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스무 살의 여름, 한 번의 비극으로 첫사랑은 끝났다. 그리고 10년 뒤— 베일에 싸인 스타 작가'강지음'과 출판사 에이스'마서현'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 우연, 실수 혹은 질긴 악연이 만든 재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음은 서현에게 믿기 힘든 계약을 제안했다. “나랑 계약하자, 마서현” “…계약?” “나랑 계약해. 대신, 조건이 있어.” “…?” “내가 원할 때, 나랑 자자.” “…뭐? 뭘 해?” “뭘 하자는 건 아니고, 나랑 자자고. 네가 날 좀 재워줘야겠어.” 출판사의 위기를 막기 위해. 불면 없이 글을 쓰기 위해. 그리고 잃어버린 우리의 시간을 위해. 불면 계약으로 다시 시작된 첫사랑의 뜨거운 재회로맨스. [첫사랑과 불면 계약을 했다]
더 보기몇 년 후,내리쬐는 햇볕이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는 한여름이었다. 쨍쨍 울어대는 매미 소리 위로 해맑은 아이의 웃음소리가 겹쳐 들렸다.“맴!맴! 까하하항”“맴맴이가 그렇게 재밌어?”횡단보도 앞에 선 작은 아이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나무 위를 올려다보며 연신 까르륵거렸다.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삐져나온 햇빛이 아이의 얼굴 위로 드리우자, 엄마의 손이 얼른 아이의 눈가에 그늘을 만들어주었다.“눈부시다, 그치?”“반짝반짝 예뻐!”“우리 아들은 여름을 많~이 좋아하네.”“아빠!”“응?”“아빠야!”아이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으로 엄마의 시선이 향했다.횡단보도 건너편.유난히 키가 큰 남자가 긴 팔을 휘휘 젓고 있었다.“그러게, 아빠네.”곧, 신호등의 색깔이 바뀌었다.남자를 바라보던 여자의 얼굴 위로 환한 미소가 번졌다.“아빠한테 빨리 갈까?”“응!”여자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아이의 작은 보폭에 맞춰 총총 뛰기 시작했다.“꺄아하하하하”아이가 좋은지 소리 내어 웃어댔고, 그런 아이의 모습에 여자도 웃음이 터졌다.
지음의 책 《마음의 자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그 이후 국내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멜로 영화의 부활을 알리듯 영화화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덕분에 서현의 하루하루는 늘 바쁘게 흘러갔다.작고 소중한 출판사 ‘마음의 숲’은 이제 대작을 만들어낸 출판사가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아…또다…”서현은 코 밑을 적시는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에에? 팀장님 또!!”프린터기에서 서류를 받아오던 채연이 서현을 보며 소리쳤다.모니터에 고정되어 있던 서현의 고개가 그제야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 얼른 코에 휴지를 가져다 대는 서현의 손. 흰 휴지는 금세 빨갛게 물들었다.요즘 들어 몸이 조금 무거웠다. 코피도 잦아졌고, 심한 날에는 눈앞이 핑 돌기도 했다.하지만 서현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일이 워낙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고, 무엇보다 일에 재미가 붙은 지금의 생활이 싫지 않았다.“팀장님, 진짜…그러다 쓰러지시면 큰일 나요. 강 작가님이 우리 가만 안 둘걸요.”채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서현에게 다가와 휴지를 더 뽑아 건넸다.“뭐야? 마서현 또 야? 코피?!”2층에서 내려오던 권지혁 실장이 서현을 발견하곤 익숙하게 놀라며 물었다.&ldq
다시 1년 뒤, 마음의 숲 출판사 안.“팀장님! 퇴근 안 하세요?”오늘의 야근 동지였던 주승이 먼저 일어서며 서현에게 물었다. 서현은 대답 없이 손만 뻗어 휘휘 흔들었다.“정말 불편하게 하시네…저녁 드실 거 사다 드릴까요?”“아니. 지금 참았다가 야식 먹을 거야. 얼른 가.”주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저 인사를 마치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곧 서현의 비명이 들렸다.“아아아아악!”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난 서현은 서둘러서 짐을 챙겼다. 그녀는 엉터리로 묶은 머리를 덜렁이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문을 열고 나오자, 툭.툭……툭툭툭.난데없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현의 잔발은 잠시 멈칫거렸지만, 이내 굵어지는 빗줄기 속으로 뛰어들었다.그러다 마당을 가로지르던 서현의 발걸음이 문득 멈췄다.출판사 마당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서현의 눈에는 어느새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1년 전, 봄.지음과 강원도에서 웨딩 촬영을 마친 후, 두 사람은 바로 이곳 ‘마음의 숲’에서 결혼식을 올렸었다. 출판사 직원들과 함께 작은 파티처럼 치른 결혼식이었다.새파란 하늘과 반짝이는 햇빛 사이로 달큰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토록 아름다운 날, 초대
그리고 그날 새벽.엎드려 잠든 서현의 머리 위로 익숙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서현의 눈꺼풀이 스르륵 열렸다.“우리 서현이, 깼어?”그녀의 미몽을 틔우는 지음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서현의 고개가 불쑥 올라왔다.등을 기댄 채 비스듬히 앉아 있던 지음이 말간 얼굴로 빙글 웃어 보였다.“강지음!!”“쉬잇. 병원 사람들 다 깨우려고?”1인실이라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서현은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주위를 살폈다. 지음은 그런 그녀를 보며 키득거렸다.서현은 목소리를 조금 낮춰 다급하게 물었다.“다 잔 거야? 몸은 어때. 응? 사람이 무슨 일주일을 넘게 자…! 진짜…,”“그러게…미안해.”“아니야. 아니야. 진짜 잘했어. 잘했어, 강지음….”서현은 문득 지난날을 떠올렸다.아빠를 피해 있는 힘껏 달아나 경찰서 앞에 주저 앉아 있던 날. 바보처럼 도망친 자신을 바라보며, 지음은 잘했다고 말해주었다.이번에는 서현도 그 말을 돌려주고 싶었다.“…서현아.”“응. 말해. 다 얘기해.”
리뷰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