었다.

“지아가 진씨 가문의 며느리가 된 지도 벌써 정확히 1년이 지났어.”

명희는 고개를 돌려 막내 며느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직도 임신을 못 했구나.”

허공에 머물러 있던 지아의 손이 천천히 무릎 위로 내려왔다.

그녀는 깊게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꼭 맞잡았다.

아무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특히 시어머니의 얼굴은 더더욱 마주할 수 없었다.

양쪽에서 꽂혀오는 형님들의 비웃음 섞인 시선이 느껴져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들었다.

창피하냐고?

물론 창피했다.

남편의 집안은 상류층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였다.

순수한 혈통을 이어받은 진정한 상류층 가문.

명희는 명문가 차씨 가문의 혈통이었고, 이미 세상을 떠난 그녀의 남편인 석범은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재벌이었다.

그는 국내외를 무대로 사업을 펼치는 그랜드 진 그룹의 소유주였으며, 산업 기업부터 호텔, 병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그룹의 수장이었다.

그리고 그 막대한 재산과 영향력은 세 아들에게 이어졌다.

장남 준현.

차남 도현.

그리고 막내 수현.

“내가 부인과 최고 전문의 진료 예약을 잡아놨다.”

명희는 자신의 왼편에 앉아 있는 수현에게 명함을 밀어주며 지아에게 전달하라고 말했다.

수현은 귀찮다는 듯 그것을 집어 들더니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아내에게 내밀었다. 조금의 관심도 느껴지지 않는 무심한 태도였다.

명희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난 핑계는 듣고 싶지 않다. 당장 검사를 받아.”

“막내 올케가 불임인 거 아닐까요, 어머니?”

장남 준현의 아내인 서영이 끼어들자 식탁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향했다.

정작 남편인 준현은 힐끗 한 번 쳐다봤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형님. 사실은 불임인데 일부러 어머니랑 서방님에게 말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죠. 이혼당하기 싫어서요.”

이번에는 차남 도현의 아내인 지호가 말을 보태며 분위기를 더욱 부추겼다.

두 며느리는 늘 지아를 깔보고 무시했다.

하늘과 땅만큼 벌어진 신분 차이 때문이었다.

서영은 미국 명문대에서 디자인 석사 학위를 취득한 부유한 사업가의 딸이었고, 현재는 대형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호는 법학 석사 출신의 변호사였으며, 국내 최대 로펌 대표의 딸이었다.

반면 지아는 달랐다.

그저 그녀의 할아버지가 수현의 할아버지와 오랜 친구였다는 이유로 이 집안의 며느리 후보가 된 평범한 여자에 불과했다.

그리고 약 1년 전, 두 집안의 어른이 남긴 유언에 따라 그녀와 수현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불임’.

그 한 단어는 지아의 뺨을 세게 후려치는 따귀처럼 느껴졌다. 한 번도 자신을 안아주지 않은 남편 때문에 이미 산산이 부서진 자존심을 더욱 깊게 찔러대는 말이었다.

지아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린 채, 옆에 앉은 수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접시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수도 없이 반복된 연설을 또 듣고 있는 사람처럼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수현은 시어머니 앞에서 그녀를 변호한 적이 없었다. 가족들 앞에서 지아가 모욕당하고 비난받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말없이 방관할 뿐이었다.

지아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저는... 제 몸에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가까스로 자신을 변호했다.

쾅!

명희는 손에 들고 있던 버터 나이프로 식탁을 세게 내리쳤다.

식탁에 앉아 있던 모두가 놀라 몸을 움찔했지만, 그녀의 시선만큼은 여전히 차갑고 날카로웠다.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지아! 내가 시킨 대로 하고 결과를 가져와. 내가 직접 확인할 테니까!”

“그냥 하라는 대로 해, 지아. 어머니 말씀대로.”

한참 동안 침묵하고 있던 수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감싸주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압박하는 데 동참했다.

지아는 무겁게 침을 삼켰다.

자신을 지켜줘야 할 남자가 오히려 그녀를 몰아세우자, 이미 붉어진 눈가에는 끝내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현은 다시 말을 이었다.

“문제가 있는 건 너라고 확신해. 병원 가서 검사 한번 받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야 네가 정말 불임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있잖아.”

지아는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꽉 움켜쥐었다. 감정을 억누르느라 손등의 핏줄이 도드라지고 손마디는 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떻게 자신의 남편이 가족들 앞에서, 그것도 식탁 한가운데서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걸까?

“잘 들어라.”

명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명령을 내리듯 단호한 목소리였다.

