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인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선을 넘었다고요? 이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저희도 이렇게 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방 도련님은 원래 그런 스타일인 걸요. 우리는 저런 분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어쩔 수가 없고요. 어쨌든 자리를 비켜주셔야 할 것 같아요.”“이태호 씨, 바보예요? 잠시 뒤에 처맞고 싶어서 그래요? 얼른 가요.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아직도 허풍을 떨고 있어요?”양진서는 조금 초조한 얼굴로 이태호를 설득했다.이윤설도 마찬가지였다.“태호 씨, 얼른 일어나요. 그 사람은 성주부 도련님이에요.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요.”그러나 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다들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은 내가 밥 살게요. 난 오늘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어요. 다들 편히 먹어요.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 거니까요.”양진서는 미간을 구기더니 장규성을 한쪽으로 끌고 와서 나직하게 말했다.“저 사람 취해서 헛소리하는 건 아니겠지? 성주부 체면까지 고려하지 않잖아!”장규성은 양진서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내가 보기엔 취해서 그래. 안 취했다고 해도 제정신은 아닐 거야. 하하, 차라리 잘 됐어. 안 그래도 저 자식을 처리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자기가 알아서 죽음을 자초한 거니까 우리 잘못은 아니야.”“좋지, 네 말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저 사람을 해치우자는 거지? 정말 고명한 방법이야!”양진서는 몰래 장규성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두 사람은 다시 돌아와서 자리에 앉았다.“앉아, 다들 앉아. 침착해, 침착해!”양진서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장규성도 웃는 얼굴로 말했다.“오늘은 이태호 씨가 산다고 했잖아. 이태호 씨가 가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냥 떠나겠어, 안 그래?”양진서도 맞장구를 쳤다.“그렇지. 이태호 씨도 말했잖아. 방 도련님이 찾아온다고 해도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그러니까 이태호 씨가 틀림없이 책임을 질 거야.”“맞아, 맞아!”다른 사람들도 장규성이 자리에
“이태호라고?”방찬형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진 채로 이태호를 바라봤다.양진서가 옆에서 소개했다.“방찬형 씨, 이 사람은 이윤설 씨 남자친구예요. 오늘 우리에게 밥을 사준다고 했어요.”“하하, 이 자식 간이 크네.”방찬형은 피식 웃더니 이태호에게 말했다.“그럼 오늘 이윤설 씨 체면을 생각해 1분 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그렇지 않으면 혼쭐날 거야. 잠시 뒤에 우리 아버지가 우리 집안의 귀한 손님을 데리고 왔을 때 이 자리가 비워져 있어야 할 거야.”그러나 뜻밖에도 이태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대관하고 싶으면 며칠 전에 예약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사람을 내쫓는 거 너무 무례하지.”방찬형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난 원래 뭐든 내 멋대로 해.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난 지금 당신한테 통보하는 거지 의논하자는 게 아니야!”“태호 씨, 우리 이만 가요.”이윤설은 겁을 먹었다. 그녀는 이태호가 왜 이렇게 간이 부은 것처럼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이태호를 잡아끌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오늘 저 사람의 저런 태도로는 누가 와도 날 움직일 수 없어요!”이태호는 차갑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때려죽여!”방찬형은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아 등 뒤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명령했다.두 노인이 앞으로 걸어 나와 이태호의 양쪽에 서더니 협공을 펼쳤다.“쿵쿵쿵!”그러나 몇 번의 굉음 끝에 두 명의 6급 무왕 내공의 강자가 바닥에 쓰러진 채로 피를 토했다.“뭐야?”남은 이들은 두 장로가 눈 깜짝할 사이에 패배하자 입을 떡 벌린 채 아무도 감히 앞에 나서지 못했다.“맙소사...”장규성과 장형서 등 사람들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성주부의 두 장로가 이렇게 빨리 이태호에게 패배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쉽게 말이다,“이 자식, 실, 실력은 있네. 감히 내 사람을 때려? 잠시 뒤에 내가 모셔 온 분이 오시면 네게 후회가 뭔지 가르쳐주겠어!”방찬형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지만 결
