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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Author: 손이영
임혜린은 자신이 온다연과 친하다고 생각했고 온다연의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온다연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최근에 한이준에게서 유강후가 온다연 때문에 유 씨 가문과 거의 인연을 끊을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는 비로소 온다연이 지난 10년간 얼마나 끔찍한 괴롭힘을 당해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임혜린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온다연이 그토록 긴 세월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온다연이 매번 저항한 후에는 더 무서운 벌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온다연은 오랜 세월 동안 극도로 참을성과 절제를 키우게 되었다. 아무리 죽을 듯이 아파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참을 수 있었다.

임혜린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화가 나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악랄할 수 있단 말인가!

온다연은 임혜린의 이런 생각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병실 문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분명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임혜린은 앞으로 나아가 온다연의 손을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바람이 불어. 우리 방으로 들어가자. 네 몸이 너무 약해.”

그러면서 그녀는 유강후를 노려보며 말했다.

“여기 바람이 부는 걸 못 느꼈어요? 왜 여기서 멍하니 서 있는 거예요? 방으로 돌아가요.”

처음으로 유강후는 임혜린이 그렇게 성가시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온다연을 안고 병실로 들어갔다.

온다연이 임혜린과 함께 있을 때 정신 상태가 조금 나아 보이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밖으로 나갔다.

임시로 마련된 사무실에는 이미 이권과 한이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강후의 피곤한 눈빛을 본 한이준은 한숨을 쉬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어. 앞으로 더 나아지기를 바라. 앞으로도 아이는 있을 테니까.”

유강후는 말없이 책상 위의 담배를 집어 들었다.

온다연이 임신한 후로 그는 담배를 끊었지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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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30화

    한이준은 유강후의 이런 행동에 동의하지 않았다. “족보에서 이름을 빼는 건 네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이건 큰일이니 나중에 다시 얘기해 보자. 지금 가장 어려운 건 어떻게 온다연에게 이 사실을 숨길 것인 가야.” 유강후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최근의 일들이 그의 에너지를 거의 다 소진시켰고 지금도 겨우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온다연과 관련된 일은 이미 가장 세심하게 계획해두었다. “이미 그녀에게 말했어. 아기는 무균실에 몇 달 동안 있을 거라 당분간은 만날 수 없다고...”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이 기간 동안 각지의 고아원에서 새로 들어온 아기들을 살펴봐야겠어...” “안 돼!” 한이준은 그의 말을 곧바로 끊었다. “이 일은 언젠가 온다연이 알게 될 거야. 네가 계속 온다연을 속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아이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온다연은 너를 더 미워하게 될 거야.” 유강후의 눈에는 어둠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 당장 큰일이 터질 거야.” 온다연의 몸 상태가 좀 더 나아지면 그들은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온다연이 사실을 알아도 상황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때 유강후의 비서가 들어왔다. “유 대표님, 병원 밖에 한 여자가 왔는데 성이 진 씨라고 하면서 꼭 대표님을 만나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시했더니 병원 밖 도로에서 무릎을 꿇고 몇 시간째 있었습니다. 차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사고라도 나면 그 여자가 임신 중이라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권은 조금 화가 나서 말했다. “셋째 도련님이 누구인지 모르는 건가? 그 여자가 만나고 싶다고 하면 다 만나주는 줄 알아?” 유강후의 눈빛에 미세한 아이디어가 스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신 중이라고?” “네, 그리고 그 여자는 예전에 유 씨 가문에서 일했던 가정부의 딸이라고 하면서 꼭 대표님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강후는 고개를 끄덕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31화