“지금부터 3개월이다. 그 안에 무조건 임신해.”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으로 지아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명희는 차갑게 덧붙였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수현이에게 너와 이혼하라고 말할 테니까.”

그 목소리는 잔인할 만큼 냉혹했다.

“그 후에는 네 허름한 판잣집으로 돌아가서 병든 네 할아버지나 평생 돌보면서 살아.”

Expandir
Siguiente capítulo
Descargar

Último capítulo

Más capítulos

A los lectore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Sin comentarios
30 Capítulos
1장
“다른 남자를 찾아서 아이를 가져, 지아.”그날 아침, 수현이 내뱉은 한마디는 거대한 쇠망치가 지아의 가슴을 정통으로 내리치는 것만 같았다. 아직 순결을 지키고 있던 그녀는 순간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잃고 말았다.어떻게 자신의 남편이 이렇게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지… 진심이야... 오빠?”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목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 목소리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지금 농담하는 거지? 왜 내가 다른 남자랑 아이를 가져야 하는데?”수현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눌렀다.“나도 이제 지긋지긋해. 엄마가 계속 후계자 이야기를 꺼내면서 압박하는 것도, 네가 언제 임신할 거냐고 묻는 것도 전부 지겨워 죽겠다고.”지아는 간신히 침을 삼켰다.“그럼... 오빠랑 가지면 되잖아. 나한테는 남편이 있는데, 왜 다른 남자랑 아이를 가져야 하는 건데?”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그녀를 향해 수현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너? 웃기지 마. 내가 너랑 밤을 보내면서까지 그럴 생각은 없어.”그 한마디는 이번에야말로 지아의 심장을 깊숙이 후벼 팠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목 끝까지 차오른 충격 때문에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가능하면 품위 있는 남자를 찾아. 못 찾겠으면 내가 직접 찾아주고.”수현의 목소리는 끝까지 차갑기만 했다. 이미 결론이 내려진 일을 통보하는 사람처럼 단호했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난 협상하는 게 아니야.”지아는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답답함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쥐고 천천히 비틀어대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양손은 옆구리에서 꽉 쥐어져 있었고, 손마디는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지아는 입을 열어 항의하려 했지만 수현이 먼저 말을 이어갔다.“넌 무조건 임신해야 해. 방법은 상관 안 할 테니까.”“너랑 결혼한 것만으로도 이미 형들 앞에서 충분히 창피했
Leer más
2장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아침 식사가 끝난 뒤, 지아는 가족들이 사용한 식기들을 설거지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수세미를 접시에 세게 눌러 문질렀다. 마치 접시에 묻은 얼룩을 지워내듯, 시어머니의 비웃음과 모욕적인 말들까지 함께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눈물이 뚝뚝 떨어져 비눗물 거품과 뒤섞였다.3개월 안에 임신하라는 압박과 최후통첩을 떠올리자 어깨가 떨렸고, 그녀는 끝내 조용히 흐느끼고 말았다.바로 그때, 부드러운 손길 하나가 그녀의 등을 살며시 감쌌다.지아는 깜짝 놀라 급히 팔로 눈가를 훔쳤다.“막내 사모님...”진씨 가문의 가정부인 은선의 목소리에는 따뜻한 위로와 연민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지아의 팔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만 우세요, 사모님. 사모님의 눈물은 너무 귀한 거예요. 저분들 말 때문에 흘릴 만큼 값싼 눈물이 아니에요. 큰 사모님 말씀까지도요.”그녀는 그렇게 속삭이며 지아의 손에서 접시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이리 주세요. 제가 계속할게요.”하지만 지아는 다시 접시를 붙잡았다.“괜찮아요. 내가 마저 할게요.”“아니에요, 사모님. 제가 할게요.”은선은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이건 놔두시고 쉬세요. 나중에 제가 마저 할게요. 많이 힘드셨잖아요.”결국 지아는 설거지하던 그릇을 내려놓고 싱크대에서 두 손을 깨끗이 씻었다.은선은 가까이 다가와 깨끗한 행주로 그녀의 손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마치 친딸을 안아주듯 지아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지아는 평소와 같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은선은 조금 전 식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조금만 더 참으세요, 사모님.”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분들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요.”지아는 아름다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로 끝까지 씩씩한 척했다.“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괜찮아요.”은선은 수없이 많은 날 동안 지아가 모욕당하고 몰아세워지며, 심지어 이 대저택에서 하녀처럼 취급받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아무리 그
Leer más
3장
“다른 사람 말에 무조건 끌려다닐 필요 없어.”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준현의 눈을 바라보았다. 놀라움이 어린 표정이었다. 준현이 마치 자신의 편을 드는 듯한 말을 한 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의 말을 곱씹어 볼 틈도 없이, 준현은 차가운 표정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은 채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자신을 하녀 취급받게 두지 마. 이 집에서의 위치는 진씨 가문의 며느리니까.”지아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손가락을 꼭 움켜쥐었다.“네, 아주버님.”긴장한 탓에 그녀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작고 희미했다.준현은 다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 거리는 지아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을 만큼 가까웠고, 그녀는 숨이 턱 막히는 느낌에 사로잡혔다.준현의 시선은 너무도 차가웠다. 