화가 난 방 성주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했다.“뭐 하는 놈이길래 감히 우리 사람을 때렸다는 거야? 죽고 싶은 건가?”그러나 서 전왕은 그 말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방 성주, 이게 무슨 상황이죠? 예약해서 대관한 거라면서요? 왜 여기 사람이 있다는 거죠? 게다가 사람을 내쫓기까지 했다고요?”방지혁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서 전왕, 그래도 사람을 때린 건 잘못이죠.”“자, 가서 봐요!”서무상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앞으로 걸었고 이내 룸 안으로 들어섰다.방찬형은 대장로와 나장로도 있고 서 전왕도 자기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해 자신감이 붙어 들어서자마자 입을 열었다.“이 자식, 간이 부었네. 당신이 오늘 누구의 식사를 망쳤는지 어디 한 번 봐봐. 당신이 영향을 끼친 사람은 우리 용성연합국의 서무상 전왕이셔!”이때 서무상은 이태호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이태호를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태호는 무려 4대 군신의 스승이었으니 말이다.게다가 그는 이태호 결혼식에도 참석했었다.이윤설 등 사람들은 전왕이 온 걸 보고 겁을 먹고 옆으로 물러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양진서와 장규성은 속으로 냉소했다. 그들은 이태호가 내공만 믿고 제멋대로 구는 바보라고 생각했고 그가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하하, 누가 이렇게 막무가내인가 했더니만 서 전왕이었다니!”이태호는 아는 얼굴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이 자식, 네가 뭐라고 감히 서 전왕을 입에 올려?”방찬형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이태호에게 말했다.“짝!”그런데 서무상이 그의 뺨을 내리쳤다.“서 전왕님, 저는...”방찬형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서무상이 머리가 어떻게 돼서 사람을 잘못 때렸다고 생각했다.장규성과 양진서 등 사람들은 멍해졌다. 그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했다.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으니 말이다.서무상이 말했다.“이분이 누군지 알아? 이분은...”서무상은 이태호가 4대 군
서무상이 다시 한번 그들을 노려보았다.“난 다른 사람들이 날 속이는 걸 가장 싫어해요. 예약하지도 않았으면서 나한테 예약했다고 하다니, 다음번에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랄게요.”“네,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참, 잠시 뒤에는 제가 사겠습니다. 제가 살게요!”방지혁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이런 대단한 인물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성주부의 장로들과 경호원들은 다들 뒤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들은 무서웠다. 어쩐지 이태호는 성주부 사람이라는 걸 알고서도 눈 깜짝 하지 않았다.“참, 이태호 군주님. 이곳에서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희도 여기서 같이 식사하면서 술이나 한잔할까요?”서무상은 뜻을 묻듯이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아주 정중한 태도였다.이태호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는 거의 다 먹긴 했는데 서 전왕만 괜찮다면 나도 괜찮지.”“하하, 이태호 군주님과 함께 식사할 수 있다니 제 영광이죠. 싫어할 리가 있겠나요?”서무상이 크게 웃었다.“여기 앞접시랑 젓가락, 그리고 음식도 좀 올려줘!”방지혁이 곧바로 지배인에게 말했다.“알겠습니다!”지배인은 일이 해결되자 그제야 안도했다.곧 그들은 유쾌하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잠시 뒤 서무상이 이태호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이태호 군주님, 백산시에는 갑자기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이태호는 그제야 말했다.“구의당이라는 곳의 소식을 알고 싶어서 왔어.”“구의당이요?”그 말을 들은 방지혁이 미간을 찡그렸다.“왜 그러시죠? 구의당이라는 곳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이태호는 상대방을 바라보며 물었다.방지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이태호 군주님,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사람을 시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실례지만 지금 혹시 어디서 묵고 계시죠? 제가 소식을 알아낸다면 바로 사람을 시켜 전달하겠습니다.”옆에 있던 장규성이 곧바로 미간을 구기며 웃었다.“방 성주님, 이태호 군주님은 이윤설