    진설아는 배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누군가가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고 죽이려 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그 사람들이 누가 보낸 것인지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유 씨 가문 사람들과 유민준이 그녀와 아이에게 이토록 잔인할 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출신이 천하다는 이유로 그녀의 뱃속에 있는 유 씨 가문의 핏줄마저도 그들은 가만두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상류층 부인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매일 누군가의 해코지를 피해 도망 다녀야 했다. 하루에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이제 아이는 6개월이 되었고 그녀는 이미 무일푼이 되었다. 갈 곳 없는 그녀는 며칠 전 유강후의 차가 이 병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유강후는 다른 유 씨 가문 사람들과는 달랐다. 비록 그가 차갑게 행동하긴 했지만 적어도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온다연을 받아줄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으니 자신도 분명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진설아의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그때 방 문이 열리고 유강후와 한이준이 들어왔다. 두 남자는 이 경원시의 최고 상류층 가문의 실권자들이며 외모 또한 뛰어났다. 진설아는 이 순간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그녀는 유 씨 가문에서 살았고 상류층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심지어 이 두 남자도 그녀가 유혹하려고 했던 대상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그녀 앞에 있어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거의 떠돌이 생활을 하다시피 한 지난 몇 달은 그녀의 모든 패기와 환상을 거의 다 사라지게 했다. 이제 그녀는 이 두 남자에게 어떤 사사로운 생각도 가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진설아는 무릎을 꿇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셋째 도련님, 제발 저를 구해 주세요. 제 뱃속에 있는 아이는 유민준의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는 이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보내 저를 죽이려 하고 있어요. 이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32화

    유민준이 다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설아와 그녀의 어머니는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진수미는 강해숙이 친정에서 데려온 하인으로 유 씨 가문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해 왔다. 그래서 당시 유 씨 가문의 어른들은 진수미를 전적으로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다른 하인들이 진수미와 진설아가 도둑질뿐만 아니라 주인을 배신하는 일도 저질렀다고 강하게 주장하자 결국 강해숙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진수미는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진설아도 유민준에게 접근해 상류층으로 올라서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소식은 강해숙의 분노를 일으켰다. 강해숙은 가문의 명예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고 하인이 주인 자리를 노리거나 불륜을 저지르는 일을 가장 혐오했다. 진설아가 주인의 침대를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해숙은 크게 화를 내며 진설아가 다시는 유 씨 가문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진설아가 뱃속에 유 씨 가문의 아이를 품고 있든 없든 그녀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한이준은 유강후의 시선이 계속 진설아의 배에 머물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 시선 속에 담긴 깊은 의미가 그를 소름 돋게 했다. 한이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유강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강후야, 정신 차려.” 유강후는 시선을 거두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차갑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의자에 앉으며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유민준이 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 진설아는 유강후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것을 느꼈고 아까 얼굴을 닦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비록 눈부신 미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연약하고 애처로운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유강후가 연약한 여성을 좋아한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나은별도 그런 유형이었고 그가 거둬들인 온다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처럼 지저분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었다. 그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33화

    진설아는 황급히 말했다. “어떤 존건이든 상관없어요. 제발 아이만 낳게 해주세요.” 유강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넌 이 아이가 유 씨 가문의 아이라는 말을 절대 해서는 안 돼. 이 아이는 유민준과 아무 상관도 없어.” 진설아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분명히...” 유강후는 그녀의 말을 끊고 냉정하게 말했다. “넌 아이만 낳고 떠나면 돼. 그리고 영원히 경원시에 다시 돌아오면 안 돼.” 진설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유강후가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유강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내가 너에게 큰돈을 줄게. 앞으로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거야.” 진설아는 얼떨떨했다. “셋째 도련님...” 유강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100억!” 진설아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100억! 그녀는 유강후가 이렇게 후하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유 씨 가문은 분명히 부유한 가문이지만 가장 큰 장점은 권력에 있었고 경제적으로는 최고 수준의 가문은 아니었다. 유하령과 그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것들은 대부분 유강후가 관리하는 자금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진설아는 유 씨 가문에서 자라며 많은 고위 인물들을 보아왔지만 그녀는 하인의 딸일 뿐이었다. 물질적으로는 그다지 풍족하지 않았고 대개는 유하령이 쓰다 버린 물건들을 쓰곤 했다. 그런데 지금 제시한 100억이라면 남은 생애를 충분히 호화롭게 보낼 수 있는 돈이었다. 그녀는 완전히 멍해졌다. 유강후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눈에 싫증 난 기색이 스쳤다. “200억!” 진설아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유강후를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바라봤다. 이건 그녀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천문학적인 숫자였다. 유하령조차도 이렇게 많은 돈을 손에 쥐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유강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아이를 낳으면 바로 경원시를 떠나. 다시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34화