마치 사람의 속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그녀가 애써 숨기고 있던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괜찮아?”준현이 물었다.짧은 한마디였다. 다정한 기색은 전혀 없었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그 질문은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지아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지만, 살짝 부어오른 눈은 그녀 앞에 선 남자를 속일 수 없었다.준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표정에서는 좀처럼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울었구나.”질문이 아니라 확신에 찬 단정이었다.실제로 지아는 조금 전까지 울고 있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지아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괜히 잘못 대답했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 그 사이에도 준현은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차가움 뒤에는 아주 희미한 관심이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준현이 다시 말을 이으려던 순간, 집 밖에서 들려온 서영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감을 깨뜨렸다.“여보, 어서 출발해요! 이러다 하랑이 늦겠어!”목소리는 집 안까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그리고 바로 그 순간, 지아는 준현의 단단한 턱선이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Leer más
4장
“오빠...”지아는 떨리는 손으로 명함을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이 얘기를 왜 또 하는 거야?”“왜냐고?”수현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아... 그러니까 네 생각엔 내가 오늘 아침에 한 말이 그냥 농담으로 들렸다는 거야? 네 할아버지 병원비 얘기도 단순히 겁만 주려고 한 말이라고 생각한 거야?”지아는 고개를 숙였다.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명함이 금방이라도 구겨질 듯 일그러졌다.“오빠, 하지만... 난 못 해.”갈라진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나는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어...”수현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움직임은 차분했지만 그만큼 위협적이었고,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는 한 치의 거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할 수 있어야 해.”그가 차갑게 말했다.“왜냐하면 넌 선택권이 없으니까.”지아는 눈물로 젖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오빠... 제발. 나한테 이런 걸 강요하지 마. 병원비 문제라면 내가…”“그만.”단 한마디였다.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를 침묵시키기에는 충분했다.수현은 한참 동안 그녀를 노려보았다. 마치 이미 숨이 막혀 있던 지아의 가슴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내가 왜 계속 이 얘기를 꺼내는지 알고 싶어?”그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졌다. 전보다 훨씬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엄마가 둘째 형이나 첫째 형 앞에서 늘 나를 깎아내리는 게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해?”수현은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거친 숨이 새어 나왔다.“망신당하는 건 나야, 지아.”“늘 엄마한테 비난받는 것도 나고. 식탁에 앉을 때마다 난 혼자 난도질당하듯 평가받고 있다고.”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었고, 씁쓸함만이 짙게 배어 있었다.수현은 다시 손을 들어 자신의 아내를 가리켰다.“그런데 넌 오늘 저녁 식사에도 나타나지 않았지.”그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와 지아의 얼굴을 정면으로 꿰뚫었다.“넌 일부러 날 망신 주려고 한 거야, 지아.”압박감이
Leer más
5장
“뭐 하는 거야!”명희가 날카롭게 외치며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마치 그녀가 방금 엄청난 범죄라도 저지른 사람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태도였다. 하지만 사실 지아는 그저 조심스럽게 손톱을 다듬고 있었을 뿐이었다.“내 손톱을 엉망으로 잘라 놨잖아!”순간 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오직 지아의 심장 소리만이 귓가를 울렸다. 마치 가슴 안쪽에서 누군가가 벽을 두드리는 것처럼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었다.준현은 잠시 고개를 돌려 상황을 확인했다.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지아와 손가락을 붙잡은 채 과장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명희의 모습뿐이었다.준현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반면 서영의 입가에는 비스듬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마치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했다. 방금 벌어진 일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 시어머니가 일부러 이런 소동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다섯 살배기 하랑은 지아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섰다. 작은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 어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려던 그 순간, 서영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그녀를 붙잡았다.“앉아, 하랑.”서영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어린 소녀는 걸음을 멈춘 채 잠시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자리에 앉아 아무렇지 않은 척 놀이를 이어 갔지만 걱정스러운 눈길은 여전히 지아에게 머물러 있었다.“죄송해요, 어머니…”지아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깊이 허리를 숙이며 조용히 사과했다.“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일부러가 아니라고? 네가 부주의했던 거야, 손지아! 아니면 나를 다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야?”명희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졌다.“아니에요, 어머니! 정말 그런 뜻은 전혀 없었어요!”지아는 힘겹게 침을 삼키며 다급하게 변명했다.“오늘 조금 피곤해서… 그래서 아마…”그러자 명희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말을 끊어 버렸다.“그게 무슨 뜻이니?”그녀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Leer más