양진서의 말에 장규성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겁을 먹었다.그녀의 말대로 이태호가 만약 전에 있었던 일을 마음에 두고 그의 집안에 시비를 건다면, 장씨 집안은 끝장이었다.장규성은 죽을 만큼 후회됐다.“이, 이태호 군주님, 제가 술을 따라도 될까요?”이때 장규성은 자신의 잔에 와인을 따른 뒤 간을 보듯 물었다.“전에는 저희가 눈이 없어서 이태호 씨가 이렇게 대단한 분인 줄 몰랐습니다. 그러니... 그...”이태호는 상대방을 보고 싱긋 웃더니 잔을 들며 말했다.“당신들도 별말 안 했죠. 윤설 씨 친구면 내 친구이기도 하니까 밥을 사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거기까지 말한 뒤 이태호는 들고 있던 잔을 살살 흔들며 약간의 경멸 어린 어조로 말했다.“그리고, 당신들처럼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은 날 화나게 만들 자격도 없죠. 내가 정말 화가 났다면 지금 당신들이 나와 같이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있었겠어요? 날 화나게 만든 사람들은 이미 다 죽었을테니 말이죠.”장규성은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단번에 술잔을 비웠다.“네, 네, 네. 이태호 군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구의당인지 뭔지는 제가 사람을 시켜 알아볼게요. 조금이라도 소식이 있으면 당장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혹시라도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이내 그들은 배를 채우고 자리를 떴다.계산은 당연히 방씨 집안 사람들이 자기들이 사겠다고 나섰다.그들과 인사한 뒤 이태호와 이윤설 두 사람은 천천히 이씨 집안으로 향했다.“이태호 군주님, 죄송해요. 군주이실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제, 제 남자친구인 척해달라고 한 거예요. 절 탓하실 건 아니죠?”이윤설은 이태호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듯 말했다.이태호는 덤덤히 웃었다.“상관없어요. 난 어릴 때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조금 전에는 연기 실력 검증이라고 생각할게요.”“하하, 화난 것만 아니면 다행이에요!”’이윤설은 웃으며 말했다.“이태호 씨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방씨 집안 사람을 때렸을
이태호는 주먹을 움켜쥐고 상대방을 때렸다.그러나 상대방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오히려 이태호가 몇 미터 뒤로 물러났다.“어떻게 된 거지?”이윤설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녀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이태호는 조금 전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이윤설은 이태호가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 없었다.“빌어먹을!”이태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방을 노려본 뒤 곧장 돌아서서 도망쳤다.“이태호 씨...”이윤설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녀는 이태호가 갑자기 왜 연기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하, 이윤설 씨, 아까 저 경호원이 아주 강하다면서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약한 거예요? 게다가 토끼보다 더 빨리 도망치다니, 하하!”그는 이태호가 도망친 걸 보고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이, 이럴 리가 없는데?”이윤설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허벅지를 꼬집어 본 그녀는 이것이 꿈이 아님을 발견했다. 이태호는 정말 바닥에서 일어난 뒤 도망쳤다.그녀는 내공이 높은 이태호가 전력을 다하지 않고 그녀를 버리고 도망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하하, 불가능한 일도 아니죠.”한 남자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저런 경호원은 널리고 널렀어요. 상대가 되지 않을 걸 알면 바로 도망치죠.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아주 정상적인 일 아닌가요?”“가시죠, 이윤설 씨!”다른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가만두지 않겠어!”이윤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비록 내공이 높지 않았지만 저항할 생각이었다. 그녀가 주먹을 움켜쥐자 주먹에서 영기가 내뿜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상대방에게 달려들었다.그러나 그녀의 내공으로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상대방은 아주 빠른 속도로 쉽게 이윤설의 공격을 피했고 곧바로 이윤설의 목덜미를 내리쳐서 그녀를 기절시켰다.곧 두 사람이 이윤설을 들고 다른 두 사람이 차를 운전해 와서 그녀를 차에 태우고 멀리 떠났다.“이 여자 정말 예쁘게 생겼단 말이야. 기회가 된다면 우리도 놀아봤으면 좋겠는데.”한 남자가 옆에 있는 이