    유강후는 자리에 앉았고 눈에 피로감이 가득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다 신경 쓸 수 없어. 온다연이 아이가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되면 견디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돼.” 한이준이 분노하며 말했다. “그래도 아무 아이나 데려다줄 수는 없잖아!” 유강후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담배를 하나 피웠다. 담배 한 개비가 다 탈 때까지 침묵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내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어. 이건 충동적인 결정만은 아니야.” 그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짓눌렀고 한이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유민준은 형이 이미 망쳐 놓았어. 유민준은 유 씨 가문을 지탱할 능력이 없어. 유 씨 가문의 사업도 그 사람의 손에 맡길 수 없어.” 한이준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네가 이 아이를 키우겠다는 거야?”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 씨 가문은 한 명의 책임자가 필요해. 아버지도 이미 60세가 넘으셨고 형은 별 능력이 없어. 유민준은 더 말할 것도 없지. 내가 유 씨 가문을 떠나려면 뭔가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야 해.”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속의 고통과 불안함을 억눌렀다. “나와 온다연이 언제 아이를 가질지 알 수 없고 설사 아이가 생긴다고 해도 우리의 아이는 유 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을 거야. 그들은 강 씨 가문에서 교육받고 자라고 나와 강 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거야. 그 사업은 매우 커서 유 씨 가문의 것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어.” 한이준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경원시를 떠나려는 거야?” “경원시는 온다연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줬어. 난 다연이를 데리고 여길 떠나려 해. 강 씨 가문으로 가서 앞으로는 자주 돌아오지 않을 거야.” 한이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쳤어?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미래 그룹은 엄청난 그룹이고 주된 사업도 아시아에 있는데 네가 북아메리카로 돌아가겠다고?” “정말 미쳤어. 완전히 미친 거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35화

    이틀 동안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 먼저 주한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다음으로는 온다연이 유산했고 이제 아이까지 죽고 말았다. 이 정도 일들이 보통 사람에게 일어났다면 이미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유강후는 낮게 외쳤다. “넌 몰라. 꺼져! 나가! 더 이상 너를 보고 싶지 않아!” 한이준은 달려들어 그의 옷깃을 잡고 격렬하게 외쳤다. “네가 여자를 위해 무너진다면 내가 먼저 너를 부숴버릴 거야!” 유강후는 그를 강하게 밀쳐내며 말했다. “만약 임혜린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는데 그 사람이 네가 아니고 너희 아이가 이렇게 죽었다면 너는 나보다 더 미쳤을 거야!” 한이준은 지금 오직 유강후의 생각을 바로잡고 싶어서 말도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소리쳤다. “헛소리 마! 나는 누구 때문에 내가 이룬 것들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누구도! 임혜린은 더더욱 아니지. 임혜린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저 장난일 뿐이야!” 그때 문밖에서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이준은 급히 뒤돌아보았다. 임혜린이 언제 문밖에 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발밑에는 깨진 유리잔이 있었다. 그녀는 한이준을 무섭게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한이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 왔어?” 임혜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방금 왔어. 계속 이야기해.” 그 말을 마치고 그녀는 재빨리 돌아서서 떠나버렸다.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빨리 설명해!” 한이준은 잠시 찡그리다가 그녀를 따라갔다. 한이준이 떠난 후 유강후는 의자에 오래도록 침묵하며 앉아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려 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 채 그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추운 날씨에도 차가운 물을 틀어놓고 얼음장 같은 물로 자신의 신경을 계속 자극했다. 유강후는 자신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온다연과의 관계도 절벽 끝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36화