6장
“오빠…”저녁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방으로 들어온 뒤, 지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수현은 즉시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차갑고 날카로웠다.입고리가 비틀리듯 올라가며 비웃음이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이제 제법 영악해졌네. 우리 집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큰형이라는 걸 아니까, 그 사람한테 도움을 청한 거잖아.”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남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무… 무슨 말이야?”“모르는 척하지 마!”수현이 버럭 소리쳤다. 목소리는 한층 더 높아졌고, 그는 손을 들어 지아를 날카롭게 가리켰다.“큰형한테 이른 거지? 그동안 하녀처럼 부려 먹혀서 힘들다고 하소연했을 거 아니야!”수현 역시 알고 있었다.형의 성격이 차갑고 엄격하기는 해도, 진심으로 괴로움을 털어놓으며 울고 매달리는 사람에게는 의외로 약하다는 것을.그래서 그는 지아가 분명 그런 식으로 행동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그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상상일 뿐이었다.“그래서 집안일에서 벗어나려고 형님한테 일자리까지 구걸한 거잖아. 안 그래?”수현은 턱을 굳게 다문 채 아내를 노려보았다.지아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오빠. 난 그런 적 없어. 나는…”“손지아.”수현이 차갑게 말을 끊었다.“누가 봐도 뻔해. 네가 먼저 매달린 게 아니라면 큰형이 먼저 너한테 일을 제안할 리가 없으니까.”지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자신은 정말 그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인 걸까?남편 집에서 하녀 노릇을 하는 것 말고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자격조차 없는 사람인 걸까?원래 그녀는 남편에게 물어보려 했다. 준현과 함께 일하는 것을 허락해 줄 수 있는지. 하지만 방금 전 수현의 반응이 이미 모든 대답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그럼… 오빠는 내가 큰 아주버님과 함께 일하는 걸 반대하는 거야?”지아가 실망감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작게 물었다.사실 그녀는 무척 기뻤다. 대기업에서 비서로 일하게 된다는 사실이. 더구나 그
Leer más
7장
준현은 방금 국내외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자신의 가문 소유 대기업, 그랜드 진 그룹에 도착했다.그는 눈앞에 우뚝 솟은 50층 규모의 웅장한 건물 안으로 단호하면서도 위엄 있는 걸음으로 들어섰다.33살의 성숙한 남자가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 가벼운 잡담을 나누던 직원들은 즉시 자세를 바로잡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그가 지나갈 길을 비켜 주었다.준현의 권위적인 기운은 그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음에도 공간 전체를 침묵하게 만들었다.그의 발걸음은 고위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임원용 출입카드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였다.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직사각형 금속 상자는 49층에 도착했다. 그의 집무실이 있는 층이었다.그는 집무실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먼저 시선이 문 앞에 놓인 비서용 책상에 머물렀다. 임원 비서가 앉는 통상적인 자리였다.다음 순간 그는 휴대전화로 번호를 누르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여보세요,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비서이자 보좌관인 민재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내 집무실 앞에 있는 비서 책상을 안으로 옮겨. 내 책상 바로 오른쪽에 두도록.”준현은 반박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알겠습니다, 대표님.”통화를 마친 준현은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가 차분히 의자에 앉았다.우아한 검은색 중역용 의자.진씨 가문의 후계자로서의 위엄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자리였다.……한편 지아는 운전기사와 경희의 배웅을 받으며 회사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그녀는 가슴속에서 뛰는 긴장감을 진정시키려는 듯 얕게 숨을 내쉬었다. 오늘만큼은 신이 자신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가정부 경희가 장을 볼 때 사용하는 진씨 가문의 개인 차량이 마침 그날 아침 마트로 향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지아는 마트와 회사의 방향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에 여러 번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함께 차에 올라탔다.“실례합니다.”
Leer más
8장
일주일 후.“오늘 밤, 내가 어제 명함을 건네준 그 남자와 약속을 잡아 놨어.”어젯밤 수현이 했던 그 말이 아침이 된 지금까지도 지아의 속을 꽉 조여오고 있었다.오늘 밤, 지아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임신시킬 남자를 만나야 했다.지아는 답답한 마음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만약 어머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화내지 않을까? 게다가… 아이가 수현 오빠를 닮지 않으면 어떡하지?”지아는 진씨 가문의 혈통이 아닌 아이를 후계로 안겨주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지아.”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잘생겼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사람이라면 누구나 저절로 등을 곧게 펴게 만드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그 목소리의 주인은 그녀의 상사이자 아주버니, 준현이었다.준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서류 한 묶음을 내밀었고, 지아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그에게 다가갔다.