이내 차는 도심 밖의 편벽한 폐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두식아, 가지고 놀고 싶은 거라면 기회가 있을 거야. 둘째 주인님이 싫증이 나면 네가 데리고 놀고 싶다고 말해봐. 어차피 둘째 주인님 성격이라면 싫증이 난 뒤 죽여버릴 거니까. 아예 죽여버려야 증거가 남지 않으니 말이야.”차가 멈춰 선 뒤 운전하던 남자가 대머리 남자를 향해 히죽대며 말했다.대머리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그러면 그때 가서 물어봐야겠어. 둘째 주인님이 내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네.”말을 마친 뒤 그는 이윤설의 인중을 눌렀고 이윤설은 이내 잠에서 깼다.“이거 놔. 빌어먹을 놈들. 난 이씨 집안 아가씨야. 우리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들을 용서치 않을 거야.”이윤설은 두 사람에게 끌려가 위층으로 향했다. 그녀는 두려운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두식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네 엄마 아빠가 알 수 있을까? 오늘 밤 우리 둘째 주인님이 널 가지고 놀고 나면 넌 한밤중에 숲속에 있는 늑대에게 잡아 먹힐 텐데 말이야. 네 엄마 아빠가 네가 돌아오지 않은 걸 발견했을 때면 이미 늦었지.”다른 남자가 말했다.“그리고 너에게 알려줘도 상관없어. 이씨 집안이 도산당을 상대할 수 있겠어? 하하, 너희 엄마 아빠가 알게 된다고 해도 널 구할 방법은 없다고, 알겠어?”“어차피 곧 죽을 사람이니 그냥 얘기해줄게. 하하!”그들은 이윤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이내 3층에 도착했다.그곳에는 살집이 두툼한 남자가 허겁지겁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그들이 이윤설을 데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다.아까 오는 길에 네 사람은 그에게 성공했다고 얘기했었다. 그래서 도산당의 둘째 주인은 흥분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이태호가 이미 아래층에 도착했음을 몰랐다.“이거 놔, 망할 놈들. 내, 내 남자친구는 남군 군주야. 당신들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이윤설은 끊임없이 저항했다. 뭔가를 떠올린 그녀가 상대방을 위협했다.“하하, 남자친구가 있
이윤설은 한결 누그러진 어조로 이태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애원했다.“이태호 씨, 저 좀 구해줘요. 제발요!”이태호는 이윤설이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달리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팔짱을 두른 채로 이윤설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내가 왔으니 이 사람들 전부 빠짐없이 죽을 테니까요.”“이 자식 아까 도망가지 않았어? 감히 몰래 따라와?”두식은 이태호를 보자 주먹을 움켜쥐었다.“죽고 싶은가 보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까 그렇게 한 이유는 누가 이윤설 씨에게 손을 쓰려는 건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어. 이제 알겠네. 도산당의 둘째 주인이라고? 하하.”“알면 뭐? 네가 뭘 어쩔 수 있는데?”둘째 주인은 이태호가 안중에도 없었다.그러나 이태호는 그와 쓸데없이 얘기를 나누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주먹을 휘둘러 네 남자를 죽였다.“뭐야!”둘째 주인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보냈던 네 명의 부하는 약한 편이 아니었다. 1급 무왕 2명에 2급 무왕 두 명이니 3급 무왕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그들을 빨리 죽일 수는 없었다.그러니 이태호는 적어도 4급 무왕이었고 심지어 그보다 더 강할 수도 있었다.“이 자식, 내가 널 얕봤어!”둘째 주인은 주먹을 움켜쥐며 강한 기세를 내뿜었다. 체내의 영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와 그의 주먹을 감쌌다.“6급 무왕, 쯧쯧, 내공이 약하지 않네!”이태호는 그를 보며 감개했다.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득의양양해져서 웃으며 말했다.“하하, 이제 좀 두려워? 하지만 지금 와서 두려워해봤자 아무 소용 없어. 넌 반드시 죽을 거니까.”“하하, 그래?”이태호는 크게 웃었다. 그는 좀 놀아줄 생각인지 영기 보호막을 전부 펼쳤다.“영기 보호막? 이, 이럴 수가! 너 9급 무왕이야?”9급 무왕만 시전할 수 있는 영기 보호막을 보게 된 남자는 겁을 먹어 목소리마저 떨렸다.그는 살면서 9급 무왕의 내공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정도 내공이면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셈이었고 용성연합국에서도 9급 무왕은 정말 보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