    유강후는 손이 얼어붙었다.동시에 마음 깊은 곳에서 처음 느껴보는 분노가 솟아올랐다.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노려보며 그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그녀의 마음속에 들어선 누군가가 있다.하지만 그게 본인이 아니라는 걸 유강후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어쩌면 그 사람이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그녀의 곁을 지켜주었던 주한일지도 모른다.유강후는 미칠 것만 같았다.그녀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눈길만 돌려도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유강후는 순간 본인의 마음속에 악마가 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에는 온갖 피비린내 나는 생각들뿐이었고 그 생각을 곱씹어볼수록 저도 모르게 겁이 났다.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유강후는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이렇게 하면 적어도 그녀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갈 일도 없고, 평생 옆에 둘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유강후는 비틀거리며 사무실로 향했다.문을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는 온갖 사진이 무더기로 놓여있었다.은행 레스토랑에서 주희가 온다연에게 집어던졌던 그 사진들로 추정된다.유강후는 사진들을 한참 쳐다보다가 제일 위에 있는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사진 속의 온다연은 열네다섯 살쯤 된 모습이었는데 말끔한 교복을 입고 앞머리를 내린 채 까만 눈망울로 활짝 웃고 있었다.온다연은 머리를 살짝 옆으로 기울여 옆에 있는 남자아이를 보고 있었다.그 남자는 역시나 주한이다.주희와 매우 닮아있었는데 깨끗하고 해맑은 모습은 소년미가 가득했다.그는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고 온다연과 서로 눈을 마주 본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사진 속의 두 사람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단어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풍겼다.유강후는 손발이 시리고 가슴에 피가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그는 죽어라 사진을 노려보다가 갑자기 손을 뻗더니 사진을 여러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었다.그러고선 또 다른 사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37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진 두 장조차 복구시키지 못했다.날이 저물어갈 무렵에 장화연이 들어왔다.문을 열자 유강후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발 밑에는 갈기갈기 찢긴 사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장화연은 허리를 굽혀 바닥에서 사진 한 조각을 주었는데 교복의 치맛자락만 조금 보였다.유강후가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장화연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가 유강후와 유연서를 돌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겨우 몇 살이었다.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어릴 때부터 과묵한 유강후는 가끔 유연서가 있을 때만이 수다를 떨며 웃곤 했다.유연서가 죽고 난 이후 그의 말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감정 기복을 느끼지 못하는 듯 반응이 전혀 없었다.게다가 어린 시절 유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워져 일반인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훈련을 받았다.지식수준과 체력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과 짧은 시간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훈련을 수없이 반복했다.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는 매우 훌륭하고 빛나는 후계자가 되었다.결단력 있는 행동과 뛰어난 능력은 유씨 가문과 강씨 가문을 또 다른 정상으로 이끌었다.후계자 유강후는 모두의 칭찬을 받았지만 평범한 인간 유강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그 누구도 유강후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지 않았기에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조차도 몰랐다.원하는 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어야 한다. 이것이 그들이 유강후에게 가르쳐준 인생의 철학이다.일적으로는 대체불가한 능력자가 맞지만 사랑이나 감정관련해서는 백지상태나 다름없다.현시점 가장 큰 문제는 일적으로 사용한 수법을 온다연에게 적용했다는 것이다.장화연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키운 대단한 아이가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게 몹시 마음이 쓰라렸다.이 상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안 섰을 수도 있다.그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건 너무 기뻐할 일이지만, 그 감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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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7화

    지예솔이 다른 것을 물어보기도 전에 그는 계속 말했다.“걱정하지 마. 봉현수는 아직 내가 귀국 한 걸 몰라. 내가 새로운 이름과 신분을 바꿨고 또 경원시에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지예솔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여기는 어떻게 찾은 거예요?”정연석은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보고 마음속에 깊은 미련이 남아있었다.“솔아, 넌 나한테 그렇게 신뢰가 가지 않았어? 그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어?”지예솔이 말했다.“저는 원래 모든 일이 잠잠해지면 예전의 친구들에게 연락하려고 했어요. 연석 오빠가 찾아올 줄을 몰랐어요. 예전에 이미 많은 폐를 끼쳤기 때문에...”정연석은 마음이 아팠지만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폐를 끼치고 말고가 어디 있어? 너도 전에 나를 도와줬던 것이 기억이 안 나?”지예솔이 말했다.“제가 도와준 것은 모두 작은 일이에요. 게다가 매번 제가 도와준 후 현수 씨가 찾아와서 괴롭혔잖아요.”정연석이 웃으면서 말했다.“맞다. 아직 너랑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이번에 귀국하고 다시 외국에 가지 않으려고 해. 최근 나는 운산시에 머물면서 이쪽 시장 상황을 둘러보고 적절하다면 본사를 이쪽으로 옮길 생각이야.”지현우는 갑자기 몸을 돌리며 말했다.“연석이 형, 운산시에서 회사를 차릴 생각인가요?”정연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는 수출입 무역을 하는 사람이라 2년 사이에 과일도 수출해 볼 생각이야. 내가 전에 2년 동안 조사해 봤는데 이곳은 과일 시장이 좋고 발전 전망도 커. 그런데 시장 조사를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우연히 너희들의 사진을 보게 될 줄을 몰랐어.”그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찾아냈다.“이건 내 친구가 저번 주 이곳에 과일나무 보러 왔다가 우연히 찍은 거야.”사진 속에는 지예솔과 지현우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이 어두웠지만 지예솔의 그 얼굴은 유난히 눈에 띄어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밖에 없었다.지예솔은 안도의 숨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6화