“이거 스캔해서 PDF 파일로 내 카카오톡으로 보내.”준현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노트북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지아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약 5분쯤 지나자 준현의 휴대전화에서 카카오톡 알림음이 울렸다.그는 즉시 화면을 확인했다.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메시지를 읽는 것이 아니었다. 프로필 사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사진 속에는 지아와 그의 친동생 수현의 결혼식 모습이 담겨 있었다.두 사람은 흰색 한국 전통 혼례복을 입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표정이었지만, 그 시선 깊은 곳에는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숨어 있었다.한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지아는 몰래 준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노트북 화면에 완전히 집중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준현도 시야 끝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말해야 해…”지아는 작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Leer más
9장
“여보...?”서영은 방금 큰 일을 보고 욕실에서 막 나온 참이었다.그런데 침대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자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이불만 흐트러져 있을 뿐 남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분명 또 서재에 있겠지.”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그럴 거면 차라리 노트북이랑 결혼하지 그래?”서영은 침대 위로 몸을 푹 던진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천장을 바라보며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오늘 밤도 또 혼자 자는구나.”……한편, 메인 조명이 환하게 켜진 호텔 객실 안.준현은 지아와 몇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서 있었고, 지아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채 몸을 굳히고 있었다. 두 손은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쥔 상태였고,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뜨여 있었다. 불이 켜진 뒤 모습을 드러낸 남자가 바로 준현이었기 때문이다.“언제부터 네 할아버지가 호텔에 입원하게 된 거지?”준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객실을 가르며 울렸다. 입꼬리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고,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아… 아주버님...”지아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얇은 란제리만 걸친 상태였다. 얇은 천 사이로 희고 매끄러운 피부와 풍만한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집어 들고 몸을 감싼 뒤 다시 준현을 바라보았다.“어, 어떻게... 여기 계신 거예요?”그녀의 시선이 준현의 손에 들린 객실 카드키로 향했다.“그건 어디서 난 거예요?”지아는 닫힌 객실 문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혹시 다른 카드키를 가진 남자가 뒤이어 들어오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 때문이었다.“이 방에는 우리 둘밖에 없어.”준현은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다른 사람은 아무도 오지 않는다.”“아주버님...”지아는 고개를 숙였다.그의 차가운 얼굴을 차마 마주 볼 수 없었다.“설명해 봐, 지아.”준현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왜 여기 있는 거야? 어떤 남자를 기다리면서 이 방에 있었
Leer más
10장
지아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그녀의 귓가에는 아직도 준현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맴돌고 있었고, 그 한마디 한마디는 머릿속을 뒤흔들며 정신을 어지럽혔다.준현의 아이를 임신한다고?그건 단순히 미친 짓을 넘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눈앞의 남자는 이미 아내가 있었고 두 딸의 아버지였으며, 무엇보다도 그녀의 아주버니였다.그런데도 준현은 여전히 그녀의 앞을 지키고 선 채, 호텔 방의 모든 불빛을 차단하는 어두운 그림자처럼 완강한 풍채를 유지하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는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고, 망설임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방금 자신이 한 말이 한 사람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제안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얼굴이 왜 그렇게 하얗게 질렸지?”마침내 준현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넌 남편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여기까지 왔어. 그런데 내가 더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하자 마치 괴물을 보는 것처럼 날 쳐다보는군.”지아의 목이 따갑게 조여 왔다. 간신히 입술을 뗐지만, 새어 나온 것은 겨우 속삭임뿐이었다.“아주버님... 진심이세요?”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허리를 곧게 세우고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지아를 바라볼 뿐이었다.이어진 준현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낮고, 묵직하게 가슴을 내리쳤다.“잘 생각해 봐, 지아.”그의 시선이 그녀를 꿰뚫듯 향했다.“네 자신을 구할 건지, 아니면 계속 수현이의 명령을 따르며 진씨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남자의 아이를 가지게 될 건지.”지아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온몸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게다가 어머니가 준 유예 기간은 고작 3개월이다.”준현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그런데도 넌 아직 망설이고 있군.”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 기한이 끝났는데도 네가 임신하지 못한다면 수현은 너와 이혼할
Leer má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