    지예솔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닐 거야, 단지 개발부만 왔을 거야·현수 씨는 이런 산업을 많이 하고 있으니 직접 오지는 않았을 거야.”지현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됐어.”저녁이 될 무렵 마당 입구에 갑자기 검은색 벤츠 두 대가 와서 멈추어 섰다.이 마을에는 이런 고급 차가 거의 오지 않았다. 차가 갑자기 문 앞에 멈추는 것을 본 지현우는 깜짝 놀라서 문을 닫으려고 하자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검은색 외투를 입은 그 사람은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은색 테두리 안경을 쓰고 있어 매우 점잖게 보였다.지현우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곧 놀라 소리를 질렀다.“연석이 형?”알고 보니 몇 년 동안 소식이 없었던 정연석이었다.정연석은 웃으면서 말했다.“현우 키 컸네.”지현우는 달려가 정연석을 끌어안고 기뻐서 울었다.“연석이 형, 몇 년 동안 어디에 계셨어요?”정연석은 대답 대신 그의 어깨를 툭 치면서 웃었다.“곧 스무 살이 다 되어가는 애가 왜 아직도 이리 어린아이 같은 거야? 너의 누나가 또 뭐라고 하겠어.”이때 인기척 소리를 듣고 나온 지 예술은 정연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달빛이 흐릿한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저 평범한 검은색 패딩을 입었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정연석은 그녀를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웃으면서 말했다.“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겨우 찾았어.”지예솔은 문 앞에 서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현우는 기뻐하며 말했다.“밖이 추워요. 곧 비도 올 거 같으니 얼른 들어와요, 연석이 형.”정연석은 트렁크를 열고 말했다.“현우야, 와서 도와줘.”또 다른 차의 문도 열리자 두 명의 비서가 내려오더니 물건을 함께 집안으로 옮겼다.잠시 후 두 차의 물건을 모두 옮겨 거실에 가지런히 쌓았다.정연석은 다른 차를 돌려보내고 혼자 남았다.지현우는 흐뭇해서 그 물건들을 지켜보았고 그들이 필요한 좋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가볍고 부드러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5화

    “넌 이쁘고 이런 그림도 그릴 줄도 아는데, 이렇게 좋은 여자아이가 왜 아직도 남친이 없는 거야? 아니면 이모가 남자 친구 한 명 소개 해줄게...”정신을 차린 지예솔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이모,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전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결혼을 못 해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죠.”그녀가 집에 돌아온 반년 동안 중매를 하러 온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외숙모들도 그녀를 설득하면서 자신의 조카를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 그녀는 그 사람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하려고 애를 낳을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장미연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아이고! 넌 이쁘게 생기고 성격도 좋은데, 만약 이런 문제가 없다면 며느리로 들이고 싶었는데...”장미연은 채소 바구니에 담긴 채소를 꺼냈다.“여기엔 방금 뜯은 채소야, 무와 배추 뭐 이런 것들이 있어. 그리고 달걀도 금방 주운 거야.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나으니 가져다 먹어. 너의 남매는 절약하느라 채소도 별로 사지 않는 것 같더구나.”“가련한 것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집안의 모든 가구도 중고 시장에서 사 온 거고…”“밖에 고기를 파는 노점상이 너희가 매번 고기를 반 근만 산다고 했어. 게다가 매일 사서 먹는 것도 아니라며, 이렇게 큰 성인들이 그것으로 먹자면 부족하지 않아?”...한동안 수다를 떨던 장미연은 끝내 떠났다.지예솔은 한참 넋이 나가 있다가 지현우에게 말했다.“현우야, 그 차가 정말 봉씨 그룹의 것인지 가서 한번 보고와.”지예솔은 스쿠터를 타고 떠나려는 지현우를 붙잡고 말했다.“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가.”지현우가 말했다.“누나, 그렇게 조심할 필요 없어. 반년도 지났어, 아마 우리를 찾는 걸 포기했을 수도 있어. 며칠 전 연예 뉴스를 봤는데 그 주연아란 연예인이 또 새로운 영화를 찍었어.”“그런 연기력으로 이렇게 큰 투자가 들어간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은 걸 보면 현수 형이 투자한 것일 거야. 주연아는 자신이 현수 형과 죽마고우이며 약혼할 것이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4화

    봉현수가 말했다.“그러지 않을 거야, 이번엔 반드시 철저히 조사할 거야.”비슷한 시각 남쪽의 읍내 마을에서 지예솔과 지현우가 정원에서 바삐 일하고 있었다.작은 정원이 딸린 농가는 반년의 시간을 거쳐 제대로 리모델링되었다.원래 낡았던 벽돌담은 다시 흰 페인트를 칠했고 진흙투성이였던 앞마당은 절반을 낡은 벽돌로 메웠으며 나머지 절반에는 채소를 조금 심어서 깔끔하고 생기가 넘쳐흘러 보였다.벽 쪽에 있는 몇 그루의 과일나무에는 겨울 대추와 감귤 그리고 감이 가득 달려서 열매들이 나뭇가지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질 필요가 없는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다.집안도 다시 페인트를 칠했고 집에 쓸 수 있는 나무 가구도 다시 다듬어서 칠했다. 중고 시장에서 구매해 온 오래된 가구는 지현우가 사포로 갈아서 페인트를 새로 칠했더니 꽤 괜찮아 보였다.당연히 지씨 가문의 환상적인 럭셔리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남매 둘 다 마음이 편안하고 안심이 되었다.작은 마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일하러 나갔고 외부인들도 적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택배는 도시와 별 차이가 없어서 남매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지현우는 마을의 중고 시장에서 몇백만 원을 주고 중고 승합차를 샀다. 가끔 지예솔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읍내에 생활용품을 사러 나갔다.천천히 남매는 느린 템포의 마을 생활에 적응했다.지현우는 원래 읍내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었지만 대학 졸업장을 아직 받지 못했고 심장병도 있는 데다 봉현수에게 실마리라도 들 키울까 봐 연말까지 집에 머물면서 다시 생각해 보려고 했다.요즘 남매는 온라인 액세서리 가게에서 서서히 주문을 받고 있다. 비록 많이 벌지는 못하고 제일 큰돈도 몇만 원 밖에 안되지만 이는 남매에게 좋은 시그널이었다.지예솔은 오늘 또 다른 주문을 받았는데 재료비를 제외하고도 몇만 원 정도를 더 벌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이른 아침부터 마당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도면을 수정했다.점심쯤 정원의 문이 열리더니 이웃인 장미연이 채소 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3화

    잠시 후 봉현수가 나왔다.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비록 야위어 보였지만 적어도 사람같이 보였다.유강후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어.”봉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먹고 싶지 않아. 지금 바로 예솔이 엄마의 산소에 가봐야 해.”유강후가 말했다.“내가 이미 사람을 보냈어. 조금 있으면 소식이 올 거야, 먼저 밥 먹고 있어. 네 모습 좀 봐봐. 찾았다고 해도 정연석이 그 자리에 있으면 주먹 하나로 너를 이길 수 있어.”봉현수는 대충 몇 입만 먹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제대로 식사하지 않은 탓에 몇 걸음을 가지 못하고 체력이 달려서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전면 검사를 받았다.검사를 받고 보니 장기 음주한 탓에 위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게다가 몸에 있는 상처들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일부는 염증이 생기고 헐어서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이런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었던 봉현수는 주삿바늘을 뽑자마자 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에게 경고했다.“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예솔 씨를 찾는다고 해도 소용없어.”그는 사람을 시켜 거울을 가져오라 하고 봉현수를 거울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지금, 이 거짓꼴을 봐봐, 어딜 봐서 사람 같아 보여?”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봉현수는 멍해졌다.거울 속의 남자는 말라서 모양이 빠졌고 이전에 건장했던 몸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몇 달 전 산 셔츠는 마치 빌려서 입은 옷처럼 헐렁하게 몸에 걸쳐있었다.얼굴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눈언저리가 푹푹 꺼져 들어가 있었다.머리는 너무 오래 정리하지 않은 탓에 스타일이 하나도 없었다.“내가 왜 이렇게 된 거야?”봉현수의 비서인 안시현이 말했다.“대표님, 최소 30근은 빠지셨어요. 사람이 달라 보여요.”“제가 지금 바로 가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사 올게요.”봉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직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 있다가 한참 후에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2화

    봉현수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그 당시 나는 솔이를 다치지 않았지만, 온몸이 항상 상처투성이였어. 그 사람들이 한 짓인가? 그러나 솔이는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까?’“하지만 나와 헤어졌다고 하여도 바로 정연석이랑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거야.”유강후는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예솔 씨는 너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을 지경에 이르렀고 또 아픈 동생까지 데리고 있었어. 오직 정연석만이 그녀에게 잘해줬고 도움을 줄 수 있었어. 예솔 씨가 정연석의 호감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면 동생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해?” “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그해는 너의 생일이었어. 우리가 호텔에서 너의 생일을 축하해줬는데 중간에 주연아가 왔어. 넌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예솔 씨를 난처하게 하면서 화나게 하려고 했어. 너는 그때 예솔 씨에게 기어 와서 술을 마시라면서 너무 지나치게 괴롭혔었지, 누가 너처럼 그렇게 사람을 괴롭혀?”봉현수는 중얼중얼 말했다.“솔이는 돈을 위해서 그랬어. 나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했어...”유강후가 말했다.“그래서 빌려줬어?”봉현수는 머리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이렇게 돼도 싼 거야. 그때 그렇게 싸운 상황에서 예솔 씨가 너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건 너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돈이 간절히 필요했다는 거야. 네가 예솔 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면 분명 정연석이 돈을 빌려줬을 거야.”“네 손으로 직접 예솔 씨를 밀어낸 거지.”“현수야, 네가 지금 여기서 죽든지 말든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예솔 씨는 볼 수 없으니까.”“그 정력이면 예솔 씨를 찾으면서 그때 일을 다시 한번 조사해 봐. 오직 그때 일을 낱낱이 파헤쳐서 밝혀야 모든 오해가 풀릴 수 있고 화해할 기회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전혀 기회가 없어.”“아니면 찾아서 뭘 할 건데? 계속 죽을 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1화

    봉현수는 무기력해서 말했다.“차라리 거지였으면 좋겠어. 제정신이 아니라면 마음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 거니까. 나는 솔이가 지금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아.”“함께 지옥에나 가라!”자포자기하는 봉현수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퉁명스럽게 웃으면서 샤워기를 들고 그를 향해 마구 물을 뿌렸다.“얼른 죽어버려. 예솔 씨가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 돌아올 거야. 네가 남겨준 재산으로 너의 별장에서 기생오라비들과 함께 매일 같이 술을 먹고 애도 낳아서 행복한 삶을 살 거야.”봉현수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중얼중얼 말했다.“네 말이 맞아. 이미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아마 솔이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유강후는 투지가 전혀 없는 봉현수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그를 또다시 한번 발로 찼다.“일어나!”“예솔 씨가 진짜 결혼했다면 넌 포기 할 수 있어? 만약 포기할 수 있다면 이 죽을상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야?”“예솔 씨 옆에 다른 사람이 생겼다면 너도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 서로 각자 자신의 갈 길을 가면서 서로에게 미련 버려.”“안, 안돼!”봉현수는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솔이가 결혼하고 애를 낳았다고 하여도, 나는 솔이를 내 곁으로 돌아오게 할 거야.”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반년도 지났어. 만약 예솔 씨가 결혼했다면 너는 가정 파괴범이라도 될 생각인 거야?”봉현수의 몸은 굳어져 버렸고 눈빛은 마치 넋 나간 듯 어두웠다.“아닐 거야. 솔이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유강후는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너한테 그렇게 학대받았는데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면 애초에 도망을 왜 갔겠어?”유강후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봉현수는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아니야, 솔이는 나를 속이지 않을 거야. 절대 속이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어.”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0화

    현관 앞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유강후를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색하며 달려들었다.“유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봉 대표님이랑 봉씨 가문이 지금 엉망진창이에요. 대표님은 안에서 안 나오고 우리한텐 들어오지도 말라고 하니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유강후는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문 열어.”그러자 집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열쇠가 저한테 없어요. 대표님이 직접 챙겨가셨어요. 누구든 들어오려고 하면 때려죽이겠다고 하셨어요.”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이딴 식으로 손 놓고 있다가 진짜로 저 안에서 죽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당장 열쇠 따는 사람 불러와.”“네. 지금 바로 부르겠습니다!”곧이어 자물쇠를 따는 기술자가 도착했고 특수 잠금장치가 되어 있던 그 문을 여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잠금장치가 풀리는 순간 유강후는 힘껏 문을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문을 여는 동시에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밀려왔다.술 냄새, 곰팡냄새, 그리고 피비린내까지... 도저히 숨쉬기 힘들 지경이었다.유강후는 얼굴이 굳은 채 거실을 훑어보았다.거실 안은 술병과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소파 옆 바닥엔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었다.죽은 건지 산 건지도 알 수 없었다.유강후는 바닥의 술병을 발로 밀어내며 다가갔다. 그리고 그 사람을 발끝으로 툭 찼다.“죽었어?”바닥에 누운 사람이 조금 움찔하더니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신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씨X... 누가 들어오래? 다 꺼져!”그가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 확인한 유강후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발로 툭 찼다.“죽긴 뭐가 죽어. 안 죽었으면 일어나. 이 자식아.”비로소 얼굴을 들어 유강후를 확인한 봉현수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일어날 기운도 없어요.”유강후는 싸늘하게 받아쳤다.“정말 죽고 싶으면 한강 다리 밑으로 데려다줄까? 여기서 죽으면 집만 더럽혀.”몇 달 만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9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안타깝게 말했다.“이런 여자랑 그렇게 길게 말할 필요 없어. 온준휘 엄마에 대한 걸 알고 싶으면 그냥 바로 로운한테 넘기면 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사람 마음이 이렇게까지 썩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 엄마 돌아가시기 전까진 겉으로는 저한테 잘해주는 척했거든요. 근데... 설마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내가 온준용이 동남아에서 데려온 아이란 것도 알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떨궜고 유강후에게 안기며 얼굴을 그의 코트에 묻으면서 깊은 한숨이 내쉬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외투를 열어 온다연을 안쪽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다희랑 단오 데리고 들어가서 아버지 뵙게 해. 나는 좀 이따 들어갈게.” “네, 대표님.”아이들이 병실로 들어간 뒤 유강후는 온다연을 품에 안은 채 차 안으로 데려갔다.온다연이 겪었던 모든 고통은 이제 유강후의 가슴속 깊이 새겨진 상처이자 죄책감이 되었다.그는 수도 없이 바랐다.‘시간이 되돌려질 수 있다면 어린 시절의 다연 곁으로 돌아가 직접 품어주고 상처 입은 다연을 안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는 앞으로의 시간으로 그녀를 보살펴주고 보상해 줄 수밖에 없었다.병원을 나서자마자 유강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봉현수의 비서였다. “유 대표님,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대표님 상태가 심각합니다. 저희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요.”그제야 유강후는 자신이 몇 달째 봉현수를 보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무슨 일인데요?”상대방 목소리는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대표님께서 자택에 자신을 가둔 지 벌써 2주째예요. 몸에 상처도 심각한데 치료도 거부하고 약도 안 드세요. 지금은 아예 일주일째 방문도 안 열어줘요. 계속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고요...”“주소 보내.” “그... 영운산에 있는 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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